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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4월의 이방인들(11)
작성일 : 17-07-26 21:22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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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미 승선대는 사람이 밀려 포화상태였다. 사람들은 서로를 밀치고 소리를 지르며 악을 써댔고 아이들 울음소리가 곳곳에 퍼져나갔다. 꽃놀이를 즐기던 여유로움은 모두에게서 사라지고 공포만이 얼굴에 남았다. 불안과 초조가 만들어내는 격양과 날이 선 방향없이 뻗어나가는 분노가 온전함을 난도질했다.

 

 인콘스탄티아의 전조를 알리듯 바닷가에 일렁이는 파도에 전혀 다른 색이 석였다. 짙게는 암녹색이며 옅게는 맑은 라임의 색을 가진 전혀다른 물길은 본래의 푸른색과는 석이지 않고 경계가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이미 발은 물가에 있었고 불안한 그 녹색이 발가락을 찰박찰박 자꾸만 적셔왔다. 배는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이다. 인콘스탄티아의 전조가 보인지 조금 지났으니 이내 거대한 입을 벌린 소용돌이가 형성될 터였다. 기상청에서도 예측이 불가능한 이 소용돌이는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어왔다.

 

 모두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돌아오는 것이 없는 바다의 블랙홀. 번개를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인콘스탄티아의 출현이 왜 지금, 이 순간인지에 대해 사람들은 울부짖었다.

 

 “움직인다! 배가 움직여!”

 

 아직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가 조금씩 움직이려는 배를 향해 바다를 첨벙첨벙 달렸다. 승선대는 야속하게 닫히기 시작했고 배에 어떻게든 붙으려는 이들과 그들을 잡아주려는 선상 위의 사람들이 와르르 움직였다.

 

 “아가씨!”

 

 누군가 그녀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남자였다. 지상인 가족의 아버지.

 

 “아가씨! 얼른 제 손 잡아요!”

 “얼른 올라가요, 프리멜라. 아래에서 잡아줄 테니까!”

 

 에들리가 떠밀자 프리멜라는 그리로 달려가 그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어서요! 누나!”

 

 아이의 외침에 손이 그 남자의 손끝에 스친 순간 누군가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비켜! 비키란 말이야!”

 

 순식간에 머리칼이 잡힌 프리멜라는 비명을 질렀다. 우악스러운 손길에 거칠어진 숨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렸다. 선실에서 난동을 부렸던 그 중년여성이었다. 이미 거친 몸짓에 뜯겨나간 진주목걸이에 몇 알만 대롱대롱 목에 건 그녀는 산발이 된 머리칼을 하고는 손을 위로 뻗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 어? 내가 여기서 죽으면 너희들은 전부!”

 “당신 미쳤어요?”

 

 아이의 아버지의 말에도 아랑곳 않은 여인은 툽툽한 손을 뻗어 제 손을 잡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손이 닿질 않자 욕설을 내뱉더니 여전히 머리칼을 잡고 있던 프리멜라를 홱, 잡아 내리더니 밟고 올라가려는 듯 발을 올렸다.

 

 “악!”

 “아가씨!”

 

 그녀는 물길에 이러저리 흔들리며 바닷물을 마시고야 말았다. 컥컥 대면서 괴롭게 몸부림치는 데 저를 짓누르는 여인의 발길에 몸이 더 아래로 가라앉았다. 물길에 잠기니 비명과 소란이 한 겹 막을 씌운 듯이 몽롱하게 변했다.

 

 에들리. 그는 어디에 있지?

 에들리?

 

 프리멜라는 허우적대며 무엇인가라도 붙잡아보려 애를 썼다. 소음은 점점 멎어들고 아무것도 손에 닿지가 않았다. 그 사람은 어디에 있지? 도와줘요. 프리멜라는 불현듯 떠오른 사실에 놀라면서 컥컥 목을 움켜잡았다.

 

 에들리 데마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배에 손을 뻗은 이후로는. 그의 목소리가 들린 적이 없었다.

 

 

 

 “엄마…. 그 누나 어떡해.”

 

 아이가 울먹거리는 얼굴로 제 손을 잡아오자 사라는 멍하게 선 채로 아이의 손을 털었다. 어머니의 거절에 아이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엄마?’ 되물어도 사라는 미안하다며 아이를 안아주지 않았다.

 

 “여보….”

 

 남편이 부르는 목소리에도 그녀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유람선은 전속력으로 육지를 향하고 있었다. 불안에 잠식된 사람들은 몸을 떨면서 선실 안으로 들어갔고 밖에 있는 이들은 울컥울컥 요동치는 바닷물을 질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배 끄트머리에 몰린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그들이 지나온 바닷길을 바라보았다. 소름이 끼치도록 일렁이는 바닷물은 이미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그 자리에 고정된 채 움직였고 빗물은 멈출 줄도 몰랐다. 세차게 부는 바람은 광기마저 담고 있었다. 남편은 잠시 기다리라더니 그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사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빗물에 젖은 머리칼은 평소보다 더 푸른 바다의 색을 띠고 있었고 몇몇 이들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재수가 없는 건 다 저년 탓이다.’

 

 그들은 마치 그녀가 바다의 마녀라도 되는 양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고 아이는 두려웠는지 아버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비에 젖은 아이의 머리칼도 검게 염색한 것이 무색하게 푸른 색이 머리뿌리 끝부터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쉬이. 내 아가. 진정하렴.'

 

 사라는 평소처럼 아이를 달래지 않았다. 그녀의 망막에. 온전하게 각인된 모습에 그녀는 평소처럼 편안하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가씨!’

 

 얼른 제 손 잡아요! 남편이 손을 뻗고 그들에게 도움을 준 당돌한 아가씨가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던 키가 큰 남자는 그녀를 보내곤 그 자리에 미동도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배에 타려는 의도가 없는 것처럼. 그 아가씨가 손을 내밀고 중년 여성이 밀치고 그녀를 밟고 올라서 선상에 손을 뻗을 때 까지도, 남자는 표정이 없는 얼굴을 한 채로 그저 그 모든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라는 소름이 돋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저 사람은 대체 뭐지?

 

 그녀가 선상에서 봤던 두 커플은 너무나 다정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마치 그 순간 남자는 여인의 죽음을 가만히 기다리는 사신과도 같아보였다.

 

 남편은 결국 한 사람이라도 구하려 중년 여성의 손을 잡고 그녀를 끌어올렸다. 몇몇 다른 사람들도 몰려와 그녀를 함께 구조하려했고 아이는 자꾸 ‘누나는 어떡해?’하며 울었다.

 

 사라는 그 소란의 순간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부드럽게 보였던 헤이즐넛 눈동자는 사라지고 샛노란 눈동자가 그녀를 숨도 쉬지 못 할 만큼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입술이 열리고 먼 거리에서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가 마치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Kill her]

 

 그 여자를 죽여.

 

 “엄마, 엄마?”

 

 아이가 자꾸만 사라를 불렀다. 사라는 아이를 바라보지 않고 시끄럽게 어딘가로 전화를 걸며 갑판 위를 서성이는 그 중년여성에게로 향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냐고! 이 업체하고 전부 잘라버리겠어! 어!”

 

 지랄맞은 성격 탓인지 그녀의 주변은 깔끔하게 비워져 있었다. 저를 구해준 이들에게도 욕설을 내뱉었기 때문인지 모두가 중년 여성을 완전히 미친년 취급을 하고 있었다. 겁도 없이 일렁이는 바닷물과 가까운 난간 앞에 선 그녀는 빗물로 화장기가 씻겨 누런 물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사라는 조금씩 걷던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걸음이 빨라지고, 더욱 더 빨라지고. 어느덧 뛰어드는 사라를 발견한 그녀가 ‘어어?’하고 눈을 크게 뜨는 순간. 사라는 그 여인을 있는 힘껏 밀었고 밀려나간 무거운 몸뚱아리는 발가락을 보이면서 물속으로 풍덩 빠졌다.

 

 어디서 난 힘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사라는 숨을 헐떡이면서 난간으로 다가가 꾸루룩 소리를 내며 물살에 휩쓸리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홉 떠진 눈이 그녀를 계속해서 바라보면서 구루룩 가라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소리를 뱉어냈다.

 

 너!…. 너!….

 

 천둥소리가 쿠르르 울리며 여인의 비명은 삼켜졌다.

 

 “엄마….?”

 

 사라는 그제 서야 정신을 차렸다. 놀랍도록 감각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뒤따라온 건지 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헉. 헉…. 사라는 숨을 뱉어내고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이 또한 어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사라는 결국 인정하고야 말았다.

 

 이리 오렴.

 

 사라는 두 팔을 벌렸다. 두려워하고 망설였던 것과는 다르게 아이는 바로 어머니의 품에 달려들어 그녀를 마주 안았다. 아이를 품에 안고서야 사라는 주위를 살폈다. 주위에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이곳엔 중년 여인으로 인해 모두 자리를 피했다. 다들 선실에 있거나 배 말미에 있었으니까.

 

 사라는 주저앉은 채로 아이를 껴안고 괜찮다며 속삭였다. 그것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녀는 미친것처럼 중얼거렸다. 뱉어지는 말은 ‘괜찮아’였지만 눈빛은 형형한 광기를 담고 있었다. 뒤늦게 가족을 찾으러 온 남편이 도착하고야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희미하게 웃을 수 있었다.

 

 마치 약에 취한 듯 몽롱했던 순간이었다. 가만히 품에 있던 아이가 고개를 들더니 조심스럽게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런데 엄마…. 그 형도 우리랑 같아?”

 

 아이 또한 본 것이다. 사라는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며 작게 남편의 귀에 들리지 않게 속삭였다.

 

 “아니. 아니야.”

 

 쉿. 아가. 우린 꿈을 꾼 거란다. 아무런 일도 없었어. 알겠지? 내 아가.

 

 사라의 말에 품에 안긴 아이가 고개를 묻더니 작게 대답했다.

 

 “응.”

 

 바람은 여전히 거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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