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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4월의 이방인들(10)
작성일 : 17-07-26 21:14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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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음료를 든 에들리와 프리멜라는 그 가족과 인사를 나누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주변을 한 바퀴 돈 배는 마지막 목적지인 ‘테르엘라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탄산 끝에 번지는 체리과즙의 향을 음미하던 그녀에게 에들리의 직설적인 물음이 날아들었다.

 

 “지상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천 년 전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인가요? 날개를 가지고 비늘이 돋은 팔을 가진, 그 전의 인류에게는 조금 낯선 모습을 한 이들이요.”

 “알면서도 한 번 돌려 말하는군요.”

 “장난으로 봐 주면 안 될까요?”

 “좋아요. 지상인 유전자 보유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그는 순전히 프리멜라의 의견을 원했다. 프리멜라는 에들리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햇빛에 부서지는 푸른 물결. 아이와 그 어머니가 가졌던 색이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아무렇지 않고 남들과 완전히 똑같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죠.”

 “그래요?”

 “그들은 조금 독특하잖아요. 눈동자 색이나 머리칼 색이나. 거기다가 과거의 역사적 사실까지 환상처럼 가미되니 보편적으로 그래왔죠.”

 “….”

 “그런데 생각해보면요, 단시 조금 다를 뿐인 건데 웃기는 거죠.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없잖아요.”

 “‘틀린 것’은 없다라..”

 “예전에, 천 년도 전에는 피부색으로 차별도 했다면서요? 지금에 와서는 다들 무슨 그런 황당한 일이 다 있냐고 하지만 지금도 지상인 출신과 지하인 출신을 나누는 것을 보면 똑같은 건데 말이에요. 과거의 피부색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는 비난하면서도 지금 같은 행동을 자신이 한다는 자각이 없는 건 미개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브리엘 뷔스코에서 유학을 했다고 했죠?”

 “네. 이런, 그래요. 당신 의도를 알겠어요. 맞아요. 텔레스에서 이런 말을 내뱉기란 쉽지가 않죠. 저도 전에는 제가 비난한 그들과 같았어요. 인정해요.”

 “뭐가 당신을 변화하게 만들었죠?”

 “음. 넓은 세상일까요? 좋은 스승과 깨어있는 새로운 문화였죠.”

 “…. 지식인으로서의 자부심이군요.”

 

 에들리의 말에 프리멜라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오래 생각했다. 그 또한 그녀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인지 가만히 바다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말에는 일종의 비난의 섞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네 말은 너무나 형식적으로 들려. 마치 잘 짜놓은 연설문처럼.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프리멜라는 머리칼을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을 쓸어 넘기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니에요.”

 “어떤 거요?”

 “지식인의 자부심이 아니라…. 당연한 걸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것에서 나오는 자괴감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당신에게 실수를 했군요. 기분 나쁜 말이었나요?”

 “아뇨, 아니에요.”

 

 프리멜라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단 한번으로, 제 관념이라는 틀에 박혀있던 쓸모없는 쇳조각을 풀어버린 거였다고 생각해요. 그게 풀리자 뒤늦게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톱니바퀴의 연쇄작용과도 같았어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비로소 모든 상황이 보이게 되죠.”

 “….”

 “쇳조각을 풀어준 건 타인이었을 지도 몰라도 결국 여기까지 맞물려 나를 만들어온 건 ‘나 자신’이에요.”

 “이런.”

 

 에들리는 언젠가부터 그녀만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동자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잠깐 발을 내렸지만 이내 사르르 녹아내릴 듯이 접히는 그의 눈매에 모든 분위기가 달콤하게 변했다.

 

 “프리멜라. 당신에게 비아냥거리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네. 알아요.”

 “조금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요.”

 “그것도 알겠어요.”

 “어떻게요?”

 “대충 감이라고 치죠.”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와 두 사람은 마주보고 잠깐 웃었다. 어느새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그가 밀짚모자를 다시 씌워주면서 말했다.

 

 “당신은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아, 그리고 항상 생각했는데요.”

 “?”

 “지상인들은 그 핵폭발 이후 방사능의 여파에서도 생존해 유전 정보를 남긴 이들이잖아요.”

 “아직 그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니었군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은 건 월등하게 지상인들 쪽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의 유전자가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세계는 또다시 발전의 길을 걷고 있고 과학은 허기를 채우지 못한 채 지식을 삼키고 삼킨다. 언젠가 핵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은가. 그러면 그 여파로 살아남는 것은 지상인일 것이다.

 

 “전 언젠가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진다면, 지상인 유전자 보유자들만이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신선한 이론인데요.”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아보이죠?”

 “네.”

 “그래서 생물학적인 의의를 남기려면 무조건 지상인 유전자 보유자와 결혼 해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그대로 조금 마음이 있던 지상인에게 고백했어요.”

 “풉!”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도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결국 사귀고 나름 잘 지냈어요.”

 

 에들리는 레모네이드를 마시다가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는지 몇 번 헛기침을 하면서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프리멜라는 단연코 그가 이제껏 보아왔던 중에 가장 당황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그는 잠깐 잔기침을 내뱉다 그녀의 눈길을 피하며 어깨를 들썩였는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어릴 때 이야기니까, 그래 마음껏 웃으세요.”

 “그 어린 게 몇 살 때죠?”

 “…스물이요.”

 “지금은 몇 살이고요?”

 “…그만 놀려요.”

 “미안해요.”

 

 몇 번 키득거리던 에들리는 큼큼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밀짚모자 아래로 손을 뻗어 흩날리는 프리멜라의 머리칼을 잡아 귀 뒤로 넘겨주면서 말했다.

 

 “섬에 거의 다 와가요.”

 “그러네요.”

 

 테르엘라 섬은 색색의 꽃이 정교한 문양을 이루며 피어있었다. 관리인의 피나는 노력이 느껴진다는 옆에 선 다른 관광객의 말에 두 사람은 작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노랗고 붉고, 화사한 꽃밭에서 모두가 카메라를 들고 환한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어줄까요?”

 

 프리멜라의 물음에 에들리는 부정의 답을 내놓았다. 예의상 꺼낸 물음이었기에 그녀도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약 2주 가량의 관광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이 의도적으로 함께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 찍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말이다.

 

 눈앞에 렌즈를 들이대는 대신 두 눈으로 테르엘라 섬의 광경을 담고 눈을 깜박일 때마다 사진을 찍어 기억으로 남겼다. 프리멜라는 마지막이 되어서야 조금 아쉬운 감정을 느꼈다. 저편에서 하늘이 노을에 조금씩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와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녁이네요. 생각보다 이르게 밤이 찾아오네요.”

 

 하늘을 바라보며 말하는데 갑자기 찰칵,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휴대폰을 든 에들리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그 순간만은 남기고 싶었어요. 괜찮을까요?”

 

 그의 말에 프리멜라는 조금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죠.”

 

 나도, 나도 당신의 순간을 남겨도 될까요? 생각나면 바라볼 수 있게.

 

 그렇게 묻고 싶어져서 입안이 간질간질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아름다운 꽃밭을 거닐었다. 테르엘라 섬은 마치 테람 시에 속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프리멜라는 더 없이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꼈다.

 

 편안함은 순간일 뿐이다.

 

 멀리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넓은 꽃밭에 산발적으로 퍼져있던 이들에게 웅성거림이 번지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멀리서부터 소식을 들은 이들은 혼비백산하여 배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고 그들이 외치는 소리가 두 사람에게 전해진 것은 조금 지났을 때였다.

 

 “모두 배애 탑승하십시오!”

 

 웅성거림이 반쯤 번졌을 때가 되어서야 저 멀리서 유람선에서 확성기로 관리인의 외침이 전해졌다.

 

 [‘인콘스탄티아(inconstántĭa)’가 발생했습니다. 모두 배에 탑승해주십시오!]

 

 바다의 변덕. 인콘스탄티아. 난데없는 소용돌이의 발생을 일컷는 말이었다. 이 갑작스러운 바다의 물살은 항상 기후의 변동까지 동반했다. 거세지는 바람과 내리기 시작하는 비.

 

 거짓말처럼 확성기의 말과 함께 빗물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람은 점점 웅웅 소리높여 울기 시작했고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배로 향했다.

 

 인콘스탄티아는 현대 과학으로도 절대 예측이 불가능한 현상으로, 이 또한 천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현상이었다. 핵전쟁의 여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각 학계의 주장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현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 세계 제3차 대전 이후라는 것이었다.

 

 프리멜라와 에들리 또한 그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상황은 완전히 아비규환이었다.

 

 “저리 비켜!”

 

 커다란 손이 프리멜라의 어깨를 밀치자 그녀가 순식간에 옆으로 고꾸라졌다. 곁에 달리던 에들리가 바로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서둘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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