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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4월의 이방인들(8)
작성일 : 17-07-26 20:58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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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히 그가 다가와서 더욱 눈물을 그칠 수가 없어 그녀는 한동안이나 훌쩍거려야만 했다. 그는 정말 그가 말한 대로 아무 말도 없이 손을 잡은 채 그녀와 천천히 걸었다. 울고 났더니 머리가 개운해지고 기분도 분명 나아졌다. 다만 참을 수 없는 쪽팔림이 뒤따랐을 뿐이었다.

 

 움찔거리며 문화의 전당 앞에서 손을 빼낸 프리멜라에 에들리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곤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 B전람실은 지역 예술가들의 새로운 작품들이 들어서있었다. 뮤지컬 관람 시간이 가까워지는지 전람실 내부의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즈음에 두 사람은 그곳으로 들어섰다. 입장과 동시에 보이는 정면의 그림은 하늘을 막은 무거운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여자의 모습이었다.

 

 직원에게서 건네지는 팸플릿을 받아들고 펼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집요하게 에들리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와 얼굴을 가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눈가가 새빨갛게 된 프리멜라는 그의 시선을 모른 체했다. 작게 웃음소리가 들렸다.

 

 “웃지 말아요.”

 “미안해요.”

 

 긴 침묵 끝에 시작된 대화였다.

 

 “…고마워요.”

 

 프리멜라는 그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말을 내뱉고는 몸을 돌려 먼저 걸어 가버렸다. 벌게진 얼굴로 팸플릿을 쥔 채 후다닥 움직이는 뒷모습을 혼자 남겨진 채 멍하니 바라보던 에들리는 별안간 작게 웃음을 터트리곤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그는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팔짱을 끼곤 느긋하게 생각에 잠긴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재빠르게 사라진 그녀의 잔상이 눈앞에 덧그려지는 듯 했다.

 

 프리멜라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후우, 숨을 몰아쉬었다. 열기가 올라 귀가 새빨갛게 변한 게 보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였다. 양손으로 귀를 막자 후끈후끈한 열이 느껴졌다. 그와 맞잡았던 오른 손이 닿은 귀가 더욱 뜨거웠다. 속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이게 정말 무슨 미친 짓이람. 에들리는 약속 상대가 하도 늦어서 찾으러 갔더니 만난 상대가 울면서 난동이나 부린 꼴이 아닌가. 황당하기도 할 텐데 담담한 그도 웃겼다.

 

 혼자서 열을 삭히는데 뒤에서 따라오는 그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배려를 해주는 것인지 성급하게 다가오지는 않고 가만히 뒤를 따를 뿐이었다. 프리멜라는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계속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겨우 시선을 돌려 벽에 걸린 작품들을 눈에 담았다. 애초에 쪽팔린 것보다 그렇게나 보고싶어 했던 그림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속으로 줄줄 되새겼다.

 

 하나하나 찬찬히 바라보니 조금 진정이 되어갔다.

 

 4월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작품의 주제가 모두 하나의 사건을 가리키고 있었다. 해방의 날에 관련된 그림들이었다. 지상으로 올라와 기쁨을 표하는 지하인들과 태양을 처음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 다양한 표현 방식이었지만 주제는 명확했다. 되찾은 지상에 대한 기쁨과 환호. 그림 속에서 그 환호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프리멜라는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섬세한 수채화부터 추상화까지 다양한 화풍과 작가의 철학을 담은 것들을 보면서 다시 팸플릿을 펼쳤다. 이번엔 정말로 내용을 보기 위함이었다.

 

 셀리나 페니치의 작품은 모퉁이를 돌아가니 거대한 한 면을 완전히 장식하고 있을 만큼 커다랬다. 잠깐 쉬어가는 길목인지 그 앞으론 등받이가 없는 긴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셀리나의 작품을 마주한 프리멜라는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추어 섰다.

 

 그림 속 여인은 한쪽 발은 허공에, 나머지 한쪽 발은 건물 위에 닿아있었다. 물결치는 검은 머리는 뒤로 휘날리고 있었고 창백한 팔이 그대로 그러난 소매 없는 검은 드레스는 발목 근처까지 풍성하게 내려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뛰어내리는 걸음을 옮기려는 그녀의 얼굴은 아래로 향하지 않고 정면보다 조금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울하게 뒤로 깔린 검은 구름은 그녀가 바라보는 정면에서 비추는 햇빛으로 일부만 밝은 색을 취하고 있었고 이미 건물 위에 닿은 발도 안전지대를 완전히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발꿈치가 들리고 발가락 끝만 건물에 닿은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녀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일까. 날개를 펼친 열한 마리의 까마귀들이 그녀의 드레스자락을 뒤에서 발로 움켜쥐고 있었다. 여인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없었고 아래로 떨어지는 까마귀의 깃털만이 아득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Catch me: R.H. 823. 셀리나 페니치(Selina Fenech)]

 

 나를 잡아줘요. 그건 누구에게 하는 소릴까. 저 아득한 아래에 누가 있는 걸까? 그림 속 여인은 누군가 자신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초연한 죽음, 그 후의 안식이 자신을 잡아줄 것을 기다리는 걸까.

 

 그 전에 보아왔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4월의 특수성과는 표면적으로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다른 작품과도 동떨어지게 전시되어 있었다. 프리멜라는 그 그림에 가까이 다가갔다. 섬세한 수채화 같은 색감에 구름의 표현이 특히 일품이었다.

 

 “당신을 닮은 그림이군요.”

 

 어느새 뒤따라온 에들리의 말에 프리멜라는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음. 머리색 말인가요?”

 “글쎄요. 그냥 첫 느낌이요.”

 

 뭔가 묘한 기분이 드는 그림이었다. 그림의 크기가 워낙 커다래서 가까이서 보는 것 보다는 멀리서 봐야 전체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더 아름다웠다. 많은 색감이 사용되진 않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프리멜라는 설치된 의자에 앉았다. 딱 그 자리에서 바라보니 작품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그림 속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에들리가 자연스럽게 그 옆에 앉았다. 프리멜라는 시선은 그림에 고정한 채로 에들리의 생각을 물었다.

 

 “그녀는 왜 뛰어내리는 걸까요?”

 “선택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겠죠.”

 “그녀가 내린 결정이 올바른 길이었을까요?”

 “믿는 수밖에요. 누군가 잡아줄 상대를요.”

 “누군가 밑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래에 누군가 있다면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요.”

 “글쎄. 모를 일이죠.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내렸을 테고 이제 끝이 난 거예요.”

 “…왜 저를 닮았다고 그랬어요?”

 “음. 화내지 않을 건가요?”

 “말해줘요.”

 “프리멜라.”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당신은 내가 두렵나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당신은 항상 태연하게 행동하지만 겁을 먹은 사람처럼 보여요. 여기에 산다지만 시간이 지나도 당신은 이곳에서 늘 이방인처럼 행동해요. 장담하건데 제가 이곳에서 당신과 가장 많은 교류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화의 논점이 어째서 이쪽으로 향하는 거죠?”

 

 프리멜라는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방인. 시리게 박히는 그 단어가 다시금 조금 전의 기억을 되살렸다. 의지할 곳 없고 털어놓을 대상도 없는 제 처지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그 단어를 부정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런 이방인으로 남는 것이 경찰들에겐 더 좋은 편이었다. 제 통화목록이나 메시지 내역을 확인해댄 것도 주변인에게 정보를 공개할까봐였으니 말이다. 그들로써는 그녀가 테람 시는 떠나는 것도 불편할 것이고 또 이곳에서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제게도 당신은 명백하게 선을 긋죠. 항상 궁지에 몰려있는 사람처럼.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닮았다고 말 한 거예요.”

 “당신. 오만하군요. 굳이 그런 말을 꺼내야 하나요? 누구도 개인의 사정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어요.”

 “나는. 우리가 조금은. 더 친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곳에선 이방인이니까."

 

 프리멜라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에들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보는 당신은 저 그림 속 낡은 건물 끝에 서 있어요.”

 “아뇨. 난 그렇지 않아요”

 “뭘 그렇게 두려워해요.”

 “누구나 시작을 여는 건 두려워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죠.”

 “그래도 생각보다는 간단하죠.”

 

 가만히 의자 끝을 잡은 프리멜라의 손 위로 차가운 그의 손이 겹쳐졌다.

 

 “만약 너무 두렵다면….”

 

 프리멜라는 잠깐 숨을 멈추고 작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때는 눈을 감아요, 눈을 감고 그저 내딛기만 하면 되는걸요.”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거대한 그림 앞에 앉은 프리멜라는 자신을 바라보는 에들리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마치 홀린 것처럼 가만히 앉아 그를 바라보는 순간이 영원의 시간을 가진 것 마냥 얼어붙었다.

 

 “어서요.”

 

 대답을 종용하는 목소리에 눈가가 바르르 떨려왔다.

 

 “내가, 잡아줄게요.”

 

 그러니 어서 그 위태로운 곳에서 뛰어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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