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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운을 거머쥔 자
작가 : 신책
작품등록일 : 2017.7.25

지옥에 떨어져도 살아 돌아올 행운을 가진 한 사람. 그 행운이 필요한 자, 그에게 오라.

 
1. 강운의 항해사 3) 추격전 - 쫓는 자와 쫓기는 자 ⑤
작성일 : 17-07-26 16:42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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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뭔가?”

  포탄의 발사가 뜸해진 것을 느낀 키리에가 큰 목소리로 갑판장을 불렀다.

  “아직 물범들이 좌우에 남아 있잖아? 앞으로 나간 놈들한테도 배가 역풍 항해를 하면서 돌아설 때 최대한 포를 쏴 보라고!”

  키리에의 다급하게 외치자 갑판장이 절망스런 표정으로 답했다.

  “화약이 다 떨어졌습니다.”

  하누인과 키리에는 거의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물범족의 돌격으로부터 배를 보호하기 위해 화약통을 쏟아 부은 것이 부메랑처럼 날아온 것이었다.

  물범들은 거의 배의 앞으로 나아가 있었고, 그 거리만큼 유령선은 거리를 좁혀 든 상태였다. 유일한 희망은 유령선이 이제 곧 불꽃으로 덮인 기름 바다를 지나야 한다는 점이었다. 역풍 항해를 한 덕에 하누인들의 배는 해류를 따라 펼쳐진 불의 바다로부터 상당히 앞서 달리고 있었고, 물범에 의해 이끌려 오는 유령선은 거꾸로 그 해역으로 조금씩 진입해 들어서고 있었다.

  “조금 기다려 보세.” 키리에는 애써 절망을 감춘 목소리로 하누인과 갑판장, 일등 항해사와 조타수를 향해 담담히 말했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 후방의 배가 전진하는 것을 막아주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담아서였다.

  하지만 그들의 희망이 그대로 절망으로 바뀐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적어도 역청은 아니로군.”

  “하도 썩어서 불에도 안 타는가 봅니다.”

  유령선은 마치 앞에 무엇이 있느냐는 듯 성큼 불바다 속으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불의 기름을 동강내며 앞으로 전진하여도 배는 조금도 타는 기색이 없었다.

  “이젠 답이 없어. 답이 없다고.”

  키리에가 거의 주저앉다시피 하며 중얼거렸다.

  일등 항해사와 조타수는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최선을 다해 역풍 항해를 하고 있었지만, 이 배가 유령선과 만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로 보였다.

  “컹!”

  또렷한 물범의 외침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저쪽도 사정 봐주지 않는 군요.”

  하누인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여기서 뭔가를 더 당하면 그야말로 치명타인데. 또 들이박으려는 건가…….”

  키리에의 답 아닌 답이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얘기했잖아. 여긴 해류를 통해 운항하는 곳이라고. 해류는 일정하게 흐르니까……. 바람이 없다면 답이 없는 게지.”

  “문제는 바람입니까?”

  “…범선에게야 문제는 늘 바람이지.”

  키리에에게서 최종적인 선고를 들은 하누인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갑판장이 뱃머리로부터 나는 듯이 선미루로 뛰어 왔다.

  “물범들이 포위하듯 엇갈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포위하듯?”

  “우리 배의 먼 앞바다에서 좌현 쪽의 물범들이 우현으로, 우현 쪽의 물범들이 좌현으로 이동하는 것이 목격되었습니다.”

  키리에가 당황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정말 포위하려는 것이군. 물범들은 저 뒤의 배를 끌고 있는 밧줄을 몸에 감고 있을 거야. 이대로 밧줄로 얽어 매 버리면 우리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갑판장이 얼어붙은 표정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장님?”

  갑판장의 질문에 대한 답은 키리에의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어떻게 하긴? 그 놈을 내 버려야지.”

  둥글게 파인 머리에 기다란 수염을 기른 배의 진짜 선장이 선장실에서 나와 선미루로 올라오고 있었다.

  “강운의 항해사라지? 누군지 몰라 뵈어 죄송하군.”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아니었다. 아마도 선장실에 있으면서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자신을 바다에 던지라고 말했던 키리에의 연설 아닌 연설을 들은 모양이었다.

  “답은 하나다! 그 놈이 지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답이 안 나온다 싶으면 자기를 바다에 쳐 넣으라고.”

  선장은 약간은 으스대는 표정으로 자신의 옛 부하들을 얼렀다. 아마도 아까 그 꼴불견을 보인 후 선장실에서 무언가 마음을 고쳐 먹고 나온 모양인데, 문제는 고친 방향이 아까보다 더 해로운 방향이었다는 점이었다.

  “야, 갑판장. 말해 봐. 누가 이 배의 선장이냐?”

  둘 사이에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던 갑판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말을 해 보라니까? 저 술이나 쳐 마시고 만날 벌겋게 취해가지고 다니는 저 이등급 항해사가 선장이냐, 아니면 이 내가 너희의 선장이냔 말이다.”

  선장의 시선이 번개처럼 일등 항해사에게로 쏘아졌다. 그 때였다.

  “……그러고 보니 술을 못 마셨군 그래.”

  선원들의 시선이 한 군데로 모였다. 하누인은 그 눈길들이 자신을 조금 비껴가는 것을 보고 일순 안도하면서도, 자신의 동료가 걱정되어 역시 시선을 그리로 줄 수밖에 없었다. 정작 그 눈길들을 모은 장본인은 여유가 흘러넘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선장의 꼴사나운 권력 싸움을 지켜보다가 본인의 본래 모습을 찾은 듯싶었다.

  “어쩐지 마음에 여유가 없더라니. 술을 마신지 너무 시간이 흘렀어. 조리장? 조리장 없나? 럼 한 사발만 가져 와 봐.”

  선장은 몹시 열받은 표정으로 키리에를 쏘아 보았다.

  “뭐냐? 정작 바다에 빠지려니 두려운 게냐?”

  “바다가 두려워서 뱃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고 뱃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키리에가 유명한 경구를 읊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위에 모인 뱃사람들을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약속을 지킨다. 더 이상 피하지 못할 상황이면 나 스스로 바다로 들어가 주마. 하지만 지금의 이 선택은 너희들이 해라. 선장실에 쳐 박혀 덜덜 떨고만 있던 너희의 진짜 선장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며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했던 이 이등 항해사 가운데 누구에게 너희의 운을 믿고 맡길 것인지.”

  “이 놈 완전히 미쳤구만. 미친 놈 상대로 해 봐야 소용없어. 갑판장! 일단 저 두 놈을 묶기부터 해!”

  선장의 외침에도 갑판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갑판장은 오직 일등 항해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일등 항해사는 지위로 볼 때 갑판장보다 아랫사람이다. 보통 배에는 선장 아래에 항해장, 갑판장, 포병장, 사무장, 조리장의 다섯 장이 있는데, 일등 항해사는 원칙상 항해장의 아래에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배의 경우 항해장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일등 항해사가 사실상 항해장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고, 다른 건 몰라도 항해와 관련해서는 그의 의견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일등 항해사는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좌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키리에의 옆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의 손에는 아무런 밧줄도 들려 있지 않았다. 일등 항해사는 키리에를 포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믿고 따르기 위해서 그의 옆으로 갔다.

  이어서 이등 항해사와 삼등 항해사가 키리에와 일등 항해사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 다음이 갑판장이었다. 선장이 그들을 향해 게거품을 물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조리장이 어디선가 찾은 럼 한 통을 들고 선미루에 나타났다.

  “이, 이 미친 놈들! 다 같이 죽자는 거냐? 십 수 년 함께 파도를 넘은 나를 버리고 이 뜨내기 똘아이 녀석에게 붙겠다는 거냐?”

  “당신이 하는 일이야 말로 다 같이 죽자는 것 아닙니까? 지금 배가 포위당하고 있는 마당에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아십니까?”

  선장을 향해 쏘아붙인 자는 이등 항해사였는데, 표현만 존댓말이었지 그 내용은 거의 타이르는 수준이었다.

  “너, 이항사, 이 쓰레기 같은 놈이!”

  혈압이 오르는 듯 한 손을 목 뒤로 가져가는 선장을 향하여 갑판장이 턱짓을 했다. 곧바로 건장한 선원 세 사람이 선장을 덮쳤다.

  “야, 이 버러지들아! 이제껏 먹여준 나를 두고 네들이 이런 식으로 하고 살아남을 줄 알아? 소라고둥항에 돌아가기만 하면…….”

  끌려 나가는 선장의 입에서는 온갖 저주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 저주에 동요하는 자는 없었다. 어느 편에 서야 할지는 명약관화하였으니까. 키리에는 그 사이 술통을 열어 술을 한 바가지 마시고는 주변의 동료들에게도 그 술을 권하고 있었다. 일 순배를 돌자 키리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마지막 한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자. 저 배가 꽁무니까지 붙으면 내가 그리로 건너가서 저 배의 불운이 이 배까지 닥치지 않도록 막아 버릴 테니.”

  선장의 문제가 해결되었어도 여전히 뒤를 쫓아오던 유령선은 이미 지척에 이르러 있었고, 물범들은 포위망을 완성하여 배를 나포하려는 찰나였다.

  “어쨌든 포위가 성공하면 안 돼. 방도가 없을까?”

  키리에는 항해사들 및 갑판장과 머리를 맞대었다. 하지만 좀처럼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적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의가 온 몸에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는데도.

  “이봐요, 키리에 씨. 아니, 선장님.”

  그 동안의 소동에도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던 하누인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바람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됩니까?”

  키리에가 의아한 얼굴로 하누인을 바라보았다.

  “…강한 바람이 있다면, 승부를 걸어볼만 하지.”

  “포위망도 뚫을 수 있겠습니까?”

  하누인이 재차 질문했다.

  “끈이 용골에 걸릴 수도 있겠지만, 역시 강한 바람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결해 볼 수 있는 일이야.”

  키리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사각돛을 내려 주십시오. 바람이 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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