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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23화. 가을이 오기 전에
작성일 : 17-07-26 10:44     조회 : 321     추천 : 1     분량 : 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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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같은 나무에 서리 내리니/성에는 어느 사이 익은 가을/마음은 임금 곁에 있으나/몸은 바닷가 이곳에 있네/상심한 눈물 막을 길 없고/한양을 떠난 시름을......』

 

 옥봉은 맥없이 붓을 내려놓았다. 윤씨가 다녀간 이후 그녀의 마음은 좀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제목을 짓고 마지막 시구만을 남겨둔다면 신후에게로 달려갈 수 있을 텐데. 그곳으로 가는 방법을 비로소 알게 됐음에도 갈팡질팡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아씨, 고할 것이 있습니다.”

 

 문 밖에서 정순의 목소리가 들렸다.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냐? 들어오너라.”

 

 정순이 문을 열자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근래 들어 수상한 일이 좀 있어서요.”

 “수상한 일이라니?”

 “지난번 마님 다녀가신 뒤로 말입니다. 밤마다 수상한 자들 몇이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듯해서요.”

 “정말이냐?”

 

 둑섬에 자리한 옥봉의 집 주변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나루터에 자리한 주막 하나를 제외하고는 인적조차 드문 곳이었다.

 

 “분명 마님이 다녀가신 후부터 그렇단 말이지?”

 “네.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어서 잘 압니다.”

 

 옥봉은 윤씨와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 옥봉을 믿겠노라 했던 그녀가 실은 의심을 풀지 못한 것일까.

 

 “아씨, 어떻게 할까요?”

 “일단은 두고 보자. 늦었으니 어서 자거라.”

 “네, 아씨.”

 

 그녀가 일어서려다 옥봉 앞에 놓인 종이를 곁눈질로 보았다.

 

 “아씨, 다시 시를 짓고 계셨네요.”

 “틈틈이 하고 있다.”

 “요즘 들어 완성 못 하신 시들이 많으신 듯합니다. 예전엔 단숨에 시 한 편을 완성하시곤 했는데요.”

 “내가 요즘 좀 그랬지?”

 

 단숨에 시 한 편을 완성하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거침없이 시를 완성하던 시절에는 가슴 속의 무언가를 쏟아내고픈 열망이 가득했다. 출가 전에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바램으로, 님을 잃은 후에는 그리움게 겨워 일필휘지로 써내려가곤 했었다.

 

 “그때의 내 모습이 그리운 것이냐?”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아씨 모습이 훨씬 더 편해 보입니다.”

 “그러냐?”

 

 시간을 달려 신후를 만나게 된 이후 옥봉의 가슴 속 응어리가 조금씩 엉성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견고한 실타래 같던 그것이 말랑말랑해지면서 옥봉의 마음도 한결 편안해지고 있었다.

 

 『한양을 떠난 시름을 감당하기 어렵구나/더불어 북극 바라보라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루라도 빨리 신후에게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려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어찌해야 할까. 어찌해야......’

 

 ***

 

 “옥봉씨 돌아간 지 얼마나 됐지?”

 “열흘.”

 “금방 오겠다고 했었지?”

 “응.”

 

 시무룩한 얼굴의 신후가 힘없이 대답했다. 재민은 시간여행의 단서를 잘못 짚은 게 아닌가 문득 걱정되었다.

 

 “그 방법이 아니었던 걸까?”

 “글쎄, 모르지.”

 “거의 확실했는데. 그거 말곤 다른 게 있을 리 없어.”

 

 신후는 옥봉이 두고 간 노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어린아이 같은 그녀의 필체에 피식 웃음이 났다.

 

 “정말 확실해. 우리가 알아낸 단서가 틀리진 않았어. 못 오는 게 아니라 안 오는 거야.”

 “안 오는 거라구?”

 “그, 그게 그러니까, 그곳에 좀 더 있어야 할 사정이 있을 거란 얘기지.”

 “그럴까?”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후는 점점 초조해졌다. 그녀가 이곳으로 올 수 있는 방법을 모르던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추사(秋思)』

 

 노트의 마지막 장에는 시의 제목인 듯한 단어 하나가 적혀 있었다.

 

 “‘추사’가 무슨 뜻이지?”

 “음, 보자. ‘가을 생각’이란 뜻이네.”

 

 그녀가 마지막으로 쓰려던 시의 제목이었을까. 조선의 하늘 아래서 그녀는 이 시를 쓰고 있을까.

 

 “거기서 이 시를 쓰고 있겠지?”

 

 재민도 같은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보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뭘 망설이고 있을까? 가족 때문에? 설마 조원 때문은 아니겠지?”

 “꼭 알아봐야 할 게 있다고 했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거겠지.”

 “옥봉씨 기다리다 형 쓰러질까 걱정돼서 그러지. 얼굴이 점점 퀭해지고 있는 거 알아?”

 

 ‘추사’라는 그녀의 필체 아래 신후도 단숨에 몇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서울을 떠난 아픔 감당하기 힘들어/함께 저 하늘 바라보라고......』

 

 신후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급히 기타를 집어 들었다. 가사는 어느새 멜로디를 타고 흘렀다. 가을이 오기 전에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강물이 사람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벤치에 나란히 앉은 소라가 한강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글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네.”

 

 신후와 소라의 시간 속에는 언제나 강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박한 다뉴브강, 고풍스런 블타바강, 미술관에서 바라보던 템스강, 캠퍼스의 아기자자기한 캠강까지.

 

 “강은 의심이 없기 때문이래.”

 “의심?”

 “어디로 가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고, 다른 곳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는 거야.”

 

 어디로 가는지 스스로 잘 안다는 것, 그리하여 다른 곳을 기웃대지 않는다는 것. 강이 갖는 소박하지만 위대한 속성이 아닐까.

 

 “우리 한창 만날 때 데이트 장소가 늘 강이었잖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강으로 달려가곤 했지. 그땐 왜 그랬을까 많이 생각해 봤어.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말야.”

 “그랬어?”

 “그땐 우리도 강과 비슷했을 거야. 서로에게 한 치의 의심도 없었잖아.”

 

 아침부터 수상스키며 웨이크보드를 탄 사람들이 강물 위를 간간이 지나갔다.

 

 “그 사람한테 고백은 했어?”

 “아직.”

 “나한테 제일 먼저 고백한 셈이네?”

 “그렇게 됐네.”

 

 그를 사랑했고, 그를 떠나보냈고, 다시는 그의 곁에 설 수 없음을 깨닫게 된 지금, 소라의 마음은 오히려 편안했다. 거센 풍랑이 어느새 잔잔한 강물이 되어 있었다.

 

 “오후 비행기로 출국해.”

 “오늘?”

 “응. 작별 인사하려고 온 거야.”

 “어디로 가?”

 “난 유럽이 좋아. 뭣보다 강이 많잖아.”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마주보고 웃었다.

 

 “여기저기 떠돌다 보면 답이 생기겠지.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딘지.”

 “항상 건강해.”

 “너두. 그 사람한테 얼른 고백해. 너무 늦으면 무슨 수를 써도 잘 안 되더라. 경험담인 거 알지?”

 

 쑥스러운 듯 그녀가 코를 찡긋거렸다.

 

 ***

 

 “영국 유학?”

 “응.”

 

 윤찬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주희야. 너무 뜬금없지 않니?”

 “왜? 공백기도 가질 겸 공부하러 갈 수도 있지.”

 “내년까지 촬영 스케줄도 꽉 차 있잖아. 회장님이랑은 얘기 된 거야?”

 “할아버진 걱정 마. 내 얘기라면 뭐든 들어주시잖아.”

 “그래도 널 멀리 보내고 싶어하진 않으실 텐데.”

 

 신후 때문만은 아니었다. 십대 시절부터 쉴 새 없이 앞만 보며 달렸다. 할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달렸다. 혹자는 남부러울 것 없는 금수저가 굳이 성실할 필요까지 있겠냐고도 했다.

 

 “데뷔 때부터 옆에 있었으니까 오빠도 잘 알잖아. 나 엄청 열심히 살았던 거.”

 “잘 알지. 너같이 지독한 금수저는 없을 거야.”

 “잠깐 쉬어가고 싶어. 이왕 쉬는 거 보람차게 쉬고 싶어.”

 

 보람차게 쉬기 위한 방법을 여러 가지로 고심해 보았다. 소라에게서 들은 얘기들도 참조가 됐다. 주희는 오직 한 가지 결론뿐이었다. ‘보람차게’ 신후의 곁에서 쉬어야겠다는. 신후가 복학하는 시기에 맞춰 그녀도 한국을 떠날 계획이었다.

 

 “설마 에단 때문은 아니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중요한 시간을 갖고 싶댔잖아. 제발 태클 좀 걸지 말아줘.”

 

 윤찬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그녀가 유학을 핑계로 공백기를 갖는다면 매니저인 자신의 이력에도 도움 될 게 없을 듯했다.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해야 했다. 아니면 그녀의 할아버지라도.

 

 “남자 하나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허비해도 되는 거야? 에단이 너한테 무슨 약속이라도 했어? 그런 거 아니면 에단은 그만 포기해.”

 “......”

 

 반박하지 않는 주희의 모습에 더 불안해졌다. 그녀가 어떤 식으로든 강행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정말? 왜?”

 

 윤찬의 말에 놀란 지범의 목소리가 카페를 가득 메웠다.

 

 “우리 신후 때문에?”

 “아마도.”

 “그건 아니지. 안 그래도 스캔들까지 난 마당에.”

 

 윤찬 역시 공감했다. 두 사람의 영국행은 스캔들을 부풀리기에 더없이 좋은 행보였다.

 

 “주희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일 년치 스케줄까지 다 취소하고 무조건 가겠단 거야.”

 “그건 정말 아니다.”

 

 지범과 윤찬은 대학 졸업 후 작은 신생 기획사에서 함께 매니저 일을 시작했다. 일종의 동기인 셈이라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지금도 서로에게 각별했다.

 

 “실은 더 큰 문제가 있어.”

 “뭔데?”

 “회장님 특별 지시가 있었거든. 유일한 피붙이라 항상 가까이 두고 싶어하셔. 나 주희 못 잡으면 그 날로 계약 해지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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