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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운을 거머쥔 자
작가 : 신책
작품등록일 : 2017.7.25

지옥에 떨어져도 살아 돌아올 행운을 가진 한 사람. 그 행운이 필요한 자, 그에게 오라.

 
1. 강운의 항해사 2) 바다로 나서다 ⑤
작성일 : 17-07-26 07:51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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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하누인은 반사적으로 긴장하며 문을 쏘아 보았다.

  ‘찾아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망망대해 한 가운데 떠가는 배로 누군가가 찾아들 가능성은 전무했다.

  ‘내가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는 건가?’

  그런 하누인의 곁눈으로 별다른 안색의 변화가 없는 키리에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하누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시죠?”

  바깥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을 모시는 선장입니다.”

  하누인이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선장이 찾아올 까닭도 딱히 기억나는 게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누군지는 밝히면서 굳이 사유를 밝히지 않는 선장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키리에에게 눈길을 준 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소맷자락에 힘을 주면서였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턱수염을 과하게 기른 한 뱃사람이 손에 웬 바구니를 들고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선장님?”

  “선물을 좀 가져 왔습니다.”

  어울리지 않게 수줍게 내미는 바구니 안쪽으로 몇 개의 병과 큼지막한 수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게 웬…….”

  주는 거니 받아는 들지만 도무지 어안이 벙벙한 하누인에게, 선장이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제가 드리는 게 아니고, 누가 부탁한 겁니다.”

  “부탁이요?”

  더욱 황당한 이야기였다.

  “여기 명함이 있습니다. 분명히 전해 드린 겁니다.”

  선장은 이 어울리지 않는 임무에서 제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눈빛을 강렬히 드러내며 하누인의 손아귀에 명함 한 장을 구겨 건넸다. 그리고 하누인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사이 거의 빛의 속도로 복도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오, 대체 그게 뭐래?”

  키리에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하누인을 향해 물었다. 하누인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손 안의 명함을 들여다보며 자리로 돌아왔다.

  “키리에씨가 좋아하는 것이죠.”

  “술?”

  외친 것이 먼저인지 낚아 챈 게 먼저인지 모를 속도로 그는 술병을 급히 손에 들었다.

  “호오? 바람봉 기슭에서 난 480년 산 와인이군. 이 근방에서 구할 수 있는 중 가장 좋은 와인인데 말이야…….”

  말하던 와중에 그는 급히 어금니로 와인병 마개를 뽑아냈다. ‘퉷’하고 코르크를 뱉어낸 뒤 그는 예의 바르게 한 잔을 따라 하누인 앞으로 밀어 놓았다.

  “이 계절에 이 동네에서 수박 구하기도 보통 일은 아니었을 텐데……. 어라? 오징어도 있잖아?”

  뱃사람은 반색을 하며 오징어를 가져다가 세로로 길게 뜯어냈다.

  “누가 보낸 건가?”

  그렇게 키리에가 물은 것은 한참이나 오징어를 씹다가, 여전히 명함을 들여다보고 있는 하누인을 발견하고 나서였다.

  “일찍도 물어보십니다, 그려.”

  하누인은 피식 웃으며 명함을 그에게 건네었다.

  “…빌켄?”

  이번엔 뱃사람도 좀 놀란 듯싶었다.

  “이 친구가 어떻게 알고 이걸 보낸 거야?”

  “내달리는 배를 따라올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하누인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그렇담,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는 얘기군.”

  “어디에서 말입니까?”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하누인은 무슨 뜻이냐고 묻는 대신 장소에 대해 질문했다.

  “글쎄. 부두에서? 아니면 우릴 미행한 게 빌켄일까?”

  “우리가 배를 타고 가기로 결정한 것은 참게 고둥 시장에서였습니다. 그리고 미행자를 따돌리기 위해 열심히 달리기도 했구요.”

  “부두에서 우릴 기다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군.”

  “설마 소라고둥항 모든 곳에 이런 바구니를 가져다 두진 않았겠지요.”

  하누인의 말에 키리에가 피식 웃었다.

  “생각해 보면, 주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

  “무슨 말씀이시지요?”

  “어차피 소라고둥항에서 밖으로 나가려면 통과해야 할 곳은 두 곳 뿐이라는 얘기지.”

  “아하.”

  하누인은 그제야 키리에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관문과 부두 두 곳이군요.”

  키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치가 부자라면 이런 바구니 두 개 정도 준비하는 거야 일도 아니었겠지. 그리고 명함을 보니 부자가 맞구만.”

  “명함에 그런 게 적혀 있던가요?”

  고개를 갸웃하는 하누인에게 키리에가 명함을 밀어 주었다.

  “거기, 이름 아래로 아시르 상회라고 작게 적혀 있지 않나? 그 친구 이름만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아시르 상회는 소라고둥항에서 아주 큰 상회야. 거기 주인이거나 가족이라면 이 정도 준비하는 것쯤이야.”

  “거 참. 부자인줄은 몰랐군요. 그런 줄 알았으면 진작 아시르 상회에서 장을 볼 걸 그랬습니다.”

  하누인의 말에 키리에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미행이 누구였는지 확인된 게 아니니 마음 놓지 말게.”

  “…그렇게 바구니를 비우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영 신뢰가 안 갑니다.”

  도무지 자르기 어려운 수박 하나를 남기고, 바구니의 과일들과 건포들은 거의 형체를 찾을 수 없게 되어 가고 있었다.

  “음, 독약은 없는 것 같군.”

  낄낄거리는 키리에를 보며 하누인도 씨익 웃었다. 그리곤 자신의 몫인 와인 잔을 들어 올려 입에 가져다 대었다. 마시기에 앞서 향을 맡고, 잠시 음미하다가 한 모금을 혀 위로 넘겼다. 알싸한 와인의 향취가 온 몸을 사로잡았다.

  정작 그 와인의 질을 감별한 키리에는 뱃사람답게 병째 와인을 들이키는 중이었다. 그렇게 마셔서야 와인의 향이고 맛이고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상황이었지만 하누인은 그를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키리에는 이미 와인의 맛을 못 느낄 정도로 취해 있었던 것이다.

  “더 취하시기 전에 얘기나 마저 해 주세요.”

  “얘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던 키리에가 시간이 꽤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하나만 더 듣겠다던 이야기 말이로군.”

  “예, 그거 말입니다.”

  뱃사람은 곧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은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누인의 시선도 그를 따랐다.

  동그란 창문틀 너머로 밤바다가 고즈넉하니 펼쳐져 있었다. 요요로운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눈 덮인 해안가가 멀찌감치 보였다. 낮에는 새 몇 마리가 돛대 주변을 맴돌기라도 했지만, 밤이 되자 그네들도 어딘가로 날아가고 없었다.

  “한참 뛰던 걸 생각해보면 참 지나칠 정도로 고요하군.”

  약간 의외의 이야기였지만 하누인은 그에 동의했다. 그런 분위기에 잠길 만큼 고요한 사위였다.

  “그러게요. 바람이 너무 없는 것 아닌가 싶어 걱정마저 되는 군요.”

  “바람? 바람이 왜?”

  하누인은 술에 얼큰히 취한 채 한가한 소리를 하는 항해사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우리가 탄 이 배는 범선 아닙니까? 바람이 있어야 배도 움직이지요.”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지었던 키리에가 곧 입가에 웃음을 띠며 와인을 마셨다.

  “들어올 때 돛 접은 것 봤을 텐데…….”

  “아, 그랬던가요?”

  고개를 갸웃하는 하누인을 못 본 척, 시선을 와인병에 둔 채로 키리에가 말을 이었다.

  “여긴 해류가 아주 센 지역이야. 바람이고 돛이고 필요없다네. 며칠 밤만 푹 자면 목적지 근처에 자동으로 도착해 있을 거야.”

  말끝에 키리에는 하누인을 바라보았고, 하누인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한심하게 쳐다 보지 말라구요.”

  감히 항해사 앞에서 주름잡은 꼴이 된 것이었다. 그것도 운빨 가득 장전한 일등 항해사 앞에서.

  하누인이 자조 섞인 말투로 그 말을 하자 키리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 일등이 그 일등이 아니야.”

  “예?”

  “일등 항해사의 일등이 가장 뛰어나다는 뜻의 일등이 아니라는 얘기야.”

  그런 줄로만 알았던 하누인이 의아한 눈으로 키리에를 바라보았다.

  “항해사라는 건 일종의 면허야. 배를 몰 수 있는 운전면허 같은 거지. 일등, 이등, 삼등 하는 건 단지 누가 어느 시간에 배를 몰 것인지 편의상 구분해 놓은 것뿐이지 직급 같은 게 아니야. 나 역시 지난 항해에서 일등 항해사이긴 했지만 실력은 셋 중 가운데였지.”

  지난 항해라면 폭풍우 속에서 홀로 살아 돌아 온 그 항해를 말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폭풍이었다지요?”

  하누인이 슬쩍 그 이야기를 꺼내었다.

  “엄청난 정도가 아니었지. 그런 파도는 평생 본 적이 없었어. 돛대보다도 한참 높은 곳까지 파도가 들이쳤지.”

  뱃사람의 눈은 왠지 좀 뿌옇게 변해 있었다. 항해의 기억을 더듬는 모양이었다. 축 쳐진 듯한 어깨의 선이 왠지 처연해 보였다. 그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자 하누인이 대신 말을 이었다. 아니, 이었다기 보다는 화제를 돌렸다는 게 더 정확했다.

  “엄청난 폭풍이라면 그 전에도 한 번 경험해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하누인에게로 향한 키리에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의 말로 인해 상념에서 빠져 나온 듯싶었다.

  “아, 그 폭풍우를 알고 있었군?”

  “예전에 한 번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참, 그래, 미친 듯한 폭풍이었지.”

  키리에의 말에 하누인이 웃으며 답했다.

  “결과가 긍정적이었다는 점만 빼고 말입니다.”

  “응, 그래. 긍정적으로 미친 폭풍이었어.”

  살짝 미소를 지으며 키리에가 긍정했다.

  “듣긴 들었습니다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는 듣지 못해서요.”

  “어서 이야기를 하란 말이로군.”

  미간을 찌푸렸던 키리에가 잠시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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