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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운을 거머쥔 자
작가 : 신책
작품등록일 : 2017.7.25

지옥에 떨어져도 살아 돌아올 행운을 가진 한 사람. 그 행운이 필요한 자, 그에게 오라.

 
1. 강운의 항해사 2) 바다로 나서다 ③
작성일 : 17-07-26 01:10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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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군데 더 들려야 돼. 그 다음엔 미행을 따돌리러 좀 뛰어 봐야겠지?”

  “또 미행자가 생겼습니까?”

  하누인이 다급히 물었다. 입 안의 고기를 퉤하고 뱉으면서였다.

  “모르겠어. 하지만 한 군데 오래 있으면 결국엔 들킬 확률이 높을 테니까.”

  키리에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 어느새 계단처럼 변한 골목을 뛰듯이 오르다가, 그는 한 좁은 구석으로 하누인을 인도했다.

  “그건 그렇고, 우리 목적지는 어디야?”

  막다른 길인 줄 알았던 곳에는 벽화로 숨겨진 작은 문이 있었다. 키리에는 그 문의 이곳저곳을 만지며 무언가를 찾다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뭐 일단은 초록해안항으로 갈 겁니다.”

  “초록해안항?”

  키리에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어왔다. 미행자를 염려해서인지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속에는 웃음이 감춰져 있었다.

  “초록해안항이면 대륙 반대편인데, ‘일단’이라고 말하니 우습구만.”

  찰칵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키리에는 하누인을 향해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 문 안 쪽은 비밀스럽게 생긴 또 다른 골목이었다. 앞서 발을 디딘 하누인의 등에다 대고 키리에가 다시 질문했다.

  “거기까진 어떻게 갈 거야?”

  “…별 생각 없는데요.”

  등 뒤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누인은 그 웃음소리를 듣다가 곧 계획을 덧붙였다.

  “일단은 소라고둥항에 들어온 방법을 반대로 해서 나가 보려구요. 고둥 능선 열차를 타고 올라가서 관문을 통과해야겠지요.”

  “위험한 발상이군.”

  “예?”

  대단히 자신 있는 견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우스꽝스럽지도 않은 작전이라 여기고 있었기에, 하누인은 키리에의 반응에 불끈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키리에는 여전히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미행자가 자네를 쫓아온 사람이라면, 자네가 들어온 길을 거슬러 나가는 것은 그닥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지. 미행자는 자네가 갈 길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이미 예측해 놓고 어딘가 함정 같은 것을 마련했을 지도 몰라.”

  하누인은 치솟았던 화가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키리에는 굉장히 냉정한 판단력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관문을 통과한 다음에 우리가 지나야 할 여정이야. 소라고둥항 관문을 통과하면 갈 수 있는 길은 딱 하나야. 도롱시를 향해 가는 거지. 도롱시에서 해골사막 외곽을 따라 걷다 보면 샛강 평야가 나오게 돼. 그 다음에 거기서 산길 하나를 택해 산맥을 넘거나 아니면 산맥을 우회해서 슬픔의 사막으로 들어가야 하지. 아마 자네가 소라고둥항에 찾아왔던 길도 이 길 중 하나였겠지.”

  “맞습니다. 그런데 그 길의 문제란 건 뭔가요?”

  키리에가 잠시 말을 멈추고 한 벽에 멈추어 서서 또 다시 감추어진 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어디를 찾아가는 건가요?”

  멀뚱히 서 있던 하누인이 불쑥 덧붙인 질문이었다. 키리에는 계속 벽 한 구석을 두드리면서 하누인을 바라보지도 않고 대답을 건넸다.

  “이 문은 아주 기능적인 문이야. 두드리지 않으면 여는 방법을 찾을 수 없지. 그러니 아무도 몰래 이 문을 통과할 수 없다는 얘기야. 두드리는 자의 손짓을 들으면 그 자가 누구인지까지도 심지어 알 수 있지. 대단히 똑똑한 사람들이 안에 살고 있거든.”

  하누인의 두 질문과는 자못 동떨어진 대답이었다. 하지만 키리에는 하누인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로 문을 여는 일에 열중했다. 골목에는 아무런 사람도 지나다니지 않고 있었다. 시장 거리에 어울리지 않을 만치 조용한 비밀 통로였다.

  하누인이 두리번거리는 사이, 아까보다 조금 큰 철커덕 소리와 함께 마침내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 문이 미처 다 열리기도 전에 안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활짝 열린 문 너머에 서 있는 사람은 몹시 덩치가 크고 머리가 절반 정도 벗겨진 장년의 사내였다.

  “잘 오셨소, 키리에. 찾는 물건은?”

  ‘봤지?’하는 표정으로 하누인을 향해 어깨를 들썩해 보인 키리에는 앞의 사내에게 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안에 들어가서 얘기할 거야.”

  “그럼 들어오시오.”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며 장년의 사내는 거대한 손을 들어 문을 닫았다.

  “지상? 지하?”

  “지하.”

  짤막하게 대화를 주고받은 뒤, 장년 사내는 두 사람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지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계단을 오르며 하누인이 속삭이듯 물었다.

  “소라고둥항엔 지하가 없어. 모든 건물은 바위 위에 지어지지. 바위는 무엇으로 파도 팔 수 없으니까.”

  “그럼 왜 지하라고 한 겁니까?”

  “뭐, 일종의 암호랄까. 지하라는 건 실은 옥상이지. 바위 위로 건물들이 층층이 쌓여 있으니까, 이 건물의 옥상은 어떤 의미로는 뒤 건물의 지하라고 할 수 있거든. 옥상에서 구해야 할 게 좀 있어. 꽤 비싸지만, 돈은 충분하겠지?”

  키리에는 마치 맡겨 놓은 자기 돈을 쓰는 양 그렇게 물어왔다. 하누인이 어깨를 으쓱하자 키리에는 작은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돈을 많이 모아 봤자 인생이 뭐 있나? 잘 쓸 줄 아는 사람이 돈을 지배하는 사람인 거야.”

  “좋은 철학입니다만, 잘 쓰려면 일단 잘 모아 놔야겠지요.”

  “에이, 고지식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둔할 줄은 몰랐군.”

  “예?”

  “돈을 모은다고 모이던가? 모아진다고 충분하던가? 돈은 언제나 부족한 놈이야. 돈이 부족하다 여기면서 어떻게 잘 쓸 수 있단 말이지? 그럴 바에는 모으는 거 생각 안 하고 그냥 쓰면 되는 거야. 나처럼 말이야,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내 돈 뿐만 아니라 남의 돈도 내 돈처럼 쓸 줄 알게 된다구.”

  멋지게 설교를 마무리한 키리에였지만 그 설교는 단지 잠자고 있던 하누인의 콧털을 뽑았을 뿐이었다.

  “지금 말씀하신 남의 돈이라는 게 제 돈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경지에 아직 이르지 못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렇지 않아. 마음껏 쓰라구. 쓰라고 있는 돈이니까 말이야.”

  “술 취했어요? 제 돈 쓰는 일에 대해 왜 키리에 씨가 통 크게 허락을 하는 겁니까? 그것도 주인인 저한테…….”

  하누인의 분노의 반론은 언제나 타이밍을 잘못 맞추는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었다. 말을 마무리짓기도 전에 목적지인 옥상에 도착하는 바람에 하누인은 다시 자신의 분노를 갈무리하여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잘 왔소, 키리에. 뭐가 필요하신지?”

  어둑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에 나오게 돼 잠시 눈을 비비던 하누인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마침내 말을 건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살필 수 있게 되었다. 허리가 구부정하게 굽은 나이 많은 노인이었다. 소라고둥항의 매서운 겨울 날씨를 이기기 위해 두터운 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었고, 머리에는 벙거지 비슷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늘 쓰던 것하고 늘 먹던 것, 그리고 멀리 갈 때 필요한 것 하나 주게.”

  하누인은 키리에가 노인에게 하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키리에를 바라보았다. 하누인에게 초면부터 반말을 쓴 것이야 하누인이 키리에보다 젊어 보였기 때문이라손 치더라도, 눈앞의 노인은 누가 보더라도 일흔은 훌쩍 넘긴 것으로 보일 정도로 허리가 굽어 있었던 것이다. 한데 재미있는 것은 노인이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는 점이었다.

  “돈은 충분하십니까?”

  “여기, 이 사람이 내줄 거네.”

  키리에의 턱짓을 받고 하누인은 주섬주섬 허리춤을 뒤지며 앞으로 몇 발짝 걸어 나왔다. 왠지 점점 키리에의 시종이 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으면서였다. 대화를 들어본 즉 적은 돈으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기에, 하누인은 돈주머니를 잘 뒤져 숨겨 두었던 금화를 꺼내었다.

  “부족합니다.”

  노인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금화 한 닢이 부족하다구요? 대체 무슨 물건이길래…….”

  하누인의 외침은 키리에의 목소리에 막혔다.

  “어두운 동네 물건은 거기 끼어들 자신이 있을 때에만 궁금해 할 수 있다는 말 못 들어보았나?”

  “들어본 적은 없으나 저는 끼어들 자신이 있습니다.”

  하누인이 호기롭게 외쳤다.

  “자신감이 있는 것은 좋네만, 어둠의 동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이번엔 하누인의 말문이 막혔다. 실제로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격은 얼마인가?”

  “늘 주던 대로 주십시오.”

  “그럼 세 닢이면 되겠지. 금화 세 닢 가지고 있나?”

  마지막 말은 하누인을 향한 것이었기에 하누인은 재차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금 키리에의 종자가 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였다.

  “거스름돈을 드리지요. 물건은 어디에서 받으시겠습니까?”

  “여기서 주게.”

  노인은 고개를 끄덕인 후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작은 목갑 하나와 검게 칠한 패랭이갓 하나, 촘촘히 싸매어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길쭉한 막대기같은 물건을 가지고서였다.

  그러고 나서 노인은 하누인에게 꼼꼼하게 거스름돈을 주었다. 은전 세 닢과 동전 다섯 닢이었다. 그 사이 키리에는 물건을 챙겨서 그것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제 가방에 넣으시지요.”

  하누인의 말에 키리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갑을 건네었다. 패랭이갓은 머리 위에 얹고, 포장된 막대기는 손에 든 채였다.

  “거 참 꾸역꾸역 잘 들어가는구만.”

  식료품을 집어 삼키고도 다시 목갑을 먹어 치우는 뱃통 넓은 하누인의 배낭에 경의를 표하며, 키리에는 노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었다.

  “그만 가 보리다.”

  “살펴 가십시오.”

  여전히 뒤에 서 있던 장년의 거한이 그들을 도로 안내했다. 그 뒤를 따라 계단을 걸어 내려가며, 키리에는 하누인에게 소곤거렸다.

  “시장통으로 나가면 뛸 준비를 하게.”

  “미행자를 따돌릴 겁니까?”

  “그렇지.”

  키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뛸 참입니까?”

  아까 하누인의 계획을 키리에가 비판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키리에는 잠시 말이 없다가 건물을 빠져 나온 뒤에야 입을 열었다.

  “초록해안항으로 갈 거라면 배를 타야지.”

  인적이 없는 숨겨진 골목을 걸으며 하누인이 답했다.

  “망자의 소용돌이가 있어 넘어갈 수 없을 텐데요.”

  “음. 거기까지 갈 건 없구. 잘난 이들이 모여 사는 항구로 들어가면 되지.”

  “참잘난항 말이군요.”

  “맞아.”

  하누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리로 가는 게 나을까요?”

  키리에가 씨익 웃었다.

  “기왕 항해사를 데려가는 김에 좀 믿어보지 그러나?”

  “항해사야 당연히 자기 앞마당인 바다로 나가자 할 것 같으니 말입니다.”

  “내 말을 들어. 바다로 나가면 미행자들도 못 따라 붙을 거야.”

  한참 말없이 걷던 하누인이 키리에에게 동의했다.

  “운 좋은 항해사의 말을 한 번 따라 보지요.”

  “잘 생각했군 그래.”

  어느덧 골목의 마지막 부분이 보였다. 흐릿한 문의 모습과 함께였다.

  “준비 됐나?”

  “물론입니다.”

  키리에가 문의 한쪽 구석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럼 뛰자구!”

  두 사람은 번개처럼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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