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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49일,
작가 : 에스뗄
작품등록일 : 2017.7.20

평탄한 성공 가도를 걷다 한 순간에 실패자로 전락한 승완. 삶을 포기한 그녀 앞에 홀연히 나타나 자신을 악마라 칭하는 남자. 그런데 이 남자, 망자를 앞에 두고 엉뚱한 말만 한다. "새 인생은 즐겨. 날 유혹하는 건 대환영이고." 49일간 같은 이름의 전혀 다른 인물이 된 그녀. 게다가 전생의 인물들까지 엮여버린 상황에서 승완은 자신과 관련된 무서운 비밀을 발견하는데... (autor_ester@naver.com)

 
009. 이건 내가 한 거니까 무효
작성일 : 17-07-26 01:07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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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TI 전자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대기업으로, 서울 본사의 상근 직원만 1,500명이 넘었다.

  혁신을 기치로 내세운 기업답게 각 층의 복도는 최신식 전자등이 채광량, 사람의 유무에 따라 조도를 조절했다.

  나른한 오후, 13층 복도에서 휴식을 취하던 LED 조명이 빠른 속도로 켜졌다.

  분주한 조명이 비친 뒤에는 급한 구둣발 소리가 따랐다. 구두의 주인은 중간중간 삐끗, 소리를 내며 비틀댔지만 달음박질을 멈추진 않았다.

  탕-

 

 "하아, 하아..."

 

  승완은 중앙 휴게실 옆에 자리한 창고 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조명이 켜짐과 동시에 도르르, 눈을 굴린 그녀는 숨을 채 가다듬기도 전에 한곳으로 튕기듯 달려갔다.

 

 "어디... 어디 있지?"

 

  제 몸통만 한 쓰레기통을 향해 몸을 굽히고 안을 헤집는 승완의 손길이 필사적이었다.

  먹다 버린 과자 부스러기가 치마 위에 떨어지고, 구겨진 종이컵에 고여있던 커핏물이 흘러 그녀의 소매를 적셨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은 3개 부서, 10개 팀이 위치한 13층에서 하루 동안 배출한 쓰레기가 최종적으로 모이는 곳.

  80명이 넘는 인원이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그녀가 찾는 물건이 쉽게 나올 리 없었다.

 

 '에구, 그게 네 거였어?'

 '난 또 너무 더러워서 걸레인 줄 알았지, 뭐야.'

 

  제 팔뚝에 고개를 처박은 종이컵을 집어 던지는 승완의 눈앞에 흐릿한 영상 하나가 펼쳐졌다.

  화질이 좋지 않은 영상치고 음향은 뛰어나다 못해 사람이 바로 앞에서 떠드는 듯 생생했다.

 

 '그러고 보니 그거 수행평가 아냐?"

 '에이, 설마. 그 걸레가?'

 

  교복을 입고, 수행평가를 언급하는 걸로 봐서 승완의 앞에 선 이들은 학생이었다.

  그들의 차림새는 승완과 판이했다. 숨을 쉴 수는 있을까 싶을 만큼 좁은 셔츠와 속옷이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가 그랬다.

  피부를 화사하게 밝히는 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유행하는 스타일로 정리했지만 그녀들은 기껏해야 열일곱, 열여덟 정도였다.

  핏기 없는 승완과 달리 대체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그녀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어디에 버렸는데?'

 

  그들에게 묻는 승완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어차피 알게 모르게 따돌림을 당했던 그녀였으니 이 정도는 각오했던 일이다.

  그러니 이 아이들이 원하는 표정을 짓고, 기대하는 목소리를 들려줄 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다.

  문제는 10분 뒤에 수행평가를 위해 만든 필통을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소각장.'

 

  딸기 맛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뱅글뱅글 돌리던 아이가 달콤한 입안과 정반대의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승완은 손을 들어 코를 막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저를 향한 미소에서 생선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혹은 피비린내거나.

 

 '거기선 네 그 뻣뻣한 허리를 잔뜩 굽혀야 할 텐데 어쩌니?'

 '잘 다녀와.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겠네.'

 '화이팅!'

 

  꺄르르, 쏟아지는 색공처럼 밝은 웃음을 쏟아낸 아이들은 어깨동무하고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2,000명에 가까운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의 소각장은 실로 거대했다.

  쓰레기를 버리러만 와봤지, 무언가를 찾으러 온 건 처음이었기에 승완의 입에서는 막막한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승완은 어쩔 수 없이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제 허리에 닿는 철문을 뛰어넘었다.

 

 '... 없어.'

 

  쓰레기 더미 위에 무릎을 꿇은 승완의 이마에서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쨍한 햇볕이 교복 셔츠를 태워버릴 듯 내리쬐는 초여름이었다.

  소각장은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마다 비워지는데 그날은 하필 목요일이었다. 쓰레기 사이를 뒤지고 또 뒤져도 그녀의 빨간색 필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승완은 새까매진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

  때마침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왁자지껄, 승완의 귀에 얼핏 들려오던 소란도 잠잠해졌다.

  승완의 손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눈앞의 수학 문제집 하나를 집어 던졌다.

 

 '찾았다!'

 

  문제집이 있던 자리에서 익숙한 색의 천 필통이 눈에 띄었다. 그녀가 지난 한 달간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든 필통이었다.

  하지만 필통은 더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참히 짓밟혀 신발 자국이 남았고, 가위에 뜯겨 실밥이 다 터졌다.

  무엇보다 십자수로 수놓은 하얀 백조는 날개가 다 뜯겨 더는 날 수 없게 되었다.

 

 '......'

 

  승완은 천천히 몸을 세워 쓰레기를 헤치고 철문을 넘었다. 그녀의 목적지는 교실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 필통은 수행평가에 제출할 수 없다. 그러니 수업에 들어갈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교실로 돌아가는 대신 소각장 옆에 위치한 야외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대로 가장 안쪽 칸에 들어가 미끄러지듯 주저 앉았다. 아이들의 말대로 필통은 넝마가 되어 있었다.

 

 '바보.'

 

  승완은 쓰디쓴 조소를 입에 올렸다.

 

 '불합리에 따지지도 못하는 백승완.'

 

  그녀는 자신에게 꿀밤을 먹이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유일하게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필통 지퍼를 무심한 표정으로 열었을 뿐이다.

  안에는 필통 제작을 위한 바느질 세트와 커터칼이 들어있었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제 속을 꺼내 보인 칼이 꼭대기에 달린 창으로 들어온 햇살을 갈랐다.

 

 '예쁘네.'

 

  그 모습이 승완의 눈에는 퍽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파편이 되어 부서진 햇살처럼 그녀도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노란 커터칼은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 위에 날을 세웠다.

  그날은 승완의 손목에 첫 번째 선이 그려진 날이었다.

 

 "뭐하는 거야?"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이는 승완의 뒤에서 조금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승완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의 정신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백승완."

 

  커다란 손이 강한 힘으로 승완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어깨가 돌아가는 순간에도 승완의 눈은 쓰레기통에 향했고, 그녀의 손은 안을 헤집었다.

 

 "승완아, 나 봐."

 

  한층 낮아진 목소리가 승완의 귀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그제야 고개를 든 승완의 망막에 이준의 모습이 맺혔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승완의 목과 어깨가 이어진 부근을 어루만졌다. 그녀를 향한 눈빛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착하지?"

 "찾아... 찾아야 해."

 

  승완의 고동색 눈동자가 자잘하게 떨렸다.

  파르르 떠는 그녀의 속눈썹 위로 이준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얇은 눈꺼풀 위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어둠이 내려앉은 세상 너머에서 승완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 한숨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릴 만큼 이성적이지 못했다.

 

 "뭘 찾는데?"

 "만년필. 초록색, 초록색 만년필."

 

  이준의 손길과 입맞춤에는 마력이 깃들었던 모양이다.

  승완은 제 몸의 떨림이 차츰 잦아드는 걸 느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고 있던 것이다.

  동시에 모든 피를 뿜어낼 듯 격하게 달리던 심장도 그의 손길을 따라 안정을 되찾았다.

 

 "저리 가서 기다려."

 

  강한 힘이 승완을 가뿐히 일으켜 세웠다. 승완이 눈을 깜빡이는 사이,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상자 위에 앉혀졌다.

  살포시 미소 지으며 그녀의 뺨을 쓰다듬은 이준이 소매를 걷더니, 조금 전까지 승완이 뒤지던 쓰레기통 앞에 무릎을 굽혔다.

 

 "뭐하는 거야?"

 "네 옷이 더러워지면 안 되니까."

 "그래도 왜 네가..."

 "소중한 물건이잖아."

 

  낮게 깔린 이준의 목소리가 창고 안을 울렸다.

 

 "그럼 찾아야지."

 

  승완에게 등을 돌린 채로, 이준은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완은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단단한 선을 그린 어깨와 거기서 넓은 각을 그리며 떨어지는 강인한 팔, 그녀쯤은 너끈히 업을 수 있을 것 같은 너른 등이 하얗게 빛났다.

  승완은 저도 모르게 홀린 듯 걸어가 그의 옆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거야."

 

  그의 등은 아주 오래전, 그녀가 어렸을 적에 자주 보았던 아버지의 뒷모습과 겹쳤다.

  그래서였나보다. 생각도 하지 않았던 말이 그녀의 입 밖으로 불쑥 튀어나온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준이 손을 멈추고 승완을 쳐다봤다.

  승완은 그의 눈빛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제 앞에 어질러진 물건들을 자루에 담으며 말했다.

 

 "평생 칭찬 한 번 안 하시던 분이 입사 축하한다고 사주시더라."

 

  이준도 그녀처럼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귀는 승완을 향해 열려 있었다. 그녀가 편히 말할 수 있도록 한 배려였다.

 

 "중요한 일을 할 때는 꼭 그 만년펜을 썼어."

 "......"

 "그럼 꼭 아버지가 뒤에 계시는 듯해서 든든했거든."

 

  이제는 다 소용없는 짓이지만.

  그러고 보니, 그 부질없는 짓을 위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승완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왜?

 

 "착한 딸이네."

 

  승완이 즐겨 입었던 분홍빛 실크처럼 부드러운 목소리가 날아와 승완의 귀에 착 감겼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하셨겠어."

 "나를?"

 

  승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버지가 그녀를 자랑스러워 하셨을 거라고?

  이준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그녀의 물음에 간단히 답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아래를 향해 있었다.

 

 "그럴 리가."

 "맞을 걸."

 "그런 말씀은 단 한 번도..."

 "아버지란 존재들이 다 그렇지."

 

  아래로 내리깐 이준의 속눈썹은 제법 풍성했다. 그 안에 담긴 눈동자는 오묘한 색을 띠었다.

  검은색도, 보라색도 아닌 그 오묘한 빛깔의 눈동자는 신비로운 힘을 지닌 원석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준의 눈을 본 승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멈추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속마음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과 다르게 엉뚱한 말만 내뱉지. 그러다 나중에서야 땅을 치고 후회하는 거야."

 "......"

 "조금만 더 바라볼걸. 조금만 더 웃어줄걸. 조금만 더 함께할걸..."

 

  한 마디, 한 마디를 더할수록 이준의 손이 급격히 느려졌다.

 

 "그런 존재야. 아버지란 인간들은."

 

  고개를 돌려 승완을 마주 본 이준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어렸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아픈 미소였다.

 

 "네 아버지도 그런 마음일 거야. 분명히."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승완의 질문에 피식, 웃음을 흘린 이준이 그녀에게 눈을 마주쳤다.

  승완은 움찔, 하고 몸을 뒤로 물릴 뻔했다.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한 것이다.

 

 "내가 누군지 잊었어?"

 

  승완은 이 눈빛을 알고 있다.

  심장을 베어버릴 듯 날카로운 그의 보랏빛 눈동자와 입가에 매달린 당당함을 넘어 오만하기까지 한 미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쿵, 하고 육체가 커다란 진동에 휩싸이자 승완의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렸다.

 

 "찾았다."

 "......"

 "이거 맞지?"

 

  이준이 초록색 물체를 눈앞까지 가져와 흔들고 나서야 승완은 정신을 차렸다.

  이준의 손에 들린 물체를 알아본 그녀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고마워."

 

  이준으로부터 건네받은 펜을 가슴에 가져다 대고 눈을 감자, 뺨을 타고 뜨거운 물방울 하나가 긴 선을 그렸다.

  생전에는 이 작은 만년필 하나가 이렇게 소중한 물건인 줄은 몰랐다.

  두렵기만 했던 아버지란 존재가 그녀에게 이렇게나 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말로만?"

 

  한층 가까워진 이준의 목소리에 눈을 뜨자,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그가 손가락으로 제 뺨을 톡톡 두드렸다.

  이미 수차례 경험한바, 그 손짓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승완이 아니었다.

 

 "야!"

 

  빽, 하고 소리치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잠시나마 감성적이었던 자신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러자 이준이 단박에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어라, 안 해줄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해?"

 "칫."

 

  작게 혀를 찬 이준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승완의 눈이 커졌다.

 

 "아아, 이를 어쩌나. 옷도 구겨지고. 손도 지저분해졌네."

 "......"

 "기껏 몸을 버려가며 도와준 인간은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것 같고."

 

  그것은 일종의 데모였다. 승완의 감성을 자극하는 수법을 이용한.

  게다가 그의 전략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대리 체면에 이대로 나가긴 창피하니, 그냥 여기서 시간 때우다 퇴근해야겠다."

 

  그는 협박도 할 줄 알았다.

  이준이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으면 사람들은 승완에게 그에 관해 물을 것이고,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

  며칠 만에 승완을 파악한 이준의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그녀가 그의 셔츠깃을 소심하게 잡아당긴 것이다.

 

 "딴 거, 딴 거 해."

 "뭘 해?"

 "그거, 그... 말고... 딴 거 해줄게."

 

  승완의 목소리가 그녀답지 않게 기어들어 갔다.

  장난기가 발동한 이준이 제 귀에 손을 가져다 대고 안 들리는 척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게 뭐죠? 잘 안 들리는데요, 백승완 씨."

 "아씨, 뽀뽀! 뽀뽀 말이야! 그거 말고 다른 거 다 해준다고!"

 

  귀청이 떨어지라 빽, 소리를 내지른 승완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씩씩거렸다.

  걸렸다. 이준의 입가에 만족의 미소가 걸렸다.

 

 "후회하지 않겠어? 내가 뭘 요구할 줄 알고?"

 "뭘 요구하든 지금 그거보단 나을걸."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준은 승완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장담하건대, 그녀는 훗날 지금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그 재미있는 구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일단 시간을 벌기로 했다.

 

 "생각해봐야겠네."

 

  말을 마친 이준이 몸을 쭉 뻗었다.

  쪽, 소리와 함께 그의 입술이 승완의 말캉한 뺨에 닿았다 떨어졌다.

  그러나 이준은 곧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달콤한 푸딩을 입술에만 대고 입안에 넣지 못하니 도리어 아쉬움이 컸다.

 

 "으, 짜다."

 

  승완의 뺨에 흐른 눈물을 훔친 그가 혀로 입술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한 거니까 무효."

 

  이 순간, 승완은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망부석이 되어 굳어버렸다.

  그런 그녀를 두고 이준은 만년필 옆에 떨어져 있던 작은 물건을 집어 들고 일어섰다.

 

 "일단은 돌아가자고."

 

  먼지가 묻은 손을 탁탁 턴 그가 여전히 돌이 된 인간 여자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으나, 어쨌거나 둘은 회사에 메인 몸이었다.

 

 "비록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일은 코끼리만큼 시킬지라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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