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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49일,
작가 : 에스뗄
작품등록일 : 2017.7.20

평탄한 성공 가도를 걷다 한 순간에 실패자로 전락한 승완. 삶을 포기한 그녀 앞에 홀연히 나타나 자신을 악마라 칭하는 남자. 그런데 이 남자, 망자를 앞에 두고 엉뚱한 말만 한다. "새 인생은 즐겨. 날 유혹하는 건 대환영이고." 49일간 같은 이름의 전혀 다른 인물이 된 그녀. 게다가 전생의 인물들까지 엮여버린 상황에서 승완은 자신과 관련된 무서운 비밀을 발견하는데... (autor_ester@naver.com)

 
008. 기회는 단 두 번뿐
작성일 : 17-07-26 01:04     조회 : 214     추천 : 1     분량 : 6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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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의 바람은 세다.

  어쩌면 머릿속에 가득한 잡생각을 모두 떨쳐내 버릴 만큼 강한 바람 때문에 직장인들이 옥상을 찾는 걸지도 모르겠다.

 

 "후우..."

 

  승완 역시 옥상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마르고 닳도록 옥상을 찾았다.

  출, 퇴근 시간에 회사 밖에서 수백, 수천 개의 똑같은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승완은 숨이 턱 막히곤 했다.

  그녀는 그 수천의 유리창 중 하나일 뿐인, 딱딱한 네모의 공간에서 하루와 일주일, 일 년의 대부분을 보냈다.

  울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며 숨죽여 일하다가 문득 창밖 구름의 높이가 달라지기라도 하면 그녀는 유독 숨이 막혔다.

  그래서 승완은 틈이 날 때마다 사방이 유리창으로 막히지 않은 유일한 공간인 옥상을 찾았다.

  자유를 갈망케 하나 허락지 않는 투명한 벽 안에 갇혀 희망 고문을 당하다 남들 몰래 만끽하는 바람은 그 무엇보다 달콤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이유가 전과 달랐다.

 

 "야."

 

  오늘 승완은 혼자가 아니었다.

  짹짹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높은 톤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훨씬 낮아져 있었다.

 

 "내 이름은 '야'가 아니라 '조이준'입니다만."

 

  승완의 뒤에서 팔짱을 끼고 빙글빙글 웃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그의 목에는 방금 나온 사원증이 걸려있었다.

  승완은 마음속으로 참을 인(忍)을 새겨가며 화를 가라앉혔다. 여섯 번쯤 쓰니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조이'는 네 이름이니 그렇다 쳐."

 

  조이 혹은 이준을 향해 몸을 돌린 승완의 목소리는 훨씬 차분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감정마저 차분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승완의 눈썹이 한껏 치켜 올라갔다.

 

 "대체 '준'은 뭐야?"

 "내가 6월생(June)이거든."

 

  기다렸다는 듯, 숨 쉴 틈 없이 날아온 답변에 승완은 기가 막혔다.

  이준이 너무 뻔뻔하게 말해서 순간 그를 사람으로 착각할 뻔했다.

  승완은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총동원했다. 악마도 달력을 쓰나? 하긴, 해보다는 달에 가깝겠지.

 

 "네가 사는 걸 보니까 흥미가 생겨서 말이야."

 

  수려하다는 표현이 어울림 직한 기다란 손가락이 이준의 머리카락 사이를 비집었다.

 

 "나도 잠시 인간생활을 즐겨볼까 해."

 "미쳤니? 돌았니?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돼? 네가 이런다고 인간이 되냐고?"

 

  살면서 악마가 인간 행세를 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회사생활을 한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게다가 왜 하필 승완의 회사, 그것도 같은 팀으로 온 건지 그녀는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숨도 쉬지 않고 해대 붙이는 승완의 기세에도 이준은 움츠리는 기색 하나 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는 놀이에 대한 기대감과 이미 그 기대가 어느 정도 채워진 데에 대한 만족감이 드러났다.

 

 "네게 알려줄 것도 있고."

 

  이준이 허공에 손을 펼치자 그의 손바닥 위로 작은 거울 하나가 나타났다.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를 내며 승완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온 그는 한 손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다른 한 손에 들린 거울로 그녀의 귀를 비췄다.

 

 "이거 보여?"

 "이, 이게 뭐야?"

 

  승완은 제 눈을 믿지 못해 빠른 속도로 두 눈을 깜빡였다.

  승완이 눈동자를 도로록 움직여 이준의 목을 살폈다. 그는 기꺼이 제 턱을 움직여 그녀의 목적을 이뤄주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제 목 뒤에 새겨진 그림은 이준의 목에 있는 것과 일치했다.

  두 날개를 곱게 접고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였다. 엄지손톱보다 작은 날개에는 세 개의 깃털이 세밀한 붓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너와 내가 운명 공동체란 증표지."

 

  이준의 말에 승완은 그의 턱이 자신의 것과 틈 없이 맞물려 있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보드라운 살결을 핥는 외설적인 소리, 온몸을 감싸는 야릇한 감각, 그 원치 않는 것들까지 모두 기억이 났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승완의 머릿속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누구 맘대로? 얼른 지워!"

 "그건 불가능해. 매개체는 관계가 성립될 때 새겨지니까."

 

  이준이 더 익을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개진 승완의 얼굴을 신기하다는 듯 콕콕 찌르며 말했다.

  상상했던 딱 그만큼 보드라운 살결이 그의 손가락을 감싸며 만족감을 주었다.

 

 "이 녀석이 있는 게 네게도 좋을 거야. 악령에게 몸을 빼앗기거나 영혼을 먹히고 싶지 않다면."

 "아, 악령?"

 

  예상치 못한 무서운 단어를 들은 승완이 즉각 반응했다.

  이준은 이번에는 아예 엄지와 검지로 발가스름하게 달아오른 그녀의 볼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장난기가 담겼던 그의 눈빛이 차갑게 돌변했다.

 

 "넌 나와 연을 맺음으로써 49일 동안 3번의 생을 얻었어. 하지만 이 몸은 제 주인이 네가 아니기에 널 밀어내려 하지."

 "......"

 "그때마다 죽음의 그림자가 네 앞에 드리울 거야."

 "내가 죽는다고?"

 

  순간, 승완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이 무거운 단어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파리한 낯빛과 비쩍 마른 손목, 그리고 거기서 흘러나온 유일하게 생기를 머금은 액체까지.

  그녀의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온 직후 보았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승완은 그 짧은 순간, 제 목을 조여왔던 뜨겁고 불쾌한 기운을 떠올리고 몸을 떨었다.

 

 "걱정 마. 죽음의 위협이 닥칠 때, 이 백조가 널 지켜줄 테니."

 

  손을 뻗어 하얗게 질린 승완의 두 뺨을 잡은 이준의 눈썹이 불만스럽게 꿈틀거렸다.

  기분 좋은 온도를 지녔던 상기된 볼이 세찬 바람을 맞아 차갑게 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한 손을 미끄러뜨려 승완의 목을 쓸었다. 승완이 저도 모르게 마음을 놓게 하는 느른한 손길은 정확히는 백조를 쓸었다.

  이준의 손끝을 통해 그의 마력이 흡수되자 백조의 눈에서 보라색 빛이 번쩍였다 사라졌다.

  덕분에 평이한 호흡을 되찾은 승완을 보며 혀로 입술을 축인 이준이 바로 그 입술을 승완의 귀로 내렸다.

 

 "하지만 명심해. 기회는 단 두 번뿐이라는 걸."

 

  승완의 귓불에 입을 맞추고, 그녀의 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읊조리는 이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낮았다.

 

 

 *

 (D - 36)

 

 "승완 씨."

 "네, 대리님."

 

  새로 부임한 대리는 미국에서 대학을 마쳐서 그런지 일반 직장인과는 달랐다.

  그와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눠본 사람은 입을 모아 그의 몸에 밴 매너와 겸손한 성격을 칭찬했다.

  그는 자리가 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에 착수했음에도 불평 한마디 없었으며, 부하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대신 부탁을 하는 사람이었다.

 

 "펜 좀 빌려줄래요?"

 "펜이요?"

 

  승완은 부임한 지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펜 하나 없는 대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준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변명을 갖다 붙였다.

 

 "책상에 있는 걸 쓰려 했더니, 수빈 주임이 쓰지 말라네요."

 

  책상에 있는 것이라 하면, 대리였던 승완이 원래 쓰던 물품이다.

  주인이 없는 물건이니 자유롭게 사용해도 되는 것을 왜 쓰지 말라고 막았는지 승완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요?"

 "부정 탄다나?"

 

  아예 승완의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은 이준은 고작 펜 하나를 빌리러 온 사람 같지 않았다.

  하지만 단어 하나에 정신이 뺏긴 승완은 그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했다.

 

 "부정... 타다니요?"

 "말 그대로예요."

 

  유 과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갔던 수빈 주임이 대신 대답했다.

  승완의 고개가 삐걱거리며 수빈을 향해 들어 올려졌다.

 

 "승완 씨는 잘 모르겠지만, 저 자리의 원래 주인이 불미스러운 일을 벌이는 바람에 지금 회사 분위기가 아주 뒤숭숭하거든요."

 

  수빈은 '불미스러운 일'이란 말을 할 때, 마치 입에 담기조차 싫은 불결한 말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하고 승완은 깨달았다. 하기야 누가 자살한 사람의 물건을 쓰려 하겠는가.

 

 "말 나온 김에 승완 씨가 대리님 사무용품 좀 챙겨줄래요? 카드는 여기 있어요."

 "전 지금 과장님이 지시하신 업무 중인데요."

 "그거 조금 늦는다고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잖아요."

 "생길 수도 있죠."

 

  승완은 순간 욱해서 속말이 저도 모르게 밖으로 튀어나간 줄 알았다.

  하지만 수빈에게 대답을 한 사람은 승완이 아니었다. 그녀의 매서운 눈이 다른 사람을 향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두 여자 사이에 앉은 이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빙긋 웃었다.

  수빈의 무서운 표정과 뒷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투였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혹시라도 그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주임님이 책임져 주신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다녀오겠습니다."

 "That's a good idea.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수빈은 선심 쓰듯 제안한 승완도, 좋은 생각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내미는 이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차마 자기보다 상사인 대리에게 말은 못 하고 입술만 깨물었다.

  게다가 이준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가죠."

 "대리님께서요?"

 "나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을 못 쓰는 성격이거든. 여 주임이 준 펜은 영 손에 익질 않더라고요."

 

  말을 마친 이준은 벌떡 일어나 눈을 찡긋하고는 승완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가죠, 승완 씨."

 "어어, 자, 잠깐..."

 

  승완은 수빈이 내민 카드만 겨우 챙기고 이준에게 붙들려 질질 끌려나갔다.

  한 손안에 잡히는 팔뚝에 힘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그저 이 개구쟁이가 사고만 치지 않기를 신께 간절히 빌 뿐이었다.

 

 "이거 어때?"

 "사무실에서 쓸 일 없어."

 "그럼 이건?"

 "내구성이 떨어져."

 

  승완의 저지에 또다시 새로운 물건을 찾아 떠나는 이준의 머리 위로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음표들이 떠다녔다.

  승완은 이마를 붙잡았다. 악마 나부랭이가 인간 행세를 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이준은 사무용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디자인만 보고 홀랑 골라잡는 것이었다.

  그가 바구니에 담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제자리에 갖다두고, 적당한 물건으로 대체하는 건 승완의 몫이었다.

 

 "이건?"

 "애냐?"

 

  하얀 곰의 치명적인 자태를 형상화한 명함꽂이를 손에 든 이준의 눈썹이 팔(八)자로 늘어졌다.

  아랫입술을 꼬옥 깨물고, 두 눈은 바닥으로 향하는 것이 꼭 8살짜리 어린애를 보는 듯했다.

  볼록 나온 곰의 배를 꼼지락거리는 게 어찌나 귀여운지, 두 손을 허리춤에 대고 혼내려던 승완의 마음이 녹고 말았다.

 

 "인심 썼다. 그거 하나만이야."

 "회삿돈으로 사는 거 아냐?"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예의 생기 넘치는 얼굴로 돌아온 이준은 승완의 마음이 바뀔세라 얼른 바구니 안에 명함꽂이를 던져넣었다.

 

 "영수증 붙이고 지출결의서 쓰는 건 막내인 내 일이거든!"

 "수고가 많네. 막내 씨."

 

  씨익, 특유의 매력 터지는 눈웃음을 지은 이준이 긴 팔로 승완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제 가슴께에 승완을 꼭 감싸 안은 그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승완의 심장이 그의 손짓에 맞춰 두 배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뭐, 뭐래! 여기 사내 마트라 보는 사람 많거든. 저리 떨어져!"

 "싫은데."

 "이, 이익!"

 

  이준이 귀에 대고 후우, 하고 낮은 숨을 토해내자 승완의 머리털이 쭈뼛 곤두섰다.

  머릿속에는 일전의 그 야릇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의 숨결이 닿은 귓불이 달아오르는 걸 느낀 승완은 두 손에 힘을 주어 이준을 저 멀리 밀어버렸다.

  이준은 킥킥 웃으며 밀려나 주었다.

 

 "보는 사람 없었는데."

 

  입맛을 다시는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한가득이었다.

  그런 그를 뒤에 내버려 두고 성큼성큼 앞서가는 승완이 빠르게 뛰는 심장 부근의 옷깃을 움켜주었다.

 

 '갑자기 끌어당겨서 놀란 거야. 누가 보면 어쩔 뻔했어? 그럼. 그렇고말고.'

 

  승완은 금세 달아오른 얼굴을 좌우로 붕붕 저었다. 이래서 저 녀석에게는 틈을 주면 안 된다.

  어서 사무실에 돌아가야겠다. 쓸데없는 잡념을 떨치는 데는 일만 한 게 없다.

 

 "그래. 물건은 내가 정리한다고 해야겠다."

 "호오, 날 위해서?"

 "뭐래. 버리면 안 되는 물건이 있을 뿐이야."

 

  비록 수빈의 말대로 부정을 탔을지라도, 승완에게는 정이 든 물건들이었다.

  특히, 그 안에는 절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챙겨야 한다.

 

 "빨리 와. 놓고 가기 전에."

 "예예."

 

  나란히 걸음을 맞춰 걷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그러나 양손에 봉투를 들고 나란히 사무실에 입성한 두 사람의 눈앞에는 예상과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어? 물건들이 다 어디로..."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물건을 정리하려 했던 승완은 덩그러니 서서 이제는 이준의 소유가 된 책상을 쳐다봤다.

  그녀만의 규칙대로 정렬된 각종 문서와 사무용품으로 가득했던 책상이 깨끗했다.

  3단으로 구성된 책상 서랍도 하나같이 텅 빈 입을 벌리고 먼지를 마시고 있었다.

  든든한 자태로 승완의 업무를 너끈히 지원해주던 책상은 너무 휑해서 안쓰러울 지경이 되었다.

 

 "세찬아, 혹시 네가 정리했니?"

 

  승완은 혹시나 해 세찬에게 물었다. 자질구레한 일은 막내의 역할이니 세찬의 손을 거쳤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찬의 대답은 달랐다.

 

 "아, 아니. 내, 내가 아니라..."

 "아, 그거? 내가 버렸어요."

 

  세찬의 말을 끊고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수빈이었다.

  머리카락 색에 맞춘 갈색 마스카라로 풍성해진 속눈썹이 수빈의 당당한 눈빛을 강조했다.

  사근사근, 미소 띤 얼굴로 수빈은 승완의 손에 들린 봉투를 대신 들어 책상 위에 얹었다.

 

 "수고했어요, 승완 씨."

 "주임님, 제가 정리하려고 했는데..."

 "음음. 안 그래도 바쁜 사람이 물건 사느라 고생했는데 그것까지 시킬 순 없죠."

 

  수빈이 검지 손가락을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어쩐지 신이 난듯 보였다.

 

 "두 분이 오면 바로 배치할 수 있게 내가 다 쓸어서 창고에 갖다버렸어요. 깨끗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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