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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49일,
작가 : 에스뗄
작품등록일 : 2017.7.20

평탄한 성공 가도를 걷다 한 순간에 실패자로 전락한 승완. 삶을 포기한 그녀 앞에 홀연히 나타나 자신을 악마라 칭하는 남자. 그런데 이 남자, 망자를 앞에 두고 엉뚱한 말만 한다. "새 인생은 즐겨. 날 유혹하는 건 대환영이고." 49일간 같은 이름의 전혀 다른 인물이 된 그녀. 게다가 전생의 인물들까지 엮여버린 상황에서 승완은 자신과 관련된 무서운 비밀을 발견하는데... (autor_ester@naver.com)

 
007. 내 이름은 '조이(Joy)'
작성일 : 17-07-26 01:01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6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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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가 끝나고, 다른 직원들은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는 시각.

  수빈은 혼자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태워봤지만,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이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핸드폰의 단축번호 1번을 눌러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성질부터 냈다.

 

 "걔가 날 그렇게 물 먹인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날카롭게 올라간 수빈의 목소리를 전화 너머의 상대는 키득키득 웃어넘겼다.

 

 -우리 수빈이 그러다 화병으로 쓰러지는 거 아냐? 보험 하나 들어야겠네.

 "오빠!"

 

  수빈은 상대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이 남자는 사람 마음을 몰라도 이렇게 모른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보험이 아니라 남자친구의 위로였다. 건성건성 한 맞장구라도 좋았다.

  수빈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쥐어뜯었다. 글래머러스한 웨이브를 준 머리카락은 그녀의 무자비한 손길에 힘없이 떨어졌다.

 

 "오빠는 말만 하면 보험, 보험! 보험설계사인 거 티 내?"

 -그럼 보험설계사가 영업해야지, 뭐해?

 

  수빈의 히스테리에도 유혁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안 그래도 그는 사무실에 앉아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참이다. 이번 달 실적이 좋지 않았다.

  새침한 여우 같은 여자친구와 통화하면서도 그는 담배 생각이 절실했다.

 

 -그보다 오늘 밤에 집으로 와.

 "왜?"

 -왜긴.

 

  유혁은 대답 대신 능글맞은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의 의미를 단박에 알아들은 수빈이다.

  대답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그녀는 강남의 네일숍에 가서 손질 받은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비싼 돈을 주고 칠한 매니큐어가 무참히 떨어져 나갔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두고 봐. 결국 누가 웃는지."

 

  한편, 유혁은 수빈이 아니더라도 바빴다.

  또 다른 여자친구인 승완이 불의의 사고를 겪은 이후, 지난 한 주 동안 그는 그녀 집안의 눈치를 봐야 했다.

  물론, 그녀를 보러 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아무리 그라도 그 정도의 양심은 있었다. 사실 귀찮기도 했다.

  동시에 그 역시 교통사고를 냈으니, 차 수리며 합의며 정신이 없었다. 사돈 집안에서도 이해해주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사이 두 건의 교통사고를 낸 건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이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겨우 수빈과 밤을 보낼 여력이 생긴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아랫배가 뻐근해졌다.

 

 "백승완."

 

  유혁은 수빈이 성을 내는 상대가 누군지 알았다.

  수빈의 입에서 나오는 재수 없는 신입이 바로 그의 교통사고 피해자 승완이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단 말이야."

 

  여자로서 흔치 않은 이름에 성까지 똑같으니 말이다.

  물론 두 사람의 매력은 정반대였다. 굳이 꼽자면 어린 승완이 그의 취향이었다.

  일단 나이부터 먹고 들어갔다. 수빈 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굴곡진 몸매 하며 당돌한 태도가 옆에 두기 딱 좋았다.

 

 "하긴. 이 세상에 그 여자만큼 심심한 사람이 있으려고."

 

  게다가 스스로 손목을 그을 정도면 말 다했지. 그는 마치 그녀의 불길한 기운이 달라 붙기라도 한 듯 손을 털었다.

  유혁이 핸드폰을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지루한 통화음만 울릴 뿐, 대답은 없었다.

  벌써 다섯 번째. 어린 승완은 그의 전화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게 분명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유혁은 듣는 사람도 없는데 말을 걸었다.

  물론, 상대는 승완이었다. 고 맹랑한 어린 여자가 자꾸만 그의 눈앞에 아른거린다.

  유혁은 혓바닥으로 입술을 축였다. 뭇 여성들이 좋아해 마지않는 도톰한 입술이 촉촉이 젖었다.

 

 "남자의 승부욕을 건드리잖아."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은 그가 한 팔을 뻗어 보험 서류가 담긴 결재 파일을 들썩였다.

 

 *

 (D - 39)

 

 -서류에 문제가 있어서 계속 연락드렸어요. 한 번 만나야 할 것 같네요.

 

  침대에 누워 유혁이 보내온 문자를 읽은 승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데 실수를 해? 수작 거는 거겠지."

 

  황금 같은 주말, 그것도 월요일을 12시간도 남기지 않은 성스러운 일요일에 유혁을 만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의 얼굴을 다시 봤다가는 오늘도 저녁 식사를 못 할 수 있다.

  지난번에는 결국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져 불고기를 먹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절대 안 된다. 오늘의 메뉴는 반짝반짝 빛나는 갈치구이란 말이다!

 

 "뭐해?"

 "꺅!"

 

  승완은 제 옆에 턱을 괴고 누운 남자를 보고 소리를 꽥 질렀다.

  윤기 나는 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라벤더 꽃을 닮은 색채가 얼핏얼핏 드러나는 남자는 단언컨대 한 명뿐이었다.

  게다가 노크도, 초대도 없이 그녀의 방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 역시 그뿐이었다.

  하지만 며칠 만에 보는 이에 대한 반가움보다 가슴이 덜컥할 정도로 놀라움이 더 컸다.

 

 "어우, 귀청 떨어질 뻔."

 

  그가 새끼손가락을 귓속에 넣고 빙글빙글 돌렸다. 귀청이 떨어질 뻔한 사람(?)답지 않게 방글방글 미소를 띠며.

  그 능청스러운 모습을 본 승완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난 심장이 떨어질 뻔했거든!"

 "그래?"

 

  승완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불만을 토로하자 그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뉘인 채로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훅, 하고 두 사람의 간격이 급격히 좁아지자 그의 체향이 승완의 코를 찔렀다. 사르락 흩어지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매가 위험하리만치 빛을 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움찔, 뒤로 몸을 물렸다.

 

 "내 미모가 심장에 안 좋을 만큼 치명적이긴 하지."

 

  뭐라니?

  승완은 어이가 없었다.

  물론, 진주처럼 뽀얗고 매끈한 피부 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느른한 눈빛은 그녀의 심장을 미약하게나마 뛰게 했다.

  한쪽 눈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가려졌음에도 그는 하나의 눈동자만으로도 사람을 제압할 줄 알았다.

  그러나 승완은 감정보다 이성이 강한 여자였다. 감정적으로 둔하디둔한 그녀는 제 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나 기다렸어?"

 "아니."

 "그럴 리가."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그 남자 말이야!"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승완을 바라보던 그는 그녀가 소리를 빽 지르자 그제야 아아, 하고 이마를 튕겼다.

  마치 중요한 것을 잊었던 듯, 그러나 전혀 잊지 않은 게 분명한, 그야말로 뻔뻔한 태도였다.

 

 "왜 그랬어?"

 "그냥. 경각심을 조금 주고 싶어서?"

 "경각심?"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어."

 

  그가 팔을 위로 휙 뻗더니, 제 머리카락 색을 닮은 새까만 와이셔츠의 소맷단에 달린 단추를 풀렀다.

  소매를 한단, 한단 접어 올리는 손길은 나른할 만큼 느렸고, 검은 소매 아래 드러나는 하얀 근육은 치명적일 만큼 아름다웠다.

 

 "너에겐 이제 40일도 안 남았다고."

 

  그런가? 그의 소매가 올라가는 모양을 가만히 지켜보던 승완은 그제야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승완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넘도록 저 녀석의 이름도 모르고 있다.

  승완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도 그녀를 따라 천천히 몸을 세웠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침대가 꿀렁, 물결을 쳤다.

 

 "넌 이름이 뭐야?"

 "드디어 나에 대해 궁금해진 거야?"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이래 봬도 나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엄지손가락으로 제 입술을 쓸었다. 만져보고 싶을 만큼 도톰하고 보드라운 살결이 탄탄한 선을 그리며 밀려났다.

  승완은 그의 손가락에 붉은 잉크가 묻어나올 것을 예상했지만, 입술에서 떨어진 그의 엄지는 깨끗하기만 했다.

 

 "내 이름은 '조이(Joy)'."

 "딱 너 같은 이름이네."

 

  쾌락이야말로 최고의 선(善)인 악마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승완의 평가에 조이의 입술이 만족스럽게 휘말려 올라갔다.

 

 "인생은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해."

 "그놈의 즐기라는 말은 그만할 수 없어?"

 "후회는 한 것보다 하지 못한 것의 흔적에 더욱 진하게 남는 법이거든."

 

  조이는 검지손가락을 들어 승완의 가슴께를 가리켰다.

  이내 그의 손끝에서 보라색 가루들이 빛을 발하며 작은 회오리를 만들었다.

  승완은 저도 모르게 회오리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녀의 눈동자가 느슨해졌다.

 

 "첫사랑에게 고백하고 대차게 차인 슬픔보다, 그녀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의 깊이가 더 깊은 것처럼."

 

  조이가 손을 퉁기자 그의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던 회오리가 그대로 승완의 가슴으로 돌진했다.

  혜성처럼 긴 꼬리를 달고 날아든 마법이 그녀의 심장이 머문 자리의 앞에서 펑, 하고 터졌다.

  오색 불꽃이 타닥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모습이 마치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연상시켰다.

 

 "난 네가 후회하지 않길 바라."

 

  승완은 제 앞에서 벌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가 없었다.

  말을 하는 조이의 얼굴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의 조각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슬픔이라기엔 건조했고, 후회라기엔 희망의 빛줄기가 보였다. 처음이었다. 저런 표정은.

 

 '뭐야, 꼭 제 경험인 것처럼 말해.'

 

  그래도 그의 말은 승완의 가슴에 작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네 말을 들으니 할 일이 생겼어."

 

  타다 남은 불꽃의 조각을 손바닥 위에 올린 승완이 입꼬리를 매끈하게 들어 올렸다.

  어차피 40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인생, 후회를 남겨서 무엇하리. 이 불꽃에 모조리 태워버려야지.

  그러니 그 인간이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한번 만나서 봐줘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승완은 그날 오후, 유혁을 만났다.

 

 "서명이 하나 빠졌더라고요. 하나라도 없으면 서류 제출을 못 하거든요."

 

  유혁은 승완이 연락을 넣자마자 곧바로 그녀의 동네까지 달려왔다.

  봄의 중심에서 얇은 정장 차림을 한 그는 마치 중요한 거래처를 만나는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트러짐이 없었다.

  승완이 익히 아는 유혁의 모습이었다. 연인에게조차 일말의 틈을 보여주지 않는.

 

 "여자친구 안 만나세요?"

 "제가 워낙 바빠서요."

 "그런데 오늘은 마침 시간이 되셨나 보네요."

 "승완 씨가 부르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죠."

 

  보험설계사답게 말솜씨 하나는 끝내준다. 여자친구 유무를 교묘하게 감추고는 바로 밀고 들어온다.

  양다리가 아니라 세다리, 네다리까지 하겠다는 심산인가?

  마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여성 앞에 앉은 듯 목소리 하나, 손짓 하나도 부드러웠다.

  이제 막 대학생 티를 벗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순수한 여자라면 그런 그의 모습에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승완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꾹 눌러 내릴 뿐이다.

 

 "여기에 사인하면 되죠?"

 

  유혁이 건넨 만년필 뚜껑을 연 승완이 종이 아래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보장내용이 명시된 목록 아래,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칸이 있었다.

  분명히 보장내용을 다 읽고 서명한 기억이 있지만, 승완은 일단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제가 일을 하느라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네요. 이른 저녁 식사 어떠세요?"

 "글쎄요. 제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눈으로 펜이 그리는 선을 따라가며 느릿느릿 단어를 만들어내던 승완이 돌연 말꼬리를 늘렸다. 유혁은 오늘도 글렀다는 걸 직감했다.

  잠시 뒤 탁, 소리를 내며 만년필의 뚜껑이 닫혔다.

 

 "이른 저녁 식사라면 괜찮을 것 같네요."

 

  승완이 유혁에게 만년필을 내밀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까맣게 죽은 속마음 따위는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산뜻한 미소였다.

  승완의 말이 길어지자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던 유혁의 얼굴 근육이 스르르 풀렸다.

  고개 숙인 그의 입꼬리가 비딱한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

 (D - 38)

 

  지난 일주일간 눈에 띄게 침체되어 있던 기획 1팀의 분위기가 묘하게 일렁였다.

  찝찝함과 기대감이 혼재된 사무실 공기에 마치 승완은 파도 위에서 보드를 밟고 선 기분이 들었다.

  신 차장의 투박한 구둣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파도의 출렁임은 더욱 심해졌다.

 

 "지난 금요일에 공지한 대로..."

 

  신 차장이 사무실 중심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옆에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팀 내 서열이 가장 낮은 죄로 타 부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입구에 자리한 승완은 화분에 가려 과거의 제 자리를 차지할 인물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팀의 공석을 채울 분을 급히 모셔왔어요."

 

  승완과 마찬가지 신세인 세찬도 고개를 쭉 내밀어 자신의 새로운 상사를 구경했다.

  요리조리 고개를 움직여가며 시야를 확보하던 승완은 세찬의 입술이 한일(一)자로 굳게 닫히고, 두 눈이 가늘게 늘어지는 장면을 포착했다.

 

 '뭐야, 어떤 사람이길래 그래?'

 

  사실 승완은 새로운 대리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저 자리를 비운 건 순전히 제 잘못이지만, 어찌 됐든 오늘부로 이곳에 그녀의 흔적은 사라질 테니 말이다.

  주말에도 휴식을 반납하고 자신의 청춘을 다 바쳤던 회사였다. 하지만 그녀가 사라진 지 일주일 만에 회사는 그녀의 부재를 메웠다.

  너무나 쉽게, 백승완이라는 존재의 흔적마저 지워버린 것이다.

 

 "미국의 스카우트 제의도 물리치고, 한국으로 날아와 준 유능한 인재니까 모두 잘 도와줘요."

 

  하지만 어쩌겠는가.

  삶을 포기한 건 승완 자신이고, 회사는 그녀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람으로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숨돌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산업사회의 이치다.

  그리고 지금 저 자리에 선 남자는 그녀의 사정 따위는 모르는, 아무 죄 없는 사람일 뿐이다.

 

 "안녕하십니까."

 

  감상이 길어지려던 차에 소개받은 남자의 인사말이 시작되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에 승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찬은 아예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버려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인생을 즐기자는 신조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설마!'

 

  드디어 그의 목소리를 기억해낸 승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팀원들의 시선이 한순간 승완에게로 쏠렸다.

  새 대리 역시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윤기 나는 검정 머리카락에 가려지지 않은 눈이 승완을 향했다.

 

 "조이, 준입니다."

 

  초승달처럼 살포시 접힌, 그러나 날카로운 빛을 뿜어내는 그의 눈을 마주하자 승완은 그만 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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