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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운을 거머쥔 자
작가 : 신책
작품등록일 : 2017.7.25

지옥에 떨어져도 살아 돌아올 행운을 가진 한 사람. 그 행운이 필요한 자, 그에게 오라.

 
1. 강운의 항해사 2) 바다로 나서다 ②
작성일 : 17-07-26 00:56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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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침 햇살이 눈부셨다. 눈꺼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태양빛에 하는 수 없이 잠에서 깨어난 키리에는 잠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익숙치 못한 사물들이 몇 개 널려 있었는데, 그보다 눈에 띄는 건 큼지막한 여행용 배낭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아무도 없다 생각하고 말한 키리에의 혼잣말은 뜻밖의 답변으로 응답되었다.

  “일어나셨습니까?”

  여행용 배낭 뒤에서 몸을 일으킨 사람은 다름 아닌 하누인이었다. 워낙 큰 배낭에 물건이 가득 들어간 다음이라 뒤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 자네 숙소였군.”

  키리에가 킥킥 웃었다.

  “언제까지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난단 말이야. 하여간 잘 마셨어.”

  “뭘요, 우린 이제 사업 파트너인데 이 정도는 당연하지요.”

  하누인이 마주 웃음지었다. 키리에는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하누인의 말을 곱씹고는 문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응? 사업 파트너?”

  “예, 기억 안 나십니까?”

  한참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키리에는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크핫하하하, 원 농담두. 뻣뻣해 보이더니 이런 면도 있었군.”

  “하하하하, 놀라셨지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키리에는 웃는 표정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양껏 자고 일어났더니 자기도 모르게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면 그러는 것도 당연했다.

  “계약서도 없이, 이건 무효야!”

  키리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뻗대는 대신, 계약의 효력을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실수였다.

  “여기 계약서도 있습니다.”

  하누인이 가져온 서류는 제대로 읽기도 어려울 정도의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 적힌 두툼한 문서였다. 그 두툼한 서류 더미의 맨 첫 장엔 키리에와 하누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 지장이 큼지막하니 찍혀 있었다. 키리에는 입을 딱 벌린 채 계약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깐 본다고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될 리 만무했다.

  “술 좀 줄이셔야겠어요.”

  미친 듯이 계약서를 넘겨 대고 있는 키리에에게 하누인이 안쓰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 사람, 이렇게 안 봤더니 이거…….”

  “아니면 무슨 급한 다른 볼 일이라도 있으신 겝니까?”

  정곡을 찔린 키리에는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자칭 파트너를 바라보았다.

  “없는 줄 알고 한 말이지?”

  “예.”

  하누인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어떻게?”

  “술은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지요.”

  쩝하고 입맛을 다신 키리에는 결국 항복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좋아, 그럼 뭘 하면 되나, 파트너?”

  하누인이 씨익 웃었다.

  “일단 여길 빠져 나가야 겠지요.”

 

  “빠져 나온다는 게 그 숙소를 빠져 나온다는 게 아니고 아예 소라고둥항을 뜨자는 거였어?”

  키리에가 당황스러워했다. 하누인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무슨 급한 다른 볼 일이라도?”

  키리에의 표정이 부글부글 끓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없어! 없다구!”

  키리에는 쭉쭉 발을 놀려 하누인을 제쳤다. 하지만 일곱 걸음도 못 걸어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가야 돼?”

  험악한 표정으로 키리에는 뒤를 돌아보았다.

  “저도 모르는데요?”

  어느새 벙찐 표정이 된 키리에에게 하누인이 덧붙였다.

  “식료품이나 보충하려고 했는데, 저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요.”

  키리에가 한숨을 쉬었다.

  “뒤로 돌아.”

  “예?”

  “뒤로 돌라고.”

  엉겁결에 뒤로 돈 하누인은 이어지는 짤막한 명령에 따라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었다.

  “왼쪽. 오른쪽. 아니, 거기 말고 작은 골목. 오른쪽. 거기 천막 아래로. 건물 안으로. 그렇지, 건물 통과. 나가서 왼쪽. 골목 끝에서 윗층으로…….”

  마침내 도착한 곳엔 기괴하게 생긴 일종의 터널이 놓여 있었다. 소라고둥항의 다른 지역도 다 그렇듯이, 높낮이가 다른 두 열의 건물 틈으로 골목길이 나 있는 것은 흔한 외양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건물들은 높낮이가 열에 따라 일관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바다 방향의 건물들 바닥이 좀 낮은 지대이고, 절벽 위쪽 건물들 바닥이 좀 높은 지대여야 했다. 하지만 이 골목에 있는 건물들은 바닥 높이도 제멋대로이고, 건물 층고도 제멋대로였다.

  거기에 골목 윗부분은 일종의 천장이 덮여져 있었다. 두 건물 사이에 천장이 놓인 셈이었다. 그 천장 위쪽도 다 집인 듯 했다. 그리고 그 골목길 전체가 일종의 상점이었다. 왼쪽 벽에도, 오른쪽 벽에도, 심지어 천장에도 상점이 있었다. 벽에 있는 상점들도 창문과 매대 높이가 제각각이었다. 길을 따라 상점이 있다기 보다는, 각자 자기가 원하는 곳에 상점을 내고 그 사이로 길 아니 굴을 판듯한 모습이었다.

  “소라고둥항의 명물, 참게 고둥 시장이지. 일단 여긴 56층이지만 한 번 들어가면 몇 층으로 나올지 알 수 없는 마의 지역이야. 잘못 들어가면 영혼이 빨려 들어가 껍데기만 튀어나오게 된다는 전설도 있어.”

  “전설이요? 말도 안 됩니다.”

  하누인이 혀를 차며 말하자 키리에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뭐 일종의 괴담 같은 거지. 하지만 호주머니는 정말 조심해야 해. 소매치기한테 털리거나 상점 주인에게 털리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되기 십상이거든.”

  말은 그렇게 했지만 키리에의 표정은 정겨운 고향을 보는 표정이었다.

  “뭐 그래서 멍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 사람들 때문에 그런 전설이 붙은 지도 모르지.”

  “다른 곳은 없습니까?”

  하누인이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키리에가 그런 하누인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있긴 있는데……. 여기가 물건이 제일 좋아. 값도 싸고.”

  그러더니 얼굴을 조금 가까이 들이댔다. 목소리를 낮추면서였다.

  “그리고 미행도 붙었더군. 저 안에선 미행이 쉽지 않을 게야. 이제부턴 날 잘 붙잡고 따라오게. 호주머니 조심하고.”

  키리에는 쾌활하게 외쳤다.

  “자, 출발하자구!”

  하누인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앞에는 소매치기, 뒤에는 미행이라니. 저절로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미행이 있는 줄은 어찌 알았습니까?”

  천장이 달려 더욱 어두워진 비좁고 복잡한 골목에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닌 끝에 조금 한산해진 틈을 타 하누인이 물었다.

  “아까 뒤로 돌라고 했을 때.”

  길 안내를 할 때였다는 말이었다.

  “소라고둥항에서 사람을 따라간다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야. 갈래길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일정한 거리에서 천천히 따라오기만 해도 되지.”

  키리에는 조금 한가해 보이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반대로 갈림길이 없다는 얘기는 숨을 곳이 없다는 뜻도 되지. 들키기도 쉽고……. 뒤로 돌아 움직이면 곧 발견되지.”

  “그럼 미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겁니까?”

  하누인이 놀라서 물었다. 키리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움직이다 보니 이상한 사람이 보인 거지. 오랜 세월 내 뒤를 밟는 사람은 없었는데……. 자네를 쫓아온 사람들이겠지? 뭐 좀 짚이는 게 있나?”

  하누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그래도 지금 그것을 생각하는 중입니다.”

  잠깐 기다리던 키리에는 하누인이 더 말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생각하라구. 할 일이 많으니까. 자, 여기가 식품 파는 곳이야.”

  두 사람의 발길이 멈춰 선 곳은 온갖 종류의 식품이 ‘돋아난’ 동굴 같은 곳이었다. 그렇게 밖에는 표현할 길을 찾을 수 없었다.

  바닥엔 발 디딜 틈이 없이 채소며 과일이며 각종 신선 식품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었다. 천장에 빼곡히 걸린 것들은 고기 종류로, 갓 잡아 핏물이 떨어지는 붉은 양고기부터 각종 새 종류와 육포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양쪽 골목 벽으로는 주로 해산물과 약재들이 끈에 걸려 있거나 벽에 붙어 있었다.

  “이게 다 한 상점입니까?”

  입을 쩍 벌린 채 묻는 하누인의 턱을 닫아 주며 키리에가 답했다.

  “아니, 주인은 다 제각각이지.”

  여러 상점이라는 말이 더 혼란스러운 하누인이었다. 무언가를 나누는 구획 같은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끝이 보이지 않는 골목 안에 엄청난 음식들만 가득했다.

  “멍하니 보고만 있을 건가? 뒤에 오는 사람도 좀 생각해야지.”

  키리에는 하누인의 허리춤을 가리키며 돈 세는 시늉을 했다.

  “돈이요?”

  “아, 돈이 있어야 물건을 사지?”

  아직도 멍한 하누인이 별 생각 없이 허리춤의 돈주머니를 끌러 주자 키리에는 제 세상을 만난 듯 식료품 거리로 뛰어들었다. 껑충거리며 바닥에 놓인 물품들을 피해 움직이던 그는 적당한 훈제 고기들을 발견하곤 몇 꾸러미를 끌러 내렸다. 그러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하누인은 순간 키리에의 앞으로 불쑥 솟아나는 사람 손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누가 마법을 부리거나 그들을 잡으러온 미행자들이 출현한 것이라 여겼던 하누인은, 키리에가 그 손에 동전을 쥐어주는 것을 보고서야 그것이 상점 주인의 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잠깐, 그렇게 막 사면 안 돼요!”

  소리를 치는 하누인은 본 체 만 체, 키리에는 하누인의 돈주머니가 제 호주머니인 양 열심히 물건들을 뒤적이며 값을 치렀다. 어떻게 말려 보려 했던 하누인은 좀체 발 디딜 틈이 없어 바깥에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잠깐 사이 키리에는 더 이상 손에 아무 것도 들 수 없는 지경이 되어 하누인의 앞으로 돌아왔다.

  “이게 다 뭡니까?”

  하누인이 분노한 음성으로 물었으나 키리에는 웬 개가 짖느냐는 표정이었다.

  “먹을 거지.”

  가볍게 답한 그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같이 먹을 거야.”

  혼자 먹을 거라고 오해받을 까봐 걱정된다는 투였다.

  “이걸 다 먹는다구요?”

  “주변 삼백 리에 소라고둥항보다 물가가 싼 지역은 없어. 가져갈 수만 있다면 최대한 많이 가져가야 해. 설마 가까운 곳에 갈 건 아니겠지?”

  “물론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지, 뭘 그래?”

  키리에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씨익 웃었다. 그러다 말고 그는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잠깐 이것들 좀 들고 있게.”

  그는 자신이 들고 있던 각종 음식을 하누인의 팔에 강제로 떠 안겼다. 그리고는 어이가 없어 미처 제지할 틈도 없었던 하누인을 뒤로 하고 다시 식료품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이곳저곳을 뒤지던 그는 마침내 찾던 물건을 발견했는지 돈을 지불하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것을 들고 나왔다. 일부를 쭉 찢어 입에 넣은 채였다.

  “이걸 빼먹을 뻔했지 뭔가? 소라고둥항의 특산인데. 주변 삼백 리가 아니라 천 리를 가도 이걸 파는 곳은 없다고. 자네도 한 입 먹을 텐가?”

  분노할 기력을 상실한 하누인의 입 안에 손에 들고 있던 음식을 한 점 밀어 넣은 키리에는 자신의 몫을 질겅질겅 씹으며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이건 또 뭡니까?”

  “오징어라고 하는 물고기야. 반만 말려도 맛있고, 바짝 말려도 맛있지.”

  “……언제쯤 삼킬 수 있는 겁니까?”

  “자네 목구멍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굳이 삼키지 않아도 돼.”

  하누인의 어깨를 격려하듯 툭 친 뒤, 키리에는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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