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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4월의 이방인들(4)
작성일 : 17-07-25 20:12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7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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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 식어버린 카페라떼를 스틱으로 휘젓던 프리멜라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맑다. 햇볕이 따스하게 유리창 너머에서 다가오고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 벚꽃잎이 눈처럼 휘날렸다.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과는 다르게 아름답고 화려한 테람 시의 토요일이었다.

 

 “프리멜라.”

 

 저를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면에 마주앉은 사내는 에들리 데마논. 함께 테람 시 관광을 하게 된 친구 아닌 친구였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기엔 사실 마땅한 단어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주장하는 ‘친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집중해야죠.”

 

 나한테. 취향이 반영된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면서 그가 그림같이 미소 지었다. 그녀는 이어지는 말에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면서 입을 열었다. 우유가 든 걸 먹어서 그런지 몸이 노곤했다.

 

 “대충 다 정했잖아요.”

 

 무료 관광 이용권으로 이용 가능한 목록을 적당히 배분하니 4일 정도를 빡빡하게 움직이면 들어맞을 코스였다. 에들리의 주장에 따라 널찍하게 배분하니 두 사람이 만날 날이 거의 7일 정도나 되었다.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요? 그래도 친군데 서로 아는 게 별로 없군요.”

 

 에들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렇게 말했다. 햇볕에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칼 아래로 눈매가 휘어지자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 두 명이 얼굴을 붉히면서 서로 소곤소곤 거렸다. 그들은 조금 전부터 그와 자신을 흘깃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좋아하는 이들을 두고 왜 자신같이 재미없는 여자를 골랐는지 프리멜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대체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려 노력하는 건 에들리 쪽이었다. 그래도 처음 보다는 프리멜라는 그에게 호의적이었다. 심적으로 암울할 때 온 그의 연락이 많이 위안이 되었던 탓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할 테지만 어쨌거나 프리멜라의 태도가 전보다 유해졌다는 것은 눈치를 챘는지 그 전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왜 자꾸 밖을 봐요.”

 

 저도 모르게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던 프리멜라의 눈앞에 하얀 손바닥이 팔랑팔랑 흔들렸다. 그에 그를 바라보자 손에 턱을 괴고 그녀를 비스듬하게 내려다보던 에들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느슨하게 손목을 잡아 당겼다.

 

 “첫 번째 데이트는 지금이 좋겠네요.”

 “…데이트요?”

 “몰랐나본데, 요즘은 친구들끼리도 그 단어를 사용하죠.”

 

 뻔뻔하게 말하는 작태에 프리멜라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픽, 웃었다. 딸랑, 하는 문에 달린 종소리와 함께 바람이 다가왔다. 치맛자락을 팔랑이고 머리칼을 흔드는 바람이 기분이 좋았다. 거기다 제 팔을 잡고 있는 손과 너른 등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데요?”

 

 그 물음에 한 발짝 앞서가던 에들리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테람 시 초보 관광객이니, 우선은 바다를 봐야겠죠.”

 “제 집에서 눈을 뜨면 보이는 곳이 해변인 걸요.”

 “해변의 모래를 밟아 봤나요?”

 “아뇨.”

 “그럼 답은 나왔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그의 손이 팔목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손을 잡았다. 가까이 있으니까 아쿠아리움도 가는 게 좋겠군요. 이어지는 말에도 물끄러미 에들리에게 잡힌 손을 바라보던 프리멜라는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이것도 친분 표시의 일종인가요?”

 “음. 그래요.”

 “테람 시의 4월은 덥죠. 낮에 이러면 땀이 날 만큼요.”

 

 손을 놓으라는 의미가 강력하게 내포된 말에 그는 냉정하다고 하더니 생각보다는 미련 없이 손을 놓았다. 한 동안 말없이 두 사람은 거리를 걸었다. 벚꽃잎이 바람에 날려 만들어내는 광경에 사람들은 거리의 한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영원한 시간으로 남겼다.

 

 ‘4월, 밤의 종식을 맞이하다!’

 

 문화의 전당에 걸려 있던 문구는 이제 거리 여기저기에 걸려 있었다. 4월 26일. 핵전쟁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지하에서 생활하던 지하인들이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 첫 번째 날. 그 위대한 역사적인 날을 기리기 위해 4월은 전 세계적인 축제 분위기였다.

 

 해방의 달이라고도 불리는 4월말이 되면 이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두 사람은 참 운이 좋았다. 4월, 특히 관광도시인 테람 시의 4월은 전 세계적인 공휴일이 지정되어 있어 여행객들이 몰리기 때문에 숙소나 관광 가격이 배로 껑충 뛰기 때문이었다.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을 바라보다 문득 에들리를 바라본 프리멜라는 슬며시 입가에 있던 미소를 지웠다. 웃음과 행복함에 젖어든 파스텔 톤의 꽃잎의 향연에서 단 한사람, 에들리만은 식어버린 눈을 하고 있었다. 오직 그의 존재만이 무채색으로 보일 정도로.

 

 또다. 그는 가끔씩 저런 얼굴을 했다. 프리멜라는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을 따라갔다. 하얀 현수막이 커다랗게 붙은 건물이었다. 저를 바라볼 때마다 항상 웃는 낯이던 것과는 달랐다. 프리멜라는 조금 그의 다른 모습을 관찰하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급한 일이 뭐였어요?”

 

 개인적인 물음에 그가 고개를 휙 돌리더니 ‘이런.’하고 다시 희미하게 웃었다.

 

 “확실한 건 여자는 아니었어요. 제가 지금 공을 들이고 있는 상대는 당신뿐이거든요.”

 

 걱정 말아요. 하며 달콤하게 미소 짓는 얼굴에 황당하단 시선을 날려주던 프리멜라는 고개를 저으면서 답했다.

 

 “대화의 가치가 없네요.”

 “장난 아니에요. 좋은 친구를 만들기 위해선 이 정도 공은 들일 수 있죠.”

 “대화 주제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지 않나요?”

 “아뇨. 그래요, 당신이 내게 한 질문이니까. 그 날 전에 잘 알던 사람을 만났어요.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이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거든요. 당신을 처음 만났던 날에 여기, 스페이드 퀸에서 만나기로 했었죠.”

 

 그와의 첫 만남이라면 사거리에서 사고가 났을 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때 그는 분명히 이곳에서 중요한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안 나타나지 뭐예요. 연락도 받지 않고 해서 일단 목적은 잃었는데 시간은 남고해서 여기 머무르게 된 거죠. 테람은 아름다우니까요. 그랬는데 당신과 미술관에 갔던 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서 다시 약속을 잡게 된 거예요.”

 

 길마다 심겨진 벚꽃나무가 사라지고 푸른 해변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득 이사 온 첫날 이 눈부신 해변을 볼 때 느꼈던 두근거림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 때는 이 도시가 새로운 창작의 원천이 될 줄 알았지. 해변을 거닐며 모래를 밟고, 한가로운 휴양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었다.

 

 “이번엔 제가 질문하도록 할까요.”

 

 그의 질문에 시선을 돌리자 저를 빤히 바라보던 눈과 마주쳤다. 에들리 데마논을 항상 말을 걸 때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집요하고도 맹목적으로 느껴지는 시선이라 껄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마주친 시선의 끝에 휘어지는 눈매와 입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정말 여자 여럿 울렸을 법 한데. 생각해보면 자신에게 대하는 행동부터가 보통은 아니었다. 뻔히 보이는 데도 그와 어울려 대화하고 걷는 이유는 스트레스에 대한 도피처로 에들리 데마논을 선택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잘생겼다는 점도 있을 게 분명했다.

 

 생각해보니 그는 벌써 세 번이나, 자신이 제인 에일런의 죽음과 살인마에 대한 공포로 불안감에 잠식되어 갈 때, 제 손을 잡고 물속에서 건져내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헐떡이던 숨이 진정될 때 까지. 그가 의도 했던 그렇지 않았던 말이다.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 묘하게 변한 표정의 프리멜라에 에들리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무슨 생각해요?”

 

 갑자기 훅 다가오는 얼굴에 열이 올라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긴 머리칼에 얼굴을 숨기고는 어영부영 답했다.

 

 “제가 당신의 몇 번째 ‘친구’일까 하는 생각이요.”

 

 자신이 그로 인해 안정을 찾은 것과는 별개로 그는 신뢰의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프리멜라는 얼굴에 오른 열을 식히며 담담하고 냉정하게 사실을 판단했다. 그가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은 분명하고 명백한 목적성을 띠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친구’는 말도 안 돼는 것이었다. 이따금씩 손가락이나 손목 부근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은 노골적인 성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조급하게 굴지 않았다. 천천히 단계를 밟아 가듯이. 호칭은 친구였지만 행동은 막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인 미숙한 연인에게 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아직도 날 믿지 못하는 군요.”

 “누군가를 믿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대답을 하며 모래사장 위로 발을 옮겼다. 자박. 해변의 모래가 금세 신발 위를 덮었다. 강렬한 햇볕 아래로 불어오는 서늘한 해풍에 머리칼이 넘실넘실 날렸다. 별안간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고개를 슬쩍 뒤로 빼자 가만히 웃은 그의 손가락 끝엔 분홍색 벚꽃잎이 있었다.

 

 “묻었네요.”

 

 검지와 엄지의 거리가 벌어지고 마침내 분홍 꽃잎이 바닷바람에 휘날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새파란 바다 위로 날아가는 꽃잎을 바라보던 프리멜라는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저야 작가라서 그렇다 치는데, 당신은 대체 뭘 하는 사람이길래 이렇게 시간이 많아요?”

 “실험실에 오래있었어요.”

 “아, 연구원이시구나.”

 “전엔 없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많아져서요.”

 “연차도 쌓이고 휴가도 모았다가 몰아서 썼나보네요”

 “음. 사실 연구하던 과제가 중단되어 버렸거든요. 그래서 잠시 쉬는 거예요.”

 “이런. 별로 좋은 이유는 아니었네요.”

 “그래도 전 만족해요.”

 “쉰다는 건 어떻든 행복한 일이라서 그런가요?”

 “그렇기도 하고. 그 과제. 별로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조금 더 가까이 가죠.”

 

 두 사람은 물보라가 하얗게 부서지면서 파도가 이는 물가로 향했다. 4월이지만 낮은 초여름과 비슷한 도시라 벌써부터 수영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간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바닷물이 밀려나가 축축해진 위로 두 사람의 신발자국이 찍혔다.

 

 많은 대화가 오간 것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한참이나 해변에 발자국을 남기며 걸었다. 해변을 가로질러 향한 곳은 근처에 세워진 아쿠아리움이었다. 테람 아쿠아리움은 각종 희귀한 어류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고 바로 해변 옆에 있는 터라 관광객들이 붐볐다. 사실 이 시기에 테람 어디든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은 없겠지만 말이다.

 

 관광 무료이용권에 아쿠아리움 입장권과 내부 레스토랑 이용이 포함되어 있어 어차피 한번은 들러야 하는 곳이었다. 그게 오늘이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여행사의 이용권을 보여주자 대기도 없이 바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살짝 서늘하게 유지되는 내부는 조명이 빈약한 대신 수족관에서 은은하게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수족관 내부 곳곳마다 있는 바위에는 형광 안료를 뿌린 것처럼 점점이 빛을 내는 푸른 자국이 있었는데 핵전쟁 이후 생겨난 변화 중 하나로, 아직까지도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대상이었다. 내부의 안내원이 관광객들에게 설명하는 목소리가 조근조근 울려퍼졌다.

 

 “바위의 푸른 빛을 발하는 자국은 ‘바다의 등불’이라고 불리는 코발트 트레이스(cobalt trace)'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천 년 전, 발생했던 세계 제3차대전으로 지하로 몸을 피한 인류인 ‘지하인’들은 땅 속에서의 130년 후, 위대한 과학자인 혜진 조(Hyejin Cho)를 시작으로 이 땅위로 다시 올라오게 됩니다. 핵전쟁의 여파로 이 땅은 그들이 알던 과거와는 많이 다르게 변해버렸죠. 위에 남아있던 사람들인 ‘지상인’과 마찬가지로 생태계는 당시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급격한 변동을 거친 생태였습니다. 해양의 변화를 확인하게 된 건 지상인과 지하인의 전쟁의 시기를 넘어, 화합의 때를 맞이하고도 한참 후의 이야기였죠.

 코발트 트레이스를 비롯해서 다양한 어류종이 변화하고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도 해양의 변화에 대한 정보는 극히 일부만 밝혀졌으며….”

 

 어른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아쿠아리움 내부를 돌아다녔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유독 많이 모인 곳이 있었는데 조그마한 남자 아이 하나가 유리 가까이 다가가 손바닥으로 수족관 벽을 쾅쾅 치면서 소리쳤다.

 

 “야! 움직여!”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몰려와 ‘움직여봐!’라며 수족관 유리를 콩콩 두드렸고 뒤이어 달려온 관리인의 만류에 어른들은 그제 서야 아이들을 제지했다. 대체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람. 누군가 그렇게 부모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동해온 안내원이 수족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지금 보시는 생물은 ‘하늘물고기’라고도 불리는 ‘날개어’입니다. 저희 수족관에도 단 한 마리밖에 없는 희귀종이죠. 마치 천사의 날개처럼 퍼지는 아름답고 커다란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어서 붙은 별명이죠. 신기하게도 보통은 지느러미가 작게 보이지만 크게 펼치면 몸체 보다 3배는 커다랗다고 합니다.”

 

 프리멜라는 조금 발을 들어 하얀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몸체는 하늘빛과 하얀색이 섞여 있었고 지느러미는 작게 움츠려져 있었는데 바위 옆에서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바위에 있는 코발트 트레이스와 함께 색이 어우러져 신비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냈다.

 

 “이 하늘물고기는 핵전쟁 이전에는 발견된 적이 없던 종으로 다른 어류와도 유사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 분류학적으로 새로운 기틀을 형성했습니다. 핵의 방사능의 여파로 다른 어류가 변종되었다는 설과 완전히 새로운 어류 종이 탄생했다는 설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신기하네요.”

 “신기해요?”

 

 프리멜라의 중얼거림에 에들리가 되물었다. 그 또한 수족관 안의 날개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눈이었다. 마치 조금 전에 벚꽃잎이 흩날리던 거리에서처럼.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날개어에 다른 어류가 쉽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치 피해가듯이요.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신종 기피현상’의 일종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중 누군가 안내원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왜 안움직이는 건가요?”

 

 “하늘물고기는 독특하게도 잘 움직이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어류가 기피하기 때문에 천적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잘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는 설이 많습니다. 하늘물고기는 외부에서 공격을 가한다고 해도 쉽게 움직이지 않고 그저 그대로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하늘물고기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행운이 온다고 말하는 건 그 때문이죠.”

 “움직인 적이 있나요?”

 “제가 이곳에서 근무한지 6년째지만, 아쉽게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제 눈엔 더없이 불쌍해 보이는 군요.”

 

 에들리가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껏 제 옆에서 걷다 앞서가는 그에 멍하게 날개어를 관찰하던 프리멜라가 황급히 그를 뒤따랐다. 그의 등을 따라 조금 빠르게 걷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안내원이 마이크로 뱉은 말에 프리멜라는 수족관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새하얗고 커다란 날개. 날개와도 같은 지느러미를 활짝 펼친 하늘물고기가 제 앞을 바로 지나갔다. 프리멜라는 멍하게 시선을 돌려 에들리의 앞에 멈춰 선 하늘물고기를 바라보았다.

 

 에들리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지만 그의 눈이 평소보다 조금 커져 놀란 것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하늘물고기는 날개짓을 하듯 지느러미를 팔랑이더니 수족관의 유리벽에 주둥이를 살짝 가져다대었다.

 

 그를 따라 온 것처럼.

 

 “오늘은 더없이 완벽한 행운의 날이 되겠군요!”

 

 안내원의 말과 사람들이 달려온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사람들은 화려하게 펼쳐진 날개어의 사진을 찍기 위해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 들어 금지된 사진촬영을 해댔다. 아무도 제제하지 않나 했더니 관리인과 안내원도 멍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들고 있었다. 사람들 틈에서 이리저리 치이는데 에들리가 팔목을 덥석 잡고는 밖으로 이끌었다.

 

 “우린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 여긴 엉망이네요.”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그렇게 말한 그가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프리멜라는 날개어에 대한 생각도 잊고 그의 걸음을 가쁘게 쫒았다. 소음 속에서 전해진 목소리가 너무나 냉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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