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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군을 죽이다
작가 : 다채
작품등록일 : 2017.7.3

삶을 포기한 공연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기회.

"네가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게."

우정과 사랑, 희생과 복수.

"살인자. 그게 바로 너의 이름이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13화
작성일 : 17-07-25 17:19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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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드니의 말이 맞았네. 진짜 쓸모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노야가 검은 가죽장갑을 낀 손으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조 의원, 이 녀석 내가 좀 데려간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괜찮아.”

  “잠깐…….”

  “미안, 미안. 한 시가 바빠서 말이야. 내가 너 쓰러져 있는 사흘 동안 얼마나 똥줄을 탔는지 알아?”

 

  노야가 내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거센 힘에 이끌려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노야가 ‘이크.’ 소리를 내더니 나를 어깨에 들쳐 업었다. 의원이 입을 뻥긋거리며 노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노야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병실을 박차고 나가 계단을 내려가자, 노야와 같은 검은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노야를 보자마자 사내들은 하나같이 차렷 자세로 오른 손을 들어 주먹을 쥐고는 왼쪽 가슴에 갖다 댔다. 노야가 그들의 행동을 대충 따라하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이드니에게로 간다.”

  “하지만 군위님, 군장님께서는 예군과 대화를 나누고 계십니다.”

  “예군? 예군께서 관저에 벌써 돌아오신 거냐?”

  “네, 마지막 지역까지 순찰을 끝내셨다고 합니다.”

  “역시 대단하신 분이야. 그 먼 거리를 이렇게나 빨리…… 아니, 이게 아니지. 그럼 일단 이드니한테 이 녀석, 쇼가 깨어났다고 전해.”

  “네, 군위님.”

  “저기…….”

  “아아, 쇼. 왜?”

 

  갑자기 사람을 들쳐 업고 달린 주제에 뻔뻔스럽게 웃는 낯짝을 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노야의 어깨에 매달려 있으니 머리에 피가 몰려 어지러웠다. 나는 상체를 힘겹게 세워 노야를 노려보았다. 노야가 붉어진 내 얼굴을 보자마자 아차 싶었는지 그제야 나를 땅에 내려주었다.

 

  “미안, 네가 깨어났다는 걸 되도록 빨리 보고해야 해서.”

  “애들은 어디 있어요?”

  “애들? 아, 상임의 자제들 말하는 거구나.”

  “맞아요, 소모랑 도이요.”

  “걔네 죽었는데.”

  “네?”

  “고제티 상임의 시체는 거의 불에 타버려서 뼈의 잔해들만 찾을 수 있었지만, 상임의 딸과 아들의 시체는 다행히 심하게 손상되지는 않았더라고. 현재는 사태 파악을 위해 부검 중이야.”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멋대로 비틀거렸다. 천천히 시야가 노래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확인사살을 당하니 꽤 충격이 컸다.

  소모뿐만 아니라 도이까지…….

  숨이 턱 막혔다. 목구멍이 부어오르는 고통에 컥컥대며 숨을 힘겹게 내뱉었다. 깜짝 놀란 노야가 나에게 손을 뻗었다.

 

  “야, 왜 그래?”

 

  노야의 말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온 몸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소모와 도이가 죽다니. 절규어린 신음소리가 입 안에서 터져 나왔다.

  이제 어떡하면 좋지.

  다리를 휘청거리자, 노야가 급히 손을 뻗어 나를 부축했다. 찰싹거리며 내 뺨을 때렸지만, 쉽사리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귓가가 위잉 소리를 내며 나를 괴롭혔다. 두꺼운 눈꺼풀이 부르르 떨리고 팔 다리가 저절로 축 늘어졌다.

  꿈이지, 꿈일 거야.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했다. 다시 눈을 뜨면 소모와 도이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옆에서 노야의 목소리가 얼핏 들렸지만, 나는 이를 가뿐히 무시한 채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

 

 

 

 

  “의원이 말렸다면서?”

  “저렇게 허약할 줄 알았나, 뭐.”

  “너를 보낸 내가 잘못이지.”

 

  끄응 앓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정신이 들었지만, 일부러 눈을 뜨지 않았다. 낯선 공기와 냄새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어딘가에서 우렁찬 함성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하나, 둘을 외치며 땅을 울리는 구둣발 소리와 일정하게 맞부딪히는 쇳소리가 나를 더더욱 긴장시켰다.

  가까이에서 달그락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뜨거운 듯 후후 불며 물을 들이켰다. 아까 어렴풋이 들렸던 목소리들과 가죽 소파에서 몸을 뒤척일 때 나오는 특유의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두 남자가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확실히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이드니.”

  “무슨 말?”

  “이 녀석이 그 날 화재사건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그런데 정말 그런 것 같은 게, 아까 나한테 고제티 상임의 자제들이 살아있는지를 묻더라니까?”

  “역시…….”

  “이거 잘만 하면 노연임을 엿 먹일 수 있는 기회가 되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친해질 필요가 있겠지.”

 

  머리카락이 흘러 내려와 볼을 간지럽게 했다. 그저 바람에 의해 움직여진 줄 알았는데, 살짝 잡아당겨지기까지 했다. 눈썹이 저절로 움찔거렸다. 누군가가 내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안 그래, 쇼?”

 

  눈을 번쩍 떴다. 머리카락에서 손을 뗀 남자가 나를 향해 싱긋 웃었다. 검은 제복에 진녹색 망토를 두른 남자는 제복이 꽉 끼는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락부락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각이 진 얼굴에 짙은 눈썹과 내려간 눈 꼬리. 멍하니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남자가 누워 있는 나를 손수 일으켜 세워주며 다시 한 번 싱긋 웃었다.

  나는 덩치 큰 사내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사내, 노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노야가 담배 파이프를 입 안에서 빼내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저 사내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건가. 거만하게 앉아 있는 노야가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어쩌지, 이드니? 난 이미 쇼한테 미움 받게 된 것 같아.”

  “너의 바보 같은 행동 때문에 경계하는 거잖아. 어떻게 깨어난 지 일 분도 안 지난 사람을 들쳐 업고 뛰어다녀?”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걸. 상임의 자제들이 죽었다는 말을 들어서 기절했던 거거든.”

 

  노야가 낄낄 웃으며 다시 파이프를 물었다.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 크기만 한 유리창이 바깥을 비추고 있었다. 바깥에는 웃통을 벗은 사내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움직임이 날렵했고, 위협적이었다.

  사람 형태로 만들어진 볏짚과 홀로 훈련을 하는 이들도 눈에 보였다. 처참하게 부서지는 볏짚을 보고 있자니 도이가 생각났다. 계속 저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으면 저들 사이에 끼여 아무렇지도 않게 볏짚을 베고 있는 도이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창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여기를 봐, 쇼. 잠깐 우리와 얘기 좀 하자.”

 

  노야가 탁자를 손으로 똑똑 두들기며 나를 불렀다.

 

  “일단 먼저 소개를 시켜줄게. 나는 이미 알 테고, 이 쪽은 이드니야. 퇴마군 14부대 군장님이시지.”

  “반갑다, 쇼.”

 

  덩치 큰 사내, 즉 이드니가 나에게 악수를 건넸다. 얼떨결에 손을 맞잡고 두어 번 흔들었다.

  얼떨떨한 기분에 멀뚱히 앉아 있는 나를 본 이드니가 바로 내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자, 갑작스럽겠지만 묻는 말에 대답 좀 해줄래?”

 

  이드니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작은 수첩을 펼쳤다. 노야 또한 파이프를 탁자에 내려놓고 팔짱을 꼈다. 진지한 분위기에 나는 숨을 삼켰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오기 시작했다.

 

  “상임의 자제들과는 무슨 사이지?”

  “친구……요.”

  “친구? 그 아이들한테도 친구가 있었군.”

  “그러게. 보통 고제티 임원 자제들은 평범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가 없을 텐데.”

  “그게 무슨 소리죠?”

  “그렇잖아. 고제티가 괜히 주람하브의 수도냐? 잘 나가는 지역이니만큼 고제티의 사람들은 욕심과 질투가 많은 걸로 유명해. 서로 헐뜯고 짓밟기 바쁜데 친구 사귈 시간이 어디 있겠어? 심지어 고제티 최고 권력자의 자제들께서 말이야.”

  “그래서 ‘고제티 시민들에게는 물 한 모금도 기대하지 말자.’라는 말까지 생겨난 거지. 우리 군사단도 고제티에 사건 하나 생겼다고 하면 얼굴 먼저 찌푸려. 좀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니 지역 군사들도 손을 못 써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일 테니까. 이번 일도 그래. 무려 고제티 상임의 집에서 불이 나다니. 이건 고제티는 물론이고 관저에도 빨간 불이 켜진 격이야.”

  “얼마나 큰일인지 이제 어느 정도 알겠지? 그 사건현장에 살아남은 건 너 하나밖에 없어. 그러니까 네가 협조를 잘 해줘야 해. 자, 그럼 다시 질문 들어간다. 너는 왜 그 집 돌담에 쓰러져 있었던 거지? 화재가 난 것과 연관이 있나?”

 

  노야의 눈이 대답을 재촉했다. 고요해진 방 안에는 시계 초침소리만이 똑딱이고 있었다. 나는 대답을 망설였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몰랐다. 아이들과 처음 만났던 그 때? 아니면 의원에게서 수수께끼 같은 말을 들었던 당시?

  내가 우물 쭈물거리자 이드니가 조용히 물 컵을 건네주었다. 투명한 물을 보니 목이 컬컬하다는 것을 느껴 냉큼 들이마셨다. 입가에 흐르는 가느다란 물줄기들을 대충 손으로 닦으며 나는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세계로 건너온 후의 모든 일들을 줄줄이 내뱉었다. 그러나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것과 의원이 나에게 의문의 말을 남겼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더 이상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은 싫었기 때문이다. 그저 산벼락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모든 기억을 잃게 되었는데, 그런 나를 소모와 도이가 발견해 치료를 도와주었고, 갈 곳 없는 나를 그들의 집으로 데려갔다고만 말했다. 상임에 의해 나는 쫓겨나게 되었고, 잠시 뒤에 다시 찾아갔는데 불이 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억나는 대로 무작정 말을 내뱉다 보니 더듬기도 하고 앞뒤가 안 맞아 못 알아들을 법도 한데, 노야와 이드니는 눈 한번 깜빡이지도 않을 정도로 나의 말들을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그래서, 네가 갔을 때는 이미 불이 나 있었다고?”

  “네.”

  “하필 상임이 본가에 가게 된 첫날에 딱 맞춰 화재가 일어나다니.”

  “대놓고 암살이라 말해주는 꼴이네. 허술한 건지, 아니면 의도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쎄, 상임의 본가에 불을 지를 정도면 평범한 암살자는 아닐 거야. 그렇게 넓은 집에 순식간에 불이 번졌다는 건 그 집의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건데…….”

  “떠오르는 사람이 딱 하나밖에 없네.”

  “그렇군.”

  “노연임 군관.”

 

  이드니와 노야가 동시에 말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사건의 범인을 알아낸 탐정들처럼 확신에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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