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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운을 거머쥔 자
작가 : 신책
작품등록일 : 2017.7.25

지옥에 떨어져도 살아 돌아올 행운을 가진 한 사람. 그 행운이 필요한 자, 그에게 오라.

 
1. 강운의 항해사 1) 소라고둥항의 소란 ④
작성일 : 17-07-25 15:17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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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리에씨, 소라고둥항엔 오래 계셨습니까?”

  “꽤 있었다고 할 수 있지. 한 십 년 됐나?”

  나발을 불던 병을 내려놓은 키리에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오래 계셨네요. 무슨 일을 하셨는지 여쭤 봐도 실례가 안 될까요?”

  “실례는 무슨. 딱 보면 모르겠나? 뱃놈이지, 뭐. 크하하.”

  시원하게 웃어젖히는 키리에였다. 정작 하누인은 신경이 좀 곤두서 있었는데, 그 이유는 주점 안에 좀 이상하다 싶은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주점과 매우 어울리지 않는 여인의 존재, 인조족으로 보이는 사내의 존재도 그 중 일부였다.

  “그러는 그 쪽은, 소라고둥항엔 처음이야?”

  하누인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이거 실례했군, 그래. 자리를 양보하는 거였는데 말야. 이쪽에서 보는 야경이 아주 끝내준단 말이지.”

  키리에가 벌개진 얼굴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이 주점 야경이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털보 빌켄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났다. 하누인은 과연 어떤가 싶어 잔을 든 채로 몸을 뒤로 절반쯤 돌렸다. 하지만 미처 야경에 눈을 빼앗기기도 전에, 그의 시야에 한 사내가 들어왔다.

  “아니, 빌켄 아닙니까? 안 그래도 빌켄 생각을 하던 차입니다.”

  하누인이 반갑게 인사하자 빌켄도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누인에게 다가왔다. 그는 막 점원에게 자리를 안내받은 차였던 듯,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은 채였다.

  “하누인 아니우? 다시 만나 반갑수.”

  재회의 인사를 마친 빌켄은 수염 가득한 얼굴을 돌려 키리에를 바라보았다.

  “명성은 익히 들었수. 나는 빌켄이라고 하우.”

  “나를 아나? 반갑네 그려, 칼-키리에일세.”

  “잘 알다 뿐이우? 반갑수다.”

  두 사람의 악수를 지켜보던 하누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빌켄에게 물었다. 상상도 못한 답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서였다.

  “키리에씨를 어찌 아십니까?”

  “엥? 하누인은 몰랐수? 여기 이 양반이 바로 그 양반 아니우.”

  하누인이 독해가 쉽지 않은 ‘이 양반이 그 양반’을 해석해냈을 땐 이미 키리에와 빌켄이 럼 한 잔씩을 주고받은 뒤였다. 그 사이 빌켄은 키리에의 허락을 받아 합석을 한 뒤였고, 키리에는 럼을 한 병 더 주문한 채였다.

  “아니, 그럼 키리에씨가 바로 강운의 항해사란 말입니까?”

  “그걸 몰랐단 말이우? 소라고둥항 사람이라면 거의 얼굴을 알 텐데?”

  “그러게 말이야. 내가 이름까지 밝혔는데도 못 알아 보더라만.”

  그 둘도 초면이었지만 둘은 기가 막힌 연합 작전으로 하누인을 함락 직전으로 몰아 넣었다.

  “아니, 도대체…….”

  “자, 자. 술이나 하자구. 모처럼 좋은 만남 아닌가, 크핫하하.”

  엉겁결에 권하는 대로 럼 두 잔을 연거푸 들이 켠 하누인은 갑자기 오르는 취기에 붉어진 얼굴로 투덜거렸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모른 척 할 수가 있어요?”

  “모른 척이라기 보다……. 뭐 그냥 재미 삼아, 하하.”

  물론 키리에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아니었다. 그는 술병을 흔들어 보였다.

  “어쨌든 내가 그 사람이니까, 술을 허비한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럼 됐지 뭘 그래? 사람이 그렇게 꽁해 있으면 안 된다구. 근데 날 왜 찾은 건가?”

  키리에는 럼을 다시 한 번 하누인의 잔에 채우며 물었다.

  “아, 그건……. 여기에서 얘기하기엔 좀 그렇군요.”

  “왜? 이 친구 때문인가?”

  키리에가 눈치 없이 털보를 향해 턱을 까딱거렸다.

  “이거 뭔 분위기우? 나 불청객이우?”

  대번에 시큰둥한 표정이 된 털보가 궁시렁댔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일단 빌켄을 진정시킨 하누인은 답답한 마음으로 덧붙였다.

  “여긴 너무 공개된 장소라는 뜻이지요.”

  이 말을 하며 그는 시선을 인조족을 닮은 수상한 사내 방향으로 주었다.

  ‘음?’

  그가 자리에 없었다. 술과 음식은 제자리에 있었다. 심지어 수저마저 그릇 안에 꽂혀 있었다. 그런데 사내의 모습만 자리를 감춘 것이다.

  “하긴… 이상한 여인네도 있고……. 뭔 일인지는 모르나 말하기 쉽지는 않겠수.”

  하누인의 눈길이 인조족을 찾아 이리저리 헤맨 것을 빌켄이 본 모양이었다. 다행히 그 방향에 관문에서의 여인이 앉아 있었기 때문에, 빌켄은 조금 엉뚱하게 넘겨짚은 셈이었다.

  “뭐 그렇게 눈 굴리지 않아도 나는 어디로 안 도망가니까……. 너무 걱정 말라고.”

  전혀 엉뚱한 생각을 한 쪽은 키리에였다. 이미 적당히 취한 키리에는 주의가 많이 분산되어 있었고, 하누인에게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기회였다.

  “그러면 말입니다…….”

  하누인이 막 말을 꺼내려던 찰나였다.

  와장창!

  주점의 한쪽 창문이 큰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사위가 쥐죽은듯이 고요해졌다. 뭔가 예상치 못한 큰 사건이 터지면 사람들은 대개 숨을 죽이게 마련이다. 놀란 상태로 반사적으로 바라본 창가에는 고고한 달빛을 받은 검은 그림자가 날카로운 눈빛을 번득이며 서 있었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결코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기괴한 외양, 마치 밤의 장막으로부터 막 빠져 나온 듯한 스산함이 그 위에 머물러 있었다. 악마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눈 아래의 입처럼 보이는 곳에서 허연 입김이 피어올랐다.

  “꺄악! 사람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비명이 울렸다. 그 때쯤 되어서야 하누인 역시 그 기괴하게 얽힌 그림자가 호랑이 종류의 맹수이고, 그 입에 사람이 물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등 뒤의 달빛이 워낙 강하여 그림자를 강하게 뒤틀어 버렸기에 생긴 착시였다.

  “잠깐 호랑이라면…….”

  빌켄이 무엇을 떠올린 듯 시선을 돌렸다. 그 눈길의 끝엔 관문의 여인이 있었다.

  “그 검치호로군요!”

  하누인 역시 곧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진작 눈치 채지 못한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 여자가 검치호 없이 주점에 홀로 앉은 그 모습으로부터 이상함을 확인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까의 비명이 신호탄이 된 듯, 이미 주점 안은 대소동 직전으로 옮아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리를 떠야겠습니다.”

  하누인이 외치며 일어났을 때, 빌켄은 이미 자신의 의자를 밀어 넣은 뒤였다.

  “좋은 판단이우. 나는 먼저 가우.”

  그 기민한 대응에 감탄하기도 잠시, 하누인은 이번엔 키리에를 건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해야 할 상황에 빠졌다.

  “아, 이거 좀 더 마셔야 하는데…….”

  이미 거나하게 취한 뱃사람은 사람을 잡아먹는 맹수고 뭐고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술병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주문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술병이 탁자 위에 올라 있었고, 그 중 절반은 이미 비어 있었다.

  “아니 도대체 언제……. 그게 아니라, 이봐요 키리에씨!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빌켄을 비롯하여 빠르게 움직인 자들은 이미 주점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있었고, 나머지 인원들은 썰물처럼 주점 입구 방향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로 가봐야 압사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술 말이야, 술. 내가 말하는 건 술이라고. 술이 술술 넘어가야 술인 거라고. 그게 바로 술인데…….”

  “제 방으로 가셔서 좀 더 드시지요.”

  하누인은 최대한 평정을 가장한 채로 키리에에게 자리를 옮길 것을 권했다. 어차피 지금 밖으로는 못 나간다. 그렇다면 차라리 숙소에 틀어박혀 있는 게 나을 지도 몰랐다. 방을 안내받으면서 느꼈던 것은, 이곳의 숙소가 거의 미로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 미로가 그들을 숨겨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방에서 술을 더 먹자고?”

  “예. 여기 술 다 가져가면 되겠지요.”

  급한 마음을 숨기며 하누인은 키리에를 재촉했다.

  “좋아! 가서 마시고 죽자고! 술에 빠져 죽어 봐야 술이 술이라는 걸 알…….”

  “예, 예. 빨리 갑시다. 늦으면 술 치워요.”

  하누인은 손에 술병 몇 개를 들고 급히 키리에를 부축했다. 뱃사람이 좀 건장한 것이 아니었기에, 남들과는 다른 경로로 숙소로 통하는 문 앞에 왔을 때 이미 하누인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빨리 안 가면 술 치운다며?”

  잠시 숨을 몰아쉬는 틈을 참지 못하고 키리에는 하누인에게 눈을 부라렸다.

  “예, 가야지요.”

  원망 섞인 대답을 하며 하누인은 흘깃 뒤를 돌아보았다. 맹수는 천천히 주점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의 입에 매달린 사람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아니?’

  그 사내였다. 인조족 사내. 달빛에 언뜻 비친 그의 얼굴은 분명 아까 보았던 그 인조족이었다. 어디를 다쳤는지 부리를 닮은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날 쫓아 온 것이다!’

  하누인은 당황한 마음을 숨기며 키리에를 부축한 팔에 다시 힘을 주었다. 한 순간이라도 빨리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순간 검치호와 눈이 마주친 듯 했지만, 검치호는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관문 여인의 앞쪽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다.

  “어디로 가야 술을 먹지?”

  “오른쪽이요. 오른쪽으로 가면 됩니다.”

  키리에의 한가한 말에 몹시 성의 없이 답하며, 하누인은 걸음을 재촉했다. 밖에서 처음 이 객관을 봤을 때, 큰 고둥 주변에 작은 고둥들이 계속 붙어 있는 모양임을 보고 신기하다 여겼었다. 알고 보니 그 작은 고둥들을 따라가며 객실이 있었다. 아까 점원을 따라갈 때는 쓸 데 없이 복잡하다고 여겼던 그 통로가 지금은 왜 이렇게 반가운지 몰랐다. 자신의 객실을 찾기에도 쉽지 않은 통로였지만, 덕분에 남의 객실을 찾기는 몇 배는 더 어려울 것이다.

  하누인은 자신을 점점 짓눌러 오는 키리에의 몸무게를 감당하며,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다음, 또 그 다음의 행동을 가정하면서였다. 민첩하게 움직여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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