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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군을 죽이다
작가 : 다채
작품등록일 : 2017.7.3

삶을 포기한 공연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기회.

"네가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게."

우정과 사랑, 희생과 복수.

"살인자. 그게 바로 너의 이름이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12화
작성일 : 17-07-25 13:48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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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는 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소모가 힘겹게 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자칫하면 끊어질 만큼의 가는 숨소리였다.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나 또한 숨을 쉬는 게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숨이 턱턱 막히며 잘 쉬어지지 않는데다가 소모까지 업고 뛰니 호흡이 가빠지는 게, 아주 죽을 맛이었다.

 

  “쇼야.”

  “어?”

 

  소모는 대답이 없었다. 어디 아픈가 싶어 잠시 걸음을 멈추는데, 천장이 불덩이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조금만 더 갔으면 깔렸을법한 거리였다.

  십년감수했다는 기분에 다리가 벌벌 떨렸다. 다급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소파 뒤에 생긴 틈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것은 쭈그려 기어가지 않는 이상 통과할 수 없는 아주 작은 크기였다. 옆에 걸려있는 커튼이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품어대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내려줘.”

  “뭐?”

  “나 좀 내려줘, 쇼.”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

  “그럼 왜······.”

 

  소모가 쿨럭 기침을 하자, 묵직한 핏덩어리가 바닥을 적셨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머리를 푹 숙이고 있던 소모가 아까부터 부여잡고 있던 배에서 천천히 팔을 떼어냈다.

  샛노란 원피스를 적신 시뻘건 피가 기다랗게 찢어진 뱃속에서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소모, 너······.”

  “난 이미 틀렸어.”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상처쯤은 치료받으면 싹 다 나을 수 있다고.”

 

  헐레벌떡 와이셔츠를 벗어 소모의 배를 꾹 눌렀다. 소모의 피가 흰 와이셔츠를 서서히 집어삼키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쇼.”

  “가만히 있어.”

  “너라도 어서 나가.”

  “가만히 좀 있으라고!”

 

  있는 힘껏 나를 밀어내는 소모가 답답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힘을 줄 때마다 배에서 피가 한 바가지 쏟아져 나왔다.

  나한테 이러지 마.

  불씨가 벽을 타고 올라가 샹들리에를 건드렸다. 여러 개의 양초들이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고 있었다. 소모의 손이 더욱 거세게 날 거부하기 시작했다.

 

  “제발 내 말 좀 들어, 소모야. 내가 어떻게 널 두고 가? 나 혼자 나갈 바에야 차라리 나도······.”

  “아니, 너는 살아야 해.”

 

  단호하게 말을 자른 소모가 내 뺨을 문질렀다. 시야가 울렁거려 그녀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어제 뺨 때려서 많이 아팠지? 미안해.”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감싼 내 손을 조심스레 풀었다. 나는 재빨리 소모의 손을 꼬옥 붙들어 잡았다. 여전히 서늘하고도 차가웠다.

  이 때, 커다란 샹들리에의 끈이 툭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환하게 불타오르는 샹들리에가 나와 소모가 있는 곳으로 휘청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소모가 두 손으로 나를 힘껏 밀었다.

  어서 가.

  소모가 입모양으로 나에게 말해왔다. 나는 뒷걸음질 치다 틈이 생긴 벽에 등이 닿았다. 샹들리에가 소모의 몸을 덮쳤다. 바닥으로 떨어진 양초들이 불씨를 더욱 부추겼다.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소모의 손가락이 유리조각들 사이로 삐져나와 있었다.

  저 멀리서 피칠갑을 한 도이가 비명을 내지르며 달려왔다. 칼을 내팽개치고는 활활 타오르는 샹들리에 앞으로 다가가 소모를 끌어냈다. 옷에 불이 붙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온 몸을 축 늘어뜨린 소모를 두 손으로 꼭 껴안으며 흐느꼈다. 그의 눈물이 소모의 얼굴에 하나 둘 떨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샹들리에가 떨어져 조그마한 구멍이 뚫린 곳에 빠르게 금이 가고 있었다. 건물이 급격히 흔들리며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어서 가.

  소모의 말이 끈임 없이 메아리쳤다. 나는 대답이라도 하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 있는 작은 틈에 손을 뻗었다. 활활 타오르던 커튼이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도이를 바라보았다. 소모의 머리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쓰다듬고 있던 도이와 눈이 마주쳤다.

 

  “왜······.”

 

  도이가 나를 응시한 채 중얼거렸다.

 

  “왜······!”

 

  고개를 돌렸다. 도이를 마주볼 수가 없었다. 사방이 불길로 번져 올랐는데도 뒷목이 서늘해졌다. 나는 재빨리 벽 틈에 몸을 구겨 넣었다. 어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마당을 엉금엉금 기어가 돌담으로 다가갔다. 뒤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지진이 난 듯 땅이 거세게 흔들렸다. 웅장한 바람이 먼지와 함께 불어왔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빨리 달아나야한다는 생각에 옆에 있던 사다리를 타고 담을 넘었다.

  돌담 밖의 길거리는 휑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지만, 정작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돌담에 등을 기댄 채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하하.”

 

  웃을 때마다 목이 따가웠다. 눈이 서서히 감겼다. 사방이 고요하고, 적막했다. 시끄럽게 울리는 심장소리에 비해 머리는 차분하게 모든 일들을 되뇌고 있었다.

  목 안에 낀 가래에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문득 이대로 숨이 멈추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요란한 말발굽 소리였다. 눈을 굴려 옆을 바라보니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말을 타고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색색거리는 나의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왜 이렇게 잠이 오는 걸까. 온 몸에 힘이 빠지며 부르르 떨리는 눈을 감았다. 나는 희미해져가는 의식을 애써 붙잡지 않았고, 자그맣게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

 

 

 

 

  ‘네가 살길 원해.’

 

  어둡고 고독한 공간 너머로 해맑게 미소 짓는 여인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신기루였다.

  나는 여인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어째서? 깊은 바다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렸다.

  영원히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안간힘을 써보았다. 여인의 형상이 점점 투명해지면서 급기야는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두 무릎을 꿇었다. 땅을 치고 후회해 봐도 여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뒤에서 푸른빛이 번쩍였다. 작은 문 틈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그 곳을 향해 달렸다. 그것조차 사라지면 이제 나는 철저하게 혼자가 될 것이다. 문손잡이가 내 손끝에 닿았다. 지체할 것도 없이 몸을 밀어붙이며 푸른빛에 발을 들였다.

  새하얀 배경 가운데 도이가 엎드려 있었다. 우는 건지, 아니면 웃는 건지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

 

  고개를 든 도이가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가슴 한 쪽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뒷걸음질을 쳤다. 원망 섞인 눈초리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심장을 겨누었다.

  나는 뒤를 돌아 검은 공간을 향해 내달렸다. 새까맣게 울렁거리는 검은 공간이 흰 공간을 천천히 갉아먹고 있었다.

  싫어. 들어가고 싶지 않아.

  검은 공간이 점점 나에게로 가까워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저 멀리서 한 사내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날 구해줘. 사내를 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사내가 나에게 커다란 손을 뻗어왔다. 낯설고도 다정한 목소리가 차분하게 울렸다.

 

  ‘내 손 잡아.’

 

 

 

 

 *

 

 

 

 

  눈을 떴다. 얼룩 하나 없는 깨끗한 천장이 나를 반겨주었다. 갑갑한 기분에 숨을 헐떡이며 천장을 쳐다보고 있는데, 기계음의 단조로운 멜로디가 주위에서 흘러나왔다.

  침대를 둘러싼 커튼이 빠르게 걷혔다. 흰 마스크와 앞치마를 두른 여인이 가만히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손 안에 들린 서류 뭉치를 펄럭이더니, 무언가를 끼적였다.

  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여인 옆으로 다가왔다. 마스크를 벗으며 여인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거친 호흡을 내쉬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진정하시고 제 말에 집중하세요. 하나 하면 숨을 들이쉬고, 둘 하면 내쉬는 겁니다. 하나, 들이쉬고······. 둘, 내쉬고······. 그래요, 아주 잘 하고 계십니다. 부의, 이 분한테 진정제 하나 놔 드려라.”

  “네, 의원님.”

 

  여인이 주머니 속에서 비닐로 포장된 주사기를 꺼내들었다. 날카로운 주둥이가 캡슐 속 투명한 액체를 빨아들이더니 곧장 내 팔을 찔렀다. 따끔거리는 느낌에 눈을 꾹 감았다. 거칠던 숨소리가 차차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여기는······.”

  “의서실입니다.”

 

  의서실? 주위를 살피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하자 남자가 손을 휘저으며 말렸다. 곧 보호자가 올 테니 편히 누워있으라는 말도 덧붙였다.

 

  “보호자요······?”

  “의원님, 노야 군위님께서 오셨습니다.”

 

  여인이 커튼 밖을 힐긋 보며 말했다.

 

  “아, 오셨습니까?”

  “그 놈은 깨어났나?”

  “예, 지금 막 깨어난 상태입니다.”

 

  검은 제복에 베레모를 입은 사내가 의원에게 악수를 건넸다. 그의 입에는 두툼한 크기의 담배 파이프가 물려 있었다.

  의원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두 손을 뻗어 악수를 하는데, 사내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날렵한 이목구비에 한껏 매서운 눈매를 가진 남자였다.

 

  “이름이 뭐냐?”

  “······.”

  “대답하기 싫은가보군.”

 

  사내가 한 발짝 다가왔다.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 하는 게, 마치 호랑이가 자신에게 반항하는 어린 사슴을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뻣뻣해진 고개를 애써 좌우로 돌렸다.

 

  “이공······ 아니, 쇼입니다.”

  “으음, 쇼. 그래. 내 이름은 노야다. 퇴마군 14부대 군위 자리를 맡고 있지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노야라는 사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손으로 파이프를 잡고 매운 연기를 내뿜었다.

  의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반응이 없으니 그의 말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금 퇴원 가능한 거지?”

  “예, 건강상으로는 상관없습니다.”

  “다행이네. 이드니가 이 녀석한테 물어볼 게 많은 것 같더라고.”

  “군장님께서요?”

  “그래. 그 날 상임의 본가 돌담 바로 너머에서 발견된 녀석이니까.”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다가 노야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나는 잠시 기억을 회상했다. 내가 정신을 잃기 전, 누군가가 말을 타고 나에게 다가왔었다.

  그게 바로 저 사내인가? 나는 내 팔에 링거가 꽂혀 있다는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나 노야에게 다가갔다.

 

  “소모······ 소모랑 도이는요?”

  “소모랑 도이?”

 

  그는 나의 갑작스런 질문에 놀란 눈치였다. 여인이 작은 비명을 내지르며 흰 솜으로 링거가 빠진 팔 부분을 감쌌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노야의 손을 붙잡았다. 굳은살이 박인 거친 손등이었다.

 

  “혹시 고제티 상임의 자제들을 말하는 거냐?”

 

  나는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끄덕였다. 노야의 경직된 입 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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