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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운을 거머쥔 자
작가 : 신책
작품등록일 : 2017.7.25

지옥에 떨어져도 살아 돌아올 행운을 가진 한 사람. 그 행운이 필요한 자, 그에게 오라.

 
1. 강운의 항해사 1) 소라고둥항의 소란 ①
작성일 : 17-07-25 11:16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5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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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운의 항해사

 

  1) 소라고둥항의 소란

 

  철썩.

  온통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 맨 아랫부분으로 파도가 들이치고 있었다. 그 기세가 자못 사나울 뿐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몰아치는 끈기마저 갖추기는 했지만, 당분간 바위절벽은 건재할 듯 했다. 물론 언젠가는 이 절벽도 파도에게 굴복하긴 하겠지만, 그 언젠가는 머나먼 미래의 일이었다. 오래전 북쪽에서 험한 사막을 뚫고 내려와 이 절벽을 마주한 최초의 이주민들이 입을 딱 벌리고 자연의 경이를 바라보았을 때와 꼭 같은 모습으로, 바위절벽은 여전히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다.

  이 절벽이 정말로 난처한 점은 그 길이가 무척이나 길다는 사실에 있었다. 바다를 따라 수천 리를 뻗어 있는 이 천연의 장벽은 그 주변에 올망졸망 모여 살고 있는 이주민들의 후손들을 바다와 완전히 격리시켜 놓는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이 기나긴 바위절벽에다 ‘마지막 벽’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그 감탄할만한 이름 외에도, 이 바위절벽을 부르는 다른 별칭이 있었다. ‘빌어먹을 벽’이었다. 물론 그 이름엔 어찌할 수 없는 대자연을 향한 치졸한 복수의 의미도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인간 역시도 난감한 존재임은 마찬가지였다. 인간은 대자연의 입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장벽 중앙에 난 유일한 구멍을 찾아냈다. 절벽 맨 위의 좁은 구멍 아래로 계단식으로 펼쳐진 상대적으로 완만한 경사의 암석들 위에 옹기종기 어부들의 집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곳은 대륙에서도 이름 난 항구가 되었다.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계단식의 항구는 바다에서 보기에 절벽 사이에 몸을 웅크린 하나의 거대한 소라 고둥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항구의 이름이 되었다.

  소라고둥항.

  그것이 바로 대륙 3대 미항에 속하는 이 항구의 이름이었다. 아름답지만 그리 크지는 않은, 이 소박하고 조용한 항구의 제일 높은 층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난 것은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좀 들어갑시다, 거 좀. 추워 죽겠는데…….”

  한 텁석부리 장한이 큰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절벽에 난 틈으로 소라고둥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관문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날 따라 통관이 지체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체의 원인은 한 여행객이 동반하고 온 애완동물 때문이었다. 아니, 애완동물이라는 말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 서넛은 한 번에 삼킬 법한 그 동물의 입에는 거대한 송곳니가 삐져나와 있었으니까. 그 동물은 대륙 전역을 통틀어 멸종 위기에 빠졌다는 검치호였고, 당연하게도 관문을 지키는 수호병들에 의해 입장이 저지되었다.

  “애완동물 동반 불가라는 표지는 어디에도 붙어 있지 않은데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따지는 사람은 놀랍게도 젊은 여인이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두툼한 방한복을 입고 다시 그 위에 모피로 된 망토를 둘렀기에 몸집이 꽤 커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고, 덕분에 그 날카로운 목소리는 더욱 위협적으로 들렸다.

  “죄송합니다만…….”

  그 앞에서 쩔쩔 매고 있는 사람은 관문의 통관을 담당하는 직원 중 제일 높은 사람인 사무장이었다.

  “소라고둥항 관문 조례 7조 3항에 따르면 위험한 동물은 소라고둥항 관문을 통과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얘는 하나도 위험하지 않은데요?”

  여인이 장갑에 쌓인 손을 바깥쪽으로 내밀자 검치호가 그 위에 한쪽 앞발을 얹었다. 마치 훈련받은 개를 연상시키는 동작이었지만, 그 동작과 함께 얼굴을 치켜 든 호랑이의 송곳니에 빛이 반사되었기에 도리어 위협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사무장은 두려움으로 한 걸음 물러섰지만, 통관과 관련해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소라고둥항 관문 조례 7조 3항에 붙은 부칙에 따르면 위험성에 대한 판단은 소유주나 관문 직원이 자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행령에 따르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항구의 영주님께서 즉위하실 때 발표하신 관문 통과 불가 사물 및 동물에 관한 시행령 제8항의 시행세칙에 검치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관문을 지나실 수 없습니다.”

  숨도 쉬지 않고 말을 끝마치는 사무장을 보며 여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 뿐 아니라 여인의 뒤에 늘어서 있던 사람들 또한 일제히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여인의 동행들이 아니라 운 나쁘게도 그녀의 다음 차례로 관문 통과를 기다리게 된 사람들이었다. 반 다경이면 될 일을 두 식경 넘게 기다리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한숨은 전염되듯 뒷줄로 향했다. 백 서른 아홉 번째의 한숨은 아까의 그 털보 장한의 몫이었고, 그는 다시금 큰 목소리로 투덜거림으로써 막 백 마흔 번째의 한숨을 쉬려던 사내를 흠칫 놀라게 했다.

  “거 참, 정도껏 합시다, 정말. 어느 쪽이든 빨리 포기를 하라고! 다들 얼어 죽겠단 말이우!”

  백 마흔 번째로 줄을 서 있던 사내가 털보에게 말을 걸었다.

  “그 정도로 말해서 들리기나 하겠습니까? 이거나 한 번 써 보시지요.”

  말의 내용은 마치 약장수 같은 느낌이었지만, 목소리는 진중했다. 사내가 털보에게 건넨 것은 큼지막한 구슬 같은 것이었다. 보통의 구슬과 차이가 있다면 가운데 원통형의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이었다. 털보는 뚱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깜짝 놀라면서 뒤에 선 사내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이건 확성기가 아니우? 이거 보통 마법이 아닌데…….”

  뒤의 사내는 산양 가죽을 통째로 뒤집어 만든 두툼한 로브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 로브는 적어도 마법사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우연히 얻게 된 것입니다.”

  로브의 사내는 씨익 웃으며 손짓으로 사용을 재촉했다. 털보 장한은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몸을 돌려 확성기 구슬을 손에 들었다.

  “이봐요! 대충하고 빨리 끝내요! 얼어 죽겠다고!”

  어디선가 천둥처럼 터져 나온 목소리에 사무장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여인 역시 놀란 기색이었다. 하지만 여인은 얼른 그 기색을 지우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무장에게 따지고 들었다.

  “보세요. 다들 힘들어 하잖아요. 사무장님이 눈을 딱 감고 저를 들여보내 주시기만 하면 해결되는 일이라구요!”

  사무장이 눈을 질끈 감았기 때문에, 여인은 일순간 그가 자신을 통과시켜 줄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품을 뻔했다. 아니, 품었다. 사무장이 입을 연 순간 그 희망은 무너져 내렸지만.

  “……관문 조례와 시행령에 예외는 없습니다. 이 검치호는 관문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답답한 표정을 지은 여인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것 보세요. 우리는 도롱시로부터 밤낮 나흘 길을 쉬지도 못하고 걸어왔다구요. 음식도 다 떨어지고 물도 없어요. 우리 검치 뱃가죽이 등에 붙은 걸 보라구요. 더군다나 이 추위에 몸 녹일 틈도 없이 다시 돌아가라는 말인가요?”

  여인의 표정은 이번엔 애절하게 바뀌었다. 설마 밤낮 나흘을 쉬지도 않고 걸었으랴만, 여인은 작전을 바꾸어 온정에 호소해 보기로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요청 역시 단칼에 거절되었다.

  “음식과 물은 보충해 드리지요. 비용은 받습니다만 주머니 사정이 딱하다면 가격을 조율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몸은 이미 충분히 녹으셨을 것 같은데요?”

  관문 바로 앞은 그곳을 지키는 관원들을 위해 숯불이 지펴져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는 몸은 이미 다 녹은 뒤였다. 언쟁이 워낙 길어지고 있었으니까. 일언지하의 거절에 여인의 눈썹이 다시 날카롭게 올라갔다.

  “제가 어떻게든 항구로 들어가야 되겠다면 어떻게 되나요?”

  “이 애완동물을 동반하지 않으신다면 약간의 관문세를 내고 통과하실 수 있습니다. 동반하신다면 통과가 불가하구요.”

  “제가 검치를 여기에 풀어 놓으면 관문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오히려 위험에 처하게 될 텐데요?”

  여인의 말이 협박성을 띠기 시작하자 검치호 역시 눈을 빛내며 땅바닥에 앞발을 대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 자세는 홀쭉한 뱃고래가 더욱 강조되는 자세였고, 관문 수호병들은 날씨 때문만은 아닌 섬뜩한 한기를 느꼈다. 단 사무장은 예외였다.

  “그것은 저희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여인은 할 말을 잃었고, 검치호는 그런 주인을 보면서 작은 소리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검치야……. 아마 방법이 있을 거야…….”

  검치호의 머리를 쓰다듬던 여인은 다시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내곤 큰 목소리로 따지기 시작했다.

  “이런 중대한 사안은 이 항구로 떠나기 전에 진작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해 놔야 하는 것 하닌가요? 당신들이 직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선량한 시민의 합리적인 계획과 안전을 이런 식으로 위협하는 것은 국가의 관원으로써 해서는 안 될 일이지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실천하며 따지기 시작한 여인이었지만, 이내 강력한 반격에 맞부딪혔다.

  “소라고둥항의 관문 조례와 시행령은 주변 수백 리의 마을과 도시의 관청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반포되어 있습니다.”

  사무장은 엄숙한 얼굴로 이렇게 선포함으로써 ‘공적인 영역에서는 많이 아는 자가 이긴다’는 또 다른 만고불변의 진리를 여러 사람 앞에서 증명해냈다.

  풀 죽은 여인이 검치호를 데리고 돌아서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였다.

  “이봐요! 그 호랑이는 고양이과가 아닌가? 그냥 뛰면 되잖우?”

  멀리서 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의 그 목소리였다. 여인의 얼굴에 밝은 표정이 되돌아 왔다. 그 고함 소리에 무언가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사무장님! 관문 조례에 따르면 위험한 동물은 관문을 통과할 수 없지요?”

  “맞습니다.”

  사무장은 딱딱한 표정으로 긍정했다.

  “그럼 바다에서 바다뱀이 쳐들어 오거나 하늘에서 대머리수리가 날아드는 것은 관문과는 무관하겠군요?”

  사무장은 고개를 모로 꼬았다.

  “뭐, 그게 항구에 위협이 된다면 다른 방법으로 막기야 하겠습니다만…….”

  관문과는 관계없다는 이야기였다. 여인은 빙긋 웃음을 짓고는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검치! 뛰어!”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검치호가 관문으로 뛰어드나 싶어 창을 꼬나 들던 수호병들은 여인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보고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동작을 멈추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관문 옆의 절벽을 향해 있었다.

  “어엇?”

  한 수호병의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검치호는 탄력 있는 등으로 빛살처럼 튀어나가 절벽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관문에서 멀지 않은 그 절벽의 아래쪽에는 소라고둥항의 중층부 건물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었다. 사람이라면 즉사할 높이였지만, 검치호에게 그 정도 높이는 아무 것도 아닐 터였다.

  검치호가 휙 뛰어내리는 소리, 하늘에서 날아드는 검치호를 보고 지르는 비명 소리, 무언가 우지끈 부서지는 소리 등을 연이어 들으면서, 여인은 앞에 선 사무장을 향해 생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 이제 저 혼자이니 관문 통과에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요?”

  사무장의 얼굴빛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작은 소란이 큰 소동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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