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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던전 견문록
작가 : 노쓰우드
작품등록일 : 201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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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서 태어나 괴수의 젖을 먹고 자란 인류의 후손,
특별한 힘과 강인한 신체를 지닌 그들이 돌아왔을 때
인류는 그들을 가리켜 던전 베이비라 불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미궁에서 태어난 김진우.

"강해지려고 한 적은 없어. 단지 난 살고싶었을 뿐이야."

가장 비천한 토굴꾼에서 미궁의 왕까지, 지금 그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제 8 화
작성일 : 16-08-22 10:06     조회 : 510     추천 : 0     분량 : 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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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저 공작

 

 

 

 미궁의 업그레이드가 끝나고도 어느덧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에 나가의 미궁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는 적막하던 미궁을 들락거리는 존재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옳지. 착하다.”

 근래 들어 미궁에 체류하는 시간이 제법 길어진 김진우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쉭쉭!”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혀를 날름거리는 존재, 2주 전 미궁이 2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되며 나타난 나가 일꾼이다.

 상반신은 인간이되 하반신은 뱀의 그것과 같은 모습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에는 애정이 어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어미 따르듯 하니 흉악한 모습 따위야 아무래도 좋은 것이 당연했다.

 “쉭!”

 나가 일꾼은 인사 대신 혀를 날름거리다 이내 창고를 빠져나갔다. 창고 역시 미궁이 2등급에 오르며 새롭게 나타난 시설물이다.

 처음에는 텅텅 비어 있던 창고가 지금은 나가 일꾼들이 채집해 온 온갖 암석과 풀뿌리 따위로 제법 들어차 있었다.

 물론 그중의 태반이 쓸모없는 것인지라 김진우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저 부지런히 미궁의 창고를 들락거리는 나가들을 보느라 남아 있었을 뿐이다.

 나가 일꾼이 떠난 창고 문을 닫고 자리를 뜨려던 김진우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본 탓이다.

 반쯤 닫힌 창고 문을 다시 활짝 연 그는 반짝이는 물체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거무튀튀하고 볼품없는 지저의 암석더미 사이에 다운 잼이 끼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 크기가 작아 가치는 얼마 되어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보아 넘긴 창고의 짐 속에 귀물이 섞여 있는 것이다.

 새끼손톱 반의반도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의 다운 잼을 챙겨 든 그는 혹시나 하는 기대에 창고 안을 싹 다 뒤져 보았다.

 무려 한 시간이 넘도록 먼지를 들이마시며 고생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짐더미 속에서 무려 세 개나 되는 다운 잼을 발견한 탓이다.

 한참을 더 뒤져 보았지만 결국 그는 다운 잼 네 개를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또 왔군.”

 일전에 다운 잼을 팔 때 들른 감정소에 오니 당시 빨간 다운 잼을 감정한 감정사가 그를 반겨주었다. 거두절미하고 그는 창고에서 얻은 다운 잼부터 내밀었다.

 “어디 보자.”

 한참 동안이나 다운 잼을 살펴보던 감정사가 감정가를 말하는 대신 엉뚱한 소리를 했다.

 “요즘 지저 상황이 좋지 않다던데 어디서 이런 걸 구했지? 저층에 있던 놈들이 죄다 위로 기어 올라와서 베테랑 탐색자들이나 겨우 들락거린다던데.”

 의외의 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전에 5층 아래에서나 출몰할 늑대원숭이를 1층에서 만난 적이 있는지라 그는 저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알고 있던 모양이군. 근데도 지저에 들어갔단 말이야? 젊어서 겁이 없는 거야, 아니면 돈독이 오른 거야?”

 나이 지긋한 감정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대로 있다간 이야기가 길어질 판이라 김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감정가를 물었다. 하지만 감정사는 또다시 엉뚱한 소리를 했다.

 “안 그래도 요즘 다운 잼 수급이 달려 죽겠어. 출처는 묻지 않을 테니까 우리랑 독점적으로 거래하는 게 어때?”

 아무래도 저층의 괴물들이 상층에 꽤나 자주 출몰하는 모양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반 탐색자들이 깊은 곳에 들어가기를 꺼리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그렇게 나라에서 말려도 죽을 둥 살 둥 기어 내려가더니 이제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봐. 그새 배가 불렀다니까.”

 감정사는 묻지도 않은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김진우는 잠시 고민했다.

 미궁을 떠난 지 벌써 5년이다. 그동안 상층의 미궁은 전부 공략되었고 수많은 탐색자들이 지저를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축적하여 최단 탐색 루트를 뚫고 각 지역마다 출몰하는 비스트와 크리쳐들까지 분류해 두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자신은 무지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런 때 눈앞의 말 많은 감정사 노인 같은 사람을 하나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란 판단이 섰다.

 “잘 생각했어. 우리만큼 신용 좋은 곳도 없어. 저번에 가져온 다운 잼 정도라면 시세를 더 쳐주도록 하지.”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이 감정사는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 덕분에 지저의 변화를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감정가부터…….”

 침까지 튀어가며 떠들어대던 감정사가 김이 팍 샜다는 얼굴로 혀를 찼다.

 “에잉, 땅굴 파고 다니는 놈치고 성질 급하지 않은 놈 없다더니 자네도 똑같구만.”

 김진우는 감정사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다운 잼을 툭 건드렸다. 무언의 독촉에 감정사가 루뻬를 눈에 끼우고는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감정을 시작했다.

 “어디 보자. 대체 어디서 이런 질 좋은 놈들을 구해왔나? 크기는 작은 대신 엄청나게 질이 좋구만. 그래도 너무 기대는 말게. 아무리 질이 좋아도 이런 크기로는 큰돈 못 받아. 큰 놈은 300이고 작은 놈들은 200이네.”

 생각보다 큰 금액이다. 시세보다 높은 액수에 의아한 얼굴을 해 보인 그는 이내 납득하고 말았다. 가뜩이나 귀한 다운 잼이다.

 그런데 저층의 크리쳐들이 밀고 올라온 탓에 다운 잼 수급의 문제가 생겼다고 하니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했다.

 “전부 해서 900인데 50 더 쳐주지. 어차피 쭉 보게 될 테니 인사라고 생각해 둬.”

 감정사가 제멋대로 50만 원을 더 얹어주었다. 굳이 사양할 이유가 없는 그가 이내 돈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니 감정사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같이하기로 했는데 이름도 안 알려줄 텐가?”

 듣고 보니 그도 그런지라 그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감정사의 이름을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다.

 “젊은 친구가 늙은이 이름 부르게? 그냥 백 선생이라고 불러. 어차피 다른 놈들도 다 그리 부르니까.”

 왠지 손해를 본 듯한 기분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이고는 감정소를 나섰다.

 

 ***

 

 그 뒤로도 나가 일꾼들이 가져온 암석더미에서 다운 잼이 발견되었다. 일전에 발견된 것들과 마찬가지로 크기는 작았지만 불로소득이니만큼 그는 만족했다.

 그렇게 나가 일꾼 덕분에 얻은 소득이 무려 2,100만 원이다.

 이쯤 되니 김진우도 슬슬 미궁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땅 밑을 헤집고 다니는 것밖에 없는지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그에게 나름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긴 것이다.

 그사이 감정소의 백 선생과도 제법 친분을 다질 수 있었다. 수다스러운 것만 빼면 백 선생은 제법 좋은 사업 파트너였다. 그런 그가 어느 날인가 지나가듯 이야기했다.

 “조만간 우리나라의 미궁 입구가 일시적으로 사용이 제한될 모양이야. 그 때문에 허접한 탐색자들이 난리지. 지들 밥줄이 막히게 생겼으니까. 던전 베이비나 진짜 탐색자들은 어차피 상관도 안 할 테고.”

 “1층 상황이 많이 안 좋은가 봅니다.”

 “5년 동안 탐색자들 수준이 많이 떨어졌거든. 매뉴얼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식충이들이 된 지 오래야. 그런 놈들이니 1층의 변화에 적응을 못 하는 게 당연해. 나라에서는 그런 밥벌레들이라도 있어야 돈이 되니 잠깐 동안 상황을 통제할 모양이지.”

 신랄한 백 선생의 말에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이 만난 늑대원숭이만 해도 일반 탐색자들이 상대하기에는 지나치게 교활하고 포악했다. 던전 베이비라도 그 정도 수의 늑대원숭이라면 생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 비스트들이 다수라니 나라에서 지저의 입구를 통제할 만했다.

 “뭐, 거기에 비하면 자네는 진정한 의미의 탐색자지. 이 난리통에도 꾸준히 지저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

 백 선생이 엄지까지 펴 보이며 추켜세우는 말에 그의 얼굴에 경계심이 떠올랐다.

 저렇게 꿀을 바른 듯 달콤한 말을 할 때면 상대를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물며 당장 다운 잼의 출처를 밝힐 수 없는 그는 더욱더 조심해야 했다.

 “도통 쓸 만한 놈들이 보이지를 않거든. 자네 정도라면 어떻게 한번 내가 믿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역시나 백 선생은 뭔가 바라는 게 있는 듯했다. 그가 대답도 없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그가 능글능글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서 말이야, 자네 일 하나 해보지 않겠나?”

 뭔가 대단한 선의를 베푸는 듯한 백 선생의 태도, 하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슬슬 미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그인지라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의뢰를 맡을 이유가 없었다.

 “다시 생각해 보게. 자세한 건 승낙을 해야 말해줄 수 있겠지만, 성공만 하면 대박은 따놓은 당상이거든.”

 백 선생이 다시 권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아니, 대체 뭐가 문젠가? 어차피 이 일이 아니더라도 미궁은 뻔질나게 들락날락거리면서. 들어가는 길에 겸사겸사 목돈 좀 만져보면 좀 좋은가?”

 지저를 떠난 지 오래된 김진우였지만 이런 허황된 말에 넘어갈 정도로 현실 감각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미궁에 대박이란 없다. 그저 위험에 걸맞은 대가가 있을 뿐. 대박을 노릴 정도의 일이라면 던전 베이비고 나발이고 여럿 죽어나가는 고위험의 의뢰일 가능성이 높았다.

 “끄응, 이거 원래는 수락해야 말해주는 건데… 일단 들어나 보게.”

 백 선생이 다급하게 자신을 붙잡는 것을 보며 그는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이 일, 위험한 일이 틀림없었다. 정말로 좋은 건수라면 이 정도로 사람 구하는 데 필사적일 리가 없었다.

 아무리 1층의 상황이 난장판이라고 해도 대박에 목숨 건 뜨내기들은 어디에나 있을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몸을 돌리려다 그대로 굳어버렸다.

 “1층에서 지옥거미가 목격됐어. 지옥거미가 뭔지는 알지? 미궁 전쟁 당시 놈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나. 근데 바로 그 끔찍한 놈들이 나타났다는 말이야. 10층 이상의 심층에서나 발견되던 놈들이 1층에서 발견된 거지.”

 그가 걸음을 멈추자 흥미가 동했다고 생각했는지 백 선생이 빠르게 설명을 했다.

 “지옥거미가 상대하기 까다롭기는 해도 알다시피 죄 다운 잼을 품고 있는 놈들이야. 등급은 또 좀 높은가. 일이 잘 풀려서 한 놈만 잡아도 팔자 고칠 정도의 돈은 벌…….”

 “어디서 목격됐답니까?”

 이제까지와는 확연하게 다른 얼굴, 악귀처럼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보며 백 선생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백 선생은 김진우가 이야기에 흥미를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기꺼워했다.

 “이제 좀 이야기를 들어볼 마음이 생겼나 보구먼. 파주 게이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된 모양이야. 어딘가로 무리 지어 이동하고 있다더군.”

 지옥거미, 그 저주스러운 지저 공작의 군단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필이면 그가 미궁의 주인이 된 이 시점에서.

 “팀은… 팀은 꾸려졌습니까?”

 “일단 사람은 어느 정도 모였는데 다들 쭉정이라서. 괜히 헤집었다가 소문만 나면 날파리가 꼬일 테니 확실한 사람이 필요하단 말일세.”

 이제는 그가 완전히 넘어왔다고 생각한 것인지 백 선생의 말에 거침이 없었다.

 “자네는 부양해야 할 가족도 있지 않은가? 근래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고 들었…….”

 콰앙!

 그 순간 백 선생과 김진우가 마주 앉은 사이에 놓여 있던 테이블이 박살이 났다. 단단한 원목 테이블이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져 폭삭 주저앉은 것을 보며 백 선생이 입을 다물었다.

 “뒷조사를 한 겁니까?”

 “커흠. 실례했구먼. 아무래도 믿을 만한 사람인지 확인이 필요해서 말이야.”

 “기왕이면 어디서 이런 질 좋은 다운 잼을 구해오는지 출처도 밝히고 싶었겠지.”

 차갑게 중얼거린 그는 이제까지 보이던 예의 바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나운 얼굴로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백 선생은 믿는 게 있는지 태연하기만 했다.

 “이 바닥에서 굴러먹는 놈들이야 원체 험하게 산 놈들이라 부모고 형제고 죄 칼 맞아 나자빠졌어. 지킬 게 없으니 눈에 뵈는 것도 없거든. 그런 놈들은 신용이 없어. 근데 자네는 번듯한 부모님도 있고 귀여운 동생도 있지 않은가. 지킬 게 있는 사람은 신중해지기 마련이지. 자네라면 함부로 약속을 어기지는 않을 테지.”

 명백한 협박. 일그러져 있던 김진우의 얼굴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차라리 화를 낸다면 모를까 서리가 내려앉은 듯한 그의 표정이 더욱 섬뜩했다.

 “만약… 제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가 한자 한자 또박또박 씹어뱉듯 말했다.

 “던전 베이비가 미쳐 날뛸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똑똑히 보게 될 겁니다.”

 협박이라고 하기에는 무게가 달랐다. 지상에서 올라온 던전 베이비 중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혈겁을 일으킨 던전 베이비가 너무나도 많은 탓이다.

 이제껏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던 백 선생도 이번만큼은 그를 다시 보았는지 해쓱한 얼굴로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겠습니다. 테이블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 잠깐 사이에 평정을 찾은 모양인지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를 남긴 그가 감정소를 빠져나갔다.

 그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 홀로 남은 백 선생이 박살이 난 원목 테이블을 보며 질린 표정을 해 보였다.

 감정소를 빠져나온 김진우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좋지 못한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차라리 악몽이라도 해야 할 기억이다. 온 세상이 어둠뿐이던 그 무렵, 함께 나고 자란 형제와도 같은 이들을 수도 없이 집어삼킨 괴물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앞에 그려졌다.

 눈을 질끈 감은 그가 까드득 이를 갈았다. 그 서슬에 놀란 행인이 그를 보고는 그대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김진우의 얼굴은 마치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그날 김진우는 오랜만에 악몽을 꾸었다.

 꿈속의 자신은 던전 베이비 김진우가 아닌 이름 없는 토굴꾼이었고, 그런 그의 주변으로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거대한 거미들에게 짓밟히고 끝내는 그들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지저 공작, 지저 대전을 일으킨 원흉 중의 하나이며 그를 망가뜨린 원수이다. 지저 공작은 여전히 흉악하고 강대했고, 자신은 보잘것없었다.

 신음과 함께 꿈에서 깨어난 김진우는 제 몸을 더듬었다. 아직도 생생한 지저 공작의 여섯 개 눈동자를 떠올리며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김진우가 포탈을 열었다.

 

 ***

 

 “야옹.”

 품에서 뛰어나가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는 김진우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펴졌다. 이로써 포탈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활짝 열린 게이트 너머를 기웃거리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고양이를 보며 그는 몸을 일으켰다.

 

 [나가의 미궁] (활성화)

 □오너 김진우(5등급)

 □2등급 미궁(규모 9X9)

 □내구도 1050/1050

 □시설

 *오너 룸(1등급)

 *포탈 (활성화 중 23:58:11 0/1)

 *게이트(100/100)

 *창고(346/500)

 *나가의 둥지(4/10)

 -3등급 시설물은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활성화됩니다.

 □병력(4/10)

 *나가 일꾼(1등급) 4/1

 

 텅 비어 있던 창고는 벌써 반 이상이 차 있었다. 넷이나 되는 나가 일꾼이 부지런히 돌아다닌 결과였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김진우는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 너무 느슨해져 있었다. 5년이나 지저를 떠나 있다 보니 감이 떨어진 모양이다.

 백 선생 덕에 스스로가 지나치게 나태해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뎌졌던 마음속 칼이 바짝 날을 세웠다.

 지옥거미, 그 증오스러운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려왔다. 비명을 지르며 애원하던 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던 흉악한 거미, 지저 공작의 모습이 보였다.

 “후우…”

 한참 동안이나 숨을 고른 김진우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채집된 손톱보다 작은 다운 잼 하나를 들고는 오너 룸으로 향했다.

 이제까지의 망설임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다운 잼을 제단 위로 던져 넣었다.

 힘이 없어 외면하고 있던 현실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순간 김진우는 달라졌다. 그의 눈길은 불길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최하급 다운 잼을 제단에 바쳤습니다. 미궁의 등급 업그레이드에 사용할 경우 앞으로 아홉 개의 동일한 등급의 다운 잼이 필요합니다.]

 [등급이 높은 다운 잼일수록 효율이 좋습니다.]

 [제단에 바친 다운 잼을 이용해 새로운 병력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제길!”

 연달아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저 멀리서 흉악한 거미들이 킥킥거리며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그는 이내 각오를 다지고는 나가들의 왕좌에 앉았다.

 “병력을 고용한다…….”

 어차피 업그레이드는 그른 마당이라 마지막 메시지에 주목했다. 그의 혼잣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눈앞에 문자가 가득 떠올랐다.

 

 [소환 가능한 병력]

 □나가 일꾼(1등급) (1)

 *자원을 채취하고 고된 일을 도맡아하는 일꾼입니다. 전투 능력은 나가 중 가장 떨어지는 편입니다.

 □나가 병사(1등급) (1)

 *미궁을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나가 병사는 오직 전투에만 특화되었습니다.

 □나가 시녀(1등급) (2)

 *미궁의 잡일을 거둡니다. 지능이 높아 일의 효율이 좋습니다. 하지만 비전투원이니만큼 전투 능력은 전무합니다.

 

 주르르 떠오른 나열된 소환 가능한 병력 리스트를 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어떤 나가를 소환해야 지금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고민되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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