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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11화
작성일 : 17-07-24 23:22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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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뒤….

 

 " 이상으로 본 강연을 마칩니다. "

 

 한국에서 최고로 꼽는 제일대학의 강의실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강의실 상단엔 '최연소 맨부커상 수상자 강설화 특별 초빙'이라고 써있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었다.

 

 " 작가님! 저 싸인 좀 해주세요!! "

 " 저도요!! "

 

 강연을 마친 설화가 강단에서 내려오자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저마다 설화의 책을 들고 몰려들었다.

 

 모델과 같은 기럭지와 이미 유명인사인 냉 미남 강태화와 다른 따뜻한 이미지로 설화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었다. 그가 쓴 소설 '디자이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많은 학생의 공감과 동경을 이끌어내며 드라마, 영화까지 진출해 연이은 히트를 쳤다. 이어서 나온 '형제' 역시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진출하며 연이은 히트의 연속에 그의 외모와 가족력까지 밝혀지며 설화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 일정엔 없었던 거지만…. 모두 해드릴 테니…. 다치지 않게 차례차례 줄 서주세요. "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당황한 경호원들에게 괜찮다고 손짓한 설화는 의자와 테이블에 자리 잡고 싸인을 시작했다.

 

 " 작가님은 여자친구 없어요? "

 

 싸인을 받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기웃거리던 학생들이 사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멋쩍은 듯 코를 긁적이던 설화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 원래 로맨스는 모쏠 아니면 카사노바여야 잘 쓴다고 하잖아요? "

 

 " 그럼 작가님은 카사쪽인가? "

 

 " 전자입니다. 솔직히 모쏠은 아니지만, 연애경험은 별로 없어요 "

 

 설화의 대답에 학생들 사이에서 에이~ 하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정도 외모를 가지고 연애를 못한다면, 동성애자 혹은 고자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표정을 어느 정도 읽은 설화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전 글 쓰는 게 더 좋은겁니다. "

 

 " 전 어때요? "

 

 뜬금없이 당돌한 멘트에 순간 분위기가 술렁했다가 이내 조용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제일 그룹 사장의 손녀이며 제일대학 최고의 퀸카인 김서연이었다. 대학생치고는 과분하게 몸에 두른 명품이 그녀의 부를 대신해 증명했고, 외모까지 잘 타고난 흔히 말하는 다 가진 여자로써 그녀의 당당함엔 근거가 있었다.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모두 합죽이가 된 듯 입을 다물었다.

 

 김서연은 당당한 걸음으로 똑바로 걸어와 설화가 앉은 책상에 손은 얹고는 요염한 포즈로 다시 말했다.

 

 " 나이도 능력도…. 저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

 

 설화는 서연의 도발적인 행동에도 여유롭게 웃으며 손등을 펜으로 탁 치고는 말했다.

 

 " 싸인 다 해주려면 오래 걸리는데 방해되요. 아 그리고 정정하죠. "

 

 예상과 다른 반응에 당황한 서연과 한편으론 통쾌하다고 생각하던 학생들도 설화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뜻하지 않은 집중에 조금 당황한 설화는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 아직 잊지 못한 여자가 있습니다. "

 

 

 

 

 

 

 

 ***

 

 

 

 

 

 

 

 " 어 이제 끝났어. "

 

 싸인을 끝내고 귀가하던 설화는 민준과 통화하며 말했다.

 

 「 그래, 수고했다. 한 일주일 정도는 일정 비워놨으니까. 좀 쉬고 」

 

 " 엉냐 "

 

 「 로션 같은 것도 좀 사서 바르고, 일하는 것도 좋지만, 몸도 좀 신경 써야지? 」

 

 " 엄마냐, 무슨…."

 

 「 됐고, 내가 사내새끼 쓸 로션도 사다 놓고 싶진 않아서 하는 말이니까. 들어가는 길에 무조건 사서 가 」

 

 " 네이네이~ "

 

 여솔과 연락이 끊어진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함께한 시간은 고작 한 달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나에게 제법 많은 자극을 남겼다.

 

 함께하고 싶었지만, 너무도 부족한 나 자신을 원망하며,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더욱 당당할 수 있도록. 그런 마음에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라며 막연하게 미루며 쌓아온 소설을 하나둘 풀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반응은 싸늘하고 처량했지만, 2년간 죽은 사람처럼 키보드를 붙들고 기회의 문을 두드렸다.

 

 솔직히 어마어마한 사람이 되어있길 기대하진 않았다. 그저 백수 같은 모습만 아니길 바랐지만, 운이 좋았고 민준의 서포트 덕분에 얼떨결에 히트 행진을 이어간 부분은 아직도 얼떨떨하다. 민준은 그 운 또한 내가 쌓아온 노력의 결과니 기쁘게 받아들이라고 했지만, 아직 내 자존감이 그렇게까지 높진 않았던 모양이다.

 

 - 한국 패션브랜드 SoL 과 용아 그룹의 합작 파리 컬렉션에서 '성공적'

 - SoL의 여솔 대표와 용아 그룹 강태화 상무 함께 출국.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들려온 소식은 다소 절망적이었다. 여솔은 점점 더 나보다 멀어져갔다. 떠나기 전에 일이 있다고 통보받았던 그 일은 강태화와의 일이었고, 인터넷 기사엔 둘의 열애를 의심하는 기사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날 힘들게 했던 건 그것이었다.

 

 " 하긴…. 내가 뭐라고."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했던가.

 

 좋은 점이라면, 혹시라도 다음에 나에게 또 다른 누군가 그렇게 찾아올 경우를 위해, 그때는 그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이제는 잊기 위해 더 열심히 달렸다.

 

 그렇게 달려온 결과

 

 - 소설작가 강설화, 맨부커상 최연소 수상.

 

 이라는 명예를 얻었지만, 마음은 그렇게 윤택하지 못했다.

 

 여솔을 잊기는커녕 무언가 하나둘 이뤄 갈수록 아쉬움인지 미련인지, 더욱더 선명해져 갔다.

 

 설화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담배를 꺼내 들었다. 처량하게 한까치 남은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든 손을 천천히 바라봤다.

 

 생전 피우지도 않던 담배, 글 쓰는 사람치고 거칠게 망가진 손이 그간 얼마나 나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 혹시 다시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위해 준비한다는 사람의 손은 아니네…."

 

 설화는 혼자 중얼거리며 걷던 중 집 앞 상가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를 바라봤다. 얼마 전까지 공사 중이더니 오픈한 모양이었다.

 

 ' 됐고, 내가 사내새끼 쓸 로션도 사다 놓고 싶진 않아서 하는 말이니까. 들어가는 길에 무조건 사서 가 '

 

 하긴, 이런 거까지 부탁하는 건 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민준의 말을 떠올린 설화는 화장품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에 가득한 화장품과 향수의 향기가 진동했다. 요즘엔 남자들도 자주 드나들어 예전같이 여자만의 공간이란 인식은 없지만, 그래도 설화에겐 아직 좀처럼 적응하기 힘든 곳이었다.

 

 " 차….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

 

 핑크빛 가득한 공간에 맞게 핑크빛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설화가 들어서자 수줍게 물었다.

 

 " 아뇨…. 제가 알아서 볼게요…."

 

 설화는 고개를 가볍게 꾸벅하고는 로션이 진열된 벽면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이내 후회했다.

 

 " 음…. 골라 달라고 할 걸 그랬나. "

 

 벽에 가득한 로션은 종류도 가격도 브랜드도 너무 다양했다. 살아생전 제 손으로 로션을 사본 적이 없던 터라, 뭘 골라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차피 고민을 더 한다고 해서 특별하게 좋은 선택을 할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원래 쓰던 거랑 최대한 비슷하게 생긴놈으로 집어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 이거 향 좋지 "

 

 계산대 옆에 있는 향수코너에 서 있는 여고생들의 목소리와 동시에 느껴진 향기에 설화의 걸음이 멈춰 섰다.

 

 달큰한 장미 향.

 

 순간 복잡한 기분이 몸을 타고 차오른다. 3년이나 지나고도 잠깐 맡은 향기에 그날의 기억이 다시금 생생하게 떠오른다. 사파이어 같은 몸통에 루비색 장미 모양 뚜껑으로 된 향수병을 보고 있자니, 저 향수병을 들고 몸에 뿌리는 여솔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처음 여솔을 만나서부터 바에서 입 맞췄던 마지막까지, 항상 자연스럽게 코끝에 맺혀있던 향기는 단순히 기억뿐 아니라 설화의 감정까지 끌어올렸다.

 

 처음 느껴본 따뜻함과 좀 더 솔직하지 못했던 후회의 기억.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공허함과 배신감까지 지난 3년간 수시로 느꼈던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올라왔다.

 

 얼마나 서 있었을까, 향을 맡던 여고생들이 떠나고도 그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설화는 조심스럽게 향수병을 손에 들었다.

 

 " 그거 내가 쓰는 향순데 "

 

 그 순간 들려온 낯설면서 익숙한 목소리. 아니 그리운 목소리. 그리고 다시금 주변을 맴도는 장미 향.

 

 놀란 듯 설화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크고 맑은 눈망울, 여전히 빨갛고 도톰한 입술, 전과 다르게 까맣게 염색한 머리에 분위기도 많이 변했지만, 설화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 여…. 솔…. 씨…?"

 

 여솔은 손에 든 선글라스를 흔들며 해맑은 웃음으로 말했다.

 

 " 잘 지냈어요? "

 

 

 

 

 

 

 

 ***

 

 

 

 

 

 " 고생하셨습니다. "

 

 사무실에 들어서는 태화를 보며 개인비서가 꾸벅 인사를 건넸다.

 

 태화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하고 답답한 듯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소파 위에 던져놓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상무 강태화

 

 파리에 다녀온 이후 바뀐 명패를 보며 태화는 쓴웃음을 지었다. 언론에 보도된 성공적인 이야기에 비해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인상을 쓰던 태화가 나직이 말했다.

 

 " 저 오늘은 금방 퇴근할 생각이니까, 먼저 퇴근하세요 "

 

 태화의 말에 비서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퇴장하려던 찰나 뒤에서 호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퇴근하기 전에 얘기 좀 하지? "

 

 김태성 전무. 한껏 밝은 웃음으로 양손에 양주와 컵을 들고 들어온 태성을 본 태화는 빠득 이를 살짝 갈면서도 겉으론 미소를 지으며 태성을 맞았다.

 

 " 내가 귀국하자마자 귀찮게 하는 거 아니겠지? "

 

 " 아닙니다. 안 그래도 찾아뵈려던 중이었습니다. "

 

 " 난 너의 그 마음에 없는 소리가 싫지 않아 "

 

 태화가 던져놓은 넥타이를 한쪽 구석으로 치우고 소파에 자리한 태성은 앉자마자 술잔을 채웠다. 태화는 대꾸 없이 맞은편에 앉아 비서에게 말했다.

 

 " 간단한 안줏거리 좀 부탁…."

 

 " 아 됐어, 그냥 마시지. 유비서는 퇴근하세요 "

 

 잠시 망설인 비서는 태화의 눈짓에 꾸벅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다. 태성은 입꼬리를 비틀며 태화에게 잔을 건네며 말했다.

 

 " 나랑 있는데도 네 눈치를 보는군 "

 

 태화는 여유롭게 웃으며 잔을 받았다.

 

 " 전무님을 걱정해서 그렇습니다. "

 

 둘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기류를 깨고 태성은 호탕하게 웃었다.

 

 " 뭐, 아무렴 어때. 성공적인 귀국에 축하부터 하지? "

 

 태성이 내민 잔에 자신의 잔을 살짝 부딪친 태화가 가볍게 목을 축이는 동안 태성이 말을 이었다.

 

 " 널 상무 자리에 올리면서 반대가 생각보다 거세서 고생 좀 했어. "

 

 이해하지? 하는 표정으로 태성이 내민 잔에 태화는 말없이 술을 채웠다.

 

 " 그래도 네가 잘해준 덕분에 이렇게 이사진들 찍소리도 못하고 결과도 훌륭했어? "

 

 " 전무님의 지시가 훌륭한 덕분이었습니다. "

 

 " 너무 그렇게 겸손하지 말라고? 아 그 외에 일은 잘되었나? 이제 SoL 이랑 우린 파트너인데 앞으로도 좋은 관계가 잘 유지돼야 할텐데 "

 

 " 그 부분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

 

 " 내가 누굴 걱정하겠어 "

 

 적막함이 가득 깔린 사무실에는 분위기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청량한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만 계속해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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