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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퍼스트 라이트
작가 : 빛나라
작품등록일 : 2017.6.18

남편에게 여자가 있는 것 같다.
그의 외도 현장을 덮치기 위해, 나는 남장을 하고 가면무도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드디어 현장을 덮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라?
상대가 이상하다?

-어쩌다 남편놈 때문에 엮인 인간 같지 않은 인간.
이 나라의 왕제 대공.
무시무시한 그의 비밀을 알게 된 나는 무사할 수 있을까?
제기랄. 그냥 바람피는 남편 놔둘걸.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남자의 곁에서 성장해가는 여인.
남주: 복잡미묘한 캐릭터의 대공. 완벽하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먼치킨.
여주: 숨겨진 능력녀. 타의적 과부.
#성장물#사이다#달달물#판타지#악마#타락한천사

 
13화. 악마의 출현(2)
작성일 : 17-07-24 13:03     조회 : 386     추천 : 0     분량 : 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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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아악!”

 

 아가씨의 비명이다!

 조나단은 날렵하게 말 등위의 안장에 몸을 실었다.

 마차를 끄는 4마리의 말 중, 조나단이 가장 아끼는 흑색 말이 투레질을 거칠게 하곤 그대로 달렸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리의 방향의 쫓았지만 셀린느는 길 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휘잉-.

 또다시 이질적인 기운이 바람을 타고 위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곧 그 기운은 멀어졌고, 셀린느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조나단은 허리에 차고 있는 가죽 가방에서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분명, 트렌체 후원에 처음 도착했을 때도 느낀 기운이야.

 하늘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

 꺼내 든 망원경이 밤하늘을 향했다.

 

 “저게 대체!”

 망원경 렌즈를 통해 엄청난 광경이 마부의 눈에 들어왔다.

 어지간한 일엔 눈도 꿈쩍하지 않는 조나단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태어나 처음 보는 괴물이 셀린느를 잡아들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때, 조나단의 망원경에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무엇인가 포착되어 방향을 틀었다.

 “저건 또 뭐야!”

 사람인데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의 등에 날개라니!

 백조의 날개였다면 성당의 후원에서 살아난 천사라고 생각하겠지만, 달빛에 반사된 윤기나는 커다란 날개는 분명 흑조를 연상케하는 검은 날개였다.

 

 이어 숨 막히는 접전이 벌어졌다.

 조나단의 품에는 각종 무기가 숨어 있었고, 실비아와 의논한 대로 언제든 아가씨를 위협하는 존재를 처리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상대할 것들이 그의 예상을 완전히 초월한 것이었다.

 게다가 공중전이라니!

 

 싸워보지도 못하고 구경만 하는 무기력한 상태를 처음 경험하는 조나단은 괴물의 발톱 아래 힘없이 늘어진 주인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괴물이 아가씨를 잡아갔고 검은 날개 놈이 그 괴물과 싸우는 것을 보니 아군인가?

 아니면 아가씨를 서로 차지하려는 악마 두 마리가 싸우는 것인가?

 

 미친 듯이 싸워대는 두 놈 사이에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는 셀린느를 보니 혹여 추락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이젠 셀린느만을 망원경에 담아 눈을 떼지 않는 조나단의 시야에 꿈틀거리는 그녀가 보였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건가?

 순간, 반짝 빛나는 무엇인가로 셀린느가 팔을 크게 휘둘러 괴물의 발등에 내리꽂는 것이 보였다.

 

 조나단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녀가 그대로 추락하고 있었다.

 “이랴!”

 흑마가 푸르르 투레질한 뒤 바로 내달렸다.

 조나단을 떨어지는 셀린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낙하지점을 향해 돌진했다.

 후원 담장을 그대로 점프한 흑마가 첨탑을 향해 돌진했다.

 

 “이런!”

 셀린느의 낙하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이대로라면 그녀의 몸이 십자가에 그대로 처박힐 것이 분명했다.

 

 “안돼!”

 

 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셀린느의 근처로 다가오더니 그대로 공중에 멈춰 섰다.

 아슬아슬하게도 첨탑 꼭대기의 십자가 바로 위에서 검은 날개를 퍼덕이는 존재가 수직으로 서서 셀린느를 안고 있었다.

 

 조나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이어 바로 괴물이 포효소리로 밤하늘이 진동했다.

 그가 가죽 주머니에서 바로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검은 날개? 괴물?

 두 존재 중 어떤 것을 쏴야 할지 총구가 갈팡질팡 움직였다.

 이제 커다란 악마의 형상을 한 괴물이 셀린느를 품에 안은 검은 날개의 지척으로 다가왔다.

 조나단의 총구가 괴물을 겨냥했다.

 

 그때, 검은 날개가 예상치 못한 동작을 취했다.

 조나단이 당황한 것도 잠시.

 그다음에 이어진 더 충격적인 장면에 그는 할 말을 잃었다.

 

 ***

 

 데몬은 잠시 온몸에 퍼지는 아찔한 기분을 즐겼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피가 시원하게 끓는 느낌이 들었다.

 이쟈니아의 독한 조각을 삼켰을 땐 마치 용광로가 혈관에 그 숨결을 뿜어내는 듯했다면, 지금은 곪아 터지려는 열상을 차갑게 식혀주는 기분이었다.

 이내 저 깊은 내면으로부터 에너지가 차올랐다.

 

 기절한 여자를 상대로 입맞춤하는 짓 따위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따위는 없었다.

 녀석이 여자인 것도 방금 알았고,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까.

 

 가벼운 입맞춤 한 번에 순식간에 천력이 상승했다.

 ‘천사의 힘’ .

 검은 날개를 가진 자는 절대로 유지할 수 없는 신이 내린 천상의 힘이었다.

 날개가 자라난 이후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 능력은 어느 순간 소멸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셀린느의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포개는 순간에도 데몬은 전속력으로 날아오는 악마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3, 2, 1!

 셀린느의 얼굴에서 드디어 고개를 들어 올린 데몬이 왼손을 뻗었다.

 

 [ 공간 형상! ]

 

 보이지 않는 공간의 기를 모아 그대로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힘!데몬이 한 팔로 셀린느를 안고, 나머지 손은 무엇인가를 움켜쥔 형상으로 들어올리자 악마가 목을 쥐고 괴롭게 버둥거렸다.

 

 숨통이 막히는지 괴소리를 내며 버둥거리던 놈이 커다란 날개를 휘젓자 흉흉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놈의 겨드랑이 밑에서 작은 회오리가 일어나더니 바늘 촉수를 가진 식인 파리떼가 윙윙 무리를 지어 나오고 있었다.

 

 시커먼 무리가 그대로 바람을 타고 데몬과 셀린느를 향해 돌진했다.

 “더러운!”

 데몬이 혐오스럽다는 듯 윙윙거리는 식인 파리떼를 향해 등을 돌려 날갯짓했다.

 

 강한 날개바람에 천기를 잔뜩 실어 날리자, 달빛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무리를 이루던 검은 덩어리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

 

 -크아아앙!

 분노한 악마가 그대로 데몬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해왔다.

 [ 공간 절개! ]

 

 공간을 자유자재로 자르는 힘!

 검은 수술대 위에서 악마의 머리가 메스에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칼날이 쉴 새 없이 커다란 악마의 몸통을 베고 또 베어냈다.

 

 -루시퍼……!

 

 졀규에 가까운 비명으로 그의 옛 이름을 부르며 악마는 그대로 검은 연기로 흩어졌다.

 다시 어떤 형상을 하고 나타날지 모르지만, 오늘은 데몬의 승리였다.

 

 “아니면……. 이제 시작인가.”

 

 흩어지는 검은 연기를 보며 데몬이 중얼거렸다.

 역겨운 냄새는 깨끗이 청소되었다.

 다시 불어오는 봄을 알리는 바람 속에는 향긋한 꽃내음과 달달한 과일 향까지 나는 듯했다.

 

 “후원의 향기인가……. 그대의 체향인가.”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힘이었다.

 ‘정화의 힘’이 이토록 강렬할 줄이야.

 

 데몬이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는 셀린느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조심스럽게 날개를 저어 몸을 띄웠다.

 

 ***

 

 블라디아 자작성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유모 실비아는 셀린느의 외출을 알았지만, 그녀의 뜻대로 모른 척 잠자리에 들었었다.

 그런데 아가씨의 침실 청소는 꼭 하녀를 시키지 않고 자신이 직접 하는데 그날따라 서랍장을 열고 싶어졌다.

 그녀의 촉이 틀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랍 젤 위 칸에 보란 듯이 분홍빛 고운 편지가 봉투도 없이 접어져 있었다.

 

 실비아는 왠지 불길해 보이는 그 편지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펼쳐 들었다.

 

 [ 저를 찾지 마세요. 모두를 위해 떠난 겁니다. 혹시……. 저의 시신이 발견되더라도 그 원인을 밝히려 하지 마세요. 부검도 사양합니다. 신의 뜻에 따라 살아가니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유모 실비아는 저를 키워준 또 다른 어머니에요. 프로방트의 별장과 목장은 그녀의 몫으로 넘겨 주세요.

 

 실비아, 제발 부탁이니 나를 찾느라 헛되이 시간을 쓰지 말아줘.

 행복해야 해.

 당신은 언제나 내 엄마 대신이었어.

 사랑해.

 - 셀린느 - ]

 

 “아가씨…….”

 

 실비아가 육중한 몸을 털썩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편지를 꼬옥 쥐고 그녀는 커다란 어깨를 흔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으아아아가쒸이……. 흐억. 흐억. 으아아아가쒸이-.”

 

 오열하던 실비아에게 한 하녀가 조용히 다가왔다.

 하녀는 마부가 실비아를 찾는다는 말을 전달하고 조용히 자작부인의 침실 밖으로 나갔다.

 실비아가 무거운 몸을 벌떡 일으켜 쿵쿵 한달음에 계단을 내려갔다.

 

 조나단은 실비아에게 자신이 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산전, 수전은 조나단이 지겹도록 겪은 것이나 그런 공중전은 생전 처음 봤다.

 아무리 실비아가 보통의 아줌마가 아니라 해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검은 날개 인간이 감히 아가씨에게…….

 이 사실을 실비아에게 알리면 그것이 지옥에서 온 괴물이라 하더라도 죽이겠다고 나설 위인이었다.

 

 그래도 그 두꺼운 손에 살벌한 등짝 스매싱을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동방에서 어렵게 구해온 흑마는 적토마에 버금가는 명마로 그 빠르다는 매도 사냥하게끔 하는 속도의 왕이었다.

 

 간밤의 그 검은 날개가 결국 괴물을 무찌르고 싸움의 전리품으로 아가씨를 납치해갔다.

 조나단은 높이 날아오른 그 날개 인간을 망원경으로 보며 열심히 쫓았다.

 그리고,

 그 날개 인간은 으리으리한 어떤 성의 상공에서 모습을 감췄는데, 성의 주인을 알아본 조나단은 깜짝 놀랐다.

 

 이 나라의 하나뿐인 왕제,

 데몬 퓨리어 아크나르의 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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