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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21화. 너에게로 돌아갈게
작성일 : 17-07-24 09:58     조회 : 320     추천 : 1     분량 : 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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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다녀올게.”

 “뭐?”

 “돌아가서 알아봐야 할 게 있어.”

 “뭔데?”

 “알아보고 나서 나중에 말해줄게.”

 

 그녀의 단호함이 느껴졌다. 신후는 더 이상 말릴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걸릴까?”

 “가봐야 알 거 같아.”

 “다시 올 거지?”

 “그럼. 당연히 다시 오지.”

 

 그녀는 ‘당연히’란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마지막 작업 해볼까?”

 “응.”

 

 『구름이 산길 덮어 바람 따라 물결치더니/바람, 하늘에 몰아쳐 눈송이 먼지처럼 자욱하네/강가의 흰 것 모래 아님에도 기러기는 내려앉고/창 밝아 홀연 날이 새니, 시름 많은 사람 겁나게 하네/강남에는 오늘쯤 매화 피었을 텐데......』

 

 신후가 그녀의 시를 낮게 읊조렸다.

 

 “여기까진 이렇게 수정해봤어. 들어 볼래?”

 “해 봐.”

 

 『구름이 바람 따라 물결치네요/바람은 눈송이처럼 자욱하네요/창 밝아 문득 날이 샜군요/그댈 향한 내 마음도 눈처럼 피어나네요......』

 

 “어때?”

 “눈이 살랑살랑 흩날리는 느낌이야. 정말 좋다.”

 “제목은 생각해 봤어?”

 “영설(詠雪). 눈을 노래한다는 뜻.”

 “눈을 노래한다? 음, 스노우 송!”

 

 옥봉이 떠나야 할 마지막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마지막 구절 생각났어?”

 “응.”

 “돌아오는 방법 알지?”

 “그럼. 가능하면 빨리 올게.”

 

 옥봉의 표정은 담담했다. 신후의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마지막이 아님을 안다는 것, 다시 돌아올 기약이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었다.

 

 “시작해.”

 

 『수평선 아득한 곳에 선 나무 언제쯤 봄을 맞을까』

 

 ***

 

 “갔다고?”

 “응.”

 

 신후가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형, 괜찮아?”

 “그럼.”

 “하긴 이젠 돌아올 방법을 아니까.”

 

 신후는 나른한 얼굴로 기타줄을 튕겼다. 옥봉과 함께 완성한 ‘스노우 송’이었다.

 

 “좋은데? 둘이 같이 만든 거야?”

 “응.”

 “형한테 전용 작사가가 생긴 셈이네.”

 “그런가?”

 “세상에 드러낼 순 없으니 유령 작사가라고 해야 하나?”

 

 신후는 피식 웃음이 났다. 그녀가 없는 지금도 웃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번에 돌아오면 고백할 거야.”

 “뭐? 정말이야?”

 “응.”

 “아이고, 불쌍한 건 우리 민주희 뿐이네.”

 

 재민은 두 사람의 열애설 기사들을 검색해 보았다.

 

 “송기자님 진짜 실망스럽다. 이런 식으로 막 써버리고 말야.”

 “야, 요즘은 어떻게 고백하냐?”

 “뭐?”

 

 재민이 바닥에 엎드려 웃어대기 시작했다.

 

 “형이 고백하는 거 상상하니까 너무 오글댄다.”

 “옥봉인 조선 여자잖아. 조선시대 연애사를 연구해봐야 할까?”

 “일리 있는 말이네. 근데 옥봉이 맘은 어떤지 알아?”

 “글쎄.”

 

 재민이 모로 누우며 무언가를 고심하기 시작했다.

 

 “옥봉씬 여기 오기 전까지 한 사람만 그리며 살았다잖아. 조원인가 뭔가 하는 속 좁은 인간 말야. 옥봉인 죽을 때까지 그 남잘 잊지 못했다잖아.”

 “기록상으론 그렇지.”

 “과거가 바뀔 수 있을까?”

 “음.”

 

 신후도 혼란스러웠다. 떠나간 님을 그리며 죽어간 조선의 그녀가 신후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마음을 받아들인다 해도 두 사람의 사랑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까.

 

 신후는 다시 기타를 잡았다.

 

 『수평선 아득한 곳, 언제쯤 봄이 올까』

 

 그녀에게 ‘스노우 송’의 마지막 가사를 들려줄 수 있을까. 다시, 그녀가 그리웠다. 그녀는 언제쯤 돌아올까.

 

 ***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유리는 자신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 소라의 속내가 궁금했다.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셨죠?”

 “짐작은 하셨겠지만 에단리씨 일이에요.”

 “네. 궁금한 게 뭔가요?”

 

 소라의 표정은 무심한 듯 담담했다. 유리는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네요.”

 “얼마 전 열애설도 내셨던데요.”

 “네, 그랬죠.”

 “확인된 사실인가요?”

 “어느 정도는요.”

 

 유리도 확실할 수 없었다. 그녀 역시 이런 상황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조급해지는 건지 몰랐다.

 

 “기자님도 아실 텐데요. 민주희랑 아무 사이 아니라는 거.”

 “그런가요? 어떻게 확신하시죠?”

 “전 신후를 오래 전부터 알아왔어요. 그 정돈 확인 안 해봐도 알 수 있죠.”

 “두 분이 어떤 사이시죠?”

 

 소라는 잠시 주저했다. 옥봉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던 신후의 얼굴이 맴돌았다. 원망과 후회, 갈 곳 모를 질투심이 뒤섞여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유학 시절 만나 오랜 친구가 됐죠. 기자님이 좋아하실 만한 사연은 없네요.”

 “그런가요? 오랜 친구라.”

 “민주희랑도 아무 사이 아니에요. 계속 헛다리 짚으실까 봐 말씀드리는 거예요.”

 

 확신에 찬 그녀의 모습은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헛다리’라는 단어는 또 다른 희망이기도 했다.

 

 “방향이 다르단 의미군요. 확실히 뭔가가 있는 건 맞나 봐요.”

 “......”

 

 어떤 식으로든 응수한다면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았다. 소라 역시 신후의 행보가 궁금했다. 더 정확히는 옥봉에 대한 신후의 마음이 어디까지일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기자님이 한 가지 기억하실 게 있어요.”

 “뭔데요?”

 “에단은 진지한 친구에요. 무엇을 하든, 누구를 사랑하든, 그게 에단의 진심이란 거죠.”

 “명심할게요. 에단을 많이 아끼시는군요.”

 

 ***

 

 “아씨, 어디 계셨습니까?”

 

 정순이 마당을 가로질러 옥봉의 방으로 들어섰다.

 

 “응. 왜?”

 “초희 아씨 댁에 심부름 보내셨잖아요? 다녀오니 방에 안 계셔서 놀랐습니다.”

 “으응, 내가 그랬던가?”

 

 현세에 가 있는 동안에도 조선의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 초희는 어찌 지내더냐? 혹시 아이들 건강에 이상은 없더냐?”

 “네. 별 일은 없었습니다. 아, 둘째 아이가 열이 좀 난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열이 난다구?”

 

 옥봉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와 그녀 가족의 안부가 하루하루 염려되었다.

 

 “정순아. 아버님 댁에는 별고 없으시더냐?”

 “네? 지난번 다녀왔던 일 말입니까? 전에도 물으셨었는데요.”

 “그랬나? 내가 요즘 정신이 없구나. 네가 뭐라고 했었지?”

 “아버님은 여전하십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선비님들이 방문하시어 정국을 논하십니다. 아씨 계실 때처럼 시도 많이 지으셨습니다.”

 

 옥봉은 출가 전 집에서 보낸 시간들을 떠올렸다. 재기 넘치는 문인들과 시를 주고받던 일, 자신의 시에 찬사를 보내던 아버지의 모습. 부족함이 없던 행복의 시간들이었다. 다시 못 올 과거의 시간들.

 

 “명휘도 만나보았느냐?”

 “그럼요, 아씨. 저처럼 그림을 많이 그렸더라구요.”

 

 두 사람이 사랑하는 모습이 그림처럼 예뻤다.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바라보는 이마저 흐뭇하게 만들었다.

 

 “명휘와 혼인하고 싶으면 언제든 얘기하거라. 내가 추진해 볼 테니.”

 “아, 아닙니다요.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어요.”

 “무슨 준비?”

 “누군가를 내 인생 안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습니까?”

 

 비록 정순의 신분은 미천하지만 생에 대한 태도는 누구보다 고결했다. 그녀의 모습에서 옥봉은 자신의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래. 네가 나의 스승 같구나.”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자신의 비루한 마지막 모습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아내야만 했다. 꿈속에서 거듭되던 공포가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될 터였다.

 

 “정순아. 너는 무엇이 가장 두려우냐?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과 떠난 님을 그리는 것 중에 말이다.”

 “저는 지금의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게 제일 두렵습니다.”

 

 우문현답이었다.

 

 “지금의 사랑?”

 “그렇지 않습니까? 비참하게 죽는다 해도 어찌 되었든 죽는 것이잖습니까. 님과의 이별도 어짜피 지난 일이지요. 둘 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불과하단 말씀이지요.”

 “그렇겠구나.”

 

 ‘돌이킬 수 없는 과거’라는 말이 뼛속을 관통했다. 죽음도 이별도 궁극에는 과거가 되고 마는 것이다.

 

 “과거가 뭣이 중하단 말입니까? 지금 곁에 있는 사랑을 지키면서 사는 게 행복이지요.”

 

 정순이 발그레한 얼굴로 웃어보였다.

 

 “지금의 사랑이라......”

 “전 그렇게 살 겁니다. 두렵다 여기면 세상만사 두렵지 않은 게 있겠습니까? 죽음이든 이별이든 마찬가지지요. 두려움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긴 싫습니다.”

 

 자신은 무엇이 두려워 허겁지겁 돌아왔단 말인가. 정순의 말을 들으니 자신이 한없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아씨 시 중에 ‘봄꽃 떨어진 뜨락 낮잠은 달콤하고 지지배배 제비들은 발 걷으라 지저귀네’란 구절 있지 않습니까?”

 “‘자적(自適)’이란 시구나.”

 “사랑하는 이랑 몸과 마음이 여유로운 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와의 달콤한 시간들, 제비들이 지저귀는 듯한 설레임...... 옥봉은 더 이상 지체하기 싫었다. 그에게로 달려가고 싶었다.

 

 ‘신후야. 곧 돌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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