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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에피소드 Ⅱ} 시간사용 매뉴얼 ... 4(완결)
작성일 : 17-07-24 08:50     조회 : 327     추천 : 3     분량 : 8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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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훈련을 마치고 소파에 앉았다. 수호가 점심시간에 오지 않는 날이니 급할 것도 없었다.

 어제 뜬 특범국 뻐꾸기가 수호의 고집을 일시정지 시켰다. 눈만 뜨면 이사 타령을 하던 수호는 그거 보라며 진즉에 옮겼어야 한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승진 후 첫 업무가 반가운 눈치였다. 하루 만에 잡아들여서 대리와 팀장의 차이가 뭔지 기웅에게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치며 출근했다.

 라이언의 방으로 이어지는 문에 시선이 갔다.

 만에 하나, 기웅이 수호를 좋아하고 있다면 수호는 달라질까.

 아니다. 수호의 마음을 나는 눈으로 보았다. 무섭도록 나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왜 마음이 불편한 걸까. 기웅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는 걸까.

 조용히 열리는 훈련실 출입구를 돌아보았다. 강 실장이었다. 퇴근 재촉하러 왔을 것이다.

 “저 훈련 안 해요. 잠깐 쉬는 거예요.”

 강 실장이 빙글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이 방에서 강 실장을 처음 만났을 때 시간을 세웠었다. 남태령 집에서 내 입을 틀어막았던 얼굴을 보자마자 놀라서 판단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멈춰졌었다.

 멈춰놓고 나서야 기웅이 말했던 경호원임을 떠올렸다. 무서운 사람이 아님을 알았으면서도 십 분이 끝나갈 즈음 라이언의 등 뒤로 숨어 섰다. 갑자기 위치가 옮겨진 나 때문에 놀란 강 실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라이언의 비서실장인 강 실장은 좋은 사람이다. 라이언에게 정말 충직한 느낌이다.

 어느 때는 서로 닮은 표정도 나온다. 말투도 비슷하고 목소리 톤도 비슷하다. 흔치 않은 성씨인데 같은 걸 보면 일가친척일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생김새는 전혀 다르다. 완전히 딴판이다. 어깨가 넓고 호리호리한 라이언과 다르게 강 실장은 굵고 우락부락한 몸이다. 운동을 아무리 많이 한들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싶은 정도라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아무래도 타고난 몸인 것 같다.

 요즘 들어 강 실장의 지시를 받는 내 주변의 경호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조금은 안전해졌다는 방증인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방에 들어선 강 실장은 볼 것 없는 천장과 벽, 소파와 테이블 밑, 시계 뒷면과 냉장고 뒤쪽을 세밀하게 살폈다. 가끔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뭔가 훑어볼 때의 눈은 표범처럼 무섭다.

 그러고 보면 수호도 라이언도 뭘 노려볼 때는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다. 시선이 마주칠까 봐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방을 꼼꼼히 둘러본 강 실장이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발령 난 거 같은데, 축하해요.”

 “예? 아…….”​

 봉투를 받아들었다. 벌써 실전에 투입되는 걸까. 기록이 이십 분을 넘기고 나니 괜찮겠다고 판단한 걸까.

 괜스레 설레는 마음으로 봉투 안의 서류를 꺼내 펼쳤다.

 

 ───────────────────────────

 

 발령장

 

 성명 : 현해진

 소속 : International Special Crime Unit / Asian center

 직위 : 지부장 직속 특수정보원 / 요원

 인사 내용 : 한국 특수범죄사무국 영업실 파견근무를 명함.

 파견 기간 : 20OO년 1월 1일부터 24개월

 담당 실장 : 김상규

 담당 사수 : 우강현

 

 국제 특수범죄수사대 아시아센터 지부장 Lyan K.

 

 ───────────────────────────

 

 ​이미 나가고 없는 강 실장을 찾아 출입문을 열었지만 막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복도를 지나 창고를 통과해 라이언의 집무실로 걸어가며 반복해서 읽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특범국 영업실, 우강현.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텐데.

 ​집무실 문을 노크했다. 대답이 없었지만 살며시 문을 열었다. 책상 앞의 라이언은 이마를 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지부장님.”

 라이언이 눈을 떴다. 갑자기 느껴지는 긴장을 누르며 책상 쪽으로 조금 다가섰다.

 “발령장 확인했어요?”

 예의 그 무덤덤한 표정이다.

 “네, 확인은 했는데.”

 “특범국에는 서류전달 전이니까 기밀 유지하세요.”

 “아 네. 근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여쭤보러 왔습니다.”

 잠시 시선을 맞추던 라이언이 빙그레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책상을 돌아 나와 내 앞으로 마주 섰다.

 라이언의 웃는 낯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이유 모호하게 뛰는 속에 마른침만 넘어갔다.

 “현해진 요원 임무가 있어요. 정리해서 조만간 줄게요.”

 대답을 듣고도 나는 입을 떼지 못했다. 서 있는 다리도 떨어지지 않았다.

 “질문 더 있어요?”

 심장이 빨리 뛰었다. 아무것도 물어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입을 막았다.

 대답을 기다리던 라이언이 먼저 걸음을 떼 출입문을 열었다.

 “질문 없으면 퇴장.”

 “저,”

 기어이 입을 열고 말았다. 허공에 대고 말했다.

 “혹시 기웅이 형이 좋아할까요, 수호 형을.”

 침묵이 흘렀다.

 나는 허공만 보고 있었다. 라이언을, 아니, 기웅을 쳐다볼 자신이 없었다. 어쩐지 기웅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막상 묻고 나니 대답을 듣고 싶지도 않아졌다.

 굳어버린 다리로 서서 타는 입술만 씹었다.

 갑자기 피식, 웃음이 흘렀다. 시선이 저절로 기웅에게 돌아갔다.

 빙글거리며 다가온 기웅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깨동무를 하고는 내 시선과 같은 방향을 보며 말했다.

 “형이 하울인 줄 알았거든?”

 “에?”

 기웅은 내 어깨를 쥐어 잡아 집무실 밖으로 밀어냈다. 빙글 웃더니 말했다.

 “업무 중 사담 금지.”

 눈앞에서 문이 닫혔다.

 

 *

 “뭐! 이십억?”

 수호가 소리를 질렀다. 기웅에게 전화를 받아서 또 싸우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내지른 소리였다. 내 눈치를 힐끗 본 수호는 부랴부랴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수호의 집에 처음으로 와 있었다. 신축한 빌라였다.

 적당한 크기의 거실과 깔끔한 주방, 넓은 욕실이 딸린 침실, 아담한 빈 방을 구경했다. 구경하는 동안 침실이 내 방이고 빈 방이 자기 방이라는 수호의 구구절절한 설명을 들었다.

 수호가 회심의 한 방이라고 설명한 서재를 보고는 눈물을 꾸역꾸역 참고 있던 터였다.

 정말 회심의 한 방이었다. 사방 벽을 모두 책장으로 채워둔 건 아마도 남태령 집의 서재처럼 만들어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책상 배치와 구조, 벽지 색상까지 이전 서재와 흡사하게 꾸미려고 노력한 티가 역력했다.

 내가 감동한 틈을 타 예상대로 당장 몸부터 들어오라는 소리가 시작되었고, 마음이 한창 약해지던 중에 수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수호가 들어간 방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초조한 기분임을 문득 깨달았다. 한숨이 나왔다.

 나는 정말 수호를 독점하고 싶은 걸까. 두 사람이 통화하는 것도 싫은 걸까.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리석은 것임을 알면서도 고개를 드는 초조함을 떨치기 어려웠다.

 조용히 다가가 문틈에 귀를 붙였다. 들뜬 웃음소리가 들렸다.

 -대박, 대박. 와, 진짜 이십억이래? 대박, 대박. 아 그 새끼. 아 대박.-

 수호는 끝없이 웃어댔다. 서로 짜증을 부리고 말싸움하고 고함을 지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마주 보고 웃고 서로를 걱정하고 아끼는 사람들.

 우정인지 동료애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수호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웅 같은 동료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제 곧 나와 한 팀이 될 텐데, 우리도 그런 팀워크를 만들 수 있을까. 기웅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수호에게 신뢰를 주는 동료가 될 수 있을까.

 수호가 나에게도 의지해줄까, 짐만 되는 건 아닐까.

 -뭐? 형이 간다고? 형이 뭔데 그 새끼 일에?-

 어리둥절한 말투에 귀를 바짝 세웠다.

 -에이, 말도 안 돼! 그런 일을 누가 말단을 시켜? 또 뻥이지 이거.-

 지부장이 가야 하는 중요한 어떤 일. 조갑선. 갑자기 그 이름이 떠올랐다.

 조갑선 어쩔까요. 따로 부르고 찾아와가며 두 번이나 물어보았던 질문인데 나는 아직도 대답을 못 했다.

 죽인다, 종신형, 풀어준다. 셋 중 하나를 고르라니, 나는 어떤 의견을 올려야 하는 걸까.

 수호를 죽였다. 직접 쏘지는 않았지만 죽게 했다. 전영인은 수호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몰랐다.

 수호가 나를 아끼는 것은 알았지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를 지켜주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알았지만 그런 장면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날 전영인에게 느꼈던 치 떨리는 배신감, 수호를 잃고 가눌 수 없던 절망을 떠올리면 어쩌면 죽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망설여진다. 라이언에게 1번이라고 말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십칠 년이나 쌓아왔던 전영인과 좋은 추억 때문은 결코 아니다. 다른 한 가지의 이유가 나를 망설이게 했다.

 그 메시지가 수호를 나에게 보내주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나는 수호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길을 걷다가 스치는 일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죽여도 성에 차지 않을 것 같던 분노도 배신감도 절망도 나락도. 심장을 짓누르던 그리움도. 수호가 돌아와 주고 나니 거짓말처럼 지워졌다.

 미움도 복수심도 하잘것없게 느껴진다. 수호가 살아서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 중요할 뿐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 에이 진짜.-

 짜증을 부리던 수호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는 부랴부랴 소파로 앉았다.

 침실로 뛸 때는 그렇게 환한 얼굴이더니, 거실로 나오는 수호의 얼굴은 어두웠다.

 “왜? 안 좋은 일 있어?”

 “아, 안 좋은 일은 아니고.”

 수호는 씩 웃더니 대꾸했다.

 “기웅이 형 영업 때려치운대. 잘 됐지 뭐. 그러게 진작 그만뒀으면 승진 누락되는 망신은 안 당했지. 나 승진하니까 배 아픈가 봐? 갑자기 그만두는 게.”

 웃는 얼굴이 서운하다. 내가 같은 팀인 걸 알면 어떤 반응을 할까. 좋아할지 반가워할지 걱정하느라 펄펄 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수호의 목에 팔을 둘러 안아주며 말했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지 뭐. 좋은 팀원 올 거예요. 우강현 팀장님.”

 수호는 낄낄 웃더니 내 몸을 꽉 부둥켜안으며 소파 위로 쓰러졌다. 시선을 가까이 맞추며 말했다.

 “누가 올지 그 자식은 이제 죽은 거지.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마 상상도 못 할 거다.”

 웃음이 터진 내 입은 수호의 입술에 바로 틀어 막혔다.

 

 *

 훈련실 출입문에 붙은 메모를 잠시 보았다.

 [훈련 종료]

 크리스마스 휴가 직전인 오늘이 마지막 훈련일 수 있겠다는 짐작을 하면서 출근하긴 했지만, 막상 확인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보안패드에 지문을 대 보았다. 문은 아직 열렸다.

 훈련실로 막 들어서는데 메시지가 들어왔다.

 ─ 라이언 : 집무실에서 봅시다.

 아무 이유도 없이 초조해졌다. 천천히 걸음을 돌렸다.

 내 기분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웅은 수호만 아껴주는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가드까지 동원해가며 나를 지켜주었다. 수호뿐 아니라 내 신원까지 새로 꾸며주며 숨겨주었고 우리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내 능력을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키워주려 한다.

 이제 라이언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오면서 나를 수호 가까이로 보내주려 한다.

 수호를 다른 생각으로 좋아한다면 그럴 수 없다. 단지, 수호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어 한다. 그게 전부다. 그걸 잘 아는데도 왜 어리석은 질투심을 떨치지 못하는 걸까.

 라이언의 집무실 앞에 서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가만히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현관으로 앞서 들어가던 수호가 갑자기 몸을 낮췄다. 내 허리도 저절로 낮춰졌다. 별일 아님이 짐작되면서도 심장이 둥둥 뛰었다.

 수호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 테이블 위 낯선 상자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서다가 낮췄던 몸을 바로 세웠다.

 “아 진짜. 이젠 별짓을 다 한다, 아으 웬수 그냥.”

 상자 위에 매직으로 휘갈겨 쓴 메모가 보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쫄랑이랑 슈퍼고양이!]

 오전에 만났던 라이언이 떠올라 가슴이 떨려왔다. 떨릴 이유가 없는데도 그랬다.

 미안해서인지 고마워서인지, 내 기분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라이언은 웃는 얼굴이었다. 나는 멍한 기분으로 집무실을 둘러보았다.

 “아, 아, 어디, 가세요?”

 말이 더듬어졌다. 대부분의 집기가 천으로 덮여있었다. 몇몇 물건들은 빠져나갔는지 전체적으로 휑했다.

 라이언이 서류 봉투를 집어 내밀었다.

 “현해진 씨 임무예요. 꼼꼼히 읽으시고 완전히 암기하세요. 암기하고 나면 소각합니다. 기밀사항이에요.”

 두 손으로 받아든 서류봉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트레이닝은 특히.”

 이어진 말에 라이언과 시선을 다시 맞췄다. 라이언은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힘쓸 일 없겠지만 그래도 필요해요. 알았죠?”

 “아, 네.”

 어떤 지시인지도 모르고 대답부터 뱉고 나니 입이 말랐다.

 조용해졌다. 라이언과 나는 잠시 시선을 주고받았다.

 “어디 가세요?”

 내가 물었다. 라이언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왜요, 간다니까 후련해요?”

 얼굴이 뜨거워졌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의심을 계속하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다. 내가 묻기까지 했으니, 아니 묻지 않았더라도 아마 당연히, 알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라이언이 갑자기 흐흥 웃었다.

 “아마 일 년? 늦어도 그 안에 들어오니까 너무 긴장 놓지는 말고. 우리 고양이.”

 갑작스러운 기웅의 말투에 나는 멍하게 기웅을 쳐다보았다.

 “질문 없으면 나갑시다.”

 라이언은 다시 무덤덤하게 말을 하고는 책상 위의 서류들을 들추기 시작했다.

 더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훈련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두근거리는 기분으로 서류를 꺼내 들었다.

 

 ──────────────────────────

 

 임무하달장

 

 성명: 현해진

 소속: International Special Crime Unit / Asian center

 직위: 지부장 직속 특수정보원 / 요원

 본 임무는 ISCU의 기밀사항이며 책임 지휘관과 담당요원 이외 열람 및 인지를 불허한다.

 담당요원 현해진은 ‘본인’으로 명기한다.

 

 <시간 사용 매뉴얼>

 1. 본인 능력의 최우선 임무는 파트너와 본인의 신변보호이다.

  팀원의 생명 보전이 공무 해결보다 우선이다.

 2. 1항의 임무와 공무상의 필요 외에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3. 어떠한 경우에도 본인의 능력을 기록하지 않는다.

  ISCU의 최고 등급 기밀임을 명심한다.

 4. 본인이 현재 가진 능력에 안주하지 않는다. 쉼 없이 연마하여 능력치를 극대화한다.

 5. 본인의 잠재 능력을 신뢰해야 한다. 한계는 정해지지 않았다.

 

 <업무 기준 매뉴얼>

 1. 본인 신분에 대한 기밀유지는 ISCU의 안보와 직결됨을 잊지 않는다.

 2. 최고명령권자는 지부장임을 명심한다.

 3. 업무 중 특수상황, 위급상황이 발생한 경우 가능한 즉시 지부장에게 보고한다.

 4. 한국 특수범죄사무국의 밀리터리 트레이닝을 꾸준히 받을 것을 명한다.

 5. 한국 특범국 담당 사수의 공무 관련 명령에 복종한다.

 

 담당 지휘관: Lyan K.

 담당 요원: 현해진

 

 국제 특수범죄수사대 아시아센터 지부장 Lyan K.

 

 ──────────────────────────

 

 

 상자를 뜯은 수호가 하얀 편지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투에서 프린트물을 꺼내 펼친 수호는 조용히 들여다보기만 했다.

 “뭔데?”

 기웃거리며 묻자 수호가 종이를 내밀며 헛웃음을 흘렸다.

 “아 진짜, 왜 이러니? 이 인간.”

 프린트물을 들여다보았다.

 발리 직항. 아시아나, 2인, 출발일 12월 24일.

 끝까지 읽기 전부터 심장이 뛰었다.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라이언은.

 “또 뭘로 갚으라고 이 야단이냐, 접때처럼 또 그러면 내 진짜.”

 수호는 낄낄 웃으면서 상자를 뒤적거렸다.

 “아 나 진짜, 이 인간을 그냥.”

 수호가 갑자기 짜증을 부렸다. 손에 든 무언가를 땅바닥에 홱 팽개치더니 핸드폰을 꺼내며 씩씩거렸다. 침실로 걸음을 옮기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야 이 변태야!”

 바닥에 팽개쳐진 검은색 천 조각을 들어보았다.

 아… 수영팬티 두 장. 게다가 망사.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 정말, 기웅은.

 -저딴 거 왜 자꾸 사는데! 내가 저걸 입을 거 같애!-

 수호의 고함을 들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유도 없이 코끝이 찡해졌다.

 -아 진짜, 우리 이우지, 왜 우리 고양이야? 이우는 내 거거든! 그리고 우리 이우는 저런 거 절대 안 입거든! 사이즈도 안 맞아!-

 나 혼자 보려고 몰래 찍어둔 수호 사진을 한 장 골라 메시지를 적었다.

 ─ 형! 고마워요! 수영복 잘 입을게요.^^ 저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진 한 장 보내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최선을 다해 임무 수행하고 있겠습니다. 지부장님.

 통화를 끝낸 수호가 부리나케 뛰어나왔다. 고함과는 다르게 입꼬리가 귀에 걸려있었다.

 “야야 큰일이다. 당장 내일이다 으이구 웬수 준비 좀 하게 진작 말을 하든가. 뭔 놈의 서프라이즈를 한다고 갑자기 이 야단이냐. 아! 우리 뭐 살 거 없나? 필요한 거 없을까?”

 방방 들뜬 수호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유 모르게 찡한 코끝이 눌러지지 않았다.

 꽉 마주 안아주는 목덜미에 뜨거워지는 눈을 붙이고 언젠가 수호가 했던 말을 따라 했다.

 “김수호 오빠만 필요할 걸요?”

 고개를 뒤로 뺀 수호가 시선을 맞추며 입을 앙다물었다. 허공으로 두 다리가 번쩍 들렸다.

 “아 왜 또! 무서워, 허락 받겠다며!”

 저절로 내질러진 비명과 함께 웃음이 터졌다. 나를 안아 들고 침실로 뛰는 수호의 목덜미에 바짝 매달렸다.

 

 

 

 

 

 - 시간사용 매뉴얼 끝 -

 

 여기까지해서 이번 연재를 마감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시즌 연재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김연옥 17-07-24 19:54
 
아~넘 ~ 아쉽다~기다릴께요~
다음편 기다리는 재미가 너무 좋았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빵야빵야 17-08-13 14:59
 
요즘 방송 일 때문에 바쁘신걸 알기에 투정은 못 부리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시즌 2의 연재가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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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7 2017 / 6 / 29 277 3 6536   
30 { 더 포저 시즌Ⅲ} 그들의 포커스 ... 6 2017 / 6 / 28 291 3 6688   
29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5 2017 / 6 / 26 332 3 4873   
28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4 2017 / 6 / 25 281 4 5613   
27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3 2017 / 6 / 24 282 4 5819   
26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2 (2) 2017 / 6 / 23 340 5 5239   
25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 (2) 2017 / 6 / 22 409 5 5234   
24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9(완결) (2) 2017 / 6 / 21 325 5 6978   
23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8 (1) 2017 / 6 / 20 301 5 8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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