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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열네번째 금요일 : 그러나, 우리 사이의 중력
작성일 : 17-07-23 22:55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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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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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몽롱한 상태로 눈이 떠졌다. 혹시나 지각이 아닐까 허겁지겁 핸드폰을 열었지만 웬걸, 시간은 고작 새벽 여섯 시 밖에 되지 않았다. 세시간 밖에 자지 않았는데 눈이 떠지다니 스스로가 어이가 없었다. 성희는 옆에서 여전히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성희를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일어났다.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가볍게 세수를 하고 자긴 했지만 밤새 운 얼굴은 퉁퉁 불어터져 엉망이었다. 그래, 9시 수업을 조금 늦는 한이 있더라도 집에는 다녀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출근과 등교를 하기엔 이른 시간. 버스는 참으로 한가했다. 언뜻 애매한 시간대의 오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래서 차창 밖으로 쏟아져 내리는 초여름의 햇살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 보았다. 울다 지쳐 잠이 들어서인지 피곤했지만 외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마음이 편안했다. 그래, 나는 서서히 멀어질 것이다. 이번 주 내내 억지로 피해 다녔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가까웠던 관계도 결국에는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이 감정도 다 사라질 거야.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부모님과 동생은 출근과 등교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집에는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했다. 나는 마음 놓고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할 수 있었다. 어제의 술기운이 모두 씻겨져 내려가는 듯 했다. 목욕을 마치고 깨끗한 속옷과 옷으로 갈아 입으니 기분이 좋았다. 9시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바로 나가야 했다. 현관문 옆 거울을 통해 다시 한 번 내 모습을 확인했다. 일어나 확인했던 얼굴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 있었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 새내기인 나는, 성격에 맞지 않더라도 낙천적인 즐거움에 빠질 여유가 있었다. 나에게 최면을 걸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늦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교양동의 계단을 올라 가야했다. 9시 2분 전. 깨끗하게 씻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땀이 흘렀다. 강의실에 들어서 나도 모르게 건이를 눈으로 찾았다.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너무 늦게 도착해 건이의 옆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이미 교수님이 와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자리가 비어 있는 구석으로 기어 들어갔다. 건이와는 눈이 마주칠 일이 없는 위치였다. 학기 초의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수업에 열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 역시 평소에는 잘 귀담아 듣지 않던 교수님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러나 교수님은 학생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수업에 대한 의욕을 잃었는지 쉬는 시간 없이 진행하다가 1시간 정도 수업을 일찍 끝내 버렸다. 여름이 다가오기 전, 이 맑고 쾌청한 날씨를 맘껏 즐기라는 말과 함께 미련없이 교실을 떠나버렸다. 나는 사람들이 우르르 교실을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평소 같으면 건이와 함께 질렸다는 듯이 서둘러 교실을 나왔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강의실인지라 사람은 금방 빠지고 고요함이 맴돌았다. 그러나 혼자 남은 것 같지가 않았다.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건이가 아까 앉아 있던 곳에서 그대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딘가 어색하고 서툴러 보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 미소 그대로였다. 나 역시 마주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점심이라도 먹자고 하려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날씨가 좋으니까 우리 조금 걷자. 건이는 교수님이 남기고 간 말을 성실히 따르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어제 술자리의 여파로 배도 별로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순순히 건이를 따라 나섰다. 우리는 캠퍼스 커플들이 종종 걷곤 하는 학교 뒷산으로 향했다. 수업이 끝나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적했다. 가면서도 건이는 별 말이 없었다. 우리 사이에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맴돌았다.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컸다. 특히 건이는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다. 어제 그 상황 그대로 우리가 멀어진다 해도 나는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러한 상황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어색한 방식으로 나를 불러서 건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건지 궁금했다.

 

 건이는 평소에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반응을 크게 해주는 편이기는 했지만, 본인에 대해서는 결코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나도 "김건" 이라는 사람의 히스토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형제가 없다는 사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수현과 남매처럼 지냈다는 것 정도였다. 이 정도는 아마 우리 과 동기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일 터였다. 말끔하게 생긴 외모 때문인지 아니면 성격이 좋아서인지 대부분의 동기들은 건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더욱 궁금해 할 것이다. 나 역시도 건이가 너무 궁금했다. 건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부터도 항상 건이에 대해 궁금해했다. 좋아하는 음식, 수업을 들을 때 하는 습관, 대화를 할 때면 열렬히 눈을 마주치는 모습들까지 그런 자잘한 것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나는 건이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대화를 나누다 쉽게 나올 수 있는 추억들까지도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시 싱숭생숭해지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히 걷기만 하던 건이가 입을 열었다.

 "어제 잘 들어갔어?"

 "응. 다시 들어가니까 성희가 완전히 취해서 자고 있더라구. 성우 오빠랑 데리고 나와서 집까지 데려다 준 김에 나도 그냥 성희 집에서 자고 첫차 타고 집에 갔다 왔어. 너는?"

 "나도 잘 들어갔지. 그냥 바로 집에 갔어. 어제 그럴 줄 알았으면 데려다 줄 걸."

 건이는 미안하는 듯이 말했다. 건이는 늘 그랬다. 자신의 상황이 어떠하든 늘 남이 우선이었다. 어제 같은 날 정도는 날 외면해도 괜찮을텐데. 작은 일이라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 건이가 안쓰러우면서도, 너무 좋았다. 나는 잠깐 나의 감정을 삼키느라 대답을 멈췄다. 그러나 건이는 나의 대답없음을 다른 의미로 해석한 듯, 잠깐 나를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어제 물어봤던 거 있잖아."

 "응?"

 "수현이랑 내가 친구 사이가 맞는지 물었지?"

 "응…"

 "내가 대답을 제대로 못한 거 같아서 어제 계속 생각나더라. 너가 오해한 것 같아서…"

 건이가 말끝을 흐렸다. 우리 대화의 온도와는 다르게 숲 속의 산책로는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잠시 동안은 길을 걸어가는 우리의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나는 건이가 다시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중학교 때부터 나는 그 질문을 많이 받았어. 아니, 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나. 좀 빠른 애들은 서로 사귀고 그럴 때 있잖아. 그 때부터 애들은 항상 궁금해 했던 것 같아. 아무리 소꿉친구여도 이런 관계는 많이 없으니까. 나한테는 당연한 관계를 다른 사람한테 설명하는게 어려워서 묻는 사람들한테 항상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어.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도 수현이가 여중을 나와서 중학교 때는 괜찮았는데 고등학교는 같이 다니게 됐거든. 수현이가 입학했을 때 즈음에 같은 반 여자애가 나를 좋아했어. 나는 몰랐는데, 같은 반이었던 애들은 다 알고 있었나봐. 그 애가 물어봤어. 수현이랑 무슨 관계냐고. 나는 또 아무 생각없이 그냥 친구라고 설명했지. 그런데 그 애는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나봐. 어느 순간부터 수현이랑 나 사이에 안 좋은 소문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있었거든. 나는 이미 2학년이니까 주변 친구들은 나를 잘 알고 있어서 그런 이야기들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어. 그런데 수현이는 나 때문에 거의 왕따를 당했던 것 같아. 그 때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은 안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길의 한 가운데 멈춰 있었다. 나는 놀라고 안쓰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건이를 바라보았다. 오히려 건이는 나의 눈길을 멋쩍어 하는 듯 했다. 그러나 건이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온 듯 했다.

 "그래서 어제 그 질문을 듣고 당황했었어. 너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서…너가 그 때 그 여자애처럼 우리 사이를 오해하고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릴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야. 대학에 와서 내가 유일하게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혹시나 잃게 될까봐 무서웠어. 너는 항상 나를 배려해줬지만, 내가 너였어도 그런 질문을 했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내가 그 때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없었어."

 눈망울이 촉촉해진 건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보다 한참 키가 큰 건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어쩐지 내가 끌어당겨 토닥여줘야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직은 묻고 싶은 게 더 많았지만 어렵사리 용기를 내어 내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은 건이가 고마웠다. 나는 손을 뻗어 건이의 어깨를 토닥 토닥 다독여주었다. 건이는 내게 애써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나중에 와서 생각해보니, 역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어느 정도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건이에게 서로 달 같은 친구가 되어주자는 말을 했다. 서로에 대한 중력을 잃고 떨어지지 말자고. 내가 한 말이긴 했어도 그 말을 온전히 믿지는 않았었다. 때가 되면 멀어지겠지. 은연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치 거짓말처럼 우리 사이에 중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아니, 서로가 서로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건이와 숲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눴던 그 날이 우리의 관계가 완전히 소원해질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 날, 내가 건이의 제안을 거절했더라면. 건이가 내게 진심을 털어놓을 용기를 내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내가 목격했던 것들에 대해 건이에게 캐물어 더 대답을 다그치게 했더라면. 그 이후에 우리가 부딪혀야 했던 그 모든 것들은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었을까, 후회를 하곤 했다.

 

 그러나 그날의 건이를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후회한다 해도 그날 함께 걸었던 그 산책로와 평소와는 다르게 떨리던 건이의 목소리와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그 눈길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 건아, 나는 왜 네가 좋을까. 어색함을 풀고 다시 강의를 들으러 함께 돌아가는 길에 나는 건이와 달리 용기를 내어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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