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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3화 사막을 건너온 남자
작성일 : 17-07-23 22:43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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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끝을 알 수 없는 모래 바다가 이어졌다. 황량하기 그지없고 생명체라고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죽음의 땅. 사방은 고요했고 눈앞에는 오직 태양과 바람, 모래만 존재했다. 한차례 거센 모래바람이 일었다. 카이는 최대한 몸을 낮췄다. 팔까지 길게 내려오는 터번으로 얼굴은 가렸지만 목덜미에 들러붙는 모래 알갱이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이게 벌써 몇 번 째 모래바람이야.”

 “이번 건 그래도 좀 약했어요.”

 “대체 사막은 언제쯤 벗어날 수 있는 거요?”

 

 한차례 모래바람이 지나가자 일행들은 일제히 한마디씩 불평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앞장 서 안내하던 대장 상인이 그 중 반가운 말을 건넨다.

 

 “반나절만 더 가면 민가가 나올 거요.”

 “오늘은 노천에서 자는 건 면하겠구먼.”

 

 한뎃잠을 면할 수 있다는 말에 일행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사막에도 사람들이 사는 민가는 있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오며 여러 번 모래바람을 만났다. 때론 모래바람 속에서 오아시스를 본 것도 같다. 신기루였을까. 주위가 환해지던 그때 카이는 눈앞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구. 뭘보고 놀랐는지 눈이 이만큼 커져가지고. 입도 반쯤 벌린 채로.”

 “그래서?”

 

 카이는 일행들과 둘러앉아 쉬는 참에 꿈인지 신기루인지 모를 남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참 이상한 게 나랑 어딘가 비슷하게 생긴거야. 눈은 깊고 콧날은 오똑하고. 머리 색깔은 금빛 도는 갈색이고. 그래서 내 고향에서 온 사람인가 했잖아.”

 “진짜 사람 맞어? 사막에 우리 말고 누가 또 있다고.”

 “귀신이라도 본거 아니야?”

 

 카이의 말을 듣던 사람들이 하나둘 반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저 친구 또 말 지어낸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름을 물어봤지. 그랬더니 휴 댄시 라고 하더군.”

 “휴 뭐?”

 “휴 댄시. 휴, 댄시라고.”

 “근데 이름이 휴 댄시가 뭐야. 무슨 이름이 그래?”

 

 그러게나 말이다. 휴 댄시 같은 이름은 생전 처음 들어본다. 카이는 강렬하게 내리쬐는 한낮의 햇빛과 사막의 복사열 때문에 헛것을 본 거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놀란 표정의 사내 얼굴을 쉽게 떨쳐버리진 못했다.

 

 대상 일행을 이끄는 대장 상인의 말로는 이번 여정은 동서무역을 독점하는 월지국의 영역을 관통하는 행로라고 한다. 월지국의 서쪽 끝 아크수와 코를라, 투르판, 가오창을 거쳐 로프노르 호수가 있는 누란에 다다르면 거대한 타클라마칸 사막을 벗어나게 된다.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뜻을 가진 타클라마칸 사막은 명성 만큼 광활한 붉은 사막이었다.

 

 왕래가 많은 편이 아니었고 길도 여의치 않았다. 너무 먼 여정이라 경험 많은 대상들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막강한 군사력으로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의 황제가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이면서 서에서 동으로 진나라를 향해 사막을 건너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카이는 길을 떠난 후 곧 후회했다. 이렇게 멀고 고생스러운 여정일 줄 알았으면 애초에 떠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큰돈을 한 번에 벌 수 있는 기회라는 말에 솔깃했던 건 사실이다. 돈을 벌어 아버지의 고향 페르가몬으로 가서 정착하고 싶었다. 아버지는 그리스 페르가몬에서 명망 높은 조각 명장이었다고 어머니께 들었다. 그런 아버지가 왜 아버지의 고향 페르가몬을 떠나 비잔티움으로 왔는지 카이는 알지 못했다.

 

 카이는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였던 비잔티움에서 나고 자랐다. 카이는 아버지의 조각솜씨를 물려받았고 어릴 때부터 어깨 너머로 아버지의 조각 기술을 보고 몰래 연습하곤 했었는데 아버지는 카이에게는 조각기술을 배우지 못하게 했었다. 그럼에도 결국엔 조각 기술로 푼돈이나마 벌어 먹고 사는 카이를 말리지는 못했다.

 그런 카이가 못마땅했던 아버지는 카이의 손재주로는 비잔티움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아버지의 말로 카이의 기를 죽이고는 했었다. 그때 마다 속으론 욱했던 카이는 아버지의 고향 페르가몬으로 가서 자신의 이름을 딴 조각품 가게를 내고 싶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기회’라는 뜻을 가진 ‘카이로스’ 라고 지었는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고 꼭 잡으라는 뜻이라고 했다.

 

 비잔티움을 떠나 온지 5년이 넘었다. 일이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았고 동쪽의 큰 나라에 거대한 토목공사가 있다는 소식을 무역상들을 통해 전해 듣게 된 것이다. 카이는 천하를 통일했다는 동쪽의 큰 나라가 궁금했다. 카이는 젊었고 그만큼 호기심이 많았다.

 

 드디어 로프노르 호수다. 대장 상인의 말로는 누란 왕국에 그렇게 미인이 많다고 한다. 탈진하기 직전의 상태였던 사람들이 호숫가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대장 상인이 말렸다. 호수의 물이 소금물이라는 것이다. 일행들은 모두 헛물을 켜듯 들고 있던 물자루를 입을 대고 쩝쩝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그래도 민가가 있는 곳이어서 서역에서 가져온 물건과 음식을 맞바꿀 수 있었다.

 오랜만에 육고기를 먹는다. 양고기를 양껏 배불리 먹고 내일 일찍 다시 출발할 것이다. 누란을 출발해 하미와 둔황, 난주를 지나면 진나라의 수도인 함양이 멀지 않다.

 

 진나라의 수도, 함양은 그야말로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도시 곳곳이 토목공사현장이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엄청난 양의 토목자재들이 거리 곳곳에 놓여 있었고 그 주변을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고갔다.

 

 진나라가 통일을 이룬 후 세 개의 큰 공사가 진행됐는데 장성과 능묘, 궁전이었다. 첫 번째가 전체 길이가 만리에 이른다는 장성을 쌓는 일이었고 두 번째가 아방궁이라는 이름의 아름답고 화려한 궁전이었다. 세 번째가 황제의 능묘를 축조하는 일이었다. 이 거대한 대공사를 하나도 아닌 세 개씩이나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 이가 바로 진시황제다.

 

 카이는 진시황제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어떤 사내이기에 천하를 통일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렇게 엄청난 공사를 하나도 아니고 세 개씩이나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단 말인가. 함양에 머무는 동안 먼발치에서라도 엄청난 황제의 위용을 꼭 보고 싶었다. 이미 서방세계에서 온 조각 장인들이 능묘 축조에 대거 투입되어 있다고 들었다. 진나라는 통일을 이루기 전부터 대대로 외국인을 우대하는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카이는 더욱 기대가 컸다.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내 능력을 이곳 동쪽 나라에서 입증해 낼 것이다.”

 

 솔직히 카이는 처음부터 이런 원대한 포부 같은 것을 품지는 않았다. 그저 일한 대가로 받는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이곳을 떠나는 날 자신의 고향 비잔티움이 아니라 아버지의 고향 페르가몬으로 가고 싶었다. 나고 자란 고향이긴 하지만 세상의 변방이고 변두리에 불과한 작고 초라한 비잔티움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카이는 진나라에서 모은 돈을 종자돈 삼아 아버지가 조각가로 명성을 떨친 페르가몬으로 가서 ‘카이로스 페르소나’ 라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조각품 가게를 열 생각이다. 하지만 진나라 함양에 도착해 이 도시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토목공사현장을 목도하고 보니 어디서 그런 있지도 않았던 포부가 솟구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카이는 능묘를 짓는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진나라도 함양도 태어나 처음인지라 어디가 어딘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이번 여정에 안내를 맡아 함께 사막을 건너온 대장 상인에게 돈을 조금 더 쥐어주고 끝까지 안내를 부탁했다.

 

 함양의 대토목공사 현장에 와서 카이가 처음으로 놀랐던 것은 진시황제 능묘의 규모였다. 천하를 통일한 황제의 묘는 분명 남다를 것이라고 짐작은 했으나 커다란 산 만한 크기의 능묘를 카이는 태어나 처음 보았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카이에게 대장 상인은 웃으며 말했다.

 

 “뭘 그리 놀라슈.”

 “이게 전부 한 개의 능묘인 겁니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대장 상인은 손가락으로 땅바닥을 가리켰다.

 

 “여기 이 아래에는 저것보다 더 큰 지하궁전이 있대요.”

 

 막상 능묘공사 현장에 와보니 능묘공사는 어느 정도 막바지에 이르러 있었다. 카이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늦게 온 거 아닙니까? 공사가 거의 완성돼 가는 것 같은데요?”

 “뭐 이미 36년이나 계속해온 공사니까.”

 

 대장 대상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36년이나 됐다구요?”

 “그 정도 됐을 걸. 내가 열 살 먹었을 땐가 시황제 즉위하시고 바로 시작됐으니까 아마 36년이 맞을거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도 16년에 걸쳐 지었다고 하는데 그 두 배가 넘는 기간이다.

 

 “근데 아직 완성이 안됐어요. 밖에서 보면 안 보이는데 저 안에 엄청난 지하궁전이 있다고 하거든.”

 “지하궁전이요?”

 “그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온거요?”

 “난 무덤 이야기만 듣고...”

 “그러니까 그게, 저기 짓고 있는 아방궁 만한 궁전이 저 지하에 하나 더 있다는 거지.”

 

 황제의 능묘 공사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지하세계에 또 하나의 제국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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