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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너와 나의 세상
작가 : 은아린
작품등록일 : 2017.7.19

이제는 없는 그 아이를 찾아야해.


인간의 노예화를 추진 중인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공존을 꿈꾸는 뱀파이어 사이에 서게 되었다.




어느새 내 지척에 다가온 라무엘이 한 손은 쇼파를 짚고 한 손으로는 내 턱을 잡아 자신에게로 돌렸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까만 눈동자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큰한 냄새가 훅 풍겨왔다.

"겉보기와 다르게 눈물 많고 여리다는거."

라무엘의 기다란 손가락이 내 눈매를 매만졌다. 차가운 손끝이 피부로 느껴졌다.

"뭔 개소리야."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신지. 손을 탁 쳐내자 라무엘은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그를 흘겨보며 술병을 들어 안의 내용물을 입 안에 쏟아부었다.

 
너와 나의 이미 시작된 시간 4
작성일 : 17-07-23 21:40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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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너와 나의 이미 시작된 시간(4)

 

 

 

 앞으로 걸어가며 머리카락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진흙을 대충 떼어버리고 얼굴 위에 굳어버린 피딱지를 벅벅 문질렀다. 하지만 피딱지는 쇠비린내만 풍길뿐 제대로 떨어지진 않았다. 손에 가루처럼 묻어버린 피딱지를 쳐다보려니 옆에서 라무엘이 젖은 손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걷는데 방해돼."

 

 라무엘의 손을 걷어내고 빠른 걸음으로 그보다 앞서 나가다가 잠시 멈췄다. 뒤를 돌아보자 대열의 끝에서 부상자들이 점점 쳐지는 것이 보였다.

 

 "얼굴이 당길텐데."

 

 라무엘의 목소리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신경쓸일 아냐."

 

 그에게 차갑게 대꾸하고 달천을 찾았다. 달천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두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달천씨, 얘기할게 있어요."

 

 내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든 그가 두 사람에게 뭐라고 하더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달천의 피 묻은 어깨 너머로 두 사람이 뒤쪽을 향해 가는 것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 할 것같아요."

 "으음."

 

 스마트폰을 꺼내 액정을 그에게 보여줬다. 시간은 오후 4시 22분. 지금 시기상 완전히 어두워지려면 6시 전후로 봐야하고 대략 1시간 30분가량 시간이 있지만 우리는 목적지까지 반도 오지 못한 상태였다. 평상시라면 서너시간만에 돌파가 가능했지만 오늘은 진입하자마자 습격도 있었고 부상자도 있는 상태였다. 인원수가 많기도 했고. 여기서 다시 습격을 받는다면, 그 습격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D구역에서 죽을 수 밖에 없었다. D구역은 그런 곳이니까.

 

 "역시 괜히 데드구역이 아니었네."

 

 달천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웃음이 터져나오려했다. 물론 어이가 없어서. 그런 데드구역을 당신이 지나가자고 한거라고. 여긴 뱀파이어와 인간의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있던 곳이었고 지금은 뱀파이어도, 인간도 살지 못하게 된 곳이니까. 아, 그래도 변이 늑대는 잘 살고 있네.

 

 "설마 모르고 온건 아니죠?"

 

 비꼬아서 묻자 달천이 히죽 웃었다. 험상궃은 인상이 더 험악해져서 세상없을 악당처럼 보였다.

 

 "당연히 알고 왔지. 하지만 D구역은 처음 와본거니까."

 

 달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르릉 거리며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달천과 내가 동시에 하늘을 올려봤다. 아까보다 더 낮아진 잿빛구름이 바람을 따라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서둘러야겠어요."

 

 젖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얼굴 위로 치덕치덕 붙기 시작했다. 그것을 짜증이 잔뜩 담긴 손으로 떼어내고 걸음을 빨리했다.

 

 "뒤쳐지는 사람은 그냥 버려요."

 

 냉정한 나의 말에 달천이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선 살아남는게 중요하니까. 남의 사정 봐줘봤자 결국 죽는건 나니까. 인간같지 않다고해도 그런 인간같지 않는 인간들만 남아 있는 세상이니까. 몇걸음 떨어진 곳에 있던 라무엘이 이해 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웃는 것 같기도 했고 슬퍼 보이기도 했다. 내가 언제부터 저 작자를 이해하려했다고. 그와 마주쳤던 시선을 거칠게 돌렸다.

 

 결국 얼마 못가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당장 비를 피해 쉴 곳도 마땅치 않아서 계속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얼마나 왔지?"

 

 어느샌가 다가온 달천이 한 손으로 눈 위를 가려 내리는 비를 막아내고 있었다.

 

 "얼추 반쯤."

 

 그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눈을 가늘게 뜬채 대꾸했다. 바람이 세게 불고 있어 그 바람에 자꾸 비가 눈을 때리고 있어서 가리나마나한 짓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애초에 이렇게 오래 걸릴거라고 생각하고 수락한 일도 아니었고 우산은 거추장스러워서 챙겨오지 않았다. 그게 이렇게 후회막심한 일이 될 줄이야. 아니 그보다 이 일을 왜 한다고 해서 이 개고생인지. 내가 미쳤지.

 

 "이 상태로 얼마나 걸릴 것같나."

 "나도 모르죠. 습격이 없다고 해도 비가 이렇게 와서야."

 

 거센 빗줄기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무너지고 낡아서 녹슨 철근이 그대로 보이는 회색 건물만이 을씨년스러운 몰골로 지척에 다가서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비를 피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미친짓은 하지 않았다. 변이 늑대는 생각보다 똑똑해서 우리가 건물로 들어가면 탈출로로 생각되는 구멍이란 구멍을 모조리 막아설 것이 분명했기에 차리리 비를 맞으며 밖에 있는게 나았다. 인원수가 많으니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숨으면 그나마 몇몇은 살아 남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운이 좋다면. 그리고 건물의 어두운 곳은 변이 박쥐들이 좋아하는 곳이라 들어가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공격을 받을 위험이 상당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난지도 모르는 변이 동물들은 인간에게 상당히 유해했다. 일반 동물들보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지능은 포악한 변이 동물들이 인간의 또 다른 천적으로 자리잡게 하기에 충분했다. 변이 동물은 갑자기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났기에 생태나 약점 같은 것도 아주 조금밖에 알려지지 않았다. 대부분 무리지어 생활하고 인간을 먹이로 인식하지만 잡식성이고 은에 약하다는 것 정도.

 

 "아우우우우-."

 

 멀리서 들려오는 늑대 소리에 등허리가 쭈뼛했다. 달천과 눈이 마주쳤다.

 

 "달려!"

 

 내가 커다랗게 외치고 먼저 길을 잡아 달리자 사람들이 뒤따랐다. 수도 없이 이어지는 찰박거리는 소리와 대조 될 정도로 사람들은 조용하기만 했다.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긴장 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제이야!"

 

 라무엘이 부르는 소리에 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아보려다가 낡은 건물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거대 변이 늑대와 눈이 마주쳤다. 기분 나쁠 정도로 붉은 늑대의 눈이 승리감에 번뜩이고 있다고 느꼈다. 그와 동시에 거대 변이 늑대의 앞발이 크게 휘둘러졌고 주춤하며 뒤로 물러서던 내 가슴을 할퀴었다. 피가 분수처럼 터져나오는 것이 현실감이 없어서인지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스쳤을뿐이었지만 커다란 압풍에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엄청난 힘에 뒤로 한참을 밀려났는데 누군가가 내 등에 닿았다. 달큰한 꽃향기가 비와 피냄새 사이로 훅 끼쳐왔다.

 

 "괜찮아?"

 

 내 어깨를 감싸고 있는 라무엘의 커다란 손이 느껴지자마자 가슴팍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으윽. 응, 괘, 괜찮아."

 

 입술을 꽉 깨물고 대답했지만 식은땀이 등허리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정말 여기서 죽을지도 몰랐다. 바로 앞에서 달천이 스터드가 잔뜩 박힌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거대 변이 늑대의 발톱을 막아내고 있었다. 주변은 어느새 변이 늑대로 가득해서 우리는 포위 당한 꼴이 되버렸다. 사람들이 황급히 무기를 손에 고쳐쥐고 있었지만 우왕좌왕하는게 확연했다. 그 모습을 재빠르게 둘러보다가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올라 입밖으로 뱉어냈다. 철퍽하고 내장이 섞인 검붉은 핏덩이가 물웅덩이 속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금새 떨어지는 빗줄기에 진한 혈향을 풍기며 옆으로 번져갔다.

 

 "괜찮은게 아닌데."

 

 심각한 라무엘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웅웅거리는 울림을 가진 채 들려왔다. 따뜻한 피가 줄줄 흘러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는게 느껴졌다. 후들거리는 팔을 들어올려 가슴의 상처를 막자 손바닥으로 피가 울컥울컥 베어나오는 것을 고스란히 알 수 있었다. 스쳤는데 이정도 상처라니. 정통으로 맞았다면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네.

 

 내가 흘린 피냄새를 맡은건지 여러마리의 변이 늑대가 우리 주변으로 몰려왔고 라무엘이 나를 자신의 옆구리에 끼고 싸울 자세를 잡았다.

 

 "어떻게, 싸워."

 

 라무엘의 품에서 벗어나 허리뒤춤에 있던 리볼버를 빼들었다. 비틀거리며 자세를 바로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온 몸이 떨리고 피때문에 미끌거려 총이 자꾸 손 안에서 헛돌았다. 물론 조준도 제대로 맞지 않았다. 살아야된다는 것만 맴돌던 머릿속에서 번뜩이며 VB9이 떠올랐다. FIL에서 아주 극소수의 인원에게 지급해준다는 비상약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잭에게 조르고 졸라서 얻어낸 거였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하고 잭의 당부를 지킨다는 약속을 하고서. 지금이 잭이 말한 생명의 위기이니 난 약속을 지킨거야. 속으로 되내이면서 바지 주머니에 있던 VB9을 꺼내 꿀꺽 삼켰다.

 

 "제이야, 그건……."

 

 옆에서 라무엘이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사방에서 변이 늑대가 몰아쳐왔다. 그때 거짓말처럼 몸의 떨림이 멈추고 통증도 사라졌다. 다시 총구를 제대로 조준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기분좋은 반동과 함께 총알이 날아가 정면에서 달려오던 변이 늑대의 미간에 정확히 박혔다. 위로 떨어지려는 변이 늑대를 피해 몸을 돌리면서 옆에서 자세를 낮추고 금방이라도 내 옆구리를 물어뜯으려는 또 다른 변이 늑대를 향해 총알을 날렸다. 변이 늑대의 눈알에 박힌 총알을 보며 점점 차오르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하하, 하하하."

 

 가슴의 상처에서 피가 끊임없이 울컥이며 흘렀지만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이야, 너 괜찮은거 맞아? 그 약, 도대체 뭐야."

 

 어느새 꺼내든 검으로 변이 늑대의 앞발을 서걱 잘라버린 라무엘이 전과 다르게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피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묻고 있었다.

 

 "신경꺼."

 

 나도 모르게 히죽 웃으며 라무엘에게 쌀쌀맞게 대꾸하고 다시 리볼버를 조준했다. 뭐가 못마땅한지 입을 꾹 다문 라무엘이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신과 내 주변의 변이 늑대를 베는 일을 다시 시작했지만 신경이 온통 나에게 쏠려있는지 간간히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마다 난 라무엘의 추궁하는 듯한 시선을 가볍게 넘겼다.

 

 거대 변이 늑대를 힘겹게 막아내고 있던 달천의 주변은 피로 온통 붉었다. 싸우다보니 그 근처에 다다르게 되어 거대 변이 늑대로 총구를 돌리며 크게 외쳤다.

 

 "조달천씨, 비켜!"

 

 달천이 돌아보지도 않고 내 목소리에 재빨리 옆으로 물러섰다. 힘겨루기를 팽팽하게 하다가 달천이 빠져나가니 거대 변이 늑대가 그대로 쿵하며 달천이 있던 자리에 커다란 발톱을 박았다. 그 틈에 방아쇠를 당겼다. 분명 정확히 거대 변이 늑대의 미간으로 날아가 박히는 총알을 봤다. 하지만 총알은 '캉'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달천이 갑자기 씩 웃었다.

 

 "조준 실력은 끝네주네. 아깝군."

 

 이 상황에서 웃어버린 달천이나 총알을 튕겨낸 변이 늑대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더 이해가 가지 않았던건 갑자기 달천과 내 사이를 가로막아버린 라무엘이었다.

 

 "라무엘?"

 

 갑자기 왜 이러는지 판단이 되지 않아 그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라무엘은 나를 한번 스치듯이 보고는 달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달천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덩치와 다르게 가벼운 몸놀림으로 뒤쪽을 향해 훌쩍 물러섰다. 라무엘에게 손님한테 무슨 짓이냐고 따질새도 없이 거대 변이 늑대가 나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러왔다. 엎치락뒤치락하며 거대 변이 늑대의 공격을 피하기 바쁜 와중에 늑대의 뒤로 라무엘이 바닥에 넘어진 달천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였다.

 

 "캬르릉!"

 

 어디선가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사방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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