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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9. 별의 집결 04
작성일 : 17-07-23 18:19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1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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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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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오넬은 아니카의 도움으로 신룡기사단의 단장인 아이샤를 만나는데 성공했다.

 “네가 신주의 주인인가? 엘프들한테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다.”

 신룡기사단의 단장인 아이샤는 특이하게도 분홍빛 머리를 가진 용인이었다. 백색과 적색, 청색과 금색 그리고 녹색과 흑색 자신의 시초가 된 용의 색을 머리색으로 물려받는 용인들 사이에서 그 여섯 가지 외의 색은 드물게 두 개의 문양을 물려받은 용인한테서만 등장한다.

 아이샤는 횃불과 섬광의 문양을 가진, 화염과 빛을 다루는 용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블랙밸런스의 흑마법사들한테서 비틀린 날개의 용인 이리스 노스가드를 구하기 위해서는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리오넬은 자신 앞에선 아이샤를 관찰했다. 그녀는 분명 아름다웠지만 한 집단의 수장에 어울리는 위압감과 사무적인 느낌은 마치 귀족 아가씨나 엘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노련한 중년의 귀족......마치 스코트후작을 처음 대면했을 때의 느낌을 주었다.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어”

 “이건 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평화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신룡기사단은 없으니까”

 “그, 그게 무슨......”

 아이샤는 리오넬의 반응을 지켜보며 말을 이었다.

 “너도 아케니아제국의 인간이라면 ‘검은 용의 재림’사건은 알고 있겠지? 그 사건 이후 몇 달 후에 용계가 운석소환마법으로 공격받아서 용인들이 대부분 죽어버리고 지금은 얼마 남아있지 않아”

 

 운석 소환마법에 의해서 용계가 파괴되었을 때 모종의 계약에 의해서 용계에 얽매여있던 늙은 용인들은 전부 죽어버렸고 윗세대의 알력이 사라지자 신룡기사단으로 활동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용인들은 전부 자신의 삶을 위해 중간계로 떠났다.

 그들이 필요할 때마다 신룡기사단의 이름을 빌릴 뿐이지 신룡기사단은 사실상 없는 조직이었다.

 “그럴 수가......”

 그렇다면 용인들이 ‘마룡’과 아이언나이트의 등장에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전쟁에 개입 했던 것이 이해가 된다.

 다소 실망한 기색을 보이는 그에게 아이샤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네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내가 개인적으로 도와줄 수는 있어 개인적으로 검은 용인에게는 빛이 조금 있거든”

 단 한명의 용인......하지만 그녀는 분명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으니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리오넬은 그녀를 설득하기위해서 바로 신주를 사용했다. 회중시계가 움직이며 8시가 되었다.

 

 한 시간, 예지속의 세상을 엿보게 된 아이샤는 그를 믿기로 했다.

  “......과연 제법 괴로운 길을 걸어왔구나. 아직 연락이 닿는 친구가 있어. 한 명 뿐이지만 제법 도움이 될 거야”

 “감사합니다.”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다나와 나리아도 그를 찾아왔다.

 “그래서 이리스님은 어디에 있는 거지?”

 말을 먼저 걸어온 것은 다나지만 리오넬은 그녀의 뒤에 있는 나리아를 먼저 보았다. 이리스를 쏙 빼닮은 실제 나이차이도 얼마 나지 않고 용인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이목구비는 비슷했지만 인상은 제법 틀렸다.

 

 그를 만나기 이전까지의 이리스가 분노에 불타고 있다면 나리아는 타인에 대한 적의로 차갑게 식어있었다.

 “설마 거짓말을 한건 아니겠지?”

 “아니 나리아가 함께 와서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나를 알고 있나?”

 나리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이었나 보다.

 “너는 이리스의 동생이잖아?”

 “이리스의 동생이라고? 그럼 그녀도 검은 용인이라는 거야?”

 “아! 내가 말 안했던가?”

 아무 생각 없이 리오넬이 다나를 설득하는 모습을 관찰하려던 아이샤는 깜짝 놀라며 누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나리아의 로브를 들추고 어께의 문양을 확인했다.

 “진짜구나......”

 “떨어져”

 나리아는 갑자기 자신을 껴안으려 드는 그녀를 밀어내며 순식간에 마법을 사용해서 어둠의 칼날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나리아는 아랑곳 하지 않고 날개를 꺼내서 어둠을 몰아냈다.

 “다, 당신도 용인?”

 “마야의 아이가 살아있었구나 다행이야”

 펼쳐진 아이샤의 날개는 특이했다. 내리쬐는 햇빛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빛의 날개에는 마치 소용돌이처럼 불규칙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문양이 손상되어 있는 건가?’

 아니카가 말해주었던 이야기로는 분명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대로 남겨두었다면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나는 아이샤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라서 뒤늦게 움직이려 했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안도의 감정과 그리움 때문에 함부로 손을 뻗지 못했다.

 “그러니까......어떻게 된 거지?”

 “마야라는 용인이 메이트라로 가기 전에 아케니아에 있었다고 들었거든 아마 아이샤님과 마야는 어떤 관계가 있을 수도 있지”

 다나도 마야에 대한 것은 알기에 말투가 갑자기 공손해졌다.

 “돌아가신 마야님의 친구분......이라는 겁니까?”

 “저기 잠깐 이 아이와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가능해? 잠깐이면 돼”

 “......”

 아이샤는 알을 지키는 어미 새처럼 포근하게 빛나는 날개로 나리아를 감싸고 있었다. 다른 용인을 처음 보는 나리아는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저항하지도 않았다.

 

 리오넬과 다나는 서로를 잠깐 마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벗어났다. 그는 아이샤의 덕분에 신주의 힘을 한 번 아낄 수 있었다.

 “아이샤님께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어? 흑마법사들을 상대하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해.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두 명 정도 더 있거든. 둘 다 메이트라 남부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나도 와준다는 사람이 하나 있어서 조금 더 기다렸으면 하는데”

 

 이미 충분한 전력이 모였지만 리오넬은 무리하지 않고 그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사람 중에는 뜻밖의 인물도 있었다.

 “켁! 아이샤 내가 말했던 게 저놈이야!”

 “당신은......아스티아에서 만났던 해적선장?”

 크라우젤은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지었다.

 “네놈이 그때 순순히 그녀를 포기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크라우젤 무슨 말이야?”

 “저놈이라고! 내가 말했던 아스티아에서 검은 용인을 데리고 도망친 마법사”

 크라우젤은 그를 모함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이미 신주의 힘으로 미래를 본 아이샤에게는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중요한 걸 깜빡했나본데 그녀는 네가 노예시장에 팔아넘기지 않았나? 난 그저 그녀를 구한 것뿐이야.”

 “그, 그건 검은 용인인 걸 미리 알았다면......”

 “둘 다 그만 지금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모인거지 지난 일을 따지러 모인 것이 아니니까”

 “죄송합니다. 아이샤님”

 “크윽 미안”

 아이샤는 크라우젤을 보며 살짝 못미더운 표정을 짓고 말했다.

 “하는 일은 조금 그렇지만 신룡기사단의......아니 나랑 친한 용인중에는 그나마 강한 편이야”

 “그건 그렇고 이번 일만 끝나면 전에 있던 일은 용서해주는 거지?”

 “......난 지난 일로 널 원망했던 적은 없어”

 말하는 모양새를 보면 단순히 친구라던가 연인은 아닌 뭔가 더 복잡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어. 이제 시작이야”

 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이리스가 납치되고 4달이 지난 후였다.

 

 리오넬은 동료들을 데리고 블랙밸런스의 아지트를 급습했다. 미래를 알고 있는 리오넬은 블랙밸런스의 아지트를 전부 알고 있었고 실제 아지트의 위치는 그의 기억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가장 먼저 찾은 아지트는 니들리스성의 지하수로였다.

 “정말 이런 장소에 있는 거야?”

 “있습니다."

 일국의, 그것도 마법사들의 제국이라 불리는 아케니아의 수도 지하에 흑마법사의 아지트가 있다니!

 “아케니아는 ‘검은 용의 재림’사건 이후에 성과 시설과 관련된 자료가 많이 유실되었습니다. 애초에 상당히 오래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성의 비밀통로나 지하수로의 구역도 정확하게 측정되어 있지 않지요.”

 “확실히 오래되어 보이긴 하군.”

 아이샤는 하수도에서 풍기는 악취에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이런 장소는 별로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저들은 우리가 이곳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겁니다. 다른 아지트도 비밀리에 공격하려면...”

 “저들이 다른 곳으로 신호를 보내기 전에 처리해야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나리아님”

 리오넬은 그녀에게도 말을 높였다. 자신의 나이와 존칭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던 이리스와 달리 그녀는 그런 사실에 제법 까칠했다.

 “내가 연락을 차단하겠어. 나머지를 부탁해. 드로우 라인”

 나리아는 말을 마치자마자 가볍게 수인을 맺더니 순식간에 마나의 선으로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크라우젤은 나리아의 마법을 보고 살짝 놀랐다.

 “진식마법이라니 언제 적에 유행하던 방식이야?”

 “내 스승은 대응능력이 떨어진다고 메모라이즈를 별로 신용하지 않았거든. 그리고 당신 같은 해적이랑 말 섞기 싫으니까 말 걸지 마.”

 “......저기 그래도 내가 더 나이도 많고...”

 “영생을 가진 존재에게 나이만큼 부질없는 건 없지.”

 “끙”

 크라우젤은 말싸움에 져서 구석에 찌그러졌다.

 

 진식마법은 바닥이나 공중에 마법진을 그려서 마법을 발동하기에 손짓으로 룬문자를 구현하는 수인마법이나 언어로 룬문자를 구현하는 영창마법에 비해 느리다. 거기에다가 메모라이즈라는 영창을 통해 미리 마법을 저장해두는 기술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대부분의 마법사는 영창마법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리오넬은 보석에 마법진을 새겨서 발동하는 아델린학파의 마법을 배웠기에 진식마법에 제법 일가견이 있었다.

 “음 집중에, 원소제한, 어둠......음 어둠 속성에 한해서 제어권을 빼앗는 방식인가?”

 “제법 잘 아네. 컨트롤 엘리멘탈 다크니스”

 그녀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몰려들었다. 색을 가지고 유형화 될 정도로 엄청난 어둠의 마나가

 “외부로 나가는 마나는 전부 차단할 테니 걱정 마.”

 “나리아는 내가 지키겠다.”

 “알겠습니다. 아이샤님 그럼 시작합시다.”

 아이샤가 나리아의 곁에 남기로 하자 리오넬은 크라우젤과 네메시스를 비롯한 이종족 연합의 정예들을 데리고 흑마법사의 아지트로 이동했다.

 나리아는 그들이 떠나자 방어용으로 몇 개의 마법진을 더 그리기 시작했다.

 “흑마법하고는 조금 다르구나.”

 “단순히 속성을 따지는 것이라면 흑마법이 맞아요. 굳이 치자면 빌려온 힘과 스스로 이해하고 깨우친 힘의 차이죠.”

 우워워워

 수로 아래서 언데드무리가 일어섰다. 흑마법사들이 외부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나의 흐름 때문에 침입자를 알아차리고 반격해 오는 것이다.

 썩은 수초와 기괴하게 부풀어 오른 살점덩어리는 물을 벗어나자 독을 품은 짙은 암녹색의 연기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암흑기사들이나 고위언데드가 오면 그때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나서려던 아이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나리아는 금세 수인을 맺어서 마법을 발동시켰다.

 “컨트롤 스내쳐-카운터플로우”

 몇 가닥의 검은 실이 언데드를 향해 뻗어나갔다. 검은 실과 접촉한 언데드는 학질에 걸린 노인처럼 부들부들 떨더니 다시 쓰러지면서 물속으로 빠졌다.

 “어떻게 한 거야?”

 “제어권을 빼앗아서 마나를 역류시켰습니다. 쳇 흑마법사가 직접 조종하는 형태는 아니고 매개체를 사용한 것 같군요.”

 독기를 머금은 어둠의 마나가 역류하면 어둠의 힘을 다루는 흑마법사라도 충분히 위협적일 테지만 지금은 매개체를 파괴한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안에서 잘 해주고 있는지 적이 올 낌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전 아직 그 남자를 믿지 못하겠어요.”

 “리오넬을 말하는 거야?”

 “아이샤님이 말해주신 대로라면......그 남자는 언니를 노예처럼 부렸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흑마법사들과 협력했던 적도 있고”

 “그건 아직 벌어지지 않은, 예지속의 이야기일 뿐이야 지금의 그와는 관계가 없지 그리고 오히려 지금은 그런 미래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니 좋게 봐줘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언니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그렇게 혼자 두어선 안 됐어요. 그러니까 언니를 찾으면 데리고 노스가드로 돌아갈 거예요.”

 솔직히 말하자면 메이트라왕국으로 언니를 데리고 가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스가드는 고향이다.

 “용계로 가볼 생각은 없니?”

 “솔직히 다른 용인들도 완전히 신용할 수는 없어요. 아! 그러니까 아이샤님을 못 믿겠다는 건 아니지만......그냥 당분간은 언니랑 둘이서 지내고 싶어요.”

 

 크라우젤에 대한 것도 걸릴 테고 생이별한 가족과의 만남이니 둘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샤는 이리스와 나리아에게 너무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뭐 용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히 기니까 시간나면 천천히 오도록 해 아직 마야에 대해서 해주지 못한 이야기도 있고”

 “알겠습니다......적이 오고 있군요.”

 “그래.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공간마법이 발동했는지 수로의 벽이 검은 얼룩으로 물드는 가 싶더니 그 통로에서 흑마법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심판의 검 성염파”

 

 아이샤가 만들어낸 열기와 빛의 파도가 흑마법사들을 덮쳤다.

 

 모든 흑마법사를 정리 한 후에 리오넬은 일행들과 함께 흑마법사들의 연구기록을 뒤졌다.

 “아무래도 네가 말한 ‘마룡’이라는 걸 연구하는 시설은 보이지 않아”

 “이리스님에 대한 정보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실험기록을 봐선 영생의 신도가 분명한데......이리스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니”

 “흑마법사들을 찾는 일이었다면 블러드트랙의 흑마법사들을 데려올걸 그랬군.”

 같은 흑마법사인 만큼 데려왔으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자세한 사정을 듣고 온 것이 아니라 데려오지 못했다.

 “남아있는 비밀기지는 몇 개지?

 “아케니아에 남아있는 지부는 세 개입니다......더 적을 수도 있고 나머지는 다른 나라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케니아에서 이리스에 대한 기록은 발견할 수 없었다.

 

 

 “제길 여기도 아닌가?”

 결국 아케니아의 내의 흑마법사들을 전부 소탕하고 나서 이종족연합까지 왔지만 이리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찾으라는 검은 용인은 나오지 않고 남 좋은 일만 해주고 있군. 저놈 말 믿을 만한 거 맞아?”

 크라우젤이 리오넬을 보고 투덜거리기 시작하자 아이샤는 안색을 굳히고 말했다.

 “이리스의 기록이 나오지 않았을 뿐 저자는 흑마법사의 아지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어.”

 “우린 흑마법사를 소탕하러 다니는 게 아니라고 네가 봤다는 것도 다 거짓말 아니야?”

 “저 해적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저자의 말에는 동의합니다.”

 “아니카님을 구해주신 것으로 그분께 많은 빛을 지긴 했지만 3년이면 할 만큼 했습니다.”

 

 모두 이리스를 구하기 위해서 모이긴 했지만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별다른 성과가 없자 일행들 사이에서도 점점 불만이 불거져 나오고 있었다. 특히 그녀와 비교적 인연이 짧은 이종족연합은 슬금슬금 발을 빼고 있었고 지금은 벨트리스의 엘프들 정도만 남아있었다.

 “블랙밸런스도 슬슬 자신들을 공격하는 존재에 대해서 알아차리고 있어 또 이상한 장소를 찾았다간 영영 못 찾게 될지도 모르겠어.”

 “마룡의 연구가 정확하게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몰라?”

 “죄송합니다. 저도 거기까지는......이렇게 되면 이젠......드리모어제국까지 가야하나......”

 리오넬은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미 3년이 지나버렸다. 마룡을 만들려면 용인에 마족의 피를 섞어야하는데 실험으로 고통 받았을 이리스의 상태가 걱정이다. 그리고 빠르다면 벌써 마룡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는 시간까지 왔다.

 리오넬이 기억을 되새기며 다른 아지트의 위치를 떠올리는 동안 갑자기 눈앞에 검은 마법진이 생겨났다.

 “적인가?”

 순식간에 일행들은 마법진을 둘러싸고 경계태세를 취했다. 마침내 마법진이 빛을 발하고 한 개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공격!”

 “자, 잠깐!”

 정령의 힘이 담긴 화살세례와 마법이 그자를 향해 쏟아졌다. 그자는 급하게 방어마법을 시전하려 했지만 나리아가 마나의 실을 내보내서 또다시 제어권을 뺏어갔다.

 방어마법은 유리조각처럼 깨져나갔고 빛과 폭음이 그 장소를 지워버렸다.

 “이런! 정보를 구하려면 목숨을 붙여놔야 했는데”

 나리아는 아무 상관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런 건 저자가 사용한 이동마법의 위치를 역산하면 돼.”

 “그것 참 너무하구만.”

 연기가 걷히자 모습을 드러낸 건 회색빛으로 물든 해골마법사였다.

 “저자는......스승님? 자, 잠깐 공격을 멈추십시오!”

 “휘유~공간격리 아티펙트만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어”

 해골마법사의 정체는 비밀조직 사일런트 아케인의 수장 블랙우드였다. 그가 갈비뼈에 있던 반지 하나를 빼내자 반지는 먼지가 되어 부스러졌다. 아마 그 아티펙트로 방금 전의 공격을 막은 듯싶다.

 “당신의 스승? 아무리 봐도 리치로 보이는데”

 “리치는 맞지만 블랙밸런스와는 상관없는 분입니다.”

 나리아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노려보자 블랙우드는 과장스러운 동작으로 몸을 움찔하더니 리오넬의 뒤로 숨었다. 나이에 맞지 않은 익살스러운 동작이었다.

 “제자야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저기 검은 용인이 한명 더 있는 것처럼 보인다만?”

 “그렇습니다. 그런데 스승님 여기는 무슨 일입니까?”

 “아 그래! 신호가 잡혔다는 말을 전해주려고 왔다.”

 “신호가 잡히다니? 무슨 말이지?”

 블랙우드는 그제야 아이샤를 발견했다.

 “이런 신룡기사단의 단장님도 계셨군요. 오랜만입니다. 아이샤님”

 “나를 아나?”

 “아케니아마법협회의 블랙우드라고 하면 기억나십니까?”

 “......아 그래 기억났어. 그때랑은 많이 달라졌군.”

 별로 좋은 만남은 아니었던 듯 그녀의 얼굴을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감과 후회로 물들어있었다.

 “뭐 지금은 과거의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지요. 전에 이리스에게 주었던 협회의 증표가 있지 않느냐? 거기에 추적마법을 걸어 두었었다. 얼마 전까지는 신호가 끊어져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신호가 잡혀서 전해주러 왔다.”

 블랙우드가 이리스에게 주었던 마법협회의 고위관계자임을 알리는 목걸이는 주요인물에게 주어지는 물건인 만큼 추적마법이 걸려있었다. 리오넬은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다가 다시 잡혔다는 것은...”

 “함정이네”

 “아무리 생각해도......함정이지?”

 

 함정일게 뻔하다. 알면서도 가지 않을 수 없는 함정

 “위치는 어디입니까?”

 “끝의 산맥 서부, 아케니아의 동쪽일세.”

 끝의 산맥안쪽이라니! 사람이 살 수 있는지도 의심되는 장소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아지트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군요. 같이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물론”

 “이번까지는 저희도 힘을 보태드리겠습니다.”

 “사일런트 아케인에서도 제자를 위해서 한 손 보태주지”

 ‘조금만 더 기다려줘......이리스’

 

 어비스시커마탑 실험실

 티르는 자신의 비밀실험실로 들어갔다. 그의 손에는 투명한 보석이 잔뜩 들어있는 수상한 주머니가 있었다.

 “흐흐흐 원래 혼자서 하지 말고 자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3년이면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고 츄릅.”

 길가에서 금덩이를 주은 사람처럼 경박하게 미소 짓던 티르는 주머니에서 소울하트를 꺼냈다.

 

 리오넬의 저택 지하에 완성되어있던 소울하트를 챙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혼자 쓸쓸하게 남아서 저택을 관리하던 릴리도 그가 리오넬의 친우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도둑질을 보고도 눈감아주었다.

 어쩌면 방랑벽이 심한 주인에 대한 반항심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자신이 알바가 아니다.

 “이정도면 블러드스톤이나 제물을 바치지 않더라도 마족을 소환할 수 있겠지? 그럼 나도 이제 반쪽짜리 흑마법사가 아니라 진짜배기 흑마법사라고 크크크크”

 “뭐 영혼이나 생명을 대가로 삼지 않더라도 마족과 계약할 수 있다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될 겁니다.”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입니다. 흑마법사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실험에는 두 명의 참관인이 와 있었다. 마법협회의 마법사와 에시디아의 신관, 두 사람이 그의 실험을 지켜보러 온 상태였다.

 “만드는 법만 제대로 알려주고 갔어도 이렇게 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그 때는 한 개에 팔 하나였으니......음 10개 정도면 되려나?”

 티르는 그대로 주머니를 뒤집어서 소울하트를 마법진 위로 쏟아냈다. 이어서 소환주문을 외우자 마법진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진정한 흑마법사라면 무조건 발록이지! 나와라!”

 강력한 힘을 지닌, 지옥의 화염을 자유자제로 다루는 마계의 폭군 발록은 최소 등급이 중급이상인 만큼 발록과 계약한 흑마법사라면 단숨에 5서클 마법사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눈부실 정도로 환한 빛이 걷히고 유황냄새가 섞은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뭉게뭉게 솟아오른 연기가 시야를 가렸지만 그 뒤로 오우거를 연상시키게 하는 거대한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소의 뿔처럼 날카롭게 자라난 뿔,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박쥐의 그것을 닮은 날개

 “서, 성공이다!”

 “크르륵 네놈이 나를 부른...”

 “저자는 선객이 있으니 네놈은 돌아가라!”

 그때 연기를 걷어내고 새하얀 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흰 털로 덮인 늑대의 앞발을 닮은 웨어울프의 팔...기억이 맞다면 3년 전에 소환되었던 웨어울프인것 같았다. 그녀는 막 소환된 발록의 목덜미를 붙잡고는 마법진 안으로 구겨 넣었다. 마치 작은 여행가방에 짐을 억지로 구겨 넣는 것처럼 불쌍한 몰골이었다.

 “아, 안 돼!”

 “이제야 다시 불러주었구나 기다리고 있었다. 계약자여”

 반가워 보이는 말투와 달리 웨어울프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그를 덮쳐서 밀어 넘어뜨렸다. 그 모습을 지쳐보고 있던 마법협회의 마법사와 에시디아의 사제가 대응하지 못할 만큼 신속한 동작이었다.

 “끄아악! 내가 부른 건 네가 아니라고! 저 크고! 우람한! 발록이 필요했는데”

 마족과 계약할 때는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존댓말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다된 밥에 재가 뿌려진 상황이라 대뜸 반말이 튀어나왔지만 그녀는 그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덩치만 큰 녀석보다는 내가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저번 계약 이후 네놈이 또 소환의식을 벌이길 얼마나 학수고대 했는지 아느냐?”

 “응? 학수고대?”

 전혀 모르는 속어다.

 “정말이지 술사치고는 무식하기 짝이 없구나. 학처럼 목을 길게 빼놓고 기다린다는 이야기다. 뭐 그런 것이야 어찌되었든 저번 계약에 사용한 그것! 그것을 보여 다오.”

 그제야 눈앞의 웨어울프가 조금 달라보였다. 말투야 전부터 조금 예스러운 느낌이 있었지만

 힘은 전보다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이전에는 분명 중급의 윗줄이었다면 지금은 끽해야 중급의 끄트머리에 살짝 걸칠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그가 불러낸 발록은 분명 그녀보다 더 강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짓에 속절없이 물러나지 않았던가?

 “저기 일단 조금 진정하는 게 어때?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바로 돌려보낼 생각은 없으니까”

 “......지옥에 오래 있었더니 조금 경박해졌군. 미안하다. 혼의 마모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닌지라 본녀도 조금 흔들린 것 같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티르의 위에서 내려와서 조신한 자세로 의복에 달라붙은 먼지를 털어냈다. 거의 나신에 가깝던 이전 소환과 달리 소매의 폭이 넓은, 푸른 물결무늬가 그려진 남대륙식 의상이다.

 안절부절 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던 마법사와 신관은 의심의 낌새를 완전히 지우지는 않았지만 다소 경계를 풀었다.

 “일단은......소환 자체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군요.”

 “저 마족이 사용하는 말과 복색은 남대륙에 사용하는 것들입니다. 신기하군요.”

 일반적으로 육체적 능력에 치우친 마족일수록 인간처럼 차려입거나 복잡한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 발록이나 미노타우르스 혹은 이름이 붙지 못한 수많은 마족의 대부분이 그렇고 몽마나 흡혈귀, 도플갱어처럼 인간들 틈에 기생하는 일부 마족들만 고급스러운 예법을 사용한다.

 이정도 기본 지식이 있다면 눈앞의 웨어울프가 조신한 양갓집 규수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수상한지 알 수 있으리라 하지만 티르의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은 다른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너 전보다 좀 약해진 것 같다? 3년 사이에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거야?”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무식하게 보유한 기운이 많다고 해서 강한 것이 아니니라. 본녀는 거추장스러운 혼탁한 기를 덜어내고 내공을 정순하게 만들었으니 오히려 저번보다 훨씬 강하도다!”

 “그러니까......다이어트? 별로 살이 빠진 것처럼은......”

 짜악!

 “그대는 정말로 무례하구나! 어쨌든...”

 그녀는 다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티르를 향해 조심스럽게 절을 했다. 티르는 잘 몰랐지만 그녀의 자세는 남대륙에서 장수가 상관에게 취하는 예법을 완벽하게 따르고 있었다.

 “우선 감사를 표하지 본녀는 그대의 덕분에 지옥에 떨어지고도 어떤 미련이 남아 이 비루한 육을 입고 지옥을 떠돌았는지 약간이나마 떠올리게 되었도다.”

 “뭐라고?”

 흑마법사와 마족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관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직, 아직은 아무도 눈치체지 못할 만큼 미약하고 작은 바람이지만 이것이 추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는 ‘미래’에서 그 지식을 가져왔던 리오넬도 ‘현재’ 그 지식을 만들고 있을 XXX도 그리고 멋모르고 그녀와 계약해버린 티르도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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