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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술사
작가 : 크라피아
작품등록일 : 2017.7.23

떨고 있는 대주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공작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소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다. 소녀는 생에 처음 마차의 진동을 느끼며 이젠 시체밖에 남아있지 않은 마을을 바라보았다. 타오르는 눈동자의 불길은 서서히 잦아들며 마을의 풍경에서 점차 공작에게 이동했고 소녀는 마침내 공작의 눈을 마주했다.
“이름을 하나만 지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다. 베아트리체.”

 
4화. 또 한명의 마술사의 제자 <7>
작성일 : 17-07-23 15:00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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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한 병사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귀족끼리의 정략결혼 아래에 태어난 그는 태어날 때부터 귀족의 명예와 품위를 배우게 되었다. 그의 부모는 그에게 문관의 길을 바랬다. 온갖 교육을 시키고 셈을 가르쳤으며 많은 책과 지식을 쌓게 하였다.

 그러나 소년에겐 쌓인 책 따위는 아무런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종이의 비릿한 냄새는 토악질을 할 것 같았으며 잉크의 색은 눈을 휘감아 머리를 휘저을 뿐이었다.

 그런 소년을 무엇보다 매료시킨 것은 사냥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검이었다. 철을 두드려 제련시킨 검은 무거웠고 날이 무뎠으나 소년은 그 검에 아득한 이상을 품었다.

 스스로 나뭇가지를 들어 휘둘렀으며 나아가 그가 10살이 되던 해 끝끝내 그의 부모조차 그의 무관의 재능을 인정하여 무관의 길을 택했다.

 11살이 되던 해. 소년의 어미가 죽었다. 사인도 알 수 없는 급사에 집안은 비통함에 빠졌다. 그러나 그 비통함은 그의 아비가 사냥 중 멧돼지에 밝혀 죽는 것 보다 더욱 큰 비통함은 될 수 없었다.

 그의 아비가 죽던 날 아버지는 힘을 끌어내어 유언을 남겼다. 유언에 따라 소년의 가족은 전부 외조부의 손에 자라게 되었다.

 외조부는 인자하며 사람 냄새가 나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돈의 냄새의 추악함에 빠져드는 것 역시 너무도 간단했다.

 가장이 되어버린 소년은 스스로 외조부의 매를 참아내고 복수를 품었다. 터질 듯한 분노는 들끓었고 그의 무관의 재능과 합쳐져 더욱 천부적인 힘을 이끌어 내었다.

 16살이 되던 해 소년은 말에 올라 전장에 나서게 되었다. 목을 조여오는 전장의 무거움과 사람을 베는 감촉. 유능한 기사조차 떨며 줄행랑을 치는 첫 전투에서 그는 드물게 즐거움을 느꼈다.

 잠재되어 있던 분노와 증오를 표출했고 그 잔혹함과 용맹은 누구에게도 비할 바 없었다. 검을 들어 목을 잘라내고 뼈를 뜯어내며 떨어지는 목을 보는 감각을 되새기며 검을 휘두르는 하나의 무인이 되어 전장을 휘저을 뿐 이었다.

 그 날 나타난 소녀를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감히 신의 이름을 들먹였고 검도 잡을 수 없을 듯한 가녀린 신체. 잠을 자는 그녀를 들쳐 업고 방에 데려가 밤새도록 그녀의 뺨을 때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은 욕망이 치밀었다.

 검을 뽑아 그녀를 향했다. 수많은 전쟁으로 인한 경험 그리고 천부적인 무의 재능이 합쳐진 검술은 완성되어 수려하게 그녀의 목을 향하여 내달렸다. 그러나 닿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바닥에 뒹굴고 있었으며 손을 내밀고 방실거리는 그녀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한명의 무관으로써 그리고 사내로써 그는 미친 듯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바닥에 쓰러지고 검상이 남겨지며 그의 발아래에서 신음하는 나날 속.

 어느새 그는 그녀의 부관이 되었고 누구보다 신임하는 병사가 되었으며 충성스럽고 또 가끔 대화를 나누는 사내이기도 했다.

 비가 내리던 날 염원하던 랭스를 탈환하고 병사들이 승전보를 올리던 바로 그날. 그녀의 얼굴에 맞닿은 빗물에 섞인 눈물을 바라본 것 역시 그 뿐이었다.

 그는 그녀를 향하여 눈물의 의미를 물어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간이었으며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사내이기도 했다. 거친 입술을 움직여 그녀의 눈을 마주했으나 그녀는 답을 남기지 않고 웃어 보이며 말없이 손을 쓰다듬었다.

 “힘들어 죽겠는데 쉴 생각은 없습니까?”

 “곧 파리에 도착하면 충분히 쉴 수 있을 겁니다.”

 일부로 파리 주변 지역을 탈환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다. 길목의 거점을 차지했고 이 소식이 파리 내부에 들리지 않을 리는 없었다. 자신의 지역을 강제로 점거한 잉글랜드와 조국의 구원 중 어느 쪽을 향하여 손을 내밀지는 뻔한 이야기였다.

 “이 지역만 차지하면 이제 정말로 끝이 보이는군요. 고마웠습니다. 질드레.”

 그녀는 말이 없다. 놀랄 정도로 침묵을 사랑하고 전장에서도 필요한 말을 제외하고는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에야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질드레는 웃어 보이며 칼을 들어올렸다. 한 사람의 기사로써 그녀와 싸운 것은 평생의 자랑이었다.

 분명, 그리됐을 터다…….

 

 “저리 꺼져! 괴물!”

 모든 병사들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문을 열고 자신들을 맞아주어야 할 파리의 시민들은 그들을 맞아주지 않았다. 그들은 잉글랜드 군과 손을 잡았으며 넋이 나가있는 잔의 군대를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잔은 서둘러 군대를 물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도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부분의 군대들은 당황하여 멈추어 버렸고 그런 그들은 먹잇감이 되어 바닥에 몸을 굴릴 뿐이었다.

 질드레는 그들을 용서치 않았다. 검을 휘둘러 목을 잘라내고 몸의 뼈를 갈아버렸으며 모든 것을 쏟아내듯 적들을 막아내며 잔을 지켰다.

 “마녀!”

 “꺼져라 창녀!”

 그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잔의 심장을 두드렸다. 조국의 안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친 그녀다. 남자들 사이에 섞여 물에 몸을 씻어내는 배포가 있는 그녀였으며 칼에 베이고도 신음도 내뱉지 않았던 그녀다,

 그러나 그토록 강했던 그녀가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는 강한 배신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화살이 날아들었다. 분명 잔을 노리고 쏜 화살은 아닐 것이다. 그저 쏘아 보낸 수백 수천개의 화살중 하나가 우연히 맞부딪혀 경로를 이탈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우연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잔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말을 타고 있는 자에게 허벅지는 중요하다. 강한 힘으로 하체를 유지해야하며 그중 허벅지는 핵심적인 힘이 쏠리는 곳이기도 하다.

 잔의 몸이 기울기 시작했다. 이미 아득하게 사라져버린 정신과 힘을 잃은 다리는 더 이상 그녀를 말에 붙잡아 두지 못했다.

 그렇기에 한 명의 병사는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부장이라는 계급과 질드레라는 이름을 휘날리며 그녀를 향하여 달려들었다. 날아든 말위에 어떻게든 안착하여 손을 뻗어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등 뒤로 풍만한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낮은 여자의 신음이 들려왔으며 아득한 여인의 향기가 코를 휘감았고 가냘픈 손은 질드레의 허리를 휘감은 채 머리를 기대어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등덜미를 적셔왔다.

 질드레는 양 손에 잡은 말의 고삐를 놓치지 않았다. 검 따위는 내던졌다. 몸을 지킬 갑옷조차 내던졌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려야 했기에 이미 자신의 안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주변의 병사들을 끌어 모아 화살을 막아내었다. 무수히 많은 병사들은 화살에 맞아 쓰러지기 시작했고 너무 빠른 질주로 인해 낙마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질드레는 눈물을 쏟아냈다. 죽어가는 병사들의 신음이 들려온다. 쏟아지는 화살의 매서운 소리와 적들의 고함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언제나 강직했던 그녀가 힘을 잃은 채 한명의 가냘픈 여성이 되어 눈물에 신음하는 모습이 도저히 눈물을 감추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패주를 겪은 막사 속에서 병사들은 어떤 말도 나눌 수 없었다. 이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휘관인 잔은 넋이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부관인 질드레 역시 그녀를 향해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희망을 잃고 배신 받아 난도질당한 심장을 쥐어 감싼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울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꿈을 좇았고 그 결말이 내린 현 상황은 여자와 남자를 떠나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절망했다. 모든 것을 증오했고 배신감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 자신이 구하려 했던 그들이 검을 들고 자신을 향하여 이를 갈고 있는가.

 “잔… 안 좋은 소식이야.”

 더 좋지 않은 소식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의 상황 보다 더 나빠질 것은 없다 생각했으나 달려온 사병이 전해온 소식은 잔혹하고 매정했다.

 “지원이 멎었다. 지금 당장 복귀하라는 샤를의 명이야.”

 질드레는 욕을 씹어 삼켰다. 적의 공세는 결코 강하지 않다. 기습에 너덜너덜 해지긴 했으나 아직 잉글랜드의 본대는 성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 틈새를 노린다면 길어도 이틀이면 성을 함락시키고 파리를 탈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질드레. 우린 버려졌어요.”

 침묵을 유지하던 잔은 끝끝내 신음과 함께 비통함을 토해냈다. 그날 샤를이 파리 침공을 허락한 이유와 알 수 없던 묘한 기쁨을 눈치 챘을 때 경계했어야 한다.

 샤를은 치밀했다. 잔은 여성이었으며 또한 기적을 행한 성녀이기도 했다. 신의 이름 아래 검을 들어 많은 병사를 도륙 냈고 몇 천의 생명이 그녀의 손에서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성녀를 버릴 이유는 없었다. 조국의 명예를 되찾은 그녀에게 비난을 할 수 있을 만큼 당당한 자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기에 샤를은 파리를 찾아 소문을 퍼뜨렸다.

 마을의 거지들에게 돈을 건네주었고 아래에서부터 비난을 피워 올렸다. 협상이 끝난 도시에 학살을 자행하려 한다는 의혹을 퍼뜨렸다. 작은 소문은 불어났고 일주일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파리 전역에 퍼진 소문의 바람은 많은 이들을 현혹시켰다.

 이 모든 과정은 샤를 단 한명의 움직임이었다. 귀족조차 눈치 채지 못했으며 전장에 나가있는 잔이 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기에 더더욱 잔의 상처는 거대했고 깊었다.

 잔의 나지막한 속삭임에 질드레는 이를 갈았으나 이미 돌릴 수 있는 방법도, 되돌려 바꿀 방향도 존재치 않았다. 그렇기에 그저 손을 모으고 분노와 비통의 신음을 내뱉는 것이 한 나라의 영웅이자 그의 부관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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