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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술사
작가 : 크라피아
작품등록일 : 2017.7.23

떨고 있는 대주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공작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소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다. 소녀는 생에 처음 마차의 진동을 느끼며 이젠 시체밖에 남아있지 않은 마을을 바라보았다. 타오르는 눈동자의 불길은 서서히 잦아들며 마을의 풍경에서 점차 공작에게 이동했고 소녀는 마침내 공작의 눈을 마주했다.
“이름을 하나만 지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다. 베아트리체.”

 
4화. 또 한명의 마술사의 제자 <6>
작성일 : 17-07-23 14:59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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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식은 무리 없이 치루어 졌다. 결과적으로 잔은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고 대관식을 위한 거점인 랭스를 탈환하는 것에 무리는 없었다.

 지속된 전투로 인하여 병사들의 피곤은 한계치에 다다랐고 오늘 만큼은 잔 역시 몸을 쉴 예정이었다. 따듯한 물에 몸을 적셔 어깨를 씻어 내렸다.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은 어느새 허리에 닿아 있었고 많은 전투로 인한 상처가 그녀의 몸에 자리하고 있었다.

 신의 대리자라는 이명에 걸맞지 않게 그녀의 몸은 이미 상처투성이였고 그럼에도 한명의 여자였다. 입은 달콤한 것을 원했고 몸은 더 푹신한 침대를 원했다. 따듯한 온기를 원했고 남자들의 거친 숨소리는 이따금 공포로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엔 불이 드리웠다. 열망은 타올랐으며 고국의 안녕이라는 목적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 한 것이었다.

 그녀는 사소한 생각을 물에 씻어 보내고 오랜만에 누워 달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창문을 투과한 달빛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네트.”

 언제나 모든 대화의 시작은 달빛과 함께했다. 그리고 오늘 역시 달빛을 반사시키는 바닥을 적시고 있는 물의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물을 품은 그를 바라보고 터질듯한 외로움을 외치며 그에게 안겨들고 밤새도록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그의 따스한 손길에 머리를 맡기고 그의 넓은 가슴에 머리카락을 파묻어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듯 했던 그 감정을 느끼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어 올랐다.

 그렇기에 더더욱. 잔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욕망이 드리웠으며 모든 것을 버리고 쫓아야 할 목적이기에 지금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면 도저히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았기에.

 “자네트 여기까지면 충분해. 모르진 않을 거야. 황제는 널 버릴 생각이다.”

 “알고 있습니다.”

 달라진 말투와 미칠 듯이 냉혹한 음성이 포리엔트의 안타까움을 증폭시켰다. 손을 뻗어 그녀를 안고 싶은 충동에 자칫하면 이성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꿈을 좇는 마술사의 심정을 알기에…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은 채 그녀를 향해 열리지 않을 듯 했던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도와줄게. 네 꿈을 좇는다면 나 역시 같이 하겠다.”

 “거절합니다. 당신은 어느 것도 가지지 못했어요. 이름을 알리지 못한 한명의 이단. 그뿐입니다.”

 “아니, 난 지위를 얻었다.”

 포리엔트는 마술사다. 제자가 아닌 마술사이며 그 힘이 적던 많던 그가 마술사임은 변치 않는다. 이미 후스의 개입으로 마술사들의 힘은 유럽 전역에 힘을 떨치기 시작했고 모든 왕들은 마술사를 탐내고 있었다.

  후스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기에 적어도 자신의 제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위를 원했다.

 후스는 제자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그 마음을 알기에 도저히 그를 거절 할 수 없었다. 좋은 선택이 아니며 원하는 결말이 나오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를 황제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포리엔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잔의 등을 향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말했다. 도울 수 있는 마술을 말했고 절대로 들키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며 잔을 안심시켰다.

 잔은 침묵했다. 어깨가 들썩거렸다. 낮은 훌쩍거림이 들려왔고 녹아버린 여자의 심장이 지금 당장에라도 손을 붙잡으라며 마음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하지만 잔은 끝끝내 흐드러지는 달빛을 통하여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지금 그곳에서 포리엔트의 손을 붙잡는다면 멈출 자신은 존재치 않았다. 어리광을 부리고 이번에야 말로 목적을 벗어날 것만 같았다.

 10살이 되던 해 그의 품에 안겨 내뱉었던 외침은 머리를 거치지 않았다. 그저 심장을 통하여 감정을 전했고 무슨 말을 하는지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감정,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무엇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그의 얼굴을 보면 더욱 타올랐고 그가 손을 뻗어 장난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을수록 더욱 강하게 그녀를 이끌었다. 그 뜨거운 감정의 정체를 이제는 알 수 있다. 떠나는 그날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을 주고 싶고 그가 자신만을 바라보게 만들고 싶은 그 감정의 이름은 분명 사랑이라는 이름일 것이다.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면 이제 고국의 안녕이라는 목적은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휩쓸려 당장에라도 그의 품에 안겨 사과나무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에 앉아 행복하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이루겠지.

 “거절… 합니다.”

 “자네트!”

 “거절 한다구요!”

 아래층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녀가 묵은 곳은 병사들의 숙소였으며 큰 소리에 깬 병사들은 곧바로 잔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었다.

 “그날… 우린 이별 했어요 포리엔트.”

 포리엔트의 발을 물러나게 한 것은 달려오는 병사들의 소리도, 그가 신성에 반항하는 마술사인 사실도 아니었다. 단지 포리엔트라는 너무도 단단하고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이제 더 이상 스승이라 부르지 않는 자네트의 그 단호한 음성이 그의 발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에게 너는 아직도 자네트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포리엔트는 다시 한차례 달빛에 젖어들어 방을 떠나갔다. 곳이어 병사들이 들이닥쳐 잔의 침실에 뛰어들었다.

 “무슨일이십니까!!”

 잔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병사들을 마주하여 그들의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신성이 움직이는 광경에 몇몇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잔의 입이 벌려지자 누구도 침묵하지 않은 자는 없었다.

 “아무 일도 아니니 오늘은 혼자 있게 해줘요.”

 “하지만 분명 소리가!”

 그러나 잔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그 고고한 슬픔에 병사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은 채 방을 떠나갔다.

 지금까지 많은 전장을 해쳐온 병사들이었음에도 오히려 그녀를 곁에서 보아온 그들이기에 그녀의 눈에 차오른 슬픔에 대한 물음을 묻기엔 너무도 실례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잔은 조용히 침대에 걸터앉아 붉어지는 눈시울을 참아내었다. 잘 한 일이라며 자신을 다독이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다시 한차례 달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미 그가 없는 방은 환히 밝혀졌고 그녀는 다시금 누워 잠을 청하려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주 작은 미련이 그녀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미련이 결국 자네트에게 더 이상 참아 낼 수 없는 감정을 만들어 내었고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방의 구석. 포리엔트가 자리했던 자리에 말리버린 눈물이 광채를 빛내며 달빛에 반짝이고 있었으므로.

 

  랭스 탈환 직후 열린 회의에서 잔은 불같이 화를 내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지금 파리를 점령하면 분명히 승산이 있는데도 어째서!!”

 “잉글랜드 측에서 항복 의사를 표해왔네! 그런데도 침략을 하자니 자네는 신의 목소리를 들은 자가 학살을 말하는 겐가!?”

 “이미 파리에 협상 요청을 표했고 그것을 거절당했습니다! 항복 의사를 표하는데 대체 어째서 시간을 필요로 한단 말입니까!”

 파리를 점령하고 있는 잉글랜드가 제시한 조건을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었다. 몇 주의 시간만 주면 파리를 바치고 항복하겠다는 조건. 또한 어째서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조건을 받아들인단 말인가.

 지금 이 전장에서 중요한 것은 무력보다도 시간이다. 잉글랜드의 군대는 아직 파리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약식으로 파리에서 아직 젖먹이에 불과한 헨리에게 대관식을 치루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시간을 준다면 파리에는 군이 도착할 것이고 거점의 함락은 어려워 질 것이 뻔했다.

 “우리는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고 싶단 말일세!”

 결국 잔의 목소리에 대항하여 격정의 목소리를 낸 것은 바로 샤를 7세였다. 그가 내리친 테이블은 주먹의 형태 그대로 움푹 들어갔고 그의 손에 베어드는 붉은 혈흔은 그의 심정을 대신하고 있었다.

 “벌써 백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전쟁이네! 대체 이 전쟁을 평화로 끝내는 것이 무엇이 나쁘단 말인가!”

 “왕이시여! 외교는 협상으로 통하는 것이 아닌 힘으로 통하는 것입니다!”

 “다물어라! 지금도 내 백성들은 과도한 세금에 신음하고 있네! 자네가 병사를 동원하고 그들을 먹여 살찌우는 돈이 백성에게 나오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잔의 당혹스러운 얼굴을 보며 샤를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게 옅은 미소를 피워 올렸다. 이미 모든 포석은 준비가 끝났다. 당초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과 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대부분의 귀족들은 랭스보다도 우선 노르망디의 탈환을 요구해왔다.

 이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굴러가는 황금의 흐름이지 명예나 조국의 안녕 따위가 아니었다. 이미 바닥난 국고 덕에 쏟아 붇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자금이었으며 쌓아둔 황금의 산이 서서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잔은 왕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랭스를 공격했고 나아가 파리의 공격을 주장하고 있었다. 잔과 귀족들이 보는 파리의 가치는 너무도 틀렸다.

 그들에겐 파리보다 아직도 침략하지 못한 노르망디가 더욱 탐나 보였다. 잔은 절망했다. 어찌 이토록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그 바보들에게 뜻을 같이하고 있는 샤를에게 반항을 드러내었다.

 이미 눈치는 채고 있었다. 황제가 보내는 중원과 물자가 줄어들고 서서히 줄어드는 군대의 숫자를 보며 직감할 수 있었다. 황제와 단독으로 대면하여 조금이라도 말을 나누어 보고 싶었지만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 담긴 질투와 추악한 욕망이 불타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잔은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의 중요성과 거점과 명예와 앞으로의 역사를 미친 듯이 쏟아내었다.

 귀족들의 심장이 두근거렸고 그녀의 열망에 사람들의 입가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었으며 진정으로 그녀가 사람이 아님을 시인하며 입이 다물어졌다.

 한명의 사내, 프랑스의 정통성의 결정체인 한명의 사내만은 잔의 눈을 마주했다. 누구도 마주하기를 꺼렸던 그 빛나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몸을 흝기 시작했다. 근육이 붙은 다리와 상처가 자리한 피부, 태양을 받아 그을려 타버린 얼굴과 거듭된 전투로 인하여 윤기를 잃어버린 머릿결을 바라보았다.

 끝내 샤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사병을 지원해주었다. 샤를 7세는 이날 잔다르크에게 고개를 숙였고 잔은 감사를 표하며 왕실의 깃발을 흔들 준비를 완료했다.

 사병을 내어준 샤를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자신의 침대에 앉아 광소를 터뜨렸다. 역시 신은 대단했으며 자신에게도 기회를 주었음에 웃음을 참아 낼 수 없었다. 그래, 그녀는 누가 뭐라고 해도 변치 않을 소녀이며 한명의 여성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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