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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 책의 내용은 미정입니다.
작가 : Beastic
작품등록일 : 2017.7.11

Bㅣ딱지, GL딱지, 빨간 딱지가 붙은 책들을 사랑하는 여인 아실리페 그레인

그 사랑을 현실화 하기 위해 책방을 내고, 그 안을 자칭 성물, 타칭 딱지 붙은 책들로 가득 채운다.

오늘도 불철주야 성물들을 동지들에게 팔고, 조물주님들에게 사들이며 열심히 성지를 가꾼 그녀는 길거리에서 만난 노파로 부터 새하얀 책을 사게 되는데...

소심한 영애의 아찔한 상상! 내가 상상을 하는 것인지 자살 행위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

목숨 걸고 책에서 빠져나가야하는 앙큼살벌 로맨스

 
Chapter 2 질투와 배덕감의 사이(2)
작성일 : 17-07-23 11:02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5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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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공국의 두 번째 태양을 뵙습니다.”

 

 나와 고목나무는 황태자를 향해 예를 갖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리의 싸이코는 내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그는 헛웃음을 짓고는 매우 띠꺼운 목소리로 인사를 받았다.

 

 “여기가 무슨 논공행상 하는 장소인가? 고개를 들라.”

 

 그냥. ‘그래, 반갑구나.’ 하면 될 걸 굳이 한 마디를 덧붙이시는 사이코의 말에 나와 고목나무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난 오늘 목숨 걸고 할 말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황태자의 기분과 심중을 살피기 위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망막에 맺힌 그의 얼굴은.

 

 ‘뭐냐, 저 똥을 씹다 못해 그 똥을 활활 태워 버릴 표정은?’

 

 다행히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향한 곳은 옆에서 살살 웃고 있는 고목나무에게 향했다.

 

 “네가 무슨 일이지?”

 

 “오랜만에 뵙는군요. 전하.”

 

 “난 그걸 물은 것이 아닐 텐데, 귀가 막혔나? 아니면 대가리에 나사 한쪽이라도 빠져있나?”

 

 “그저 안부 차 인사 한 겁니다. 여전히 입만큼 그 성정도 알만하군요.”

 

 “뭐?”

 

 “아니면 죄책감의 발로입니까?”

 

 아따, 거참 두 분 분위기가 겁나게 살벌하시네요. 완전히 팝콘이라도 와작와작해야할 분위기인데요? 둘이 뭔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음, 아무래도 이런 분위기에 ‘황태자 오빠! 우리 마법에 갇혔어요! 데헷.’ 했다가 정말 칼빵 맞겠는데?

 

 “하하하. 정말 대단해. 이 정도로 누군갈 죽이고 싶은 건, 영애 이후로 처음이군?”

 

 난 머릿속으로 팝콘을 쩝쩝거리다가, 이놈의 싸이코가 날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얼른 입을 열었다.

 

 “감사? 아니 죄송? 음... 송구 합니다? 전하.”

 

 “저번에도 그러더니. 오크라서 그런지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벅찬 모양이군. 무리 안 해도 된다.”

 

 싸이코는 한심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고목나무는 뭐가 좋다고 실실 웃고 있다. 하, 근데 점점 나도 열 받네? 진짜 이 웬수를 어떡하지. 후, 딱 기다려. 내가 이 책의 사용방법만 완전히 터득하면 진짜 지금 이 순간순간을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 물론 지금은 내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이렇게 엉? 예쁘게 차려입고 엉? 왔는데, 뭐 오오오크?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이 자리에 영애가 있는 것도 예상외인데, 너까지 나타나고 거기다 둘이 함께 있다? 이게 우연이라 한다면 굉장히 재미있군. 레트로 쥬비엘.”

 

 “저도 나이가 있고, 아실리페 영애도 나이가 있는데 둘 다 짝이 없고, 그렇다고 ‘초여름의 무도회’에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지 않습니까? 거기다 이곳을 가족들과 들어가는 것도 영애에게는 큰 흉이 될 테고요.”

 

 아 그런 거였어? 혼자서는 못 들어가는 건 알았어도, 가족은 같이 못 들어가는 건 몰랐네. 안 그래도 왜 네가 나랑 같이 마차를 타고, 손을 잡고, 무도회장에 들어가는 지 물어 볼라고 했는데. 저번 연회 때처럼, 둘째 오라비 손잡고 들어가면 안 되는 거구나. 흠, 그럼 이 고목나무는 황후님이 지정해주신 건가? 아니면 우리 아비인가? 어디서 섭외를 해도 잘했네. 짜식 멋있어. 내가 배가 지끈 거리는 건 봐줄게! 우리 웬수에게도 말 빨로 안 지다니. 이 누나가 기분이 좋다!

 

 “그런가? 흠. 그런 거라면, 진작 말하지 그랬나. 아실리페.”

 

 “네?”

 

 ‘뭐야. 왜 내 이름을 저렇게 다정하게 불러. 굉장히 쌔 한데?’

 

 “그런 걸 내게 말하지 않다니 서운하군. 공관!”

 

 테인은 무도회장 앞에서 입장하는 영식과 영애의 가문 및 그들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공관을 불렀다. 공관은 테인을 알아보고는 뛰어 내려와 인사를 했다. 그는 대충 손을 흔들고는 공관에게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내용은 굉장히 파격적이며, 순식간에 주변을 침묵하게 했다.

 

 “다음 순서에 나를 입장시켜라. 파트너는 아실리페 그레인 영애.”

 

 “네?”

 

 “뭣?”

 

 “......”

 

 “꺄아!”

 

 “어머어머.”

 

 공관은 너무 놀라 반말이 튀나왔고, 나는 갑작스러운 테인의 말에 배를 움켜쥐었고, 고목나무는 표정이 완전히 사라진 무표정이었다. 삽시간에 주변에 비명소리로 가득차고, 수군거림이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오직 내 머리에 닿은 생각은 하나였다.

 

 ‘이 놈이 진짜 미쳤구나.’

 

 나의 대내 망상 시스템은 풀가동 되었다. 황태자와 원래 들어갈 파트너는 누가 뭐래도 공국의 하나 뿐인 공녀 일 것이다. 그런데 생판 처음 듣는 영애가 공녀를 밀어내고 황태자와 무도회에 같이 들어간다? 그것도 파트너로써? 그 소리는 나 아실리페 그레인이 이번 년도 공국 최고의 이슈가 될 것이고, 내 이름은 공국의 모든 영애 아니 여인들에게 완전히 찍힌다. 쉽게 말하자면, 내 인생이 이 미친 놈 때문에 제 멋대로 미쳐 날 뛸 것이다.

 

 “뭐하냐? 어서 고하라.”

 

 “아 네!”

 

 “안돼...!”

 

 “텁”

 

 공관에게 ‘안돼요’ 라고 외치려던 나의 목소리를 차디찬 손이 막았다. 그 손의 주인인 테인은 살짝 눈웃음을 흘리며 나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돼.”

 

 ***********

 

 “이게 무슨 짓이죠?”

 

 “초여름의 무도회는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함께 하고 싶은 파트너를 고르는 게 아니었나?”

 

 “지금 제 말은.”

 

 “그렇다면, 언제부터 황태자의 파트너는 공녀로 정해져 있었지?”

 

 지금 내 앞에는 우리 언니 기사님과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나의 웬수가 논쟁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주변에서는 아까 전 내가 들고 있던 팝콘을 훔쳐 먹으려는 사람들로 들끓었다. 아니, 정정한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지만 무도회장 곳곳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적어도 백개는 넘었다.

 

 “지금 공녀가 어떤 기분이실지 아십니까?”

 

 “에일린은 엄청 기뻐하고 있을 걸? 근데, 내가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어찌, 이리 생각이 짧으십니까?”

 

 “생각이 짧다라. 그렇다면 아실리페 영애에게 레트로 그 개자식을 붙여 준건 누구 생각이지?”

 

 “......”

 

 이미 무도회장의 모두에게 시선 테러를 받고 있는 나는 가지고 있던 부채로 얼굴 전체를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이 질문은 궁금했다. 솔직히 황태자랑 레트로 쥬비엘이 사이가 안 좋은 이유가 가장 궁금하긴 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황태자랑 기사단장이랑 있던 걸 황후마마에게 들켰는데, 황후마마 혹시 나랑 황태자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아직도 오해하고 계신가? 초대장을 보낸 것도 황후마마고. 그렇다면 두 사람의 사이를 알고 붙여주신 걸까? 내게 뭘 바라셔서?

 

 “어머니냐?”

 

 “네. 황후마마이십니다.”

 

 “쓸 데 없는 일을 하셨군. 가서 전해라.”

 

 나는 고목나무를 내게 붙여 주신 것이 우리 천사님이라고 밝혀지자 나름 납득하면서도 대체 왜지? 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절단신공을 쓰시는 우리 황태자의 멋진 모습에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망상을 끝으로 의문을 멈췄다. 그리고는 부채를 살짝 내려 황태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니, 내가 나중에 말하지. 지금 내 파트너가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군.”

 

 “후, 그럼 전 황후마마의 명대로 호위를.”

 

 “꺼져라. 에이필 스테인. 어머니가 예뻐하신다고 나까지 오냐오냐 할 줄 아느냐. 내가 이 연회장에서 이 영애를 어떻게 할 시정잡배로 보는 것이냐?

 

 “......”

 

 “두 번 말 안하지. 다음은 나도 더 이상..”

 

 “에이필 기사님! 저.. 전 괜찮습니다!”

 

 웬수놈이 저리 말하며 보험까지 들어주는데, 더 이상 우리 언니를 괴롭게 할 수는 없지! 어서 도망치세요! 언니! 이놈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나의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을 확실히 느꼈는지, 에이필은 목례를 하고 물러섰다. 그리고 에이필이 움직이자, 그녀의 뒤를 따라 움직이는 영식들이 보였다.

 

 “저 사람들이 에이필 기사님의 친구 분들이시구나.”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해버렸고, 그것을 들은 황태자는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친구는 무슨 다 어장 안에 갇힌 물고기들이지. 거기다 저거 네 오라비 아니냐?”

 

 “네?! 어디요!”

 

 나는 온갖 시선 테러와 소심병들도 다 물러서게 할 만큼의 경악을 느끼며, 황태자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나의 둘째 오라비가 헤실헤실 거리며 언니 기사님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다.

 

 “헐.... 미친. 저기서 뭐하는 거야.”

 

 오빠 정신 차려. 그 언니가 멋있지만. 그건 아니야. 너무 화려하게 노는 언니라고 아아. 돌아가자마자 울 아비에게 보고해야겠네. 검 훈련하라고 기사단에 보내 놨더니,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닌다고. 미안 오라비. 내가 나중에 섬섬옥수의 손을 가진 재색이 넘치는 영애로 꽂아줄게.

 

 “아무래도 그레인 가문은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그레인 백작은 딸 바보에, 첫 째와 둘 째는 여색에 빠졌고, 그리고 막내딸은...”

 

 테인의 한심하다 못해 안쓰럽다는 눈빛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돌려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뭐! 왜! 더 말해봐. 나 너 안 무섭거든! 어차피 마법에 갇혔고, 넌 백 프로 날 못 죽일 테니까!’

 

 “참 이상하군. 평소의 영애라면, 나의 눈도 못 쳐다 볼 텐데. 이건 마치. 그래. 마법에 갇혀 있던 날 같군.”

 

 “에이, 황태자님이 곁에 계셔서 제가 덜 긴장 하나 봐요.”

 

 “그래? 내 눈에는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

 나는 황태자의 말에 되레 뜨끔하여, 고개를 푹 숙였다. 황태자의 말이 맞다. 애초에 이 싸이코랑 같이 무도회에 입장한 다는 걸 안 순간, 평소라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풀썩 주저앉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이 마법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샘솟고 마음 한편으로는 다시 시작될 오늘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무도회장 안에서 버티고 서 있었다.

 

 나는 황태자의 의심을 그냥저냥 넘기며,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는 동안 지금 마법에 갇혔다고 언제 말할까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하지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나는 초조해졌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멍청했고, 시야가 좁았다. 초여름의 무도회에서 황태자의 파트너라는 것은 곧.

 

 “황태자 전하와 파트너이신 아실리페 그레인 영애의 ‘서막’이 있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한 가운데서 춤을 춰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을.

 

 그것도 단 둘이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도회의 서막을 열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숨이 막히고 눈물이 핑 돌았다. 다리는 이미 나에게 쓰러지라 그리 알리고 있었다. 그 때, 황태자가 언제 다가온 것이지 내 앞에 그림자를 지며 나타났다.

 

 “흠, 이제 와서 긴장되는 건가?”

 

 “!”

 

 나는 떨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식은땀이 흐르는 손을 꼭 쥐고 고개를 필사적으로 끄덕였다. 황태자는 자신의 셔츠에 감긴 나비넥타이를 풀었다.

 

 “사람들 앞에서 긴장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결국은 다들 익숙해지는 거지. 긴장 안 되는 척, 떨지 않는 척.”

 

 나를 보면 그는 넥타이를 내 눈에 가져다 댔다. 마지막으로 보인 그의 모습은 담담했고, 항상 욕하던 미친놈이 아닌 황태자의 얼굴이었다.

 

 “나 또한 아직 사람들 앞이 무섭다. 하지만, 나의 실수에 칼을 갈며 기다리는 그들의 앞에서 난 절대 무너지고 싶지 않으며, 창피 당하고 싶지 않지.”

 

 넥타이는 내 눈을 가리고 내 뒷머리에 서서히 매듭이 지어졌다.

 

 “그러니 나를 창피하게 하지마. 영애.”

 

 그의 넥타이가 내 눈을 완전히 가리고 그의 차가운 손이 나의 손을 쥐었다. 그리고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보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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