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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왕 수호 기사단
작가 : 지니2
작품등록일 : 2017.7.18

“주인이다……”

황갈색 눈의 집시들 사이에서, 자그맣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집시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웬과- 불타오르는 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리가시가 주인을 스스로 선택했다!”

로웬은 바들바들 떨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의 노란 눈이 로웬에게 꽂혔다.

“자격이 없는자- 날카로운 유리 조각 위에서도 무사하리라. 유리 가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검. 맨발로 바닥을 뛰어라, 유리 조각을 밟아라. 너의 피가 네 자격을 증명할 것이다. 유리 가시는 선택하는 검.”

집시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간간히 시리어스 주의][생각보다 안진지함 주의][주인공 2명][기사단물][정통(?) 판타지]
[천재검사, 얼굴이 열일하는 주인공1][잔머리대왕, 그냥 일 안하는 주인공2]

 
Episode 1. 잠입 (1)
작성일 : 17-07-23 00:58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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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학생들은 삼삼오오 친한 이들과 둘러앉아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한 이들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저와 비슷한 무리들끼리 뭉친 거였다. 엘리트들만을 걸러서 받아냈다는 대단한 대학임에도 그 구성원들의 유형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가문이 대단하거나, 돈이 많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

 

 이미 학생들은 2학년 1학기에 접어들었고- 지난 일년 간의 경험으로 각 구성원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자연히 형성된 따분한 관계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변치 않을 거였다. 그들은 이 멤버들로 남은 3년도 지루하게 보낼 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정말로, 그들은 난데없는 편입생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교실에는 기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본래대로라면 소란스러움에 젖어있었을 강의실은, 거슬리는 속닥거림으로 가득했다. 학생들이 반듯하게 앉아있는 편입생 둘에 대해 속삭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일개 편입생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존재감이 큰 흑발 청년을 바라보면서.

 

 청년은 단지 편입생이라고 일축하기엔 너무나 귀족적이고 아름다웠다. 학생들은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이력(異力)이 미(美)라던- 유명한 시 구절을 떠올렸다. 그 시인은 당대 최고의 디바였다던 여자를 보며 시를 썼다던데, 아마 그 여자가 꼭 저렇게 생겼던거 아닐까.

 

 그 고요한 소란을 뚫고 교수가 들어왔다. 그는 이례적으로 조용한 교실을 보며 잠시 눈을 꿈틀거렸다. 그러나 이유가 어쨌든간에, 학생들을 조용히 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그는 만족했다. 이미 지난 20년 동안 쭉 교단에 서오면서, 학생들의 소란을 잠재우는 게 충분히 질려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작년 한 해 동안 질리도록 들었겠지만, 오늘 편입생이 제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한번 더 말하도록 하죠.”

 

 

 교수의 눈이 가볍게 교실을 훑었다. 그리고 그의 눈이 잠시- 두 명의 편입생에 가서 닿았다.

 

 

 "하멜른 대학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모든 과정을 이수하고 나면 각자의 분야에서 왕국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것입니다.”

 

 

 지난 일 년 간 이미 충분히 들었던 익숙한 멘트였지만... 학생들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추세웠다.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 거쳐야 했던 까다로운 시험이나 면접이 떠올랐던 터였다. 그러나 그 모든 고난을 지나온 그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교수가 말했던 대로의 장밋빛 미래였다.

 

 3년 뒤 대학을 졸업하면, 그들은 이 왕국의 머리가 될 것이다… 그들 중 누구도 그 자리를 거머쥐기까지 많은 행운과 노력이 또다시 필요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학 2학년이란 아직 안일함이 용서되는 시기다.

 

 

 “군들이 들어온 내 수업은, 다들 알겠지만 왕국 역사 전반에 대한 것입니다. 지도층이 되려면 가장 필수적인 소양이죠. 왕국의 뿌리와 세계의 기원에 대해 알지 못하는 자가 국민을 계도할 수는 없습니다.”

 

 

 교수의 말투는 카랑카랑하고 까다로웠다. 그의 태도는 그가 착용하고 있는 날카로운 은테 안경과 꼭 닮아있었다. 차갑고 날카로우며 때로는 신경질적이기도 한. 그 안경 너머로 비추어지는 늙은 노안이 학생들을 훑었다.

 

 

 “되게 깐깐해보이네.”

 

 “쉿, 조용히 해.”

 

 

 편입생 두 명 중 하나- 유비 이그렛이 살그머니 중얼거렸다. 홀로 중얼거리는 목소리였지만, 조용한 강의실에서는 그 소리가 꽤나 선명하게 울렸다. 옆에 앉아있던 흑발의 청년이 눈가를 살그머니 찌푸리며 그에게 속삭였다. 눈을 꿈벅거리는 유비의 표정을 보자니, 그는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크게 울렸는지 전혀 자각을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 로웬은 속으로부터 깊은 한숨이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교수의 날카로운 눈이 그들에게 닿았다. 그도 작은 중얼거림을 들었던 모양이었다.

 

 

 “군들은 내가 앞서 이야기한 것에 대한 무게가 잘 와닿지 않나보군. 일국의 정사를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 말일세. 그러지 않고서야,”

 

 

 결국 그가 편입생 둘을 바라보았다. 교수의 날카로운 시선과 마주친 유비 이그렛은 머쓱하게 헤헤 웃었다. 로웬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한숨을 애써 속으로 다시 꾹꾹 내리눌렀다. 잠입 첫 날부터 눈에 띄다니, 그다지 좋은 시작이 아니었다. 로웬은 그라도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책상에 올려둔 교과서로 시선을 푹 떨궜다.

 

 

 “…첫날부터 잡담이라니.”

 

 

 교수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요것 봐라 싶었던 거였다. 머쓱하게 웃는 녀석은 그렇다 치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옆의 학생의 태도가 꽤나 거슬렸다. 마치 자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태도였는데 그 태연한 표정이 몹시 건방졌다. 그는 분명 그들 둘 모두를 향해 주의를 줬건만.

 

 그는 출석부를 힐끗 보고는 로웬에게 일어서라 손짓했다. 지목당한 로웬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 이름이 로웬 레노위인가. 그리 책을 좋아하니 내 질문에도 답해보게나. ‘큰 겨울’이 무엇인가? 물론 나는 여러 시험을 거치고 이 자리에 앉게 된 자네가 고작 몇 십년 동안 지속된 한파의 재앙이라는 동네 꼬마애들이 할만한 대답을 하지 않으리라 믿네.”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저 깐깐한 역사학과 오웰 교수가 또 희생양을 잡은 거였다. 이번 타겟은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편입생이었다. 심지어 완벽하게 잘생기기까지 한!

 

 교수의 눈빛이 정확히 로웬에게 꽂혔다. 로웬은 교수와 옆에 앉아있는 유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를 욕한 건 유비 이그렛인데, 왜 그가 일어서서 교수의 공격을 받아야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로웬의 원망 섞인 눈빛을 받은 유비는 어색하게 웃었다.

 

 

 “어, 큰 겨울이… 한파의 재앙 아니었어…?”

 

 

 그는 아무래도 답을 모르는 로웬이 자기에게 도움을 요청한 줄 안 모양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유비 이그렛의 지식 수준은 아주 일천하기 짝이없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어줄 수 없었다. 로웬은 유비의 중얼거림을 깔끔하게 무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큰 겨울은 외견상 300여년 전에 일어난 한파의 재앙입니다. 어느 날 시작된 추위는 30여년 동안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마법사’들은 한파에 살아남은 국민들을 거대한 동굴에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자신의 생명을 바쳐 30여 년 간의 눈보라를 막는 결계를 쳤고... 그 덕에 인류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그거 아니냐고.”

 

 

 유비 이그렛이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교수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어디 더 해보라는 뜻이다. 로웬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는 아무래도 이 큰 겨울로 변화된 대륙의 정세에 대해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역사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큰 겨울’은 제후시대의 서막과 마찬가지입니다. 마법사들을 주축으로 해 이어져오던 ‘마법왕국’은 큰 겨울 이후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죽으면서 힘을 잃었습니다. 큰 겨울이 끝난 이후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다섯 명의 제후가 독립을 선언했고, 이로 인해 겨우 명맥만 이어져 오던 마법왕국은 완벽하게 멸망했습니다.”

 

 

 로웬 레노위라고 했던가.

 

 교수는 막힘 없이 술술 대답하는 청년의 얼굴을 잠깐 확인했다. 큰 겨울이 제후시대의 서막과 마찬가지라고 대답할 수 있는 학생은 흔하지 않았다. 그는 나중에 저 학생의 시험 점수를 확인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렇습니다. 군들의 조국인 이곳 왕국은- 그 다섯개 신생 제후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동쪽의 오네온. 마법 왕조 시절 가장 힘이 약했던 초대 왕의 세력은 마법사들이 사라지자 오히려 강성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기사들 때문에요!”

 

 

 로웬 옆에 앉아있던 유비가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로웬은 마른 세수를 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아냈다. 유비 이그렛은 아마도 ‘잠입’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눈에 띄고 싶어서 안달일리가.

 

 로웬은 정작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가장 눈에 띄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렇습니다. 개국 왕이신 오네온께서는 마법왕국 시절에- 모두가 경원시하던 ‘기사’였습니다. 그 경원시하던 힘이 큰 겨울 이후의 제후시대에 가장 막대한 전력이 되었습니다. 마법이라는 게 더이상 존재치 않게 되었으니까요. 그는 일생을 바쳐 대륙을 통일했고 그것이 지금 여러분이 사는 이곳 왕국입니다.”

 

 

 교수는 그때까지 곧게 서 있던 로웬을 자리에 앉으라 손짓했다. 그리고서 좀전에 자신만만하게 그의 말을 가로챘던 유비 이그렛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유비는 화들짝 놀라서 허리를 세웠다.

 

 

 “거기 군은 이름이?”

 

 “유비, 이그렛입니다.”

 

 “군에게도 질문 하나 하지. 현 왕조의 가장 큰 국책사업이 무엇인가?”

 

 

 유비가 어색하게 웃으며 눈알을 굴렸다. 로웬- 너의 힘이 필요해. 너의 두뇌가!

 

 그러나 그의 간절한 SOS는 로웬에게 닿지조차 못했다. 그의 파트너는 아예 유비쪽으로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비는 그의 냉정한 태도에 눈물을 머금으며 맹렬히 뇌를 돌렸다.

 

 

 “그, 음.”

 

 

 유비가 더듬어대자 교수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금방 로웬이 답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풀어졌던 그의 표정이 다시 단단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 극명한 온도차이에 유비는 다시금 눈물을 머금었다. 그때 불현듯- 그럴듯한 정답이 머리를 스쳤다.

 

 

 “아, 그! 그 여왕 수호 기사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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