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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8. 엇갈림 04
작성일 : 17-07-22 23:39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8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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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자잘한 언데드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아까처럼 자신에게 달려들지 않고 멍한 동작으로 주위를 배회하는 것이 더 이상 흑마법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쪽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니카를 안전한 장소로 데려다놓고 싶지만 다른 원정대원은 다 흩어졌고 지금 자신의 곁만큼 안전한 장소는 없다. 그녀는 원혼들을 이용해서 흑마법사를 찾아냈다.

 

 이리스가 흑마법사를 찾아낸 것은 반쯤 무너진 종탑의 꼭대기였다.

 흑마법사는 본드래곤에 집어넣었던 영혼들을 빼앗긴 충격으로 기절한 것 같았다.

 이리스는 그자가 두르고 있는 로브를 자르고 꼬아서 끈을 만든 다음에 손가락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묶고 입에도 재갈을 물렸다. 괜히 하나라도 잘못해서 수인마법이든 영창마법이든 쓰지 못하게 꽁꽁 묶어놔야 했다.

 “자 이제 사람들을 찾아서 돌아가야 하는데...”

 캬아아아

 크오오

 본드래곤을 조종하기 위해서인지 종탑은 외성내부가 아주 잘 보이는 위치였다. 하지만 원정대의 무리보다 먼저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적들이 있었다. 원래 이 성의 주인인 마물들, 이리스가 전투를 하면서 발생한 마나의 흐름을 느끼고 비어버린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드는 것이다.

 ‘도망칠까?’

 그냥 성에서 빠져나간다 해도 그녀에게 뭐라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또 애매하다. 아니카랑 흑마법사를 둘 다 데려가려면 무기를 포기해야 할 텐데 무기도 없이 저 무리를 뚫고 성을 탈출할 자신도 없었다.

 무게를 중시한 흑철 검을 고른 게 한이었다. 릴리가 사준 검이었더라면......아니 어차피 두 사람을 들고는 검을 쓰지 못하니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일단 조금 쉬고 생각해보자”

 이리스는 흑마법사와 아니카를 데리고 한층 아래로 내려갔다.

 흑마법사가 종탑 위에서 제법 오래 지냈는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침낭이나 식료품이 조금 남아있었다. 심지어 침낭은 원정대의 보급품보다 훨씬 좋은 물건이었다.

 이리스는 아니카와 함께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이리스가 침낭에서 몸을 일으킬 때쯤에 아니카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으으으 잘 쉬었다!”

 “으으......여기는?”

 “오 딱 맞춰 일어났네.”

 “이리스님 본드래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콰쾅 하고 해치워버렸지 원흉도 잡았고”

 “......저자 밖에 없었습니까?”

 시선을 돌려보니 방구석에서 끙끙 거리고 있는 흑마법사가 보였다. 기이했다. 이리스는 잘 모르나 보지만 본드래곤과 같은 대형마법은 저런 마법사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응 저 사람 한명밖에 없더라고 그런데 몸은 괜찮아? 혼자 움직일 수 있겠어?”

 “정령소환은 무리지만 움직이는 것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좋아 그럼 일단 정찰부터 해보자”

 흑마법사의 짐에서 보존마법이 걸린 부드러운 빵을 꺼내서 우물우물 씹으며 종탑아래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육체를 유지할 마나가 떨어진 언데드들은 시체로 돌아가서 마그나스성의 폐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어제의 전투로 비어버린 영역은 제법 넓었지만 언데드들이 남긴 죽음의 기운이 제법 거슬렸는지 생각보다 마물들이 적었다.

 “이정도면 돌파해볼만 한데 성 밖으로 나갈까?”

 “이리스님 저쪽에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디어디?”

 “거기서 조금 더 오른쪽 본드래곤의 흔적이 있는 쪽입니다.”

 아니카의 말대로 갈색의 로브를 두른 일단의 무리가 마물들을 피해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브리쉘이 본대를 퇴각시키고 난 후에 그녀를 구출하러 보낸 무리 같았다.

 “자 그럼 빨리 가자고”

 “이리스님 저들이 수상하지 않습니까? 적일수도 있습니다.”

 “응?”

 이리스를 구하기 위해서 그만한 인력을 투입할 가치는 있지만 원정대에 속해있는 자들 중 저 자들처럼 저렇게 은밀하게 마물무리를 돌파할 실력을 가진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만약 저들이 원정대에 속한 무리가 아니라면......본드래곤을 일으킨 흑마법사와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저들이 언데드를 일으킨 무리일수도 있습니다. 목적은 모르겠지만 일단 추이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알겠어.”

 하나를 잡았으니 더 없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이리스는 괜히 뜨끔했다. 자신을 잡으러 왔다면 한명만 보낼 리도 없는데 너무 경솔했었다.

 “일단 들키지 않게 근처까지 가보자”

 “알겠습니다.”

 이리스는 흑마법사를 침낭 안에 집어넣고 종탑을 내려갔다. 이리스는 용병시절 매복이나 은폐를 해본 적이 많아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데 자신이 있었고 아니카는 숲의 종족다운 조용한 동작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뿔뿔이 흩어져서 움직이던 무리는 본드래곤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걸 해치운 건가?”

 “‘그녀’의 능력이 생각보다 더 뛰어난 것 같군요.”

 “얼음의 마나까지 다룰 수도 있었다니 숨기고 있는 게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쩌면 메이트라의 이리스가 그녀 일지도”

 “그 거인 살해자 말입니까? 하지만 그자는 분명 죽었다고 그리고 알려진 것과 외형차이가 심합니다.”

 “상부에서도 거인살해자의 이름을 빌린 마법협회의 기사로 추측을 마치지 않았습니까?”

 “어쨌든 시간이 많지 않아. 서두르지”

 그들은 주변의 마나와 전투의 흔적을 조사하는 한편 죽어있는 원정대원의 시체를 한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이리스는 그 바로 위 비교적 멀쩡한 건물에서 창문을 슬쩍 열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상합니다. 원정대원의 시체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본드래곤을 만나고 산개, 퇴각할 때 대열에서 이탈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속하게 몸을 빼서 희생자가 많지 않았다.

 “마물들이 몰려와서 죽은 걸까?”

 본드래곤이 쓰러지고 나서 마물들이 몰려와서 희생된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지금 본드래곤 주변에 몰려든 이들이 블랙밸런스의 흑마법사들이라면 저들을 죽였을 가능성도 있다.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확인할 수 있는데 로브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아”

 “아무래도 저들과 합류하지 않고 탈출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퀄라이져의 사람들 중에 얼굴을 익혀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로브로 가리고 있지 않더라도 알아차리기는 힘들었다.

  그러던 중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작아 보이는 자가 로브의 후드를 내렸다.

 “어 카밀라다.”

 “아는 분이 있습니까?”

 카밀라의 옆에는 제이콥과 카를도 보였다.

 “응 원정대에 속했던 용병이야 역시 원정대 사람들이 왔나봐”

 “잠시만......기다리면 좋겠습니다만”

 이미 이리스는 아래로 뛰어내려서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본대는 어디에 있어?”

 “누, 누구냐!”

 그녀가 접근하자 로브를 두른 이들은 각자 자신의 무기를 겨누고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음? 잠깐잠깐 나야 나! 날 데리러 온 거 아니야?”

 이리스에게서 적대하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자 로브를 두른 무리들은 어쩔 줄 모르는 기색으로 카를을 보기 시작했다.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모두 무기를 내렸다.

 “카밀라랑 제이콥은 몰라도 카를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본대는 지금 어디에 있어?”

 “이 본드래곤은 어떻게 쓰러뜨린 거지?”

 “아 그거 왠진 몰라도 덩치만 크게 부풀려 놓은 거더라고 마법사들이 도와줬으면 도망칠 필요도 없었을 거야 그보다 본대는?”

 “전원...”

 “아 이리스양 본대는 지금 소수 인력만 남겨두고 후퇴를 했습니다. 저희는 이리스양을 데리고 탈출하기 위해서 온 겁니다.”

 카를에게서 붉은 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점점 강해지려는 찰나 제이콥이 끼어들었다.

 “역시 그럴 것 같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다고 했죠? 그럼 일단 저걸 조종하던 흑마법사는 잡아두었는데 그 사람만 데리고 저희도 빨리 가요.”

 “흑마법사를 잡으셨다고요? 죽지 않았습니까?”

 “물어볼게 조금 있어서요. 일단 주문을 쓰지 못하게 입하고 손발을 꽁꽁 싸매서 저기 보이는 종탑에 두었어요.”

 완전히 의심을 풀은 이리스와 달리 아니카는 아직 그들을 의심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시체들은 어떻게 된 건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그들은......그들은......저희보다 먼저 이리스님을 구하러 출발한 이들입니다. 저희가 왔을 때는 이미 죽은 상태였습니다.”

 제이콥은 약간 고민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것은 죽어버린 이들에 대해 이리스가 미안함을 느낄까봐 망설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든 변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니카는 시체를 덮고 있는 천을 벗겨내서 등에 새겨진 검상을 이리스에게 보였다.

 “하지만 마물에게 당한 것치고는 상태가 이상하군요. 이건 검에 의한 상처 아닙니까?”

 “그만해! 죽은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큭 죄송합니다. 이리스님”

 “미안해요. 아니카가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니카님은 하이엘프니 그럴 수도 있지요 이해합니다.”

 아니카는 불길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도는 것을 느꼈다. 이종족연합의 무리이면서도 이곳에 이종족이 없었다. 그리고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칙칙한 어둠의 기운은 아무리 생각해도 원정대원의 느낌이 아니었다.

 그때 이리스가 먼저 눈치 없이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온 사람들은 다 어둠의 마나를 다루는 이들이네요. 언데드나 마물에 들키지 않기 위함인가요?”

 이리스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제이콥은 그런 와중에도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그, 그걸 어떻게...”

 “그냥 친숙한 느낌이 느껴져서요.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한데 제가 검은 용인이거든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저, 전혀 몰랐군요.”

 “브리쉘님한테 미리 듣고 오셨나보네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자를 데리고 올게요.”

 그녀가 종탑에 있던 흑마법사를 데려오고 나서도 그들은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번 원정 실패 자료부족 보강”

 “원정대장이 다음 원정을 위해 정보를 모으라고 했습니다. 이틀정도면 될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마음 같아선 바로 돌아가고 싶지만 뭐 이틀정도는 상관없어”

 “감사합니다.”

 아니카는 그녀의 구출이 목적이었다면 2차 원정을 위한 정보를 모으라는 의뢰를 같이 할 리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녀가 무슨 말을 한들 저들이 적이라고 이리스를 설득할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탐색과 정보수집을 마치고 밤이 되자 이리스와 원정대원 무리는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여관 건물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리스는 전날 제법 푹 쉬었기에 자청해서 불침번을 섰다. 카를과 카밀라가 그런 그녀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가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하지만 여관주변에 결계를 설치해서 마물이 다가올 기색은 없었다.

 “너는 흑마법사를 어떻게 생각하지?”

 “응?”

 “흑마법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리스는 카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의아해 하면서도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네가 흑마법사라서 내가 무서워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으윽”

 그녀가 얼굴을 스윽 하고 들이밀며 위압적인 기세를 발산하자 카를은 위축되었다. 그녀는 흥이 식었다는 느낌으로 말을 이었다.

 “흑마법사 전체로 보면 딱히 좋아하진 않아 그래도 흑마법사 카밀라나 카를이라고 하면 역시 싫어하진 않아”

 “모호함”

 “카밀라는 좋아할지도”

 이리스는 대뜸 카밀라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를 끌어당겨서 품에 안았다.

 “질문”

 “응? 궁금한 게 있어?”

 “얼음의 마나, 노스가드, 동일 인물”

 “......”

 이리스는 그녀를 다시 품에서 내려놓았다. 굉장히 거북했다.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는 단 한번 드러냈을 뿐인데 벌써부터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있을 줄이야

 “맞아 노스가드의 후작 아니 공작이었나? 어쨌든 그거 나 맞아”

 “일국의 공작이나 되는 자가 어째서 이런 장소에 있는 거지?”

 자신의 약점을 파고들어 오는 카를 질문에 이리스도 날카로운 칼을 내질렀다.

 “넌 자기가 어떻게 흑마법사가 되었는지 말할 수 있어?”

 “그건......미안하군.”

 평소의 까칠하고 공격적인 성격과 달리 이번에는 순순히 사과를 했다. 그녀의 질문에 자신이 얼마나 무례한 질문을 한 건지 이해했으리라 하지만 카밀라는 그런 분위기를 읽지 못했다.

 “태어날 때부터, 흑마법사”

 “응?”

 “이리스는?”

 “카를 카밀라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카를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감싸 쥐고는 입을 열었다.

 “......카밀라는 호문클루스다. 태어날 때부터 흑마법사지”

 “뭐어?!”

 이번에는 이리스가 깜짝 놀랐다.

 “카밀라는 내 스승님이 만든 호문클루스다. 어휘가 불완전한 것도 그녀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라 그런 것이지”

 “미안”

 

 카를은 이리스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넌 카밀라가 불편하지 않나?”

 “왜?”

 “너는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군.”

 

 모든 생명은 신이 만들었다는 일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인위적으로 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언데드만큼이나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니카는 지금 이렇게 내 눈앞에 숨 쉬고, 존재하고 있잖아? 나는 어떻게 태어났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다면 그건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해”

 

 ‘만들어진 생명’

 ‘어긋난 시작은 그 결말마저 어긋난 걸까?’

 동정의 기색이 있지만 카밀라를 혐오하거나 불쾌하게 여기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리스는?”

 카밀라는 그저 흐릿한 눈동자로 이리스를 올려다보았다. 유리알로 된 그녀의 눈처럼 카밀라에게 보이는 색은 희미했다.

 별로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카밀라가 저런 것 까지 말하면 자신의 이야기만 감추기도 불편했다. 이리스는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내가 메이트라를 벗어난 건......리누스 발렌타인이라는 마법공학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어.”

 “복수?”

 “메이트라에서 몇 달 전까지 큰 전쟁이 있었던 건 알고 있지? 그 원흉이 되는 작자야 지금은......죽었지만 어쨌든 그자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었어.”

 하지만 그 복수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거기서 무의미한 현실도피는 끝났고 참담한 진실과 마주했다. 물론 지금도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 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저 방황할 뿐

 이리스는 씁쓸한 얼굴로 말문을 이어갔다.

 “복수는 성공했지만......거기엔 아무런 의미도 없었어. 카를도 복수를 하고자 흑마법사가 된 거라면 그 복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생각해야 할 거야”

 “네가......네가 무얼 안다고!”

 카를이 갑자기 버럭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이리스는 덤덤하게 마치 선고를 내리는 판사처럼 말했다.

  “복수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게 내가 원하던 거라면 다르겠지만 원하지도 않는 것들을 차지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전쟁후의 노스가드 성이 그러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소중한 것은 작은 조각조차 남지 못한 그곳은 더 이상 그녀가 원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믿고 따라주던 사람들도, 용맹했던 전사들도, 자신을 사랑해주던 가족들도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녀 그 때 명예와 긍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면 반란군을 몰아내고 메이트라의 질서를 회복했다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전까지의 그녀는 오직 복수뿐 그 이후의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물에 실망하고 도망쳤다.

 이리스의 진심어린 충고에 카를의 표정에도 고뇌의 기색이 엿보였다. 이리스의 눈에는 그것이 새빨간 불꽃에 푸른 물감이 흩뿌려져서 혼탁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색’은 정신오염이 심해져서 보이는 것 같은데 보다보면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아서 그 의미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지금 보니 마치 타인의 감정을 색의 형태로 엿보는 것 같았다.

 “잘......모르겠군.”

 “복수가 끝난 뒤에 무얼 할지 그걸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카를은 날선 기세가 한 풀 꺾인 것이 이리스의 조언에 대해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었다.

 

 제이콥과 일단의 무리가 불침번의 교대를 하러 왔다.

 “교대시간입니다.”

 “응?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그럼 자러가자”

 “이친구들이랑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 잠시 있다 보네겠습니다.”

 “알겠어요.”

 이리스는 카밀라와 카를을 두고 잠을 청하러 돌아갔다.

 

 “갔군. 그녀는 우리를 의심하고 있었나?”

 “......아니 전혀”

 “다행이군.”

 아니카가 우려했던 그대로 그들은 이리스를 노리고 모인 블랙밸런스의 흑마법사가 맞았다.

 “제이콥 그녀를 생포하는 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하는 게 좋겠다.”

 “설마 이제 와서 그녀를 동정한다든가 자발적 협력을 얻어 낸다던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난 그녀가 가진 힘의 변수를 고려하자고 말하는 거다. 불완전하다고 해도 본드래곤을 혼자서 쓰러뜨릴 정도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강할지도 몰라”

 “오 재미있는 농담이야 검은 용인을 잡기위해 파멸의 추종자에서 얼마나 많은 병력을 동원했는지 모르는 건 아닐 텐데?”

 그동안 얼마나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고위마법사이자 계승권이 없다고 해도 아케니아의 황자인 리오넬이 붙어있을 때는 어떻게 조용히 처리하나 싶었지만 알아서 떨어져 주었으니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는 없었다.

 “걱정 말라고 우리 생각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지만 꼭 힘으로 해결할 필요는 없지”

 

 제이콥은 언제나처럼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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