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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6. 이리스의 각성 03
작성일 : 17-07-22 23:08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8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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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식량은 넉넉히 챙겨서 다행이야”

 이리스는 가방에서 말린 과일과 육포를 꺼내서 오물오물 뜯어먹었다. 끝의 산맥에 도착했지만 아니카가 없다보니 레비건트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간혹 마물 무리가 보이긴 했지만 다들 그녀를 보면 무언가를 느끼는 지 슬금슬금 도망치기 바빴다.

 “역시 그래도 이건 조금 꺼림칙하네.”

 이리스는 오른손으로 왼손의 털을 부드럽게 쓸었다. 복슬복슬한 흰 털은 보기엔 굉장히 따뜻하고 복슬복슬해서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모피코트를 떠올릴 정도로 기분 좋지만 이건 털가죽이나 인형이 아니라 자신의 팔이다.

 어둠의 마나에 반응하는 것 같았는데 다행이도 다시 평범한 형태로 되돌릴 수도 있었다.

 그녀는 위로, 산맥 높은 곳으로 향했다. 레비건트는 마탑으로 쓰였던 건물이라고 했으니 산꼭대기에서 보면 제법 눈에 띨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좋아 저기 또 한 마리”

 가끔씩 보이는 샤벨타이거를 잡기도 좋았다. 그녀를 보고 겁에 질린 체 낑낑대는 녀석을 잠깐의 칼부림으로 정리하고 갈무리했다. 나름 용병생활이 길었던 터라 가죽을 해체하고 뼈에서 살을 발라내는 일은 익숙했다.

 “등뼈는 필요한 만큼 구한 것 같은데 메탈스네이크는 어디서 찾지?”

 이리스는 갑옷과 로브에 튄 핏물을 얼려서 툭툭 털어냈다. 하지만 이미 스며든 부분은 어쩔 수 없었기에 조금씩 더러워졌다.

 “으 찝찝해”

 옛날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만 했지만 피를 묻히는 게 너무 오랜만이다 보니 너무 신경 쓰인다. 빨리 도시를 찾아서 따뜻한 물에 씻고 싶다아~ 그런데 레비건트는 어디에 있는 거야? 분명 산맥 초입에 있다고 했었는데?

 결국 산꼭대기 까지 올라왔지만 마탑 비스무래하게 생긴 건물은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으아아아~”

 마나까지 듬뿍 담아서 야생동물마냥 포효를 내질러보자 사방에서 새떼들이 날아올랐다. 새가 아니라 마물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그러거나 마나 속이 조금 시원해졌다.

 “혼자일 때 나는 법이라도 연습해두자”

 왠진 모르지만 왼쪽 어께의 문양까지 복원되기도 했고 하늘 위에서 찾아보면 레비건트를 금방 발견할지도 몰랐다.

 천천히 날개를 펼쳐본다. 처음 스스로의 힘으로 날개를 꺼냈을 때 보다 훨씬 커져서 길이만 팔의 두 배쯤 되어보였다.

 날개를 펄럭이면 몸이 약간 가벼워진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날개를 등 쪽으로 접고 산 끄트러미로 높게 뛰어서 날개를 활짝 펼쳤다. 정상적인 비행은 아니라 날다람쥐와 같은 활강이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야야야야호~”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이 자유로움, 해방감! 레비건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재대로 날 수 있다면 이것보다 재미있을까? 어라?”

 숲 사이로 세 명의 사람이 보였다. 마법사 둘에 검사 하나, 그들은 거대한 오거를 사냥하는 중 이었다.

 시야에 사람이 들어오자 그녀는 재빨리 날개를 접고 지상으로 내려갔다. 저 사람들을 쫓아가면 레비건트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저기요”

 “음?”

 이리스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거는 죽었고 그들은 부산물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하하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녀가 작게 미소 지으며 인사하자 그녀와 검사로 보이는 남자는 입을 헤벌쭉 벌리고 인사를 받아주었다.

 “누구냐”

 “......”

 하지만 그와 달리 마법사로 보이는 두 사람은 그녀를 대놓고 경계하며 아예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저기 산맥에서 길을 잃었는데...”

 “수상하군.”

 “왜 그래? 카를 길을 잃었을 수도 있지”

 “정신 차려라 대륙에서 제일 위험한 곳이 이곳인데 저런 여자 혼자서 돌아다닐 리가 없잖아”

 원래 의심이 많은 성격인지 카를이라는 마법사는 그녀를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었다.

 “별로 도와달라는 건 아니고 레비건트로 가는 길을 알려주시면 되는데”

 “이봐 어차피 우리도 거기로 갈 텐데 같이 가도 상관없잖아”

 이리스가 퍽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검사는 다른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그녀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저는 제이콥 이 친구는 카를 그리고 저기 과묵한 친구는 카밀라라고 합니다. 레이디의 이름은?”

 “제 이름은 이리스에요”

 “이리스라 이름도 예쁘시군요.”

 제이콥은 레비건트에 도착할 때 까지 이리스에게 호감을 사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러니까 세분은 마물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용병이라는 건가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낭만 있게 탐험가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끌의 산맥에서 세 명이서 돌아다니는 건 힘들지 않나요?”

 노스가드도 끝의 산맥과 붙어있어서 잘 알고 있다. 이곳은 초입부지만 고작 셋이서 돌아다닐 만한 장소는 아니다.

 “이 주변은 그래도 레비건트 소속의 병사들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제법 안전한 편입니다. 그리고 규모가 크면 오히려 마물들에게 들키기 쉽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들의 목적은 마물의 토벌이 아니라 희귀한 마물을 잡아서 돈을 버는 것 은밀하게 움직이려면 소수 정예가 훨씬 낮다.

 그녀와 제이콥의 대화에 카밀라가 끼어들었다.

 “이리스......이리스 노스가드? 아케니아의 황실 무술대회?”

 “아 네”

 로브로 가려져 있던 카밀라의 눈동자는 유리알을 보는 것처럼 검은자위가 보이지 않아 투명하고 공허해보였다. 이리스는 조금 꺼림직 한 기분이 들었다.

 “3황자의 기사?”

 “잘 알고 계시네요? 카밀라씨”

 그녀는 이리스가 무어라 말하든 말든 무시하고 카를의 귀에 대고 무어라 중얼거렸다.

 “이리스 노스가드, 영생의 신도들이 찾던 적합자”

 “뭐라고?”

 “오러마스터, 우리들로는 무리, 지원을...”

 “카밀라씨 무슨 이야기를 했나요?”

 카밀라와 카를은 메시지 마법으로 대화했기에 이리스는 그 둘의 대화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카밀라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오히려 카를이 그녀를 추궁하듯이 물어왔다.

 “개인적인 이야기다. 너는 이곳에 무슨 일로 왔지?”

 “저도 마물의 부산물이 필요해서요. 메탈스네이크를 찾아왔어요.”

 “흠 메탈스네이크라면 광산지대로 가보는 걸 추천합니다. 안 그래도 그놈들 때문에 난쟁이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더군요.”

 “아 감사합니다.”

 레비건트는 절벽에 붙어있는 작은 요새였다. 절벽의 일부는 작은 창이 여러 개 붙어있었는데 절벽 자체도 거주공간으로서 요새의 일부인 것 같았다. 마탑이라고 생각해서 높은 건물만 생각했는데 저런 형태의 도시였으니 여태까지 못 찾을 만 했다.

 “도착했군요.”

 “여기가 바로 레비건트......”

 “한동안은 이 도시에 있을 예정인데 함께하시겠습니까?”

 “아니요. 저는 스틸사울에서 대표선발전을 도와야 해서 바쁘거든요”

 “별빛화로의 주인을 뽑는다는 그것 말이군요.”

 그들도 이종족 연합에서 활동하는 만큼 별빛화로의 주인을 뽑는다는 행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길안내 고마워요. 이건 길을 안내해준 보답이에요.”

 이리스는 자신이 잡은 샤벨타이거의 가죽을 두 장 꺼내서 제이콥에게 주었다. 나름 비싼 가죽이긴 하지만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좋은 정보를 들었으니 이 정도는 주어도 된다.

 “감사합니다.”

 제이콥이 인사를 하든 말든 이리스는 빨리 여관을 잡기 위해 레비건트의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적합자라......정말 뜻밖의 조우로군.”

 “저렇게 예쁜 레이디를 실험에 투입해야 한다니 너무 안타까운 일이로군.”

 “하지만 그녀가 있어야 마인연구에 한 획을 그을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수 있지”

 “흑기사가 아님, 어둠의 마나에 친숙함, 마족의 핵을 이식함에 있어 부작용이 적은 신체”

 블랙밸런스 내부에서 진행 중인 마인연구는 단순히 마족이나 마물의 신체 일부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마족이 가진 힘의 근원인 심장을 이식하고 마물의 피를 주입해서 인간을 반 마족화 시키는 것이다.

 

 여태까지 여러 대상, 인간, 엘프, 수인 가리지 않고 여러 종족에게 시도했지만 대부분이 끔찍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다가 죽었고 살아남은 개체는 축 늘어져서 침이나 질질 흘려대는 불량품뿐이다.

 흑마법사를 대상으로도 실험을 진행해 보았지만 흑마법사가 마족의 심장을 이식받을 경우 계약된 마족이 그 힘을 전부 빨아들이기에 실패

 하지만 그들이 실패 끝에 찾아낸 소재는 어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친숙하면서도 마족과 계약하지 않은 검은 용인 이리스였다. 그리고 그것은 리오넬이 보았던 미래에서는 아이언나이트에 비견되는 생물병기인 마룡과 세상을 피로 물들이는 광룡의 탄생을 의미했다.

 “지금 당장은 그냥 못 본 척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정보가 너무 없어”

 “3황자는 사일런트 아케인, 목적파악”

 “카밀라가 말한 것처럼 3황자가 연합에 있는 이유도 알아야한다. 그리고 우리의 입지도 생각해야지”

 아무래도 ‘파멸의 추종자’는 귀족이나 상단주 같은 고위계급이 적다보니 ‘영생의 신도’에 비해서 여유자금이나 입지가 좁은 편이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실적을 세워야한다.

 “......혹시 아케니아에서도 드리모어의 아이언나이트에 대해서 아는 건가?”

 당장 드워프를 필요로 할 이유는 그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에이 설마 그건 우리 조직 내에서도 얼마 전에야 겨우 얻은 정보인데”

 “확률, 희박함”

 “뭐 리오넬 황자의 목적은 이쪽에서도 예측이 불가능하니까 일단 우리도 레비건트로 이동하지”

 그들과의 조우로 이리스의 앞날에 또 다시 불길한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레비건트는 이종족과 이종족혼혈이 섞여있어서 여태까지 들렸던 도시 중에서 출입이 가장 자유로웠다. 이리스는 레비건트를 처음 볼 때부터 눈독들이고 있던 절벽에 지어진 건물로 들어갔다.

 원래 이곳은 마탑으로 쓰였다고는 했지만 ‘문이 열리는 날’이 시작될 때 가장 먼저 해방자들의 공격으로 파괴되었다. 이후 쓰이지 않게 된 건물은 이종족들이 사용하다가 그들이 더 안전한 땅을 구하게 됨에 따라 끝의 산맥 내부의 거주지와 과거 셀도란제국의 영토였던 지역을 이어주는 중간 거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절벽안의 동굴이라 공기가 탁할 것 같았지만 통풍을 잘 해놨는지 시원한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왔고 내부 생활공간 중에는 여관도 있어서 이리스는 그곳에 방을 잡았다.

 “와~ 멋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산맥의 절경은 또 감회가 새로웠다. 풍경을 구경하던 이리스는 짐을 대충 정리해놓고 방을 벗어났다.

 “저기 지금 씻고 싶은데 따뜻한 물을 부탁해도 되나요?”

 “죄송합니다. 손님 이곳에는 목욕물을 방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는 없습니다.”

 “아......”

 “하지만 지하에 온천이 있습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지하수에 몸을 담가서 씻을 수 있는데 피로회복에도 좋고 미용에도 좋습니다. 거기다 이용료도 저렴한 편이니 한번 이용해 보시는 게?”

 “온천이라......한 번 가볼까?”

 온천은 이리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동안 빡빡하게 돌아다니면서 제법 수고했으니 오늘 하루쯤은 쉬어도 된다. 샤벨타이거의 부산물 정리나 메탈스네이크에 대한 것도 하루정도 늦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지하에 도착하고 나니 망설임이 생겨났다. 이용료가 생각보다 비싸서나 시설이 별로여서는 아니고 입구에 있던 한 간판 때문이었다.

 

 [<-남탕 여탕->]

 [경고- 온천 내부에 들어가기 전에 탈의실에서 옷을 전부 벗을 것-]

 [갈아입을 옷 지참 가능]

 [내부에서 취식 및 음주행위를 금지함]

 그 이유는 온천이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서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라는 것! 괜히 그녀의 어께에 새겨진 문양으로 보고 누군가 알아차리면 그것이 용인이든 엘프든 간에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될 것이다.

 “아니야 괜찮을 거야 응 그래 그렇고말고”

 아니카의 이야기를 생각해도 마야가 검은 용인임을 알리고 북대륙에서 활동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문양을 직접 봤다는 이는 없다고 들었다. 거기다 처음 이 땅에 왔을 때 해적선의 간수도 처음 보고는 단순한 문신이라고 생각했지 않은가?

 ‘아 경매장에서는 다들 알아봤지......’

 아니다. 분명 경매장에서 자신을 바로 알아본 건 리오넬 뿐이었다. 나머지는 그냥 지례짐작으로 알아본 게 분명해!

 “응 그래 여기엔 없을 거야”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마친 이리스는 온천에 대한 욕망에 몸을 맡겼다.

 

 로브와 갑옷 안에 받쳐 입고 있던 옷은 마물의 피와 이리스의 땀에 푹 절여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어차피 새 옷을 사두었기에 이리스는 그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수건 한 장만 가지고 온천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이종족 연합이구나’

 온천의 종류는 온도에 따라서도 분리되어 있지만 키가 작은 드워프들을 위한 탕과 털이 날리는 수인족을 위한 온천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녀는 가장 무난해 보이는 중간 온도의 온천에 손을 집어넣었다.

 “앗 뜨거!”

 몸을 담갔다간 국물이라도 우러나올 것 같은 온도라 온천이 처음인 그녀에게는 무리였다. 결국 그녀는 어린아이들이 있는 낮은 온도의 온천탕으로 들어갔다.

 “흐읍”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히지만 잠깐의 인내 후에는 몸이 점점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후아~”

 아무것도 하기 싫다. 눈을 감고 그대로 물속으로 잠수해본다. 이렇게 행복한 일이 많은데 나는 왜 아무런 의미도 없는 복수 따위에 매달리며 살았던 걸까?

 보글보글

 약간은 알고 있다. 내가 절망하지 않도록 렉스가 복수라는 목표를 잡아주었지 나중 가서는 비탈길을 달리는 수레처럼 멈출 수 없게 되었고 그것 말고는 무얼 해야 할 지도 몰랐다.

 보글보글

 은하수의 용인과 비틀린 날개의 용인......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엄마도 이곳에서 복수를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엄마는 이 땅에서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알고 계셨겠지 복수해봤자 이미 없어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푸확

 다시 물 위로 올라와서 따뜻한 물로 얼굴을 씻어낸다. 지금은 쉬는 시간 복잡한 생각은 그만 할래 지난 일로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까

 “......? 카밀라?”

 묘한 시선이 느껴진다 싶었는데 함께 이곳까지 왔던 세 용병 중 한명인 카밀라가 이리스의 옆에 있었다. 로브로 둘둘 말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알몸인 상태에서 보니 그녀의 눈에 익숙한 검은 사슬이 보였다.

 “안녕”

 “카밀라도 휴식이야?”

 “충분한 휴식, 마나 회복에 유용”

 “아 그렇구나.”

 나이도 어려보이는 데 양 어께에 하나씩 오른 손목에도 하나 다리에는 없지만 배를 중심으로 크게 하나

 ‘어느 지역이나 용병일은 힘들구나.’

 이리스는 그걸 보고 메이트라나 어디나 용병일은 힘들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영지전도 힘들긴 하지만 마물사냥도 만만치 않다. 아마 신전 잃어버린 신체를 복원하는 건 돈이 많이 드니까 흑마법사들에게 부탁해서 이식하는 것을 선택했겠지

 “용무라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용병일이 힘들구나. 해서 용병일 오래 했었나봐?”

 그래도 쥬드가 해줬던 처리와 달리 이식된 신체는 딱 맞는 걸보니 제법 공들인 티가 났다.

 “어째서”

 “몸에 있는 그거 신체를 이식한 거잖아. 나도 해봤거든.”

 이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왼팔을 웨어울프의 팔로 만들어 보여주었다. 복슬복슬한 흰털과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난 짐승의 팔

 “웨어울프의 팔?”

 그녀을 팔을 보고도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어조가 떨리는 게 조금은 놀란 것 같았다.

 “어? 눈치 챘어?”

 “부작용은?”

 “네? 글쎄요 여태까지는...”

 “이봐 수인용 탕은 저쪽이라고!”

 “아 죄송합니다.”

 다른 이용객이 그녀의 팔을 보고 무어라 하자 이리스는 재빨리 다시 인간의 팔로 되돌렸다. 스쳐지나가듯이 보이는 비틀린 날개의 문양

 “부작용 없음......그리고 검은 용인......”

 “네?”

 “아무것도”

 카밀라는 자신의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리스가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경악을 눈치 챘을 테니까

 ‘이리스 노스가드, 아스티아에 나왔던 검은 용인 포획 필수’

 “카밀라는 조금 과묵한 편이구나.”

 “......”

 천진난만하게 웃는 이리스를 보자니 가슴 한구석이 조금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동료들을 제외하고 저렇게 자신을 바라보며 웃어주는 이들이 없었기에 이리스는 그녀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지금 이리스가 보고 있는 연결의 흔적은 카밀라가 가진 비밀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호기심에 카밀라는 조금 더 이리스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흐음 혹시 카밀라는 흑마법사야?”

 “긍정”

 이종족연합은 정확하게 혼혈들이 주축을 이루는 이퀄라이져는 모든 인간이 동등하다는 하나의 가치를 중심으로 삼는다. 그래서 흑마법사에 대한 차별도 적은 편이었다.

 “역시 그렇구나.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다 했어.”

 카밀라가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알았어도 이리스의 태도가 변하지는 않았다. 그야 흑마법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면 불공평 하지 않은가?

 “......”

 “......”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도 않고 이리스는 물에 몸을 맡긴 체 눈을 감았다. 실타레가 풀려나가듯이 수면위로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카락은 마치 은하수와 같아서 카밀라는 무심코 손을 뻗어서 그것을 만졌다. 가지고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라면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부족한 무언가가를 채워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부글부글 들끓는 소유욕, 가지고 싶다. 가지고 싶다. 가지고 싶다.

 찰팍

 “으아 너무 오래있으니 머리가 어지러워......난 이만 자러갈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

 이리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자 카밀라는 화들짝 놀랐다.

 ‘방금 그건?’

 카밀라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방금 이리스를 보면서 느낀 소유욕은 정상적인 감정이 아니다. 애초에 ‘그녀’는 불완전했기에 그만큼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판단 보류’

 그녀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온천 속으로 깊숙이 몸을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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