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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2화 프롤로그 - 진시황의 병마용 2
작성일 : 17-07-22 21:46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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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알려진 대로 진시황은 즉위한 직후부터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산에 자신이 묻힐 무덤의 터를 잡고 흙을 깊이 파서 구리로 바닥을 깐 후 궁궐을 본 따 건물을 세우고 신하와 부하들의 모습을 한 도기 인형을 만들어 넣었다. 천장에는 천문도를 그려넣고 바닥에는 지도를, 강과 바다는 수은으로 채워 넣었다. 수은은 당시 귀금속으로 진시황이 수은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고 한다.

 

 고대에는 무덤의 크기가 왕의 위엄이나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고 무덤이 크면 클수록 오래 산다고 믿었기 때문에 무덤의 크기가 클수록 전제군주였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진시황의 무덤은 약 100미터 높이로 쌓았다.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가문일수록 무덤을 크게 만드는 풍습은 동양에서는 최근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오래 살고 싶어서 불로장생의 명약이란 명약은 모두 구해다 먹었다는 진시황이 황제에 오르자마자 자신의 무덤부터 만들었다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양선생은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원하기도 했지만 죽은 후 사후세계에서도 황제로서 최고의 권력을 이어가고 싶어 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병사용갱에 올 때마다 그 말 못할 사연을 품은 듯한 표정을 가진 사진 속 병사용을 찾는다. 6년 전 취재 때도 그 병사용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사진 속 구도와 각도를 따져보고 조명까지 맞춰 보며 찾아보았지만 사진 속 표정의 병사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찾지 못하는 걸까. 사진 속 병마용의 표정을 꼭 카메라에 담고 싶다. 그 병사용의 얼굴을 마주 대하면 어떤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1차 답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왔다. 양선생은 진시황릉에서 가급적 가까운 곳에 숙소를 구한다. 오가느라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양선생은 늘 효율적인 것을 좋아한다. 촬영 초기엔 뭔가 생각날 때 마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게 좋겠다며 둘이 룸 하나를 같이 쓰자고 하는 통에 내가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진행비도 아끼고 좋지 않냐며 해맑게 웃는데 이 사람 뭔가 싶었다. 하지만 공연한 오해를 하느니 분명히 해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며 진행비를 이렇게 까지 아끼지 않아도 된다고 가능한 정중하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던 양선생은 곧 크게 소리내 웃었고 자기도 괜찮다고 말했다. 양선생과 친해진 이후에 안 것인데 그날 양선생은 속으로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자신이 동성애자로 오해를 받은 일이 여러번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나와의 일로 한순간에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영국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휴 처럼 바로 말해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 한마디로 양선생의 고된 영국 유학생활의 단면을 짐작할 수 있었다.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양선생은 먹는 것에 있어서도 자기 식대로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그것은 먹을 수 있을 때 가능한 많이 먹어둔다는 것. 공부를 할 때도 현장답사를 떠날 때도 때맞춰 식사를 할 수 없을 때가 많아서 일단 음식이 눈앞에 있을 때 많이많이 먹는단다. 양선생의 팬더 몸매를 보아하니 대학교수가 된 이후에도 그 버릇은 고치지 못한 모양이다.

 

 식사를 하며 우리는 촬영의 진행방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중국 진시황릉의 병마용과 고대 그리스 조각상의 제작기법을 비교하고 병마용갱에서 발굴된 새의 청동상의 주조법인 로스트왁스 기법에 대한 설명과 실제 제작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간쑤성에 살고 있다는 고대 로마군의 후예들을 찾아 DNA 검사를 실시할 것이다. 양선생은 진시황릉이 있는 산시성 시안시와 인근 지역에서 대대로 살고 있는 토박이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취재 대상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들이 취재에 응할지도 사실 미지수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당신의 피를 뽑겠으니 응해달라고 하면 요즘 세상에 어떤 사람들이 응해줄까. 허삼관이 매혈하던 시대도 아니고. 막상 촬영을 재개할 수 있다고 해서 한걸음에 시안으로 오기는 했지만 솔직히 막막했다. 그런데 양선생은 아니다. 공항에서 만났을 때부터 줄곧 양선생은 하루종일 신나있고 들떠있다. 안될 때 안되더라도 일단은 즐겁고 재밌고 보자는 식이다. 저런 낙천적인 상황인식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타고나는 것일까. 나는 그런 양선생이 가끔은 무척 신비로워 보인다.

 

 그날 밤 나는 숙소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실크로드가 열리기도 전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중국 시안까지 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왜 멀고 먼 중국 서안까지 이르러 자신들의 조각기술을 전수해 주려고 했을까? 아니면 그리스인이나 로마인의 후예가 아닌 인도유럽어족인 토카리인이라는 일설이 맞는 것일까? 이 궁금증들을 이번 취재를 통해 얼마나 풀 수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병마용 제작에 참여한 고대 유럽인들은 진시황의 얼굴을 직접 보았을까? 잘생겼을까? 그는 알려진 것처럼 폭군이었을까? 진시황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날 나는 아주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양선생에게 일주일 후 촬영팀이 시안으로 올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 일주일 동안 촬영지역을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오늘은 토용 외에도 동마차갱과 기마갱, 동물갱 등을 체크할 계획이다.

 

 우리는 진시황의 병마용 2호갱으로 들어갔다. 1,2,3호갱 중에서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것이 2호갱이다. 토병들의 대열을 따라 걷던 나는 조명 불빛을 발견했다. 오늘 다른 촬영이 있는 거냐고 양선생에게 물었다. 대답이 없어 돌아보니 양선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끊임없이 들려오던 양선생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는 양선생을 불러보았다.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옆에 있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조명 불빛이 비추는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가 다시 양선생을 불러보았다. 양선생의 대답 대신 나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6년 전 보았던 그 사진 속의 병사용. 어떤 말 못할 사연이라도 품은 듯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가진 바로 그 병사용이 그곳에 있었다. 조명 불빛을 받으며 그 처연한 표정을 한 채로 병사용이 서 있다.

 

 “찾았다. 찾았어. 양선생, 어딨어요? 양선생? ”

 

 나는 큰 소리로 양선생을 불렀다.

 

 “찾았다구. 내가 찾았어.”

 

 강한 조명 불빛 때문이었나, 그 순간 눈앞이 온통 하얗게 변해버렸다.

 

 *****

 

 "여기가 어디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을 알 수 없는 검붉은 모래들 뿐이었다.

 

 "양선생? 양선생 어디있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양선생을 불러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양선생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목이 타들어갈 듯 갈증이 몰려왔지만 그 어디에서도 물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주변에 온통 모래 밖에는 보이지 않는 이곳이 정말 사막이라면 절망적이다. 눈앞이 온통 하얗게 변해버렸던 그 순간에 공간이동이라도 한 것일까. 그렇다면 어디로 이동한 것일까. 지구상 어느 곳에 떨어져 버린 것일까. 아니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공간이동이란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나는 지금 나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당장엔 목이 타들어갈 듯한 갈증 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물이 가장 절박했다. 하지만 사람의 인기척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물 한방울도 찾을 수 없는 사막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차고 있던 시계의 분침은 그대로였다. 사막 한 가운데 떨어진 후로 작동을 멈춘 것 같았다. 지금 이곳이 지구상의 어느 공간이기는 한 것일까. 만약 그렇기만 하다면, 그래서 살아만 있다면 반드시 구조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지구상에 더이상 오지란 없다. 하루 아니 길면 이틀 정도만 버틸 수 있다면 어떻게든 구조될 것이다.

 

 '버텨야 한다. 버텨야만 살 수 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한낮의 태양이 이토록 야속하기는 처음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사람의 기척이 보이는 것 같았다. 분명 사람이었다.

 

 "여기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살려줘요. 살려주세요."

 

 나는 남아있는 모든 힘을 짜내어 목소리를 냈다.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저 사람을 놓친다면 더는 버틸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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