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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르 일디나크
작가 : 아르체
작품등록일 : 2017.7.22

태양이 꺼지고 열한 개의 달이 지탱하고 있는 세계에서,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차광시대에도 죽지 않은 이들은 '잔', '계승', '거짓 나무', '무지개', '원소'. 그리고 '유언'의 종족.
황야를 떠난 곳에서 소년이 마주한 것들.

"사라진 네 갈래의 꿈, 여섯으로 나뉜 이야기.
멈췄던 주사위는 다시금 굴러가기 시작했다."

 
시작길
작성일 : 17-07-22 04:47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6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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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럽게 서 있는 웃음이다. 말을 기다리면서. 소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카모렐은 진심이자 꾸밈없는 생각 그대로 혀에 올려놓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었다.

 

 “……네?”

 

 르윈은 짐짓 당황했다. 이렇게 대놓고 아무것도 정하지 않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언질이라도 있었다면 그대로 이행했겠지만 집무실에서 전달받은 사항 말고는 자신도 아는 게 없었다. 그런 상황이다. 거기에 소년의 사소한 질문마저 얹힌다.

 

 “제가 정하는 건가요?”

 

 어이없어하면서도 르윈은 대답했다.

 

 “방금 그렇게 들은 거 아니었나요?”

 

 “……아.”

 

 소년은 한 박자 늦게 수긍했다. 그제야 알아차렸다는 몸짓이다. 한순간 정말 진지하게 르윈은 상대의 지성을 의심했다. 시작부터 괴상한 상황이 뇌리 한쪽을 훅 친다. 범인과의 밀고 당기기를 예상하던 의전관이라 애초에 내다보지도 않은 눈금이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 막 문을 나섰고, 무려 선험자의 배웅을 받으며 길에 올랐다. 갈 곳을 정하지 않고 하염없이 서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어딘가 없나요?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든가, 특별히 가야 할 곳이 있다든가, 아니면 어떤 곳은 싫다든가……”

 

 “…….”

 

 소년은 고개를 반쯤 내린 채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하염없이 부정이었다. 르윈이 곤란함을 무릅쓰고 돌아가 선험자께 연락이라도 취해볼까 고민하는데, 언어가 들렸다.

 

 “잘…… 몰라요. 이런 곳에 온 건 처음이고…… 들은 것도 없고……”

 

 조용히 읊어진 대답에 감시자는 일단 수긍했다.

 

 “아, 그렇겠네요. 그럴 거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국가 단위의 수색에도 발견되지 않았을 정도니 외부와 상당히 단절되어 있었으리라. 그러나 이것은 소년의 말이 진실일 때의 호응. 술수를 분별하는 건 일개 병사의 소임이 아니다. 그저 상대에게 맞추며 행동을 위에 알리면 되는, 일.

 르윈이라는 이에겐 헤드리아게드라 자칭한 것이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상관없다는 말도 과하지 않다. 드러내던 것이 기만이었다면 그 때 가서 맞는 결과가 있을 뿐. 하지만 시작도 하지 않은 여행엔 마무리마저 있을 수 없다.

 

 “그래도 저희는 어딘가로 가야 하는데 말이죠.”

 

 르윈은 머쓱한 기색으로 웃어 보였다. 이건 자신이 정할 수 없는 일이다. 강요된 판단이나마 종용하지 않으면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병사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주선 채 소리와 움직임마저 끊긴 얼굴을 카모렐은 잠시 바라보다가 골똘히 눈을 굴렸다. 곧 이해했다. 상대는 기다리고 있다. 능숙하지 못한 결정이라도 필요했다. 생각 후 소년은 말했다.

 

 “그러면 어디든지 좋아요. 제가 가 본 적 없는 곳이라면.”

 

 그렇게 동행자에게 약간의 단서가 주어졌다. 르윈은 재차 질문했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고민할 것 없었다. 카모렐은 쉽게 대답했다.

 

 “황야요.”

 

 조금 전과는 살짝 다른 의미로 한 쪽이 말을 잃었다. 간신히 대답을 이끌어냈다 했더니 못지않게 굉장한 게 튀어나왔다.

 

 “……정말인가요?”

 

 짧은 반문. 그리고 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년의 모습. 르윈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 데서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부터가 의문에 아예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까지. 이것저것 들어보고 싶었지만 이런 어이없는 농담이 오히려 정답일 법 하다는 판단으로 일단은 놔두기로 했다. 지금은 갈 곳을 정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랬군요. 음…… 그럼 물이 많이 있는 건 그다지 본 적이 없겠네요?”

 

 내륙 출신이라면 바다를 신기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항구에서 배를 타고 가며 천천히 말을 붙이는 것도 괜찮으리라. 그런 셈까지 더해져 르윈은 넌지시 제안했다.

 

 “아, 그거라면 여기 왔을 때 봤어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이상했다. 수도를 강이 가로지르기는 하지만 바다와는 거리가 있다. 설마 하면서도 르윈은 지금까지의 발언에 견주어 내용을 확인했다.

 

 “혹시 바다를 말하는 거라면 여기가 아닌데요……”

 

 “?!”

 

 그 말에 소년은 진심으로 놀라버렸다. 커진 눈과 당장이라도 넘어갈 법한 표정이 일품이다. 즉 강을 바다로 착각했다는 거다.

 바보인가? 이쯤 되면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르윈은 솔직히 한 마디 내뱉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속단의 덫일 수 있어 신중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안다는 건 이제껏 쉽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하나는 확실했다.

 

 “그럼 가 볼까요? 갈 곳이 드디어 정해졌네요.”

 

 시원스레 말하고, 흰 옷의 병사는 걸음을 재촉했다. 바람에 말려 하늘거리는 겉옷을 따라 소년은 몇 걸음 걸었다. 이윽고 카모렐은 따라잡아 옆에 서고는 제복을 향해 말을 걸었다.

 

 “저……”

 

 “?”

 

 조심스레 열리는 입술을 르윈이 보고 있으니 소년은 꽤나 진중한 태도로 대화를 걸어왔다.

 

 “할아버지 일이 중요한 거죠?”

 

 드물게 르윈은 뇌를 거치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한걸요.”

 

 그 이야기의 중대함이라면 감옥에 있는 동안 선험자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에게 지겹도록 체험당했을 것이다. 생각하는 게 아까울 정도로 뻔한 일인데도. 이제 와서 다시 묻는 저의에 대해선 르윈도 좀 의심이 갔다.

 

 “…….”

 

 그렇기에 소년은 이대로 입을 다물어 버리면 안 되었다. 병사는 소년의 말을 받아주었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요?”

 

 카모렐은 침착하게, 상대가 원할 법한 사실을 하나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해요. 할아버지는 그곳에 있어요.”

 

 황야라. 르윈은 생각했다. 일단 전체적인 이야기는 들어맞는다. 시도할 가치는 있었다. 이윽고 로임-벤의 지형을 떠올린다. 갈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황야로 들어서는 순간 국내를 벗어나게 된다. 당연히 허가할 수 없지만 근처에 가면 뭔가 단서가 나올지도 몰랐다.

 

 “좋습니다. 그럼 바다에서 배를 타고 황야 근처에서 내리는 걸로 하죠.”

 

 그리고 소년은 너무나도 순수하게 질문했다.

 

 “배가 뭔가요?”

 

 이제는 놀라지도 않고, 르윈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건 가면서 설명할까요?”

 

 

 

 만나기 전에 출발 준비를 마친 덕에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둘은 시가지를 지나지 않고 수도 외곽의 골목을 따라 바로 밖으로 나왔다.

 밖의 경치엔 인적이 드물어 지나가는 짐의 이야기소리만이 간혹 들려왔다. 소박하게 조경된 식물의 나열 사이 옅고 푸른 도로가 지평선으로 이어진다. 그런 한적한 길 위로 사람이나 물건을 태운 무언가들이 띄엄띄엄 사라지고 있었다.

 탈것이라 할 만한 그것들은 제각기 모습이 쉬지 않고 바뀌는데다 같은 모양도 거의 없었다. 투명한 몸체는 간혹 일부가 색으로 빛나 기관에 속도를 주거나 더디게 했다. 카모렐의 선명한 시선 옆에서 르윈이 설명해주었다.

 

 “‘사나셉’이라는 일종의 기술조형입니다. 형태가 일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타기 좋게 모습을 잡아 놓은 것들이죠.”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눈치였으나 그래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저걸 타는 건가요?”

 

 호기심으로 바라보면서도, 꺼려진다는 어조로 카모렐은 말했다. 어쩐지 시무룩해진 소년의 표정에 병사는 대답을 바꾸기로 했다. 추측하기로 그가 사나셉에 탔던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듯싶었다.

 

 “필요하다면요. 하지만 지금은 상관없어요. 타고 싶다면 타고, 그냥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여기서 항구는 그렇게까지 멀진 않거든요.”

 

 어떤 계획이라도 상관없는 건 도착하는 게 목적인 여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것이 병사의 임무며 책임이기에 이는 일로서 즐기는 여흥이었다. 선택이 어떤 것이든 따라가는 본인에게 유감은 없을 것이다.

 

 “어디를 어떻게 가도 전 좋아요. 진심입니다.”

 

 그 말에 카모렐의 낯빛이 달라졌다. 그는 점차 저편으로 작아져가는 사나셉에서 눈을 떼고는,

 

 “그럼 걸어가요.”

 

 확실하게 주장했다. 르윈은 뒤이어 웃어 보였다.

 

 “그래요.”

 

 카모렐은 천진하게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르윈이 보기에 그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소년의 첫인상은 꽤 무난했고, 지금도 이상할지언정 수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의전관으로서 판단하자면 선험자께서는 어딘가 짚이는 구석이 있으신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집행유예 같은 번거로운 조치를 취해서 내보낼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이상은 르윈이 관여할 범주가 아니었다.

 국경으로 잘린 지표 속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거면 충분했다. 고집된 자유를 정한 건 병사도 소년도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있던 낯선 이정을 어떻게 미망하더라도 이보다 나을 거라는 보장이 있었던가. 담보는 목숨이다. 가진 게 없다면 의심하면서도 나아갈 수밖에. 가진 게 있다면 버려가면서라도 나아갈 수밖에.

 희구하는 것이 여정의 본모습이라면 불완전한 영원에 조각이나마 마음을 남겨 삶을 지나가리라. 그러기 위한 여망이다. 믿는다. 주어진 것을 완벽에 견줄 때 보잘것없는 실재만이 끝내 부서질지라도.

 미묘한 유람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별다를 것 없는 여행이었다. 의미 없는 잡담과 당연한 일과들. 처음에 둘을 옥죄던 긴장감도 비교적 많이 느슨해졌고, 소년도 어느 새 훨씬 풀어진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너무 해이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평온한 노정이었다. 힘들다 싶으면 낮이건 밤이건 잠시 앉아 하늘을 바라보거나 르윈이 준비한 먹을거리를 우물거리며 쉬었다. 날이 너무 어두워지면 질 좋은 덮을 것 안에서 피로가 풀릴 때까지 늦잠을 잔다. 일어나면 날은 다시 현란한 빛 내리쬐는 낮으로 바뀌어 있다. 그런 과정만이 계속되었다.

 그동안 르윈이 알아챈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 ‘카모렐’이라는 소년은 일반상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소년이 간혹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나 말투를 쓴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할아버지의 영향이겠지만 그런 것치곤 현대어를 구사하는 데 스스러움이 없었다. 가끔 튀어나오는 특이한 말들만 제외하면 골목거리 구석에서 굴러다니는 개구쟁이들과 다를 것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소년이 말했다.

 

 “지금 가는 곳이 어디라고 했었죠?”

 

 노란 열기에 얼굴을 가까이 댄 채 그가 질문했다. 모닥불 너머의 말에 상대는 천천히 턱을 움직여 저편을 바라보았다.

 

 “해안도시 리쉬팀이요. 하루 이틀 지나면 이제 도착하겠네요.”

 

 소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체감하기에 그리 길지 않았던 이동이 이렇게 금방 끝난다는 게 놀랍고 또 의외였다. 생각은 바로 얼굴짓과 소리로 나타났다.

 

 “벌써요?”

 

 그 말과 태도에 르윈은 피식 웃었다. 웃기면서도 조금 어이가 없었다.

 

 “오래 걸린다고 좋은 건 아니라구요.”

 

 솔직히 르윈은 이제 노숙이 좀 질리는 참이었다.

 대답하고 누워 잠시 장작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른 나뭇결에 손을 짚은 불의 색이 껍질소리를 모아 화려하게 퍼져올랐다. 불꽃 뒤에 훅 끼치는 훈연된 향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조금 전 회답한 이는 어쩐지 변덕을 부리고 싶어졌다.

 

 “이런 원시적인 방법으로 여행을 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요.”

 

 너머는 재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병사의 올라간 입꼬리는 숨어 있었으나 내용은 소년에게 온전히 들려왔다. 그 문장은 음절의 높낮이를 타며 꽤나 즐거워하고 있었다. 물론 의미도 확실히 잡아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요?”

 

 흔히 있듯이 카모렐이 평범한 정보를 궁금해한다. 르윈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기술이 발달되어 있으니까 무언가 타고 가거나, 가는 곳마다 쉴 곳이 있죠. 취향에 따라 일부러 이렇게 야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횡단이나 일주를 계획한 게 아니라 단순히 이동만을 위해서라면…… 글쎄요.”

 

 “우와, 그렇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별것도 아닌 생활이지만 카모렐은 언제나 감탄했다. 그에게 문명의 일상은 호기심거리가 되는 생소한 유희였다. 그 놀이에 어울려주는 건 당연히 르윈이었고. 하지만 대화는 이걸로 끝. 오늘도 잘 때가 다가왔다. 르윈은 자리를 정리했다.

 

 “도시에 도착하면 좀 더 편할 겁니다. 아직은 이런 게 더 익숙할 뿐이겠지요. 그러니 일단 자도록 할까요.”

 

 말을 마치고 병사는 그대로 드러누웠다. 카모렐도 오래 깨어 있었다는 걸 이해했다.

 

 “아, 네.”

 

 소년도 뒤쪽에 놓인 자신의 침낭에 들어갔다. 눈을 감았지만 그다지 잠이 오지 않았다. 머지않은 곳은 항구라는 도시였다. 해안이라는 단어를 배웠지만 무엇인지 이해하지는 못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전의 이야기를 되새겼다.

 상대의 고른 숨소리가 들린다.

 저편의 불이 따뜻하게 밤의 온도를 비춘다.

 생각을 움직이는 것이 무거워져 간다.

 잠에 빠져들었다.

 

 

 

 작은 길의 마지막을 알아챈 즈음부터 처음 맡는 짭조름한 냄새가 코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서린 역풍이 소년의 얼굴에 닿아온다. 그 사이로 들어가니 입구의 팻말에 조잡하게 새겨진 낡아 가는 글씨가 보였다.

 

 ‘해안도시 리쉬팀이랍니다. 환영해요 여러분.’

 

 꽤나 오래된 물건이었다. 기둥이 삐걱대는 소리를 지나쳐 이럭저럭 쌓인 바위를 넘자, 작아져가는 돌의 반짝임 너머 하늘 끝까지 압도한 물이 생명처럼 차 있다.

 의심은 필요없었다. 해안이라는 건 모래를 덮은 무량한 물이었다. 물로 가득한 푸른 사막이다. 그날 카모렐이 만난 바다는 정숙하고, 잔잔했다. 수선스러운 물살조차 숨는 위압이 모습 이르는 곳에 가득했다. 되비친 먼빛마저 거기선 움직이지 않았다. 멈춘 것들의 축제였다. 아직 키를 세운 견고한 파도가 내려앉지 않았다. 발로 디디기엔 좀 거친 육지다.

 

 카모렐은 환희껏 소리쳤다.

 

 “우와! 바다라는 건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물이었군요!”

 

 그리고 르윈은 여러 가지로 기가 질려서 똑똑히 말했다.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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