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문자의 아이들
작가 : 뉴레기
작품등록일 : 2017.7.8

첫 번째 암흑기를 주도했던 세 명의 사이먼 중 하나인 젤브로스는 두 번째 암흑기가 도래하려하는 전란의 시기인 300년대에 모든 인과관계를 끊고 가이아드 대륙을 방황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네지라는 자의 부탁을 들어주게된다. 부탁이란 최근 도시 펠리스를 둘러싼 영악한 괴물에 대한 퇴치 의뢰였는데........

 
19
작성일 : 17-07-21 19:55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1342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높다지른 산맥은 거의 보이지 않게된 평야엔 드문드문 보이는 작은 언덕과 소규모 숲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것이 전부다. 밤은 깊어가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어둠이 칠해져있는 하늘, 주변에서 들리는 작은 풀벌레 소리, 그리고 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고있는 소리가 고요한 한야드 초원의 한복판에서 들리고 있는 지금.

 

 "에, 싫어."

 

 '공부'라는 말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마구 흔드는 루브네를 어떻게 설득해야할지 젤브로스는 난감해하고있는 중이었다.

 

 펠리스를 떠난지도 벌써 나흘이 지났고, 이제 이곳은 디엘노움 지역과 베를리 지역의 경계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 말인 즉, 지금 두 사람이 밟고있는 땅은 공화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젤브로스는 루브네를 타이르며 그녀의 옆에 쭈그려앉았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루브네를 가르쳐야했다.

 

 "이제부터 내가 널 가르칠거다 루비. 이전처럼 나쁜 사람들이 너를 데려가려할 수도 있고, 내가 그때마다 너를 완벽하게 지켜줄 것이란 보장도 어디에도 없잖니."

 

 "그래도 또 구하러와줄거잖아 응?"

 

 루브네는 아까전 언덕위에 자란 카나열매 나무에서 젤브로스가 따다준 카나열매를 씹어 오물거리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젤브로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도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루비 너에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힘이있어."

 

 "나는 약해 그리고 조그매."

 

 "작은 벌레들 중에서는 코끼리도 죽일 수 있는 맹독을 가진 것도 있단다."

 

 "내겐 독이 없는걸."

 

 "으으."

 

 젤브로스는 어떻게 설명해야 이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꼬맹이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 여러번 궁리했지만 답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루비가 자신의 힘을 컨트롤할 수 있게되면 좋으련만.'

 

 사실 루브네에게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한 것은 어디까지나 두 번째에 불과했다. 사실 젤브로스의 목적은 스스로의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해 더이상 그 이질적인 존재로 폭주하는 것을 억제하려는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이렇게 완고해서야!

 

 "이것보렴 루비. 주변을 둘러봐."

 

 주변을 손가락질 하는 젤브로스를 따라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루브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인 한야드 초원 뿐이었다.

 

 "어두워, 바람도 불고 풀벌레가 노래도 부르고 있지. 하지만 이곳은 사실 무척이나 위험한 곳이란다."

 

 "어째서?"

 

 조금전에 말한 코끼리도 죽일 수 있다는 벌레가 있는걸까? 루브네는 나름대로의 답을 내렸다.

 

 "루비는 혹시 콥서라는 괴물을 알고있니?"

 

 루브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젤브로스는 하는 수 없이 콥서의 생김새를 있는 그대로 묘사해주었다. 그러자 루브네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알아! 개구리 아저씨들. 왜 항상 개구리 처럼 폴짝 폴짝 뛰어다니는걸까? 그리고 그 아저씨들은 사람을 먹어. 시체도 먹고 동물들도 먹어. 그리고 루브네도 먹으려했어."

 

 흠, 아무래도 루비를 먹으려했다는 콥서는 되려 당한 모양이군.

 

 젤브로스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맞다고 끄덕였다.

 

 "그래, 그 개구리 아저씨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나쁜 괴물이란다. 그리고 나와 루비도 공격하겠지."

 

 "제브는 그 아저씨보다 강하잖아?"

 

 젤브로스는 여기서 약간 거짓말을 섞어보기로 했다.

 

 "아니야 루비. 그 괴물들은 아주 영리하고......또, 아주.......사나워서 나도 싸우다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단다."

 

 "헉!"

 

 거짓말은 서툴렀지만 어찌저찌 걸려든 모양이다. 루브네는 깜짝놀란 듯, 자신의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그렇기 때문에 그 괴물, 콥서들이 우리를 노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하지. 지금부터 그런 공부를 하는거야. 루비가 상처입지 않는법, 그리고 여차할 때 루비가 나를 구해줄 수 있는 법."

 

 젤브로스를 구한다.

 

 그 한 마디에 루브네의 마음이 조금 움직인다.

 

 "어떻게하면 돼?"

 

 "잘 보렴."

 

 젤브로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벌레우는 소리와 피워둔 모닥불이 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시선을 조금 둘러보면 검은 음영에 가려진 숲과 언덕들이 눈에 보였다. 콥서들이 둥지를 트기에 아주 좋은 장소들.

 

 "콥서들은 주로 단백질과 지방이 썩는 냄새에 이끌려 몰려든단다. 그리고 사람들의 땀냄새에도 이끌리지. 그녀석들은 코가 아주 좋아. 멀리서도 금새 알아차리고 사람들을 공격해."

 

 젤브로스는 아까 루브네에게 주기위해 따두었던 카나열매들을 보았다. 루브네가 실컷 먹고도 남을 만큼의 양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젤브로스는 그 중 하나를 쥐었다.

 

 "썩는 냄새는 싫어. 지독하단말이야."

 

 "바로 그거야."

 

 "헤엥?"

 

 루브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젤브로스는 씩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단백질과 지방이 썩는 냄새를 싫어해. 단백질과 지방은......음, 그러니까 고기가 상하는 냄새야."

 

 "알아! 소가 죽어서 오래지나면 파리가 꼬이는데 냄새가 아주 독해."

 

 "그게 바로 콥서들이 좋아하는 냄새란다."

 

 젤브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루브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칭찬받았다는 기분이 그녀를 기쁘게 하기라도 한 듯 루브네는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콥서들과 달리 단백질과 지방이 썩는 냄새를 싫어해. 하지만 콥서는 그 냄새들을 좋아하지. 그런데말이야 루비, 콥서들도 아주 질색하는 냄새가 있단다."

 

 "그게 뭐야?"

 

 어느샌가 젤브로스가 해주는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 루브네는 저도모르게 열중하고 있었다.

 

 "반대야. 지방과 단백질이 타는 냄새지."

 

 "타는 냄새?"

 

 젤브로스는 그러더니 손에 쥔 카나열매를 모닥불 속으로 휙 집어던졌다. 화르륵!!! 모닥불이 순간 굉장한 불꽃을 발산하며 자신에게 달려든 과일을 마구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어때 루비."

 

 "큼 큼....어라 제브 이상해. 어쩐지 맛있는 냄새가나, 고기 굽는 냄새!"

 

 어느샌가 군침을 흘리는 루브네. 젤브로스는 팔장을 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카나열매는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주를 이루고 있단다. 수분은 얼마없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열매는 보존성이 아주 좋아서 상하지를 않아. 단백질과 지방 성분 뿐 아니라 음식을 부패시키는 미생물을 스스로 죽이는 물질도 가지고 있거든. 물론 인체에는 무해하지."

 

 "응? 무슨 말이야?"

 

 "........그 과일을 태우면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단다."

 

 "아아!"

 

 루브네는 마치 시험에서 만점을 맞은 아이 처럼 기뻐했다. 공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찰나, 젤브로스가 입을 열었다.

 

 "콥서들은 이 고기굽는 냄새를 아주 아주 싫어해. 정말 근처에도 오고싶어하지 않아한단다. 그렇기 때문에 콥서들이 마을을 습격하는 일은 아주 적어. 옆에서 죽은 가축이 썩고있어도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기만 하면 일단 접근조차 않는단다."

 

 "그러니까 그 개구리 아저씨를 못오게하려면 고기를 구우면되는거야?"

 

 "어......뭐, 그렇지."

 

 아무래도 이 소녀가 단백질과 지방이 무엇인지 분간하게 하려면 나이를 조금 더 먹게해야할 듯 싶다고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어쨌든 이렇게하면 야외에서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어. 카나열매는 마을이든 도시든 상인들이 많이 파니까 알아두렴."

 

 설명을 대충 마치고 또 필요한 것들을 대충 더 알려주려고 하는데 루브네가 입을벌리며 하품을 했다. 눈물로 눈이 촉촉해지는 것을 보며 젤브로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이쯤에서 잘까. 또 다음에 이것저것 알려주마."

 

 또 다시 하품.

 젤브로스는 루브네를 안고는 모닥불 옆에 뉘어준 뒤, 얇은 삼베이불을 덮어주었다. 루브네는 몇 번 뒤척이며 젤브로스와 가벼운 잡담을 나눈 뒤 그대로 잠들었다. 그렇게 한야드 초원의 밤은 깊어갔다.

 

 다음 날.

 

 늑장을 부리는 루브네를 어떻게든 깨워 초원을 가로지르던 젤브로스는 문득 멀직이 보이는 도시의 성벽을 보고는 손가락으로 그쪽을 가리켰다.

 

 "자, 도착이다."

 

 루브네는 젤브로스가 가리킨 손가락의 궤적을 따라 도시의 성벽으로 보이는 굵고 두꺼운 벽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루브네는 성벽 말고 다른 것에 더 흥미를 보였다.

 

 "어라 제브, 저기 왠지 어두워."

 

 도시를 중심으로 넓직하게 퍼져있는 깊은 어둠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젤브로스와 루브네가 서있는 곳의 하늘과 명백하게 경계를 이루고 있는 그곳은 다른곳이 아침하늘을 밝히고 있을 때 혼자 밤하늘을 구축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하얀 쉐이크 위에 덩그러니 떨어진 작은 초콜릿 같았다.

 

 "저곳이 암흑의 도시 올라프란다."

 

 "암흑의 도시?"

 

 "그래. 저곳에는 카예프라고 불리는 종족이 살고있어. 저들은 태양을 아주 싫어해서 살고있는 땅의 하늘을 어둡게 물들인단다. 칠흑의 저주라고 불리지."

 

 "사람이 사는곳이 아닌거야?"

 

 "그건 아니란다. 쟈나티스 공화국은 네 가지 민족이 공동체를 이루어 만든 나라야. 기가민,드로킨,라마단,니그루라고 하지."

 

 "인간은 없는거네."

 

 루브네가 묻자 젤브로스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평범한 인간을 공화국에선 라마단이라 부른단다. 공화국의 언어로 '확고함'을 뜻하지."

 

 루브네는 검지손가락을 턱밑에 갖다대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젤브로스가 말한 네 가지 민족들 중 카예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네 민족은 공화국을 이루고있는 핵심적인 민족들을 꼽아 놓은 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그것보다도 더 많은 소수 민족들이 공화국의 이곳저곳에 살고있단다. 지금 저기 보이는 카예프도 그러한 소수민족들 중 하나야. 공화국의 언어로 '어둠'을 뜻한단다."

 

 쟈나티스 공화국은 방문할 기회가 많지 않아 젤브로스도 자세한 그 나라의 풍습은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단지 그곳은 공화정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을 뿐, 실질적으론 귀족세력과 평민세력이 나뉘어져 있고 공화국의 주측이 되는 네 가지 민족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아픈 내전이 역사적으로 여러번 발발했던 나라라는 것 정도가 그가 알고있는 쟈나티스 공화국이라는 나라의 전부였던 것이다.

 

 가이아드 대륙에서 가장 많은 머릿수를 자랑하는 인간. 즉, 라마단은 공화국 내에서도 가장 많은 인구층을 이루고 있어 정치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자랑하고 있는 듯 보인다. 다른 민족들 보다 부각되는 특징은 없지만 단지 그 머릿수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다른 종족들이 섣불리 건드리지 못한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기가민이다. 공화국에서 가장 뛰어난 무장을 열 명을 골랐을 때, 그 중 여덟은 기가민이라고 할 정도로 그들은 호전적이고 강인하며 거침없는 전사들로 태어난다. 생김새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동일하지만 피부색이 조금 거무틱틱하고 근육이 쉽게 발달하며 성체 고릴라와 힘겨루기를 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괴력을 자랑하지만 여성의 출산율이 매우 적어 머릿수는 네 종족들 중 가장 적다.

 

 드로킨.

 

 그들은 사랑과 우정을 고르라고 강요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오가는 감정에 쉽게 매료되는 로멘틱한 자들이다. 친구간의 우애관계, 연인과의 연애관계에 있어서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목숨을 첫 번째로 두지 않는 등, 드로킨의 결집력은 이런 전시상황 속에서도 빛을 바래지 않을 정도로 투철하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해치려한다면 이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변해 단번에 사나운 맹수로 태어날 것이다.

 

 니그루는 가이아드 대륙에 살고있는 모든 영장류 가운데 가장 시력이 발달해있다. '투시안'이라 불리는 그들의 기본 시력은 평균 20.0을 넘고 사물 뒤에 가려져있는 것들을 판별할 줄 아는 신비한 힘을 가진 자들이다. 때문에 공화국의 사냥꾼이라고도 불리는 니그루는 전시상황에서는 무서운 궁수로 탈바꿈하여 적들의 입장에선 절대로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는 자들로 분류된다고 한다.

 

 쟈나티스 공화국.

 

 50%의 라마딘과 15%의 드로킨, 17%의 니그루. 그리고 10%의 기가민들로 이루어져 있는 다민족 국가 공동체. 나머지 8%는 다른 여러개의 소수민족들이 터전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쟈나티스 공화국이라는 거대한 틀을 마음속에 지고 암묵적으로 서로 협력관계를 구축해 서로의 능력으로 서로를 도와주는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거짓된 공화정과 극심한 빈부격차가 서민과 귀족층을 나누고 있는 잔인한 도시로, 종족차별과 자민족 우수주의자들이 최고 핵심계층에 분포되어 있는 고립적인 나라다.

 

 저녁시간이 돼서야 올라프 도시 성문 앞에 설 수 있게된 젤브로스는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경비병의 어깨를 툭툭 쳐서 깨웠다. 흠칫 놀란 병사는 멍한 눈으로 젤브로스와 루브네를 번갈아보더니 재빨리 눈가를 닦았다.

 

 "아, 음. 좋은 아침."

 

 "벌써 저녁 때인데."

 

 "아, 그래? 바깥 시간은 잘 몰라서....."

 

 카예프들은 이런 어둠 속에서 사는 민족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뽀얀 피부를 갖고있었다. 정말 거짓말을 좀 섞어 말하자면 아직 앳된 루브네의 피부보다도 더 하얗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정도였다.

 

 병사는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파악하더니.

 

 "그, 그래서 무, 무슨 볼일이지?"

 

 "공화국에 입국하고 싶은데."

 

 "전시상황에 입국이라고.....? 흐음."

 

 병사는 살짝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젤브로스를 훑어보았다.

 

 "어느 나라 사람이지?.....뭐, 나랑 관계는 없지. 어쨌든 간에 이곳을 지나가려면 통행증이 필요해."

 

 눈 앞의 남자는 절대로 그런걸 가지고있을리 없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지 병사는 씩 웃으며 썩 물러가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통행증이라면 있네. 자, 여기."

 

 "허어...?"

 

 리드웨이에게서 받은 통행증을 꺼내 보여주자 병사는 그것을 받더니 잠시 훑어보았다.

 

 ".......화, 확실히. 라마단들에게 주어지는 통행증이로군. 대체 이걸 어디서 구한거지?"

 

 "그건 알필요없네."

 

 병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어디로보나 낮선 이방인을 자신의 도시에 들이는게 영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이 남자가 왔던 방향은 공화국과 왕국이 한참 격전을 벌이고 있을 디엘노움 지역 쪽이었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죽임당한 공화국 병사들에게서 통행증을 낚아왔을지.

 

 "안돼 안돼! 수상한 녀석은 들어올 수 없어."

 

 "조금전에 통행증이 있으면 들여보내 준다고 했잖소."

 

 "난 그런적 없어! 어서 돌아가! 어서!"

 

 젤브로스의 인상이 구겨졌다. 처음부터 자신과 루브네를 올라프에 들여보내줄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던 것이다.

 

 "밖에 무슨일이야?"

 

 그 때 가녀린 목소리가 성벽 위쪽에서 들려왔다. 누군가 싶은 표정의 젤브로스와는 다르게 병사는 잔뜩 굳은 얼굴이 되어 자세의 각을 잡고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앗! 네, 넵! 지금 이상한 녀석들이....! 지금 당장 쫒아내겠 습, 습니다!"

 

 말까지 더듬는 것으로 미루어보자면 꽤나 높은 사람이겠군,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마침 잘된 일이다. 이런 일은 말단보다는 윗대가리와 터놓고 이야기하는 편이 더 쉽고 빠르기 마련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숙달해있었기 때문이다.

 

 "흐응? 낮선 녀석이라고?"

 

 조금 뒤, 성벽 위에서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의 얼굴이 빼꼼 삐져나왔다. 카예프 특유의 백옥빛 피부의 아름다운 얼굴의 소녀였다. 나이는 얼추 10대 후반 쯤 되었으리라.

 

 '저런 아이가 카예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건가.'

 

 젤브로스 또한 그녀에게 약간 관심이 생겼다. 저 소녀보다는 저런 소녀가 종족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여왕벌이 될 수 있다는 이 카예프라는 종족의 사회구성이 흥미로웠을 뿐이지만.

 

 소녀는 젤브로스와 루브네의 얼굴을 보더니 약간 놀라운 듯 휘파람을 쌕 불었다.

 

 ".......호오."

 

 소녀는 기분나쁠 정도로 응큼한 표정을 짓더니 경비병을 내려다보았다.

 

 "들여보내."

 

 "예, 예에? 하자마르 아가씨 이 녀석들은 외부인으로--"

 

 "우리들도 녀석들에겐 외부인일 뿐이지."

 

 ".......아, 알았습니다."

 

 별 수 없다는 듯 경비병은 똥씹은 표정을 지으며 굳건히 닫혀있던 성문을 열어주었다. 허리 뒤쪽에 걸고있던 팔뚝 만한 열쇠를 꺼내 마찬가지로 뱀 굴 마냥 커다란 구멍에 쑤셔넣고는 돌려 꺾는 지극히 아날로그식의 방법이었다.

 

 "에잇! 들어가!"

 

 뭔가 분하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젤브로스는 신경쓰지 않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옆에서 작은 숙녀 루브네가 일그러진 얼굴의 병사에게 혓바닥을 삐쭉 내밀었다. 덕분에 안그래도 초가상이었던 병사의 얼굴이 몰라볼정도로 일그러졌다.

 

 "어서와 암흑의 도시 올라프에."

 

 "흠."

 

 성안에 들어서자 마자 언제부터 알고지냈다는 듯 친한척 하며 다가오는 소녀가 젤브로스의 옆에 짝 달라붙었다.

 

 "난 하자마르 간 이라고해. 카예프 부족의 르칸인 하자마르 한의 외동딸이지."

 

 "그렇군."

 

 젤브로스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즉, 지금 자신의 옆에서 측은덕 거리는 이 건방진 계집애는 카예프 부족장의 딸, 풀어서 말하면 공주라는 뜻이었다.

 

 "역시 아버지의 점술이 맞았어. 거상의 위에 서기 위해 공화국의 수도 율레무어로 향하는 두 명의 사이먼! 정말 낭만적이야."

 

 젤브로스는 자신과, 이 소녀가 사이먼인 것을 간파한 하자마르 간이라는 소녀에 대해 그다지 놀란 기색은 없는 듯 보였다. 다만.

 

 "......점이라고?"

 

 별로 그는 자신이 사이먼임을 숨기기 위해 손등 위를 가리거나 하는 수작은 부리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루브네의 경우엔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

 

 "이 문장의 의미를 아는건가."

 

 "아니, 전혀 몰라. 단지 신탁에서 그렇게 나왔을 뿐이야."

 

 "신탁?"

 

 젤브로스는 약간 씁슬한 표정을 지었다. 겨우 미신적 주술 따위에 자신과 루브네의 정체가 간파되었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뭐, 하지만 이야기는 빠르겠군. 맞아 나는 지금 율레무어로 가는 중이다. 이곳은 다리에 지나지 않지. 쓸데없는 일에 얽메일 필요없이 무념무상으로 지나갈 뿐인 다리."

 

 "아하하! 말 재미있게 잘하네 당신."

 

 어쩐지 루브네의 표정이 아까부터 좋지 않다. 왜지?

 

 "뭐, 그래도 차 한잔 정도는 하고 가라구! 분명 아버지도 반갑게 맞아주실거야."

 

 꽤나 쓸데없는 오지랖이 강한 소녀군,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입고있는 옷은 가슴과 고간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얇은 하늘색 옷으로 옷의 형태를 갖추고있다기 보다는 그냥 몸에 천을 둘둘 감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희고 뽀얀 다리와 팔, 쇄골과 치골 어깨, 등에는 알 수 없는 주술적인 문신이 가득했고 그것은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목에는 동물의 뼈로 만든 듯한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카예프라는 종족이 독특하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정말로 이렇게 토속신앙에 열을 올리고 있을 줄은 몰랐군.'

 

 아까 말했던 점이니 신탁이니 했던 것도 그렇고 괜히 쓸데없는 일에 엮였다간 골치아픈 일에 휩싸일것같은 불안감이 휩쓴다. 종교에 열정적인 광신도를 적으로 돌렸을 때 얼마나 커다란 집착과 광기가 등 뒤를 쫒아다니는지 그는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야."

 

 별로 하자마르 간을 따라갈 생각은 없었다. 젤브로스는 그저 지도에 적혀있는 대로 율레무어가 있는 남동 쪽으로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올라프를 빠져나가는 성문도 그쪽에 있을게 뻔하니까. 저 하자마르 간이라는 소녀가 멋대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취락같은 곳은 방문할 생각도, 찾아갈 생각도 전혀 없었다.

 

 에휴.

 

 젤브로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결국 자기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법이다.

 

 "밖이 많이 시끄럽구나 간. 무슨 일이냐."

 

 "아버지! 이것봐, 점술사 오빠의 말이 맞았어!"

 

 젤브로스를 삿대질하며 취락에서 방금 나온 백발의 중년 남성에게 괙 괙 소리지르기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총이 젤브로스와 루브네에게 쏠렸다.

 

 "저기 제브. 저 사람은 왜저리 호들갑이야?"

 

 "글쎄."

 

 평소에는 가만히 있던 루브네도 한 소리 거들었다.

 

 "흐음, 저 둘이......"

 

 아버지라 하면 저 남자의 이름은 하자마르 한일 터였다. 아마 이 부족의 최고 지도자를 맡은 '르칸'의 위치에 올라있을테지.

 

 젤브로스는 민망할 정도로 노출이 심한 하자마르 간과는 다르게 얼굴을 제외하곤 온 몸을 흰 천으로 꽁꽁 싸맨 하자마르 한의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여름은 지나지 않았는데 저러면 집 안에서도 쪄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 게다가 안그래도 뽀얀 피부를 가진 카예프 족인데도 불구하고 머리도 백발이고 몸에 두르고있는 옷도 흰색이라 도대체가 뭐가 피부고 뭐가 옷감이고 뭐가 머리카락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조금 형태가 불규칙한 솜뭉치를 보는 기분이었다.

 

 "안으로 들어오게."

 

 "아니 이봐 잠깐."

 

 젤브로스의 의사를 무시하고는 멋대로 다시 취락으로 들어가는 하자마르 한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는 젤브로스. 곧 이어 빨리 들어오라는 듯 손짓해대는 하자마르 간의 태평스런 얼굴을 보고는 지쳤다는 듯 머리를 북북 긁는다.

 

 "저 여자 마음에 안들어."

 

 "......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루브네가 아까부터 자신의 몸에 바짝 밀착해 있던것 같음을 느끼며 젤브로스는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수없이 취락 안으로 들어간 젤브로스는 문득 코를 찌를 듯 시큼한 냄새 탓에 인상을 찡그리고 말았다. 콥서가 먹다버린 시체에 파리가 까놓은 알에서 부화한 구더기가 시체를 파먹고 다시 토해낸 징그러운 액체를 맡는 듯한 비릿하고 시큼한데 썩는 내 까지 섞인 환상적인 냄새로 젤브로스가 살아온 긴 인생 속에서도 둘 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더러운 악취였다.

 

 "웁스."

 

 젤브로스는 노골적으로 코를 막으며 하자마르 간을 쳐다보았다. 그 녀석은 이런 냄새가 아주 익숙한 모양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앉게."

 

 간의 아버지 한이 젤브로스에게 원형 탁자 옆에 놓인 나무 의자를 권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던 젤브로스는 일단 루브네의 얼굴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루브네 역시 금방이라도 바닥에 토사물을 쏟아낼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있었다.

 

 "허허, 역시 이능의 존재에겐 버거운가 보군."

 

 "뭐?"

 

 간과 마찬가지로 이런 악독한 냄새 속에서도 태연한, 아니 애초에 그곳이 집이랍시고 살고있는 하자마르 한을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본 젤브로스가 말도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이죽거렸다. 그러자 간은 싱긋 웃으며 손뼉을 탁! 쳤다.

 

 그러자.

 

 그렇게나 지독했던 냄새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후후, 그리 놀라지 말게. '영식'이라는 것이네."

 

 하자마르 한은 부엌으로 보이는 곳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잔 두 개를 들고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따뜻하게 뎁힌 우유일세. 성장기의 어린아이한테 무척이나 좋지."

 

 싱긋 웃는 한의 얼굴은 루브네에게 향해있었다.

 

 젤브로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영식이라고? 이게 다 무슨 농간이지?"

 

 "사납군 사나워, 그리 난폭하게 굴지 않아도 알려줄텐데."

 

 하자마르 한은 젤브로스가 먼저 앉기를 기다린 후에야 착석했다.

 

 "영식이란 우리 카예프 족의 르칸 일족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주술일세.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새까만 올라프의 하늘은 보았을테지?"

 

 "완전 새카맸어! 하늘에 먹물을 뿌려놓은것 같이!"

 

 루브네가 말했다.

 

 "후후,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로군. 이 아이는 어떻게 만난거지?"

 

 "알필요없어."

 

 "하, 그렇겠지."

 

 하자마르 한은 테이블에 턱을 괴고는 긴 하품을 내뱉었다.

 

 "아, 미안하군. 항상 이런 어둠속에서 살다보니 자고있을 때와 깨어있을 때를 구분하지 못한다네. 언제가 낮이고 언제가 밤인지 알지 못하니까."

 

 "시덥잖은 소리는 됐어. 우리는 갈길을 갈 뿐이야."

 

 젤브로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하자마르 한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우리 카예프 족에 대해서 아는바는 별로 없는 모양이로군."

 

 더이상 들을 말이 없다는 듯 루브네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하는데.

 

 "우리가 섬기는 신의 이름은 시엘일세."

 

 그 말 한 마디가 젤브로스를 멈추게 만들었다.

 

 "시엘이라고?"

 

 하자마르 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우리 부족이 사용하는 주술은 자네와 같은 사이먼이 사용하는 성흔과 비교적 레퍼토리가 비슷하다네. 마나라는 것은 르칸의 몸 속에도 흐르니까."

 

 그러고보니 아까 점이니 신탁이니 뭐니 지껄였을 터였다. 젤브로스는 미심쩍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지? 날 이곳에 불러앉힌 이유를 말해봐."

 

 "자네의 소문은 익히 들어알고있네. 시엘의 자손이여."

 

 젤브로스는 귀찮다는 듯 혀를 찼다. 네지도 자신의 정체를 금방 밝혀냈지만 이 남자는 어쩐지 마스터 티어 용병인 '전귀' 젤브로스가 아닌 '시엘의 자손' 젤브로스를 기억하는 모양이었던 것이다. 뭐든 간에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문자와 관련된 인물과 엮이는건 최대한 피하고 싶은 그였다.

 

 "단도직입 적으로 말해두지. 신은 두 명의 자손을 두지 않는다네."

 

 하자마르 한의 표정은 조금 전부터 몹시 어두워져있었다. 허허 후후 웃던 웃음기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젤브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저 아이도 시엘의 문자를 몸에 지니고 있음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어. 마력이란 원래 신들의 소유물. 우리는 그것을 그저 빌린것에 지나지 않아."

 

 하자마르 한은 손바닥을 펼쳤다. 이글거리는 불꽃이 그의 손바닥 위에 작게 피워졌다.

 

 "방황하던 신의 자손이 갈피를 잡고 올라프에 방문할 것이라는 신탁을 지난주에 받았네. 시엘은 모든것을 알고있지. 신비와 경이로움으로 가득찬 생물의 육체라는 것을 직접 만드셨던 그분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

 

 "충고하고 싶은건가? 내 마력은 어차피 그 시엘이란 녀석에게 빌린것 뿐이니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그러나 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엘은 자신의 마력을 빌려간 자가 생명이 다할 때 까지는 마력을 돌려받지 않는다네. 그러니 그 점은 걱정할 필요없지. 다만 자네가 걱정해야 할것은 따로있네."

 

 한은 몸을 젤브로스 쪽으로 조금 내밀며 날카롭게 말했다.

 

 "자네는 표적이 되었어."

 

 "뭐라....?"

 

 한의 표정이 무섭기라도 한건지 루브네가 젤브로스의 옷깃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한의 시선이 루브네에게 향했다.

 

 "정확히는 저 아이를 손에 넣기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할 '벽'으로서 당신을 노리고 있는게지."

 

 "닥쳐."

 

 아버지에게 욕설을 내뱉은 젤브로스를 보며 하자마르 간이 놀란듯 입을 뻐끔거렸다.

 

 "시엘은 알려줬네. 자네와 저 아이에 대한 것을 말이야. 우리는 시엘과 관련있지 않은 자들에게 우리가 섬기는 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는다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가족이 눈앞에서 살해당해도 말일세. 그것이 시엘을 받드는 우리 카예프들의 숙명과 같은 것이니까."

 

 "그렇다면 그 숙명을 앞으로도 고이 간직해두시라고. 난 떠날테니."

 

 이번엔 정말로 젤브로스는 루브네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는 눈 앞의 남자가 뭐라 지껄이든 듣지 않을 작정이었다.

 

 하자마르 한도 그것을 눈치챈 것인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난 그저 전달해야만 하네."

 

 그리고는 목에 건 목걸이를 빼들어 젤브로스에게 보여주었다. 짐승의 뼈로 만든 듯한 그것이 짤랑 소리를 내며 젤브로스의 이목을 끌었다.

 

 "이것은 르칸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보구일세. 시엘의 신탁을 받기 위해선 이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그런데 최근들어 이것을 노리는 자가 올라프 등지에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네."

 

 "아, 그러셔 잘 지켜보라구."

 

 "아마 자네들은 그것을 오버로드라고 부른다지?"

 

 "......."

 

 젤브로스는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뒤돌아서고 말았다.

 

 "오버로드라고? 그 이름이 너같은 일반인의 입에서 오르내릴 정도로 흔한 어중이 떠중이들인줄 아나?"

 

 "후후, 관심을 드러내는군."

 

 "이봐, 너. 시비걸 작정이라면 상대를 잘못골랐어."

 

 하자마르 한은 젤브로스의 화난 표정이 전혀 무섭지 않은가본지 손을 내저으며 말을 계속했다.

 

 "좋네. 백번 듣는 설명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쓴법이지. 자네라면 견딜 수 있는 시련을 내주겠어."

 

 젤브로스는 참을 수 없어졌는지 한의 멱살을 붙잡았다.

 

 "아버지!"

 

 "제, 제브....?!"

 

 양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하자마르 한은 매우 담담했다. 눈앞에 서있는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알고있는게 맞는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한은 말했다.

 

 "자네는 반드시 돌아오게 될거야."

 

 "그 때가 바로 네놈의 기일이 될거야.."

 

 "과연."

 

 콰당!

 

 한을 패대기 치자 기침을 쿨럭이며 괴로워 하는 하자마르 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한 듯한 표정이었다. 젤브로스는 여전히 씩씩거리며 아버지를 걱정하는 하자마르 간의 목소리는 귓전에도 들려오지 않는지 그대로 루브네의 손을 붙잡고 취락을 나가버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Final 2017 / 7 / 21 287 0 16192   
19 19 2017 / 7 / 21 263 0 13424   
18 18 2017 / 7 / 21 287 0 7013   
17 17 2017 / 7 / 21 283 0 4206   
16 16 2017 / 7 / 21 297 0 5308   
15 15 2017 / 7 / 21 279 0 7248   
14 14 2017 / 7 / 21 282 0 21031   
13 13 2017 / 7 / 21 276 0 7285   
12 12 2017 / 7 / 21 287 0 5487   
11 11 2017 / 7 / 21 296 0 7264   
10 10 2017 / 7 / 18 274 0 5897   
9 9 2017 / 7 / 18 311 0 5199   
8 8 2017 / 7 / 18 304 0 4321   
7 7 2017 / 7 / 18 295 0 4836   
6 6 2017 / 7 / 16 301 0 4109   
5 5 2017 / 7 / 16 307 0 6573   
4 4 2017 / 7 / 14 310 0 4637   
3 3 2017 / 7 / 13 299 0 10038   
2 2 2017 / 7 / 10 277 0 15848   
1 1 2017 / 7 / 8 494 0 1412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로드 오브 판타
뉴레기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