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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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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19 화
작성일 : 16-08-19 15:11     조회 : 557     추천 : 0     분량 : 12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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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7년 9월 27일 08:00

 청진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청진의 가을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서 벌써 새벽 물안개는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

 유상열은 군복 깃을 올려 세우며 고착되어 버린 전선을 차근차근 돌아보았다.

 날이 더 추워져 첫눈이 내리기 전에 러시아군을 국경 밖으로 밀어내야 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쌍방 모두 더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고 가뜩이나 눈이 많은 지역이어서 자칫하면 전선이 고착된 상태에서 겨울을 보내야 할 것이었다.

 그의 눈에는 초조감이 서려 있었다.

 일본군은 내일 정도부터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니 논외였다. 문제는 눈앞의 러시아 극동군 4, 5군단이었다.

 오늘 오후에 제1함대가 도착할 예정이라 큰 시름은 던 상황, 단시간 내에 크게 한번 밀어내기를 하고 나진이나 웅기 정도에서 뤼순의 러시아군 포로를 빌미로 휴전을 하자고 하면 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억울하지만 내년에 군을 정비한 후에 복수를 하면 될 것이었다.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한 그는 이제까지 못 잔 잠을 보충할 생각으로 군단사령부로 걷기 시작했다.

 

 포병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장갑차 부대도 공격을 위한 위치와 진격로를 선택했다.

 제1함대는 북해도 전대와 합류하여 연진에서부터 해안을 따라 전진하는 아군과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직승 수송기 4대는 전선통제를 위한 통제기로 2대씩 교대로 사용하고 포병과 대한-1공격기, 해군의 함포를 모조리 동원해서 차근차근 청소를 하면서 밀어낼 생각이었다.

 함포지원이 어려운 지역은 직승공격기를 동원하기로 했다.

 쌍연산을 넘으면 나진까지는 평야지대이니 다시 장갑차에 타고 공격의 선두에 설 생각, 한영태 소장을 직승 수송기에 태워 전선을 통제하고 명령을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무슨 짓을 해서든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황제의 깃발과 함께 선두에 서고 싶었다.

 작전개시는 익일 05시, 작전은 모두 결정했고 결행만 남았다.

 모두들 최대한 빨리 준비를 마치고 일찌감치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각자의 막사로 돌아갔다.

 유상열은 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자신의 막사로 돌아왔으나 막상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잠이 오질 않았다.

 야전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막사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 석탄난로를 헤집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전투다. 지난 요동과 의주의 전투가 생각나고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다녔다.

 ‘그녀의 말처럼 나는 이미 10만이 넘는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되겠지……. 군인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죽고 정말 내세가 있어 염라대왕이 있다면 내게 염라대왕은 뭐라고 할까? 죽일놈? 악마? 전쟁에 미친 싸이코? 후후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검은 막대기로 헤집던 석탄 난로에서 붉은 재가 떠올랐다.

 문득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날렵한 체구의 실루엣이 등 뒤에 서 있었다.

 그녀겠지…….

 “대위, 왜 쉬지 않고요.”

 “…….”

 잠시 대답 없이 서 있던 그녀가 무너지듯 안겨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나신이 격렬하게 떨고 있었다.

 

 1897년 9월 28일 05:50

 청진

 

 조금씩 하늘빛이 밝아졌다. 멀리 포성이 들리고 러시아군 진영에서 폭발하는 붉은 빛이 산자락에 걸린 구름들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른 새벽 쌍연산 줄기로부터 터지기 시작한 붉은 빛은 이제 고말반도의 북쪽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융단 폭격이었다.

 800문이 넘는 야포와 박격포가 총동원된 포격은 청진 북쪽의 러시아군 11, 13사단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하고 있었다.

 시계 확보가 안 되는 야간에 정교한 포격을 당하는 것은 이 시대의 군인들에게는 생소한 일이겠지만 아군의 입장에서는 화집점을 미리 정해놓은 사격인데다 아예 마음먹고 초토화 작전으로 가고 있으니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유상열은 또다시 자신의 장갑차 포탑에 앉았다. 이번이 이 전쟁의 마지막 돌격이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자신의 뒤쪽으로는 150대의 장갑차가 횡대로 정렬하고 사이사이에 중기관총이 거치된 장갑보병차량이 배치되어 뒤따라 올 보병들을 선도 할 것이었다.

 친위군 1, 2, 3사단 전원이 모였다. 사실 기계화 보병사단이라고 해야 할 강력한 부대, 단위부대 전력으로는 이 시대 최강의 화력과 방어력이었다.

 끊이지 않을 것 같던 포격이 갑자기 멎었다.

 “친위군!”

 “우와!”

 요동벌을 뒤덮던 함성이 제국의 동북東北, 고말반도에 다시 힘차게 울려 퍼졌다.

 “러시아의 개들을 제국의 영토에서 몰아낸다! 그리고 북으로 갈 것이다! 함께 가자! 지옥까지!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장갑차장들의 사력을 다한 복창소리와 함께 300대가 넘는 K200장갑차와 킬로미터420이 새벽의 여명을 뚫고 고말반도의 저지대를 향해 일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훗날 건원제의 입에 ‘전신파천戰神破天’이라며 두고두고 회자되는 청진에서 나진까지의 장장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폭풍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1897년 9월 28일 07:55

 연진 남쪽 5킬로미터

 

 이재욱 대위는 보병 전투차 포탑 위에서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넓은 평야지대를 횡대로 가로지르는 친위군의 전방으로 포병의 지원사격과 해군의 함포가 끊임없이 작렬했고 머리 위에는 직승공격기(아파치)가 하늘을 검게 가리고 지원사격을 하며 떠 있었다.

 융단폭격이나 다름없던 그 많은 포격과 공습에도 러시아군은 개미 떼처럼 수성평야에 깔려 있었고 또 끝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젠장! 도대체 전부 어디 숨어 있다가 기어 나오는 거냐? 이거 땅이 아예 회색이잖아!”

 “낸들 알겠수? 잔소리 말고 쏘기나 해요. 차장나리!”

 “나리? 잔소리? 강 상병 너 이따 나 좀 보자. 전투 끝나고 팔다리 멀쩡하면 단둘이 조용히 시간 좀 갖자.”

 “전 남색은 취미 없는데요, 대위님?”

 입으로는 악의 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지만 이재욱의 얼굴은 흥분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기관포의 손잡이를 잡은 손이 힘에 부쳐 떨려올 즈음 연진의 시가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러시아군 선봉 부대인 11, 12, 13사단을 돌파한 것이었다.

 

 극동군 5군단 사령관 페트로스크 준장은 나진으로 후퇴하는 군마 위에서 허탈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대한제국군 사령관이라는 자와 친위군이 나타나자마자 파죽지세로 몰아붙이던 전선이 순식간에 고착되어 버렸고 도착한 지 단 며칠 만에 전 전선이 돌파당하며 일부 병력만으로 나진의 4군단 주둔지로 도망치듯 후퇴를 하고 있었다.

 대한제국군 내에서는 전신戰神이라 불린다 해서 대단하리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겨우 3만 남짓인 병력으로 10만이 넘어가는 세계 최강 러시아제국 육군을 이렇게 밀어붙이다니…….

 거기다 무슨 놈의 신무기는 그렇게 많은지 비행기에 철갑기관차에 상상을 초월하는 무기들이 줄을 이었다.

 포병의 훈련을 어떻게 시켰는지 아군 야포와 병력 집결지만을 정확하게 타격하고 있으니 뭘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더구나 새벽의 포격은 오로지 포격만으로 11사단을 괴멸시켜 버렸다.

 ‘젠장! 내 꼴이 이렇게 될 줄이야. 4군단 넬친스 준장이 무척이나 고소하게 생각하겠구먼. 빌어먹을! 귀신같은 놈…….’

 대한제국 친위군 사령관이란 자의 욕을 더 하고 싶었으나 페트로스크는 급히 말에서 내려 북쪽의 숲으로 죽을힘을 다해 뛰어야 했다.

 후퇴하는 러시아군 상공으로 은색 비행체들이 낮게 저공비행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먼지구름이 터지고 병사들의 시신이 잇달아 공중으로 떠올랐다.

 줄줄이 쏟아지는 기관총탄에 나란히 달리던 수십 명의 사지가 한꺼번에 찢겨져 나갔다. 나진까지의 퇴로가 멀고도 험할 것 같았다.

 

 연진에서 진격을 멈춘 친위군은 탑승한 상태로 주먹밥을 씹으며 휴식에 들어갔다.

 새벽부터 계속된 전투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시장기가 몰려와 나직한 산그늘을 찾은 것, 휴식을 겸한 식사를 하면서 포로와 잔류 러시아군의 처리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 보병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이제 나진은 얼마 남지 않았고 한 번만 더 밀어 붙이면 국경 밖으로 밀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러시아 극동군 4군단이 아직도 건재한 상태로 버티고 있으니 당분간은 접전이 될 것이었다. 직승기 부대는 보급과 휴식을 위해 청진으로 돌아갔다.

 흑차를 챙겨온 이민숙이 따뜻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상공, 그대로 밀어붙이실 건가요?”

 “그래요. 잘 하면 내일 안으로 나진을 수복할 수 있을 겁니다. 20~30킬로미터만 더 전진하면 포병이 직접 나진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가 됩니다. 사실 거기까지는 러시아군이 거의 없는 상태이니 전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고, 대충 16시 경부터 나진에 대한 포격과 공습을 진행하면서 상황 봐서 야습을 하거나 아니면 밤새 포격을 한 뒤, 새벽에 전면적으로 공격을 할 생각이에요. 그래야 일본군이 국경을 넘기 전에 러시아군을 밀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내일이면 이 지겨운 전쟁도 끝을 보는 거군요.”

 “며칠 더 걸리겠지만 큰 싸움은 끝난다고 봐야지요.”

 백사봉 기슭을 끼고 대한-1공격기 40여 대가 다시 나진을 향한 저공비행을 시작했다.

 단풍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인 백사봉과 은빛의 대한-1공격기가 어우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였다. 전쟁은 그렇게 그 뒷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1897년 9월 28일 15:00

 블라디보스톡 남쪽 55킬로미터

 일본 관동군 주둔지

 

 수만의 병사들이 고열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환자들의 몸에 시커먼 반점까지 생겨서 의사들조차 가까이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관동군 지휘부는 당장 어제 오후부터 이동을 중지하고 전염병의 원인 파악에 들어갔으나 병명 자체를 아예 확인하지 못했다.

 종군 의사들은 그저 전염성 급성 피부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3만 이상이 한꺼번에 감염된 피부염인데다가 심한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서 부대는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환자가 발생하는 즉시 격리하도록 조치는 했지만 감염자의 숫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고 감염되지 않은 병사들도 감염된 병사들의 시커멓게 죽어가는 피부를 보고 공포에 질려 있었다.

 이래서는 전쟁을 치를 수 없었다.

 ‘제기랄! 어떻게 건너온 대륙인데…… 이게 무슨 꼴이냐! 러시아 놈들한테 굽실거려가며 건너와서 싸움 한번 해 보지 못하고 병력의 반을 잃어버릴 판이니……. 치료방법도 없이 이 많은 수하들을 다 죽여야 한단 말인가? 젠장! 젠장!’

 이틀 남짓 고민을 거듭한 노기 마레스케는 결국 전군의 이동을 중지시키는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겐조. 뒤따르는 병력은 어디에 있나?”

 “20킬로미터 정도 후방에서 전진 중입니다.”

 “이동을 중지시켜라. 전염병의 원인 파악이 되지 않은 이상 더 무리할 수는 없다. 현 위치를 고수하면서 전염병을 진정시키는데 전력을 다하라고 해라. 제기랄!”

 명령을 내리고 돌아서는 노기 마레스케의 입술이 심하게 비틀렸다.

 

 

 1897년 9월 29일 10:00

 러시아, 라트비아

 서부 리예파야항港

 

 Z.P.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은 발틱함대가 발트해海로 전부 빠져나오자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의 기함 장갑순양함 보로디아의 함교에서 기세 좋게 출발을 명령했다.

 목적지는 지구 반대편 동양의 작은 나라.

 장갑순양함 보로디아는 만재수량 1만5천 톤급의 거함으로 최고속도 18노트에 회전이 가능한 12인치 주포를 전후에 2문씩 장착하고 6인치 부포 12문을 장착한 제정 러시아의 최신예 함이었다.

 길이만 190미터에 달하는 회색 선체 중앙은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거대한 증기 굴뚝 3개가 자리를 잡았고 순항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설치한 마스트 꼭대기에서는 마스러시아 국기인 삼색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마스트의 삼색기를 잠시 바라본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은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채, 발트해의 아름다운 해변으로 눈을 돌렸다.

 9개월이 넘게 걸릴 긴 항해의 시작이었다.

 차르 황제는 극동함대의 전멸과 로마노프 중장의 전사 소식을 듣고 불같이 분노했다.

 그리고 결론은 당연히 라트비아 발틱함대의 동양 원정이었다.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을 사령관으로 전함 8척을 비롯한 각종 전투함정 34척에 공작선, 병원선 등 38척의 보조함정을 딸려 급거 출정시킨 것이었다.

 함대구성은 기함 순양함 보로디아를 필두로 지노비 페트로비치 소장의 1전대에 전함 수바로프, 알렉산더, 보로디노, 오렐. 2전대 포커상 제독의 전함 오슬리아비아, 시소이벨시커, 장갑순양함 나바로, 나키모프. 그리고 네보카토프 소장의 3전대는 방호순양함 니콜라이 1세, 우샤코프, 알트로스 등으로 구성된, 명실 공히 러시아 최강의 함대였다.

 1905년, 러일전쟁을 전쟁을 치르면서 장시간의 험한 항해의 끝에서 일본 연합함대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의 매복을 만나 쓰시마 해전에서 전멸하는 함대였으나 바뀐 역사의 흐름으로 7년이나 빨리 함대의 최후를 향해 출항하고 있었다.

 극동함대와 발틱함대, 극동군 25만을 한꺼번에 잃게 되는 이 원정으로 인해 제정 러시아는 향후 군대의 대규모 반란과 폭동을 겪으면서 결국 차르 황실의 몰락으로 치닫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출항하는 발틱함대의 위용은 자못 위풍당당했다.

 전쟁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1897년 9월 29일 10:05

 나진

 

 나진의 러시아 극동군 4군단의 저항은 격렬했다.

 끝없는 포격과 공습에도 꾸준히 야포의 반격이 날아왔고 나진으로 진입할 수 있는 모든 고지와 계곡은 사단병력 이상이 배치되어 접근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유상열은 당일 새벽으로 예정했던 공격을 일단 보류하기로 하고 직승기들을 전부 띄워 다시 러시아군의 상황을 파악했다.

 아직도 총 병력은 7만을 상회했고 산악지역이라 장갑차부대의 접근도 쉽지 않았다.

 워낙 좁은 지역에 대군이 몰려 있는 상황이라 포격에 심한 피해를 입을 것인데도 물러설 기미는 전혀 없었다.

 ‘거참 현대전에서 저렇게 몰려 있다가는 1시간도 못 버티고 몰살일 텐데 저러고 그냥 버티니 원…. 불문곡직 밀어붙이자니 아군 피해가 너무 클 것 같고…. 그냥 하루 종일 포격과 폭격을 집중해서 얼마나 버티나 한번 보자. 힘들면 나오겠지.’

 “이헌우 대위, 전 부대에 참호를 구축하라고 해라. 안 나오면 나오게 해야지. 기다리자.”

 부관인 이헌우가 뒤뚱뒤뚱 무전기 쪽으로 달려가자 그는 웃음을 머금었다.

 이헌우는 출정 직전에 소원이던 송 나인이라는 궁녀와 혼인하여 경성에 조그만 기와집을 얻고 살림을 차렸다.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었다. 남편의 출전에 울먹이던 어린 아내를 다독거리느라 진땀을 빼던 모습도 생각났다.

 ‘그나저나 나도 엊그제 일까지 저질렀으니 이 전쟁이 끝나면 혼인을 해야 할 모양인데, 가진 게 불알 두 쪽밖에 없으니 어디서 살림을 하지? 그냥 비각에다 살림을 차려? 후후. 걱정이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유상열은 멀리서 다가오는 이민숙의 눈치를 보다가 풀밭에 벌렁 누워 버렸다. 눈앞에 파란 가을 하늘이 쏟아져 내렸다.

 

 이틀 동안 계속된 포격과 폭격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러시아 극동군 4군단은 9월 30일 새벽, 마침내 후퇴를 결행했다.

 이제는 대한제국군도 5만 병력이 넘어가 병력도 비슷해졌고 포병이 사라진 상황에서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하는 건 누가 봐도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였다.

 2개 사단의 옥쇄조가 남아 군단의 후퇴를 위한 마지막 저항을 하고 4만이 조금 넘는 병력이 100여 문의 야포와 수많은 장비들을 남겨두고 국경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러전쟁 개전 30일 만의 일이었다.

 후퇴하는 러시아군을 추격하며 공습과 함포사격으로 최대한의 피해를 강요한 탓에 살아서 국경을 넘은 병력은 3만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해주의 10월은 보급품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러시아군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귀로의 일본 관동군지역을 통과하면서 피부형 탄저까지 기승을 부려 실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병력은 겨우 1만8천에 불과했다.

 불과 한 달 동안, 러시아는 극동주둔 태평양함대와 최강이었던 극동 육군을 모두 잃어버린 셈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내년 대한제국의 보복 공격을 걱정해야만 했다. 잠시의 평화와 함께 연해주에 겨울이 다가왔다.

 

 1897년 10월 20일 09:20

 제물포

 

 러시아군은 적은 병력이나마 퇴각에 성공했지만 일본군은 연해주 자르비노 북쪽에 고착되어버렸다.

 환자들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을 터, 추운 연해주의 겨울을 견디려면 엄청난 희생이 나올 것이었다.

 벌써부터 쌓이는 눈은 부대의 이동을 철저히 막아줄 것이어서 제국군은 현지 거주자를 위주로 한 최소한의 수비 병력만을 남기고 경성으로의 철군을 단행했다.

 내년 봄에 다시 올 것이었다. 보복은 그때 생각하기로 했다.

 나진은 피아간의 포격으로 외곽지역의 민가들은 거의 폐허가 되어 있었고, 추수를 앞에 두었던 소규모 논밭의 작물들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결국 민간인들의 겨울나기가 문제가 되어 군의 막사들을 민간에 내어주고 충분한 식량과 모포 등 가재도구를 지급해서 월동을 지원했다.

 현지 관아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식량을 아끼지 않았지만 겨울나기는 여전히 힘들어보였다. 언제나 전쟁은 민간인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대한제국군 전사 9,615, 부상 14,904. 러시아군 전사 약 173,000, 포로 43,118.

 엄청난 전과를 올린 승전이었지만 그래도 아군 피해는 뼈아팠다. 1만에 가까운 아군이 전사했다. 모두들 가족이 있고 친지가 있었을 것이었다.

 제물포로 돌아오는 수송선에서 유상열은 골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었다. 아군의 전사 소식을 그 가족에게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부터가 큰 걱정이었다.

 그나마 친위군은 부상 615명으로 전사자는 없었고 대부분의 부상이 초기에 동부전선에 투입되었던 1사단 1연대 1, 2대대에서 나왔다.

 러시아군의 총기가 4조 우선이나 6조 우선이었으면 전사자가 상당히 나왔을 것이었으나 아직 그런 총기가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제물포에 부대가 상륙을 시작하자 항구에 나와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황제폐하 만세’와 ‘유상열 장군’을 연호하고 있었다.

 아마도 국가적 영웅이 필요했던 임헌수 수상과 강인호 제독의 농간일 것이나 자신을 연호하고 있는 수만의 사람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나쁘지만도 않았다.

 곧바로 부대를 정리하고 경성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연도의 수많은 백성들은 그가 지나가자 황제를 대하는 것처럼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존경의 표시이리라……. 그도 머리를 숙였다.

 

 1897년 10월 21일 09:00

 경복궁 대전

 

 은행잎이 온 경복궁을 노랗게 바꾸어 버린 대전 앞에 친위 육군 지휘부와 친위해군 지휘부, 중앙육군 지휘부가 정렬했다.

 “황제 폐하를 향해, 받들어총!”

 “충―성!”

 힘찬 구호가 울려 퍼지고 유상열이 정북대원수의 깃발을 들고 건원제의 앞으로 나섰다.

 솔기가 터지고 총알자국과 핏자국이 엉겨 붙어 제 색깔을 잃어버린 깃발은 깨끗이 세탁되었어도 ‘대한제국 정북대원수 대장 유상열’이라는 글자만 어렵사리 알아볼 수 있었다.

 건원제가 환하게 웃었다.

 “수고하셨소이다. 대장군. 대장군이 무사히 돌아와주어 짐은 고맙기 그지없소. 정말 수고가 많았소.”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유상열이 깃발을 건원제에게 바치자 건원제는 내관에게 깃발을 높이 들도록 하고 친위군, 중앙육군과 대신들을 하나씩 돌아보며 힘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늘 짐은! 대한제국이 사해에 우뚝 선 강국임을 만방에 알리고 돌아온 귀관들을 진심으로 환영하오! 귀관들의 그간의 노고에 충심으로 감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강건한 모습으로 돌아와 주어 정말 고맙소. 유공자에게는 포상이 있을 것이며 유공자의 포상과는 별도로 정북군 모두에게 황실 내탕금內帑金에서 금일봉 20원씩을 하사하고 전사자는 그 유족에게 땅과 위로금을 내려 조국에 목숨을 마친 그들의 노고에 답하겠소. 오늘은 전 부대원이 마음껏 먹고 즐기게 하시오! 축제를 시작하시오!”

 “황제 폐하 만세! 대한제국 만세!”

 임헌수의 제안으로 벌어진 행사, 임헌수는 건원제와 상의해 그간 고생한 백성과 군대를 위무하고 승전을 축하하는 연회와 민간의 축제를 계획했다.

 백성과 친위군, 조정의 거리감을 없애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수많은 비둘기가 날고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모든 경성의 백성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광대들의 연극과 춤을 보며 모든 주막과 주점의 음식과 술을 바닥내는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이날 소비된 음식과 술은 모두 조정에서 부담할 것이었다.

 500년 만에 처음 있는 대규모 축제에 경성의 백성들은 즐거워했고 하루 종일 황제의 안녕과 전신의 건승을 기원했다.

 경성은 축제 분위기였으나 제국 내각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전쟁 물자의 소비가 상당히 심했고 전후 뤼순항의 복구와 나진, 웅기의 복구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내상 이순범의 얼굴이 가장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

 각종 포탄과 소총탄의 재고가 거의 바닥을 쳤고 수상 임헌수의 이야기대로 내년 봄에 러시아 원정에 나서려면 지금부터 해주 무기창을 24시간 가동하면서 대응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자금은 상단을 통한 수입이 워낙 많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원자재의 확보가 쉽지 않아 고전하고 있었다.

 급한 대로 새로 제국에 편입된 북방의 3개도에 무수히 매장되어 있는 자원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당장 부족한 원자재는 이래저래 공급이 어려웠다.

 청국과 유럽에 발주한 물량을 막연하게 기다리는 실정이었다.

 다만 전쟁 기간 중, 대량살상 무기의 필요성을 절감한 백령도에서 몇 가지 위안거리를 내놓았다.

 현대의 무기보다는 질이 떨어지지만 주작-1(네이팜탄)과 주작-2(공중 산란탄) 같은 대공방호능력이 없는 부대에 대한 대량 살상무기와 백호-1(수류탄), 백호-2(크레모어) 등의 수비형 무기가 개발을 마치고 양산에 들어간 것이었다.

 우선 가능한 일부터 처리를 하기로 하고 속개한 회의는 저녁 늦게 대신들이 허리를 두드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병력 수와 인구였다.

 북방 3개도까지 전부 합쳐도 1천5백만이 조금 넘는 상황이라 남서도와 새로 편입한 남양도南洋道(마리아나군도, 오가사와군도)에 이주할 인원의 확보도 쉽지 않았고 군의 확충도 어려웠다.

 적은 수의 병력을 강력한 무장과 훈련을 통해 정예부대로 만드는 수밖에는 대안이 없었다.

 

 우선 육군은 내년 3월까지 중앙 육군 13만을 확보하는 것으로 하고 자동화기의 보급률을 분대 당 1정씩으로 확대하고 수류탄의 지급을 늘리기로 했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군역을 의무화하여 여군을 늘려 지방군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단, 여성의 군역의무 회피를 위한 군포를 남성의 1/4 정도인 1년에 1원으로 하고 의무기간도 남성의 반인 18세에서 21세까지의 3년으로 하여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의무직 여군의 경우도 임금을 월 1원씩 지급해서 반발을 없앴다.

 육군 항공대의 활용을 위해 대한-1의 생산을 늘려 3월까지 현재 110대에 불과한 항공대를 200대까지 확대하고 주요 항만과 도시 인근에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백령도는 새로 건조 중이던 4척의 구축함을 12인치 주포 4문과 6인치 주포 8문을 장착하도록 개조하기로 했다.

 하푼 등 유도무기의 생산을 위해 기술 인력을 집중하고 10년 후를 목표로 개발에 들어갔다.

 여유 있게 추진하기로 했던 장갑차량 현무-1 개발계획을 서둘러 내년 말에는 생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전차 현무-2의 개발계획은 1년 뒤로 연기했다.

 경성에서 평양, 경성에서 대전, 경성에서 원산까지의 대공사가 끝난 철도는 이제 신의주와 청진, 부산을 연결하는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더불어 철도를 따라 도로를 신설하는 공사도 함께 진행하기로 하고 러시아군 포로를 모두 투입해 공사에 착수했다.

 제국상단이 새로 설립한 한국공업사가 천필(볼펜)과 나일론 의류, 신발 등을 생산해내면서 조정의 자금원 노릇은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이은석 상단사장의 제안으로 인도네시아 고무농장의 개발과 사용권을 얻기 위해 오키나와 주둔 해군전대를 파견해 고무농장 확보를 서둘렀다.

 내년이면 고무제품의 제작판매도 가능할 것이고 무엇보다 차량용 바퀴 생산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공장을 설립할 때마다 소형 화력 발전기를 제작해야 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한강에 수력발전소의 건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입안에 들어갔고, 추후 압록강 수풍에도 발전소를 지을 예정으로 시기를 맞추어 보기로 했다.

 백성들의 살림은 잇단 대형공사의 추진과 공장들의 가동으로 점차 윤택해져가고 있었으나 아직 지방의 사정은 그리 좋아지지 않고 있었다.

 해서 농사를 돕기 위해 소작료를 법으로 정해 현재의 3~4할에 달하던 소작료를 2할 이하로 고정하고 조정의 땅을 경작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1할5푼으로 낮추어 적용해서 살림을 돕기로 했다.

 또한 백령도의 민간인들이 사용하던 신품종을 전국으로 확대해 생산량 증대를 꾀하고 생활필수품의 개발과 생산을 제국상단에 지시했다.

 짧은 시간 내에 유럽의 산업혁명을 제국에 실현해야 했고 향후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함께 진행하자니 조정과 백령도는 단 한 시간도 조명이 꺼지는 일이 없었다.

 제국은 숨 돌릴 틈 없이 미래를 준비하고 시간은 20세기의 본격적인 전쟁과 변혁의 물결 속으로 차곡차곡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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