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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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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18 화
작성일 : 16-08-19 15:08     조회 : 626     추천 : 0     분량 : 8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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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7년 9월 20일 11:00

 사이판, 마이크로비치

 

 하얀 백사장과 무릎밖에 오지 않는 수심의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과 바다가 모두 밝은 코발트색이었다.

 해변에 발을 담그고 선 김여훈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어제 찰란카노아에 입항한 2함대는 사이판의 원주민인 차모로족에게 선물로 줄 옷감과 세공제품 등을 가지고 하선했지만 그간 유럽과 미국의 인근지역 주둔으로 원주민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 작은 섬들로 이주해 숨어 있거나 섬 안쪽으로 깊이 들어갔을 터였다.

 사이판과 괌에 주둔하던 미군들은 전원 사살하거나 포로로 서울로 올려 보내서 이제는 완전히 주인 없는 빈 땅이었다.

 제국에서 노비였던 자들을 중심으로 오키나와와 괌, 사이판에 이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으니 이주민이 올 때까지는 일부 함대가 주둔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일부터는 마리아나제도의 각 섬을 돌아다니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원주민에게 대한제국 해군의 괌, 사이판 주둔을 알려 충돌을 피하기로 했다.

 그 후에 오가사와라제도까지 올라가면서 모든 섬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아침에는 찰란카노아에 약식으로 지은 막사에서 국기 게양식을 했다.

 이것으로 괌과 사이판은 대한제국의 영토로 편입되는 셈이었다.

 김여훈은 해변에 편안하게 누워버렸다. 얼마 만에 느껴 보는 평화로움인지 몰랐다.

 오키나와에서도 편하기는 했지만 미국 태평양함대와의 전투가 남아 있는 상태여서 마음의 평화는 사실 없었다.

 지금은 전투도 일단 끝이 났고 원주민조차 모두 사라진 조용한 섬에 자신의 함대만 존재할 뿐이었다.

 ‘러시아와의 전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육군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텐데……. 에라. 모르겠다. 당장은 내 일 아니다. 좀 쉬자.’

 꿈속에서 김여훈은 서울에 두고 온 딸을 만났다.

 

 1897년 9월 20일 11:10

 청진 대한제국 육군

 제2군 사령부

 

 얼마 안 되는 숫자지만 친위군의 도착은 계속해서 밀려나던 아군 전체의 사기를 엄청나게 진작시켜 놓았다.

 그리고 지난밤에 시작된 대한-1 항공대의 전격적인 공습은 러시아군의 사기를 급전직하로 떨어뜨려 순식간에 전선의 고착을 가져왔다.

 산악지역이라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폭격이지만 러시아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한 익룡의 출현이나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장시간 코너에 몰려 지칠 대로 지쳐있던 제국군 병사들은 그야말로 꿈같이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러시아군은 아직도 11만 정도의 군세를 유지하고 있고 아군은 2만5천이 겨우 넘습니다. 계산상으로는 러시아군이 3배 이상의 피해를 보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군의 피해가 더 큽니다. 또한 러시아군의 진격이 모두 산길을 통해 이루어지다보니 관측이 어려워 포격지원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그나마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전선이 워낙 좁고 지형이 험해서 러시아군도 병력의 우세를 크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또…….”

 한인태 소장의 개략적 전황보고가 진행되는 동안 유상열은 눈앞의 청진 인근 지형 지도를 보면서 고민에 싸였다.

 마음만 급해 우선 달려오고 보았으나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이런 험한 지형에서는 결정적일 때 자주 써 먹었던 장갑차도 거의 활용도가 없고 항공대도 대공 은폐가 쉬운 산악지대에서는 효과가 크지 못했다.

 오로지 야전병사들의 노력만으로 밀고 올라가야 했으니 이래저래 머리만 아팠다.

 “러시아군의 보급은 어떻습니까?”

 “그게… 아시다시피 러시아군 보병은 식량을 빼면 이렇다 할 보급이 필요 없습니다. 개인별 사용 실탄수도 그리 많지 않고 식량도 물만 있으면 그만인 가루스프에 가벼운 빵이니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아직 보급선도 짧고요.”

 “휴… 천상 1함대와 전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아군이 도착해도 특별한 방법은 없다는 거야. 젠장. 고민이군.”

 갈등하는 그의 머리 위로 우웅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함경산맥을 끼고 또 다시 대한-1공격기의 화려한 저공비행이 펼쳐지고 있었다.

 

 “서둘러라! 오늘 중으로 모든 상륙작업을 마치고 내일 아침부터 이동한다. 겐조! 빨리 움직여!”

 일본인 장교들의 고함소리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중장은 메이지 천황을 설득해 기어이 14만의 병력을 블라디보스토크에 상륙시켰다.

 러시아와 조선은 아직 청진 일대에서 접전 중이라 했으니 러시아군을 조금만 도와주면 청진은 쉽게 함락될 것이고 자신은 그 길로 경성을 향해 진격할 생각이었다.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조선해군을 묶어준 덕에 상륙은 무사히 끝났다. 지금부터는 탄탄대로, 이제 복수의 시작이었다.

 상황을 집계하는데 여념이 없던 참모 하나가 재빨리 다가서서 말을 건넸다.

 “상륙이 거의 끝나갑니다. 각하. 선발부대는 지금부터 이동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항구 일대가 너무 복잡합니다.”

 “그것도 괜찮겠지. 그렇게 해라. 일단 성진을 목표로 이동하고 성진에 도착하면 명령을 기다리도록.”

 “알겠습니다. 각하!”

 일본 육군의 참전으로 마침내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전쟁에 뛰어들었다.

 

 임헌수는 블라디보스토크의 간자에게서 날아온 일본 육군 참전 전문에 놀라 황급히 내각회의를 소집했다. 일본의 참전은 심각한 문제였다.

 끝이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뤼순 요새는 함락되지 않고 있어서 서부전선의 병력은 빼올 수가 없었다.

 일단 추가로 훈련시킨 병력 5천을 청진으로 출발시키기로 했지만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친위군 주력이 이동을 시작해서 곧 청진에 들어가겠지만 겨우 5천의 병력으로 쌍방 30만에 가까운 대병력의 전투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웠다.

 줄곧 전선의 상황에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했으나 영 마땅치가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 시 독일이 사용한 질식성 독가스화학무기 포스겐과 유독성 최루가스 애덤자이트를 혼합해 약화시킨 화학탄 사진死塵-1의 개발은 끝나 있었다.

 그러나 화학무기 살포는 아무래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쓸 수 있는 대형무기는 유령의 환웅이 전부, 그나마도 남은 것이 5기밖에 없어서 쓰기도 어려웠다.

 문득 제국상단 이은석 사장의 말이 생각났다.

 페니실린 장사는 자신 있다며 큰소리를 치는 와중에 만일 안 되면 피부형 탄저균을 청국과 유럽에다 마구잡이로 뿌리고 다닐 거라 했었다.

 피부형 탄저균은 탄저균 중에서는 치사율이 가장 낮은 10퍼센트 정도이고 피부 질환을 일으켜 감염 부위가 붓고 검은 딱지가 앉게 함으로써 공포심을 유발해 사람을 무력화시키는 정도가 전부였다.

 직접 피부접촉이 아니면 전염이 되지 않는 비교적 치사율이 낮은 전염병이었다. 페니실린이 특효약이고 페니실린은 대한제약에 충분한 보유량이 있었다.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일본과 러시아에 피부형 탄저균이 퍼지면 페니실린 장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임헌수는 즉시 대한제약에 사람을 보내 보유량을 확인하고, 백령도의 화학무기 팀장 양호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1897년 9월 23일 14:00

 뤼순 요새

 

 지난 20일 오후부터 시작된 함포사격과 대한제국 포병의 지속적인 포격으로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워진 뤼순의 러시아군은 1897년 9월23일 정오를 기해 백기를 들어올렸다.

 남아 있는 병력의 최고 책임자였던 사드비치 소장이 직접 이철훈 대령에게 러시아 극동군의 깃발을 넘기면서 23일간의 전투가 끝이 난 것이었다.

 이철훈은 5, 6사단에 러시아군의 무장해제와 요새의 장악을 맡기고 다른 부대는 해안으로 돌려 승함 준비에 전력했다.

 내일 밤에 출항하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도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

 다행히 뤼순항은 군항이다보니 대형함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신속한 접안과 승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일본 육군이 청진에 도착하기 전에 아군이 도착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급한 마음에 요새 내의 상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1함대의 오종문 제독을 만나러 가는 그의 발걸음이 급해졌다.

 

 1897년 9월 24일 18:35

 청진, 고말반도

 

 동쪽으로 해발 182미터의 고말반도가 남쪽으로 튀어나와 그림 같은 절벽을 이뤘고, 고말반도 북쪽은 점차 높아져 쌍연산雙燕山과 낙타산駱駝山이 청진항의 북쪽을 가로막았다.

 산각山角이 직접 항만으로 떨어지면서 깊은 수심을 만들어 청진항은 별도의 시설 없이도 대형함의 접안이 가능한 천혜의 항구였다.

 러시아의 주공은 쌍연산과 평지가 좀 많은 고말반도로 집중되어 있었는데 고말반도가 해안에서 가까워 해군 북해도 전대의 직접 사정거리 이내였다.

 덕분에 고말반도 일대의 제국군은 해군의 적극적인 원거리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병력 차로 인한 어려움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나마 지난 20일부터 서너 시간에 한 번 꼴로 공습이 진행되면서 러시아군도 병력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새로운 위안거리였다.

 유상열은 청진항 동쪽의 고말반도 위에서 대한제국 친위군의 상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맙게도 친위군 3개 사단 전체가 시간에 맞춰 무사히 청진항에 도착한 것이었다.

 낯익은 K200의 모습도 보였고 반가운 지휘관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민숙의 모습도 여군특수부대 앞에 보였다.

 심한 보안을 하고 있는 대형 박스 다섯 개가 눈에 거슬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생사를 알 수 없는 전쟁터에 자신을 따라 뛰어드는 그들이 고맙고 안타까웠다.

 “장군. 경성에서 오신 분입니다.”

 “응?”

 그의 상념을 이민숙의 목소리가 깨웠다. 이민숙은 왜소한 체구의 민간인을 데리고 그의 등 뒤에 서있었다.

 “백령도 화학무기부 이상오 박사올시다. 저 박스들에 대해서 설명할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유상열은 이상오의 간략한 브리핑을 듣고는 황망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나란히 서있던 최측근 참모들도 마찬가지였다.

 긴 침묵, 처음 입을 연 건 유상열이었다.

 “그러니까, 일본의 참전으로 적군이 25만이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까? 그래서 이 혐오스런 것들을 함께 보낸 것이고?”

 “그렇습니다, 사령관. 하지만 한 박스만 탄저탄이고 나머지는 페니실린 주사제와 정제입니다. 10만 명이 쓸 수 있는 양입니다. 혹시 모르니 탄을 사용하기 전에 전 부대에 1인당 주사제와 정제 2회분씩을 보급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피부형 탄저는 호흡기형 탄저와 전혀 다른 균입니다. 호흡기형 탄저의 치사율이 80퍼센트를 넘어가고 공기를 통한 감염인 반면, 피부형 탄저는 조치 없이 방치하였을 경우의 치사율이 10퍼센트 이하로 위험도가 낮고 직접 접촉에 의한 감염밖에 없으며 오염 부위에 페니실린 주사제 한 방이면 간단히 완치되는 병입니다. 단지 감염 후 2~3일이면 피부가 심하게 부어오르고 검게 죽어가기 때문에 공포심과 혐오감을 심하게 유발하는 병입니다. 오염된 옷들은 100도 이상으로 삶거나 소각하여야 하고 균은 바닷물 속에 24시간 이상 방치되면 소멸합니다. 그리고 오염된 지역은 추후 지역소각이 바람직합니다.”

 “알겠소. 어쩔 수 없이 사용을 해야 될 상황이면 사용하겠소.”

 “안 됩니다. 사용 후 2, 3일이 지나야 병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세심하게 지역 선택을 하여 아직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에서 이동 중인 일본군에게 즉시 사용하라는 상부의 지시입니다.”

 유상열은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무조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라는 것인데 그것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생물학 무기였다.

 “이보세요. 박사. 군 통수권자는 사령관인 나요. 내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폐하와 수상 각하밖에 없소. 상부라니! 그게 누구요?”

 “그 황제 폐하와 수상 각하이십니다.”

 “…….”

 유상열은 할 말을 잃고 생각에 잠겼다.

 ‘너무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었나? 내겐 동료들의 죽음보다 내 양심이 더 중요한 것이었나? 그럴 수도 있겠지. 두 분도 고민을 많이 하셨을 테지……. 그래 생각은 나중에 하자.’

 잠시 갈등한 유상열은 주저 없이 마음을 결정했다. 자신은 군인이었다.

 “알겠소. 사용법은?”

 “최루탄과 같은 형태입니다. 지연신관이고 지상 20미터 정도에서 산탄 되며…….”

 

 1897년 9월 25일 08:40

 블라디보스토크 남쪽 40km

 일본 관동군 야영지

 

 짙은 녹색의 수송 직승기 두 대가 검푸른 동해를 뒤로하고 해안으로부터 일본군 야영지를 향해 접근했다.

 직승기의 아래 매달렸던 십여 개의 검은 구형 물체는 일본군 야영지 곳곳의 상공에 투하되어 아침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7만에 달하는 일본군의 머리 위에서 누런색 분말이 되어 날리고 있었다.

 일본군 병사들은 날리는 분말을 한 번씩 쳐다보곤 다시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그것이 죽음의 그림자이자 사신死神의 손길임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세계 최초의 생화학 무기가 러시아 연해주의 해변에 투하되었다.

 

 유상열은 심란한 얼굴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걸터앉아 동해를 내려다보았다.

 수만의 인명을 고통과 공포에 떨며 죽게 하는 명령을 오늘 아침 직승기 부대에 내렸다.

 직승기 조종사들의 얼굴도 어두웠고 자신도 그랬다. 과연 했어야만 하는 일인가에 대해 수도 없이 자문했다.

 결국엔 ‘잊어버리자. 어쩔 수 없었다. 아군의 생명이 우선이다’라며 자위도 해보았지만 착잡한 심중은 도시 가라앉지를 않았다.

 뒤쪽에 가만히 서 있던 이민숙이 다가와 그의 옆에 걸터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상공, 너무 심려치 마세요. 총칼이나 폭탄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들이 죽지 않으면 우리 대한제국 사람이 죽습니다. 잊어버리세요. 상공께서는 이미 요동에서 10만이 넘는 러시아 군인을 죽게 했습니다. 저들도 민간인이 아닙니다. 군인이에요. 어차피 전쟁터의 군인에게 죽음은 그림자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고요.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요. 건강을 해치십니다.”

 “그렇겠지요. 그렇게 수없이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했는데도 마음이 편해지질 않아요. 바보 같지요?”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그럴 거예요. 이제 그만 들어가세요.”

 “그럽시다. 나중에 다시 생각할 기회가 있겠지요. 하지만 다시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시는…….”

 유상열은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면서 이 일도 바지에 묻은 흙처럼 사라졌으면 싶었다.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고 진짜 발등의 불은 눈앞의 러시아군이니 돌아가야 했다.

 이제는 차갑게 느껴지는 동해의 바닷바람이 이민숙의 긴 머리카락을 날려 그의 볼을 간질였다.

 

 1897년 9월 25일 12:00

 도쿄

 

 주일본 대한제국대사 이순영은 일본의 실세인 이토오 히로부미伊藤博文에게 불같이 노화를 토해냈다.

 “일본이 대한제국에 항복한 것이 몇 달이나 지났다고 벌써 제국에 군대를 보내는가! 그대들은 약속이란 말을 모르는가? 제국이 러시아, 미국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대들이 제국을 얕잡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오늘 이후에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모두 그대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그러나 이토오 히로부미의 입에서는 생각보다 여유 있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아마 조선의 육군으로는 대일본제국의 육군과 러시아의 육군을 당해 내지 못할 것이오. 이 공사께서 그렇게 큰소리를 칠 상황은 아니라고 보오만? 허허허.”

 “호호. 그래요? 선전포고도 없이 대한제국에 선제공격을 가했으니 그만한 각오는 하신 게지요?”

 “하하, 지금 귀하에게 하고 있지 않소? 선전포고 말이오. 그리고 공사는 지금부터 귀 공관에 연금 되시는 게요. 하하하.”

 이순영은 이를 부드득 갈아붙였다.

 자신과 자신의 수하 조직은 일본 육군의 대대적인 움직임에도 조짐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본국에 작은 정보조차 보내지 못했다.

 그것이 무엇보다 한심스러웠다.

 “그렇습니까? 그럼 지금부터는 전쟁입니다. 대한제국도 지금 이 자리에서 일본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합니다.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전적으로 일본국의 책임이며 대한제국은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배상금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오. 명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선은 귀국의 군수물자 기지가 타격을 입을 것이오. 나는 공관으로 돌아가 연금되도록 하겠소이다.”

 이순영은 바람 소리를 일으키며 방을 나섰다. 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을 짓던 이토오 히로부미의 얼굴이 자꾸만 발목을 잡았다.

 ‘후회할 것이다. 이토오 그리고 천황…….’

 이순영은 정부청사의 정문 밖으로 나서면서 이토오의 방 창문을 다시 한 번 노려보았다.

 

 

 1897년 9월 25일 16:10

 일본 사세보佐世保항

 동쪽 15킬로미터 해상

 

 일본의 4개 섬 중 가장 남쪽 큐슈의 남단에 위치한 사세보佐世保항은 메이지明治유신 초기까지는 아주 작은 어촌이었으나 1886년 일본 해군진수부海軍鎭守府가 자리한 뒤부터 급속히 발전한 군항이었다.

 나가사키의 조선소가 대한제국 잠수함 유령의 미사일 ‘환웅’에 의해 반파된 이후엔 일본의 유일한 조선소가 남아 있는 공업도시이자 항구였다.

 유령의 미사일은 다시 일본의 마지막 대형함 조선소인 사세보佐世保 조선소와 인근의 노베오카延岡 화학 공업단지를 겨냥하고 있었다.

 -1, 2번 수직발사관! 발사 준비 끝!

 “발사!”

 묵직한 저음, 최웅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잔잔하던 바다 속에서 두 개의 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돌아간다! 수심 120! 좌현 반타!”

 유령의 검은 선체는 다시 현해탄玄海灘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다.

 위험은 사라진 셈, 그러나 사세보와 노베오카의 일본인들은 몇 달 전 시모노세키의 악몽을 다시 생각해야 했다.

 불길이 하늘을 찔렀고 검은 구름이 인근 도시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전쟁은 이곳에서도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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