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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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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17 화
작성일 : 16-08-19 15:07     조회 : 583     추천 : 0     분량 : 9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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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7년 9월 7일 09:10

 남서도 오키나와

 남서쪽 110킬로미터

 

 김여훈은 제2함대 기함 양만춘의 함교에서 미국 태평양함대의 마지막 전함 메릴랜드가 침몰하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9월 5일 오후에 시작한 대함 전투가 이제야 끝이 난 것이었다.

 전함 미시시피와 캘리포니아는 첫날 전투에서 장갑순양함 6척과 함께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 침몰했고, 14인치 포를 12문이나 장착한 전함 펜실베니아와 테네시는 어제 필리핀으로의 도주 중에 전함 태종의 일제사격에 가라앉았다.

 마지막 남은 전함 메릴랜드가 조금 전에 얻어맞은 프리깃 을지문덕의 직격탄 3발에 가라앉고 있었다.

 아군의 피해는 경미해서 프리깃 온조가 갑판에 한 발을 맞는 통에 발생한 부상자 4명을 빼면 전혀 없었다.

 마지막 추격에서 욕심을 너무 부린 탓이었을 것이나 순간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함장을 근신시키고 당분간 부함장에게 함의 통제를 맡겼다.

 이제 필리핀의 나머지 함대만 잡으면 태평양의 청소는 일단 끝났다고 보아야 했다.

 독일 극동함대와 영국 함대가 일부 남았지만 이들이 대서양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는 쉬운 길을 두고 먼 길인 태평양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 후에는 오가사와小笠제도와 마리아나제도를 접수할 것이었다. 어제까지 그렇게 쏟아 붓던 폭우가 오늘은 맑게 개었다. 이동명령을 내리는 그의 목소리도 밝아졌다.

 “함대를 정비하라! 필리핀으로 간다!”

 

 1897년 9월 7일 09:55

 나진

 

 동부전선의 2군단은 동쪽의 관곡령貫谷嶺에서부터 수처봉秀處峰, 방산천方山川, 서하대봉까지의 고지들을 이용해서 러시아군의 나진 진입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손홍철 소령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혀를 내둘러야 했다.

 러시아군은 아군의 지속적인 포격과 지독한 십자포화를 뚫고 줄기차게 수처봉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벌써 전사자만 1천을 족히 넘겼을 텐데도 돌격은 지칠 줄 몰랐다.

 일개 고지를 점령하는데 연대 급의 피해라니…….

 러시아군 사령부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끝없는 돌격이었다.

 지난밤에는 급기야 연대본부 근처까지 러시아군 일부가 접근해 혼전을 벌였었고 간신히 러시아군을 밀어내고 나니 하늘이 훤해졌었다.

 손홍철 자신이 지휘하는 대대의 피해도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었다.

 “어미 곰! 여기는 아기 곰 3.”

 -여기. 아기 곰 말하라.

 “또 공격이다. 화집점 리을-기역-하나-셋-공에 효력사를 요청한다. 사단 급 병력이다. 즉시 포격 요망.”

 -알았다. 아기 곰 3. 기다려라.

 연대본부의 답변을 들은 지 10여 초가 흐르자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음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곧바로 수처봉 아래 널찍한 계곡에 포탄이 작렬하기 시작했다.

 ‘휴…… 10분 정도는 숨을 돌릴 수 있으려나?’

 손홍철은 자신의 K2소총 탄창을 분리해 남은 실탄수를 확인한 후 새 탄창으로 갈아 끼우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지루한 공방전이 끝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1897년 9월 7일 09:55

 요녕도 구산 외곽 20킬로미터

 룽왕마요

 

 룽왕마요는 구산에서 남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도시였다.

 천산산맥으로부터 흘러나온 구산강江변의 오래된 도시로 원래는 거주민의 숫자도 제법 많았다.

 그러나 주민 소개령이 내려진 지금은 인적이 완전히 끊어진 유령도시였다.

 유상열은 새벽부터 장장 4시간에 걸쳐 러시아 2군단을 관통한 다음, 룽왕마요까지 빠져나와 지금은 아군 비행단의 러시아 1군단 7, 8사단에 대한 폭격을 기다리면서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폭격이 끝나면 다시 7, 8사단 지역을 관통해 아군 진영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대위, 괜찮아요?”

 이민숙은 창백해진 얼굴로 장갑차 옆의 풀밭에 앉아 있었다.

 그의 장갑차에 동승했던 이민숙은 러시아군을 돌파하는 동안 장갑차 안에서 친위군 대원들과 같이 총안銃眼을 통해 조준사격을 하면서 전장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무인이지만 그녀도 여자였다.

 바로 눈앞에서 장갑차 무한궤도에 찢겨진 사체들을 보는 것은 그녀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을 터였다.

 뭔가 위로를 해주고 싶었으나 해줄 말이 없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항상 목에 걸고 다니던 어머니의 반지가 생각났다.

 몸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는 작은 루비 반지였다. 루비는 작았지만 세팅이 제법 정교한 반지였다.

 반지를 목에서 풀어낸 그가 이민숙의 손을 끌어 반지를 끼워주자 그녀는 조금 충격에서 벗어났는지 의아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화약 냄새가 가득한 곳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지만… 음… 이 전쟁이 끝나면… 나와 혼인해 주겠소? 대위.”

 “네?”

 “혼인 말입니다.”

 “…….”

 이민숙은 대답 대신 환하게 웃음을 보였다.

 머리 위로 은빛을 머금은 대한-1공격기 60여 대가 러시아 1군단을 향해 폭격을 위한 화려한 저공비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1897년 9월 7일 14:10

 요녕도 구산 남쪽 20킬로미터

 

 러시아군 사령부는 의외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전선이 완전히 고착된 데다 적의 괴물들이 돌아오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러시아군은 결사적이었고, 돌격은 그야말로 지독했다.

 장갑차에 의한 2군단의 괴멸적 타격과 계속되는 7, 8사단에 대한 공습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1군단 1사단에서부터 6사단까지의 보병은 아직도 건재했다.

 그리고 괴물 장갑기관차들이 빠져나가 화력이 분산된 제국군 본진의 약화는 당연한 것이었다.

 강경호 대위는 참호 너머로 조준사격을 계속하면서 연신 혀를 내둘렀다.

 러시아군은 동료의 시체를 은폐물로 사용하면서까지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참호 전방의 개활지는 이제 시체 벌판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전쟁이지만 죽을 줄 알면서도 병사들을 내모는 이런 작전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건 그냥 도살이었다.

 벌써 여덟 번째의 돌격, 이제는 참호 앞 150미터까지 접근해서 시체를 엄폐물 삼아 간간이 사격을 하고 있었다.

 아군의 피해도 차츰 늘어나 방어선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고 있었다.

 포격과 공습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젠 거리가 너무 가까워 선발 돌격대를 고립시키려고 노력하는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다.

 참호로 날아오는 총알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는 듯했다.

 강경호는 탄창을 갈아 끼우면서 서너 명 건너에서 참호 밖은 쳐다보지도 않고 총신만 내놓고 사격하는 2소대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김 소위 K2 탄창 남은 거 있으면 몇 개만 줘라. 다 떨어졌다. 젠장! 장갑차 부대가 빠져나가니까 병력이 분산되었다고 생각한 거야 뭐야! 갑자기 죽기 살기로 덤벼드네.”

 “자 여기 두 개요! 보급을 요구해야겠습니다. 이젠 저도 몇 개 없어요.”

 “야! 무전병! 보급 좀 요청해라! 아주 돌겠다.”

 중얼거리면서 옆에 떨어진 탄창을 집어 드는 강경호의 귀에 무한궤도의 땅울림이 들려왔다.

 ‘됐어! 돌아온 거 같다!’

 재빨리 참호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먼지구름이 아주 가까이 보였다. 북쪽 러시아군 7, 8사단 쪽을 돌파한 친위군 장갑차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러시아군 돌격부대의 측면으로 쏟아지는 중기관총 총탄들이 산처럼 쌓인 러시아군 시체와 러시아군 병사들을 한꺼번에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있었다.

 잔혹한 장면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이제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대로 참호 속으로 주저앉았다.

 참호 안의 악취가 새삼스레 지독하게 느껴졌다.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뜨거운 샤워 한 번만, 딱 한 번만…….’

 

 1군 사령관 메친코 백작은 애초부터 이 돌파 시도가 실패하면 뤼순 요새로 후퇴해서 장갑기관차의 사용이 어려울 요새 방어전을 치를 생각이었다.

 그리고 대한제국군 장갑차부대가 돌아오자 일부 남아 있는 야포도 포기하고 미련 없이 후퇴를 서둘렀다.

 요새까지 돌아가는 러시아군의 귀로는 추격과 공습으로 무척이나 괴로울 것이었지만 사령부의 후퇴 결정에 일선 장교들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떠올라 있었다.

 러시아군 전사 약 42,000, 포로 21,518, 대한제국군 전사 1,375, 부상 4,716.

 구산 벌판에 4만이 넘는 엄청난 숫자의 시체를 남겨둔 러시아극동군은 5만 남짓한 패잔병을 이끌고 절뚝거리며 뤼순으로의 험난한 귀환길에 올랐다.

 

 

 1897년 9월 14일 04:30

 서해 상해

 북쪽 100킬로미터 해상

 

 전함 안드레아의 어두운 함교에서 뿌옇게 밝아오는 서해를 바라보는 러시아 극동함대 사령관 마카로프의 얼굴은 침통하게 굳어져 있었다.

 지난 13일 간 발해만과 대한만 일대에서 치러진 전투에서 러시아 극동함대는 함대의 주력을 거의 다 잃어버렸다.

 거기다 뤼순항 근처에서 잠수함 공격까지 심해지자 도저히 더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 새벽 블라디보스톡으로의 탈출을 감행했다.

 청국의 해안을 따라 상해까지 내려가 일본 동해안으로 우회해 대한제국 해군을 피할 생각이었다.

 남아 있는 배는 기함인 전함 안드레아와 전함 페르보르바니, 순양함 쿠르스크 등 24척뿐이었다. 그나마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함은 겨우 11척, 생각하기조차 싫은 참패였다.

 괴물 같은 제국군 전함의 함포들은 사거리가 30킬로미터를 넘었고, 그 거리에서도 엄청난 명중률을 자랑했다.

 증기기관의 굴뚝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연료도 다른 것을 쓰고 있었다.

 한 술 더 떠서 함의 속도는 시속 30노트를 훌쩍 넘겼다. 매복을 하려 해도 귀신같이 매복함들을 먼저 공격했다.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었고, 그렇게 졌다.

 돌아가면 자신의 군 생활은 끝일 것이었으나 그래도 남아 있는 병사들은 살려야 했기에 탈출을 결행한 것이었다.

 귀신같은 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적 함대의 지휘관이 새삼 두려워졌다.

 “함대 북동쪽 20킬로미터에 적 함대 출현! 적 함대 출현!”

 견시수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전함 페르보르바니가 균형을 잃고 함대를 이탈했고 구축함 3척이 한꺼번에 화염에 휩싸여 버렸다.

 기함 안드레아도 충격을 받아 함교에 서 있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포격이 멎었다.

 

 오종문은 러시아 함대의 두 척밖에 남지 않은 전함에서 백기가 오르자 즉시 사격 중지를 명령했다.

 수송선이 서너 척 더 남아 있으나 위험은 없어 보였다. 아쉽지만 이제 전투는 끝난 셈이었다.

 밤낮없이 몰아쳤던 지난 며칠이 그에겐 다시없는 즐거움이었다.

 순수한 함포와 어뢰만의 싸움, 상대였던 로마노프 제독도 전함의 성능 차이만 아니었다면 쉽게 이길 수 없는 지장이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정말 즐거운 싸움이었어…….’

 담배를 빼문 그에게 무전실의 전언이 들어왔다.

 -러시아 함대의 제독이 제독님께 전문입니다. 겨우 주파수를 맞춰 받았습니다. 내용은 ‘나는 러시아 극동함대 사령관 로마노프다. 대한제국의 함대사령관과 이야기하고 싶다’입니다. 회답할까요?

 오종문은 문득 로마노프와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회답해라. 대한제국 친위군 제1함대 제독 오종문이다.”

 잠시 후 무전실 강 대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러시아의 패전을 깨끗하게 인정한다. 귀하의 탁월한 전략과 용병술을 군인으로서 존경한다. 러시아 극동함대는 대한제국의 제1함대에 항복한다. 남아 있는 아군의 생명은 보장해주기 바란다.

 오종문은 자신의 전함에 있는 장비들을 보고 나서도 그가 이런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을 삼켰다.

 “전송해라. 러시아 함대의 항복을 받아들인다. 병사들의 생명도 보장한다.”

 다시 강 대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다. 한 가지만 더 부탁한다. 기함 안드레아는 격침시켜주기 바람. 함과 함께 바다에서 죽기 원함. 부탁.

 “…….”

 잠시 침묵을 지킨 오종문은 늙은 군인의 바람을 들어주기로 했다.

 “전송해라. 병사들을 퇴함시키시오. 그리고 안녕히 가십시오. 이상!”

 40여 분 정도가 흐르고 병사들의 퇴함이 끝나자 로마노프는 함교의 밖으로 나와 제국해군과 자신의 병사들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순간, 전함 태조와 정종의 주포가 동시에 불을 뿜었다. 그리고 러시아 극동함대의 마지막 전함 안드레아는 침몰하기 시작했다.

 로마노프는 아직도 함교 밖에 서 있었고 오종문은 그에게 답례의 경례를 했다.

 ‘안녕히…….’

 

 

 -------------------------

 

 1) 오가사와小笠제도

 마리아나제도의 파간 섬 위쪽의 군도, 황사도와 함께 2차세계대전시의 유명한 격전지.

 

 

 전신戰神

 

 

 

 1897년 9월 18일 11:00

 뤼순 북쪽 30킬로미터

 

 러시아군은 대한제국군의 추격과 끊임없는 공습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뤼순 요새에 도착했으나 살아남은 병력은 고작 1만5천에 불과했다.

 사령관 메친코 백작은 제국군의 폭격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요새에 남아 있던 병력과 합치면 대략 2만 남짓일 터, 원거리 포격과 공습을 하면서 외부에서 압박을 가하기만 하면 머지않아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극동함대를 완파한 1함대가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1함대의 함포사격이 시작되면 아마 하루를 버티기 힘들 것이었다.

 포격과 공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1군 병사들은 참호를 파고 간이 막사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투가 일단락 됐다고 판단은 유상열은 친위군과 중앙 육군, 항공대 지휘부를 불러들여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동부전선의 상황이 위험하다. 전선이 청진 외곽까지 밀린 것 같다. 아군의 피해가 극심하다는 보고다. 그래서 친위군 2개 대대의 지원을 받겠다. 갈 수 있는 인원은 그것뿐이다. 나와 친위군 2개 대대는 내일 직승공격기와 직승수송기만으로 곧장 동부전선으로 간다. 단, 이번은 다른 전투와 다르다. 항상 같이 하던 K200이 없다. 따라서 목숨의 보장도 없다.”

 “소령 이환범, 같이 가길 원합니다. 언제나 우리가 선봉이었고 지금도 선봉입니다. 1, 2대대가 준비 중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1사단의 이환범 소령이 입을 열었다. 유상열은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좋다. 오늘 하루 씻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라. 내일 04시 30분에 직승기들이 도착한다.”

 “네! 감사합니다. 장군.”

 “잔류 친위군은 1함대가 도착하면 곧바로 함대 수송선을 이용해 청진으로 이동, 상륙한다. 친위군 지휘는 1사단장 최 대령이 맡는다. 뤼순 요새의 항복과 동시에 뤼순 요새의 처리는 육군 5, 6사단이 맡기고 나머지 육군 1, 2, 3, 4사단은 1함대 수송선을 타고 어대진으로 상륙해서 명령을 기다린다. 지휘는 이철훈 대령이 맡는다. 항공대는 내일 오후까지 뤼순에 대한 공습을 계속한 뒤 이동해라. 성진 임시비행장에서 직승기와 대한-1의 보급을 준비하고 있으니 성진으로 이동해서 명령을 기다려라. 무전 수신은 단파 채널 2로 한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서부전선의 전투는 길어도 일주일이면 막을 내릴 것이었다. 유상열은 마음이 급했다.

 서부전선에 주력을 투입하고 대신 뭇매를 맞고 있는 동부전선의 한영태 소장에게 너무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었다.

 지금도 수없이 전사자가 나오고 있었다. 빨리 가야 했다.

 

 묘향산맥의 고봉高俸들이 하얀 안개구름에 싸여 간신히 고개를 내밀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은 산 정상의 단풍이 흐드러졌다.

 멀리 대동강 줄기의 덕천 호수가 파랗게 보였다.

 한반도의 아침을 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경관이 2시간 넘게 발밑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새벽 5시에 뤼순을 떠난 직승기부대는 7시 30분경 의주에서 보급을 마치고 다시 성진으로 출발했다.

 85대의 직승기에 분승한 친위군 대원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북한의 절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유상열은 경치를 감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조금 전 한영태 소장과의 무전 통화에서 아군 병력의 손실이 커서 앞으로 일주일 이상은 청진도 자신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병력 손실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니 자꾸 물러나는 수밖에 없을 터였다.

 승용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보다 서너 배는 빠르게 이동하고 있을 텐데도 느리게만 느껴졌다.

 

 1897년 9월 19일 16:15

 청진 쌍연산

 

 중앙 육군은 고말반도高抹半島부터 쌍연산雙燕山, 낙타산駱駝山을 이은 최후 방어선을 구축하고 러시아군의 청진 진입 방어에 나섰고 러시아군은 얼마 남지 않은 청진을 함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고지 선점과 화력의 우세로 러시아군의 병력 소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했지만 워낙 병력 차이가 커서 아군의 피해도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연진과 청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림 같은 경치의 쌍연산 능선, 그러나 조명식 소령은 또다시 들려오는 함성소리에 자꾸만 감겨오는 눈을 비비고 능선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주 공격로가 아니었기에 병력 배치도 많지 않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주공이 쌍연산 능선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 러시아군의 고집스런 돌격은 근 87간이나 계속 되었고 이제는 실탄조차 떨어져갔다.

 “야! 무전병 아까 보급 요청한 거 맞아? 왜 보급대가 안 올라오는 거냐구! 젠장! 어쨌든 있는 건 다 쏜다!”

 “사격!”

 대대의 기관총은 이미 실탄이 떨어져 침묵을 지킨 지 오래였다.

 실탄 소모가 워낙 빨라서 보급이 따라오지 못한 셈이었다. 이대로는 몇 분 더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마침내 그의 소총도 철컥 소리와 함께 약실이 열려버렸다. 러시아군의 돌격대는 벌써 100여 미터 앞까지 달려들고 있었다.

 “젠장! 수류탄 투척!”

 거의 마지막일 것인 수류탄 20여 발이 능선 아래로 굴렀다.

 콰쾅!

 날카로운 폭음과 함께 러시아군의 돌격도 잠시 멈췄다.

 “대대! 착검! 백병전에 대비하라!”

 자신 있게 소리는 질렀지만 대검을 끼우는 손이 떨려 제대로 끼워지질 않았다.

 ‘젠장, 여기서 끝인가 보네. 친위군 중에서는 나하고 우리 대대 장교들이 제일 먼저 가는구만. 잘들 있게. 제국을 이루는 것은 보지 못하지만 잘들 할 거야.’

 아군의 총성이 그쳤다. 실탄이 모두 떨어진 모양이었다.

 암담한 표정의 병사들을 한 번씩 돌아본 조명식은 다 갈라져버린 입술에 침을 바른 다음 단숨에 참호에서 뛰쳐나왔다.

 “대대……!”

 돌격을 외치려 했으나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참호에서 일어나자마자 가슴에 정통으로 총탄을 얻어맞고 눈 깜짝할 사이에 참호 뒤편에 처박힌 것이었다.

 방탄복을 뚫지는 못했지만 워낙 근거리에서 맞아서 숨쉬기가 턱없이 힘들었다. 최소한 갈비뼈 한두 대는 금이 갔을 것 같았다.

 러시아군의 함성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X팔! 더럽게 꼬이네.’

 어차피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으니 이대로 끝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러시아군의 함성이 갑자기 끊어졌다. 슬그머니 실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주변의 마른낙엽들을 줄줄이 말아 올리는 강력한 회오리바람, 러시아군은 능선 아래로 황급히 후퇴하고 있었다.

 ‘뭐지?’

 참호에 기댄 채 그대로 머리를 뒤로 젖혔다. 바로 눈앞에 공격헬기의 시커먼 동체가 둥둥 떠 있었다.

 무려 6대, 30밀리 기관포가 폭발적으로 총탄을 쏟아냈다.

 좌우 능선은 낯익은 수송헬기의 절묘한 호버링, 검은 복장의 병사들이 줄줄이 뛰어내렸다. 누군가 악을 썼다.

 “친위군이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친위군이 왔다!”

 “친위군이다!”

 병사들의 비명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꽉 쥐고 있던 그의 손에서 K2소총이 참호 안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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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 14 화 2016 / 8 / 19 612 0 9676   
13 제 13 화 2016 / 8 / 19 572 0 10462   
12 제 12 화 2016 / 8 / 19 539 0 8364   
11 제 11 화 2016 / 8 / 19 533 0 9585   
10 제 10 화 2016 / 8 / 19 653 0 9607   
9 제 9 화 2016 / 8 / 19 723 0 9301   
8 제 8 화 2016 / 8 / 19 568 0 8705   
7 제 7 화 2016 / 8 / 19 518 0 8574   
6 제 6 화 2016 / 8 / 19 564 0 9113   
5 제 5 화 2016 / 8 / 19 544 0 9133   
4 제 4 화 2016 / 8 / 19 507 0 8814   
3 제 3 화 2016 / 8 / 19 528 0 8299   
2 제 2 화 2016 / 8 / 19 520 0 7944   
1 제 1 화 2016 / 8 / 19 869 0 8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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