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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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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16 화
작성일 : 16-08-19 15:07     조회 : 539     추천 : 0     분량 : 9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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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7년 9월 2일 10:25

 요녕도 구산 북쪽 30킬로미터

 

 전선 통제기가 드디어 러시아 군의 이동을 알려왔다.

 1군단인 1사단부터 8사단까지는 아군의 바로 앞인 구산 방면으로 진출하고 2군단인 9사단부터 13사단까지는 조금 더 북쪽인 시위안으로 이동 중이었다.

 거리는 대략 30킬로미터, 아직은 이 시대의 주 이동 수단인 군마로 중량물을 끌고 보병이 걷기 때문에 시간 여유는 많았다.

 1군단이 약 8만, 2군단이 5만 정도였다. 야포도 800문 이상이 관측되었다.

 좀 더 가까이 끌어들여 한 번에 최대한의 피해를 강요하고, 10킬로미터 정도 해안 쪽으로 달아날 생각이었다.

 부대가 점심식사를 끝낸 오후시간이 되어서야 러시아군과의 거리가 20킬로미터까지 줄어들었다.

 이제 시작해야 할 시간, 유상열의 발포 명령이 지체 없이 떨어졌다.

 “각 사단 포병대는 전선통제기의 통제에 따라 러시아 제1군을 타격한다! 10분 간격으로 20발씩 5회 연사한다! 사격 개시!”

 서부 전선에서도 전화의 불길이 치솟았다.

 

 1897년 9월 2일 14:15

 시위안 남쪽 20킬로미터

 러시아 제1군 12사단

 

 60대의 은색기체가 하늘 가득히 반짝였다. 처음으로 대한-1이 전장의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대한-1은 제2차 세계대전 시 독일의 메서 슈미트 BF109G를 기본 설계로 하여 윤곽만 조금 더 날렵한 유선형으로 만들었다.

 최고 시속 800킬로미터에 100킬로그램짜리 대형 대지공격용 고폭탄 4개씩을 장착할 수 있고 12.7밀리 중기관총 2문을 장착했다.

 당초 예정했던 미사일 발사대나 4문의 기관총은 양력이 부족한 소형기체에서는 아무래도 무리여서 중간에 스펙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세계 최초의 전투기로서는 성능 과잉이었다.

 오렐 대령은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비행체들을 보며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질 않았다. 항공기가 전쟁에 쓰인 적은 아직 없었다.

 최근에서야 겨우 글라이더가 50킬로미터 정도를 날아다녔고 장거리 여행은 비행선이 전부라 들었다. 그런데 저런 고속 비행체라니…….

 갑자기 비행기들에서 검은 것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변이 온통 불바다로 변하고 눈앞에 두 줄로 흙무더기가 튀어 올랐다.

 눈앞에 자신의 허연 내장을 받쳐 들고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부관 네로프 대위의 모습이 보였다. 숨이 가빠졌다.

 

 1897년 9월 2일 14:50

 요녕도 구산 북쪽 30킬로미터

 

 2시간 동안 아군의 포격을 받은 러시아 제1군단은 아군이 가까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야포의 집중공격을 받은 북쪽의 7사단과 8사단을 5킬로미터 정도를 후퇴시켜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쪽의 사단들은 속보 전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7, 8사단은 더 이상의 전진은 무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평원의 전투여서 병력 부족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2군단은 멀리 따로 떨어져 있고 6개 사단 6만 정도라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러시아군이 병력을 분리해 운용해준 것이 도움이 되었다. 하나씩 각개 격파할 수 있다면 굳이 해안으로의 유인도 필요 없을 것이었다.

 포병들은 전선통제기의 정확한 유도에 따라 꾸준히 러시아군의 야포 부대만 골라서 철저히 유린했다. 러시아 1군의 야포 부대는 곧 괴멸될 것이었다.

 여기서 한 번 타격을 주고 구산으로 후퇴해서 미리 파 놓은 참호와 진지를 이용해 전선을 고착시킨 다음, 전 병력이 모인 러시아군을 한 번에 부술 생각이었다.

 

 1897년 9월 2일 17:10

 요녕도 구산 북쪽 45킬로미터

 러시아 1군단 사령부

 

 어느 순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줄기차게 쏟아지던 대한제국군의 포격이 멎었다.

 1군단 사령관 메친코 백작은 총 한 방 쏘아 보지 못하고 1개 사단을 잃었다는 것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젠장! 어떻게 포병의 위치를 저놈들이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느냔 말이다! 분명히 관측병들이 있다. 찾아서 없애라! 없애란 말이야!”

 부관과 참모들에게 한참 동안 분풀이를 한 메친코는 참모들을 모두 내보내고 혼자 생각에 잠겼다.

 ‘저들의 병력은 3만 정도, 우리는 13만, 1만이 줄었다 해도 12만이다. 저놈들의 화력이 일단 우세하니 전 병력을 모아 포위해서 쓸어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7, 8사단을 서쪽으로 우회해서 포위하도록 하고 2군단을 북쪽에서 공격하게 하면? 해안 쪽으로 몰아 단번에 끝낼 수 있다. 저놈들도 오늘은 더 이상의 전투를 원하는 것 같지 않으니 오늘 밤으로 병력을 이동시켜서 내일 끝장을 본다.’

 생각을 정리한 메친코는 전 병력에게 식사를 준비하도록 명령하고 긴장을 풀었다. 초전에는 당했지만 병력의 우위는 아직도 그대로였다.

 

 1897년 9월 3일 02:20

 요녕도 구산 북쪽 45킬로미터

 러시아 1군단

 

 예친스키 소위는 어둠에 잠겨 있는 사령부 근처의 병영들과 얼마 남지 않은 포병대 막사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왠지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 것, 북쪽으로 이동한 2군단이 적 비행기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도대체 저 대한제국이란 나라의 신무기는 어디가 끝인지 알 수가 없었다.

 원양 잠수함이 나왔다고 얼마 전부터 해군 사령부에서 난리가 났었는데 이젠 육군이 신무기에 당하고 있었다. 더구나 포의 사정거리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 같았다.

 뤼순요새를 떠날 때는 질 수 없는 전쟁이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병력 차이는 엄청나게 나지만 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숨이 턱 막혔다.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왜소한 체구의 대여섯 명의 인영人影이 보였다.

 목에 꽂힌 것은 길이가 한 뼘밖에 안 되는 날렵한 애기살이었다.

 ‘화…… 화살이라니, 곧 20세기인데…….’

 생각은 소리가 되어 입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했다.

 

 이민숙은 수하 5명과 같이 군마들이 모여 있는 사령부 뒤쪽의 공터로 비호처럼 달렸다.

 여기저기 검은 옷을 입은 여군 특수부대원들의 날렵한 모습이 보였다.

 비록 여성들이지만 모두들 5년 이상 무예를 닦은 고수들이어서 몸놀림이 일반인보다 두 배 정도는 빨랐다.

 “시간 없다! 10분 후면 포병대와 군단 무기고에 불이 붙는다. 10분 내에 군마들을 모두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 서둘러!”

 이민숙이 군마의 건초더미 서너 군데에 더 불을 붙이고 군마 중 한 마리에 올라타자 멀리서 불길이 치솟는 것이 보였다.

 작전종료, 러시아군의 비명소리와 아우성을 뒤로하고 수백 마리의 군마가 화광이 충천한 요동 벌판을 폭풍처럼 달려 나갔다.

 

 1897년 9월 3일 09:10

 도쿄

 

 타이완에서 급거 귀국한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중장은 도착과 동시에 메이지 천황을 배알했다.

 타이완 총독을 지냈던 노련한 군인, 그는 조선에 대한 항복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해군이 전멸했다지만 육군은 상대에게 총질 한번 해보지 못했다.

 이대로 손을 들 수는 없는 일,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킬 요량이었다.

 “폐하! 조선은 지금 러시아와 미국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해서 소장은 지금이 복수를 위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대일본 제국의 육군은 아직 건재하옵니다. 소장의 출전을 윤허하여 주십시오!”

 천황의 대답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군. 장군의 뜻은 갸륵하나 우리에겐 지금 전함도 없고 그저 수송선 몇 십 척이 있을 뿐이오. 조선으로 건너갈 방법이 없질 않소. 언제 조선의 잠수함이 우리를 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말이오. 아니 되오.”

 “전하! 소장도 그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였으나 입궁하는 길에 러시아 공사와의 만남에서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러시아의 대형 수송선 30척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거기에 우리 제국의 수송선 50척을 더하면 15만 명 정도의 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멀리 홋카이도를 동쪽으로 우회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상륙시키면 45일 이내에 조선의 동부전선에 아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한 번만 더 상륙할 수 있다면 30만의 대병이 됩니다. 러시아군과의 합동작전이니 부담도 적고 확실히 조선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선해군만 피한다면 조선의 육군은 전부 더해도 10만이 채 안 되니 아군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폐하. 폐하의 30년간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마십시오. 소신을 보내 주십시오. 폐하!”

 메이지 천황은 마음이 동했다. 자신의 목숨을 주더라도 제국의 꿈을 접게 한 조선을 쓰러뜨리고 싶었다.

 결심이 서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보고 하시오. 해보십시다. 장군.”

 

 1897년 9월 5일 16:00

 웅기, 미령산

 

 닷새 동안 무려 80킬로미터가 넘게 후퇴를 계속했다. 미령산은 산세가 험한 편이어서 그래도 하루를 버텼지만 전사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러시아군은 엄청난 인명피해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전진했고, 아군의 피해도 만만치 않아 벌써 연대의 반이나 잃은 사단도 나오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 친위군 출신의 장교들은 방탄복 덕택에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선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어서 병력이 부족한 아군은 조금 전 11사단이 후퇴를 시작함과 동시에 또 다시 밀리고 있었다.

 산악지역이 많다 보니 제국군의 기동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다.

 지동선 대위는 답답했다.

 겨우 닷새가 조금 넘는 동안 웅기까지 밀렸는데 이젠 웅기를 포기하고 나진에 구성해 둔 진지에서 해군 북해전대의 지원을 받아서 전선고착을 시도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전선이 너무 빨리 밀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래서는 서부전선의 전투가 끝나기도 전에 러시아의 목표인 청진을 내 주게 될 것 같았다.

 다시 러시아군의 포격이 중대 주변에 떨어지고 산기슭 아래로 러시아군 병력이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대! 사격 개시!”

 엄폐물 사이로 아군 기관총과 소총들이 불을 뿜었다. 오늘만 여섯 번째 러시아군의 돌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2소대 앞으로 집중된 러시아군의 1차 돌격은 아군의 십자화망 구성으로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였으나 2차 돌격 병력이 다시 함성과 함께 튀어나왔다.

 자신의 왼쪽 능선에서 사격하던 3소대 대원 하나가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이젠 실탄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동선은 소총 탄창을 바꾸면서 후퇴의 시기를 가늠했다.

 

 1897년 9월 5일 18:00

 남서도 오키나와

 남서쪽 30킬로미터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 렉싱턴 페이엇 제독은 자신의 기함인 전함 펜실바니아의 갑판 위에서 자신의 함대를 돌아보았다.

 전함 미시시피, 테네시, 캘리포니아, 메릴랜드…… 전함만 무려 5척이었고 장갑순양함도 8척이나 됐다.

 필리핀에 일부 함대를 남겨 놓고 수송선과 보급함을 합쳐 총 42척의 함대를 만들었지만 아직도 막강했다.

 곧 대한제국의 영토인 남서군도에 도착할 것이니 이제 일본의 연합함대를 수장시킨 그 대한제국 해군이 보일 것이었다.

 아직 미국 태평양함대의 위치는 모를 것이니 만나봐야 소규모 함대일 터, 보이는 대로 물고기 밥을 만들어주고 지나갈 것이었다.

 대한제국 해군이 강력하다고 말들은 많지만 따지고 보면 기껏해야 빈약한 일본해군과의 전투에서 거둔 실적일 뿐이었다.

 미국해군의 강력한 전함들과는 그 격이 달랐다.

 “전방에 미확인 함대! 대형함 10척 이상! 전방에 미확인 함대! 거리 약 25킬로미터!”

 견시수의 고함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1897년 9월 5일 18:00

 남서도 오키나와

 서쪽 10킬로미터

 

 정오 무렵부터 대함 레이더가 적 함대의 위치를 알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미국 태평양함대가 함포사거리에 들어왔다.

 일주일 넘게 나하만의 해변에서 3교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여서 2함대 병사들의 사기는 드높았다.

 예상보다 미군 함대의 숫자가 많지 않아 마음도 편했다.

 당연히 쉬운 싸움, 더구나 여기는 드넓은 남태평양이었다. 무서울 것이 없었다.

 우선 일열 횡대의 포진으로 남진하다가 일제히 남동으로 변침하면서 종대를 만들어 미국함대를 유린할 것이었다. 전투준비를 알리는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전 함대! 사격 개시! 5분 후에 남동으로 변침한다!”

 -사격 개시! 미제 양키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라!

 익숙한 20세기 북한의 구호를 외치는 부함장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웃음이 흘렀다. 김여훈도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대한 제국군의 함대가 변침을 시작하자 태평양함대의 속도도 빨라졌다. 25노트가 넘는 속도였다.

 1만5천 톤 급이 넘는 유럽 대부분 전함들의 속도가 18노트가 고작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였다.

 미 해군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제국군 함대의 속도도 빨라졌다.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곧 비라도 뿌릴 것 같은 오키나와 제도의 아름다운 섬들을 배경으로 향후 100년간의 태평양 제해권制海權을 건 포격전이 구축함 양만춘의 주포 포신에 부딪히는 한줄기 빗방울과 함께 그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1897년 9월 6일 20:10

 비각

 

 임헌수의 저녁 식탁 앞에는 단정한 용모의 젊은 처자가 앉아 조용히 그의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국난의 와중이라 혼인식은 치르지 못하지만 이미 자신의 부군이니 어제부터 수발을 들겠다며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것, 문제는 이것이 황제의 어명이라는 사실이었다.

 황실의 여식으로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눈도 높아 스물셋의 과년한 나이에도 마땅한 혼처를 찾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적당한 짝을 찾았으니 서둘러야겠다는 전언,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지만 어명이었다.

 사실 세탁 등 자질구레한 일들을 궁녀들에게 맡기는 것도 항상 껄끄러운 일이었기에 임헌수는 두 눈 질끈 감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혼인은 어차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식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식사 도중에도 식탁 앞에 앉아서 식탁을 감시하고 있었다.

 쓴웃음을 삼킨 임헌수는 서둘러 식사를 물리고 상황실로 가기로 했다.

 상황실의 아시아 전도가 그려진 투명한 상황판은 다양한 색깔의 도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부전선은 아직도 구산에 고착되어 있었고, 동부전선은 벌써 나진까지 밀려난 상황, 당연한 결과지만 해군 쪽은 그런대로 실적을 내고 있었다.

 벌써 미국 태평양함대 전함의 숫자가 상당히 줄었고 러시아 극동함대와 아군 1함대는 여전히 서해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해군이 일을 끝낼 때까지 어떻게든 육군에 힘이 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물량공세를 하고 있는 러시아 육군을 항모 탑재기로 공격하는 것은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멍청한 짓일 터, 사실 큰 도움도 되지 않았다.

 반경 20~30킬로미터에 걸쳐 넓게 포진되어 있는 러시아군 지역에다 미사일 몇 십 발 떨어트린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장수왕을 직접 보내자니 제물포가 비어버린다.

 어제 아쉬운 대로 백령도에서 보내준 휴대용 화염방사기 40대를 동부전선으로 올려 보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고민스러운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1897년 9월 7일 05:10

 요녕도 구산 남쪽 20킬로미터

 

 유상열은 자신의 장갑차 위에서 러시아군 진영을 쳐다보았다.

 새벽안개에 가려진 폭 50미터 정도의 작은 개울 건너편에 폭넓게 전개된 러시아군 진영은 침묵 속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비행단과 야포부대를 총동원해서 화력을 퍼부었는데도 러시아군은 아직도 9만이 넘는 대부대였다.

 세 번의 후퇴를 하면서 야습과 후방교란, 보급로 차단 등, 별짓을 다해 보았지만 적의 숫자는 별로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제 후방으로 20킬로미터 정도면 바다, 더 갈 곳이 없었다.

 해군은 아직도 태평양함대와의 숨바꼭질을 계속하고 있으니 기껏 유인해 온 보람도 없이 오히려 아군의 기동력만을 죽인 꼴이 되어버렸다.

 아군은 포위당해 좁은 지역에 갇혀버렸고 러시아군도 아군 포병의 정확한 포격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면서 전선은 삽시간에 고착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개활지였다. 러시아군의 야포부대는 몇 남지 않은 상황이니 드디어 숨기고 숨겨 왔던 장갑차 부대를 써먹을 때가 된 셈이었다.

 “상공, 일찍 일어나셨군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가지고 올까요?”

 이민숙이었다.

 전쟁터인지라 자신은 일주일을 굴러다니면서 제대로 씻지를 못해 악취를 풍겼으나 그녀는 항상 정결한 모습으로 자신의 식사를 빠짐없이 챙기고 있었다.

 대단한 여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니오. 식사는 되었고 이야기나 하십시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민숙은 가볍게 장갑차 위로 뛰어올라 그의 옆에 걸터앉았다.

 “이 상태로 해군의 지원을 기다리실 것인가요?”

 “아뇨. 그러면 아군의 피해가 너무 커집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흔들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하오시면?”

 “아직 아군 장갑차 부대는 포격 이외에는 사용을 하지 않았으니 저들도 장갑차의 존재를 모를 겁니다. 그걸로 한바탕 휘저어 볼까 하구요.”

 “직접 가실 건가요?”

 유상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친위군이 가면 나도 간다. 그들이 없으면 나도 없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고 몇 번의 전투를 함께 치르면서 이제는 가족 같은 자신의 친구들이었다.

 적어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 무조건 함께할 것이었다.

 “상공, 이번엔 함께 가게 해주시겠습니까? 친위군이 상공의 친구이면 저는 상공의 아내입니다. 함께하게 해주세요.”

 이번엔 그녀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유상열의 고개가 끄덕여졌고 이민숙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1897년 9월 7일 새벽, 다시 장갑차에 깃발을 꽂았다. 조금 있으면 포병의 사격이 시작될 것이다.

 항공대는 안개 때문에 당장 활용할 수 없고 안개가 걷히면 그때나 날아올 것이었다.

 황제의 깃발은 언제 보아도 유상열의 마음가짐을 숙연하게 했다.

 ‘까짓것. 한 번 더 해보자. 어차피 군인에게 죽음은 친구와도 같은 것. 두려운 것은 없다. 친위군과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갈 것이다.’

 쿠쿵!

 아득한 포성, 아군 포병의 사격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미리 관측해둔 러시아군 사령부 쪽을 타격하도록 했으니 실수는 없을 터였다.

 묵직한 폭음과 함께 새벽안개에 갇힌 요동벌판이 시퍼렇게 깨어나기 시작했다.

 APCK200 보병 수송 장갑차 90대와 K200A2 보병 전투차 70대를 한군데로 모았다. 자신도 정북대원수 깃발과 함께 가장 앞에 섰다.

 ‘내가 너희들 뒤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함께 가자.’

 어느 순간, 포격 소리가 멎었다.

 참호 속에서 찬이슬을 맞으며 밤을 보낸 아군은 전신이라 불리는 자신들의 사령관과 친위군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직도 수마가 채 떨어져나가지 않은 눈을 비비며 참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친위군!”

 “우아악!”

 거친 함성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지옥까지 함께 간다!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사력을 다한 함성, 엔진들이 굉음을 내뿜었다.

 우르릉!

 9월, 요동의 차가운 새벽안개를 헤친 160대의 장갑차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일제히 도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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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 7 화 2016 / 8 / 19 514 0 8574   
6 제 6 화 2016 / 8 / 19 561 0 9113   
5 제 5 화 2016 / 8 / 19 541 0 9133   
4 제 4 화 2016 / 8 / 19 503 0 8814   
3 제 3 화 2016 / 8 / 19 524 0 8299   
2 제 2 화 2016 / 8 / 19 518 0 7944   
1 제 1 화 2016 / 8 / 19 866 0 8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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