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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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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14 화
작성일 : 16-08-19 15:06     조회 : 609     추천 : 0     분량 : 9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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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7년 5월 10일 18:25

 대마도 북쪽 5킬로미터 해상

 2함대 기함 양만춘

 

 수평선이 태양을 잡아먹을 때가 되어서야 3시간 가까운 추격전이 끝을 보였다.

 대마도 서쪽에 매복하고 있던 친위군 제2함대는 연합함대가 완전히 지나간 뒤, 섬 그늘을 빠져나와 연합함대의 꼬리를 물었다.

 이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끝내야할 시간이었다. 김여훈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무덤까지 오느라고 수고했다! 사이토. 여기서 이만 끝내자. 후후후.”

 -적 함대와의 거리, 35킬로미터!

 “전 함대 전투준비! 기관 50퍼센트! 함포만 허용한다! 준비된 함으로부터 사격개시!”

 “사격개시!”

 대한제국 친위해군 제2함대의 전 함포가 어두워지는 현해탄에 오렌지색의 불꽃을 아름답게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제1차 한일전쟁의 끝을 알리는 연속사격이었다.

 

 연합함대를 유인하던 1함대까지 일제사격에 가세하자 연합함대 2함대는 고육지책으로 북쪽의 제국군 1함대를 향해 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1함대는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포격을 계속했고 단 5분 만에 장갑순양함 아즈마와 도키와가 10여 발의 직격탄을 맞으며 유폭을 일으켜 침몰하기 시작했다.

 2함대 사령장관 우에무라 해군 중장은 방호순양함 나니와와 쓰시마가 유폭으로 전복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즉시 서쪽으로 탈출을 위한 변침을 시도했다.

 와중에 장갑함 야구모와 이와테가 또다시 피폭으로 균형을 잃고 이탈했다.

 그의 기함 이즈모는 주포를 모두 잃었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갑순양함 아사마와 함께 서쪽으로의 변침에 성공하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다.

 연합함대 3함대의 기함 방호순양함 이츠쿠시마는 제국군의 일제사격 시작과 동시에 6발의 직격탄을 맞고 가장 먼저 침몰했다.

 방호순양함 마츠시마는 선미가 완전히 깨져 나가 선수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방호순양함 하시다테와 아키츠시마는 기함 미카사를 호위하며 서쪽으로의 변침을 시도했으나 아키츠시마가 급격한 변침을 하다가 균형을 잃고 전복되어버렸다.

 구축함 양만춘의 집중사격을 받은 신예함 미카사는 그 자리에서 침몰, 하시다테는 20여 발의 직격탄을 맞고 반동강이 난 채 선수와 선미를 동시에 들어올렸다.

 후퇴하던 2함대 기함 이즈모와 장갑순양함 아사마가 209급 잠수함 장보고의 어뢰에 가라앉는 것을 끝으로 일본 해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연합함대 2함대와 3함대는 모조리 현해탄의 검푸른 바다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남은 것은 달랑 보급선 24척뿐이었다. 5시간이 조금 넘는 추격과 포격전의 성적표는 격침 101척, 나포 24척, 전사 23,256, 포로 1,320명. 대마도로 이동하던 수송선과 호위함들은 재빨리 회항해 참변을 면했으나 대세에 지장을 줄만한 전력은 아니었다.

 19세기 해양대국 일본의 욱일승천기는 향후 20년 동안 태평양에서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일본과의 두 차례 대규모 해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끌어내면서 제국해군은 유럽과 미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세계무대에 진출한 셈, 이 해전에서 원양잠수함의 존재를 알게 된 열강들은 앞 다투어 잠수함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독일은 제일 먼저 대한제국에 잠수함의 판매와 기술이전 의사를 타진하게 된다.

 1897년 봄, 대한제국이 비상의 날개를 활짝 폈다.

 

 

 1897년 5월 29일 20:10

 종로, 기루妓樓 옥루몽玉淚夢

 

 서늘한 바람이 단아한 정자에 불고 있었다. 기녀 소운의 창이 끝나자 서광범은 기녀들을 물리고 세 사람만의 시간을 만들었다.

 임헌수는 원세개와 술잔을 부딪치고 나서 슬쩍 입에만 댄 다음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안찰사, 그래 공친왕 전하는 만나 보셨소이까?”

 “그렇습니다, 수상 각하. 상세히 말씀을 전하고 어느 정도 확답도 받았습니다.”

 “잘 되었습니다, 안찰사 대감. 어찌 말씀하시더이까?”

 “어려움이 많은 결정이었지만 몇 가지를 확인하고 조정하라 하셨습니다. 황제 폐하께도 말씀드려 조약의 권한도 가지고 왔습니다. 이제는 귀국의 결정만 남은 셈입니다.”

 “어떤 부분이십니까?”

 “아시다시피 만주는 청국 조정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곳입니다. 요동지방은 귀국의 요구에 응할 수 있지만 요서는 북경과 너무 가까워 어렵다 하셨습니다. 또한 타이완의 경우, 왜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구체적인 반환 방법을 확인하자 하셨고, 무기의 인도 시점과 3개 성 할양에 대한 발표 시점도 러시아군의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한 다음 결정해야한다 하셨습니다. 이 정도가 공친왕 전하의 뜻이고 아국 정부의 뜻입니다.”

 임헌수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술잔을 눈앞에 들어 올리면서 웃음을 흘렸다.

 “허허, 술도 너무 빨리 마시면 취하지요. 과한 것은 좋지 않으니…… 그렇게 하십시다. 요서는 할양에서 제외하시고 경계선을 긋는 문제는 외상과 정리를 하시지요.”

 “감사합니다, 각하! 가장 어려운 문제가 해결이 되었군요. 그럼 나머지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시지요.”

 임헌수는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조약의 체결은 내일 경복궁에서 시행합니다. 귀국의 3개 성의 할양 발표는 6월 9일에 시행하시고 무기와 전함의 인도는 6월 10일에 아국의 제물포에서 전달했으면 합니다. 타이완 문제는 한일전쟁이 끝나면 왜국과 전후 협상을 하게 될 터이니 그때 타이완의 청국 반환을 성사시킬 것입니다. 그때까지 타이완의 반환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일 한일전쟁이 8월 안에 끝나지 않으면 제국해군을 파견하여 왜국의 군대를 제압하고 동시에 타이완에 공친왕 전하의 회군이 진입하면 해결이 될 것으로 봅니다. 어차피 전후 협상에서 일이 성사되어도 청국 해군의 타이완 주둔은 필요할 것이니 그리하시면 될 것입니다. 또 아국의 뤼순 도모는 협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아니 되면 군을 움직일 것이니 8월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청국은 6월과 7월 두 달 동안 혹시 있을지 모르는 러시아군의 공격에 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임헌수는 긴 이야기를 끝내자 목이 마른지 원세개에게 술을 권하고 기녀들을 다시 청했다. 러시아와의 일전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1897년 5월 29일 20:00

 마포나루

 

 아직도 마포나루의 밤은 환하지 못했다. 일반에 전기가 공급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흘러야할 터였다.

 그래도 보름이 가까워 달빛이 좋았기에 이민숙에게 나들이를 청했고, 그녀는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 나섰다.

 말을 강변에 묶고 걷기 시작한 강변, 한강은 달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상공, 왜와의 전쟁은 이제 끝난 것입니까?”

 “글쎄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시모노세키와 나가사키 등 중요한 시설과 항구를 많이 파괴해서 곧 항복을 할 겁니다. 이제 끝이라고 보아야지요.”

 “그럼 왜 상공께서는 또 원정을 준비하시지요? 또 전쟁이 일어나나요?”

 “그럴 겁니다. 만주를 회복해야 하니까요. 곧 저도 출정을 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유상열은 아름다운 이민숙의 얼굴을 보면서 왜 이렇게 예쁜 여자가 무인이 되어 전장을 뛰어다니고 자신을 선택해서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내려고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보세요, 대위. 대위는 왜 나를 따르지요? 여자의 몸으로 군인이 되는 것도 드문 일이고 전쟁터를 전전하는 것도 힘에 겨울 텐데요.”

 “상공, 저는 여자이기 이전에 무인武人입니다. 무인은 전쟁터에 있는 것이 당연하지요. 제가 상공을 처음 뵈었던 날 상공을 따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저는 그저 제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전쟁도 무인의 운명이지요.”

 이민숙이 이야기를 마치며 얼굴을 붉히자 유상열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른 연인들은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우린 매일 전쟁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제 운명도 대위인 모양입니다. 하하.”

 이민숙이 붉어진 얼굴을 숙였고, 그는 가볍게 그녀를 안았다. 유상열은 자연스럽게 이민숙의 턱을 들어올려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녀의 팔이 그의 목으로 감겨왔다. 긴 입맞춤과 포옹, 달빛이 유난히 아름다웠다.

 

 1897년 6월 7일 11:00

 도쿄東京

 

 악몽이었다. 시모노세키와 공업지역인 나가사키, 히로시마, 요코하마 항구가 초토화되었고 전 일본 물동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수상운송은 완벽하게 마비되어버렸다.

 요코하마 항에 언제 조선의 함대가 들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민간인의 피해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 감당이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의 사신이 찾아왔다.

 요코하마 항 외곽에 엄청난 전함 3척을 정박하고 오만한 얼굴로 황궁으로 들어왔다. 군부대신이 만나고 있지만 내용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었다.

 항복해라. 전쟁 배상금을 내라. 전쟁의 책임자를 처벌해라. 조선 황후시해의 책임자를 내 놔라.

 메이지明治는 이마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막부幕府에게서 황권을 돌려받은 직후부터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산업혁명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앞으로만 달려왔다.

 이제 쉬어 갈 때가 된 것이었다.

 “천황 폐하. 대한제국의 사신이 다녀갔습니다.”

 “그래 그들의 요구가 무엇이던가?”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나 크게 해군의 무장해제, 배상금으로 제국 돈 20억 원과 난세이南西 군도, 토카라 열도의 영구 할양, 그리고 타이완의 청국 반환이라 보시면 됩니다.”

 “허, 남쪽 바다를 다 달라는 이야기로구먼. 우리가 거절하면?”

 “망극하오나 요코하마에 상륙하겠다했고, 주요 항구를 모두 봉쇄하겠다하였나이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어쩌다…….”

 천황의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갔고, 대신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일본은 1897년 6월 8일 전함 태조의 선상에서 외부대신인 이토오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친위군 제2함대 제독 김여훈 소장에게 8개 항의 합의문이 포함되는 무조건 항복문서에 서명, 제출하면서 제1차 한일전쟁은 대한제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합의문〉

 1. 일본은 대한제국에 전쟁 배상금 대한제국 화폐 10억 원에 상당하는 금괴를 2개월 이내에 지불한다.

 2. 난세이 군도와 토카라 열도를 대한제국에 영구 할양한다.

 3. 일본이 강점하였던 대마도는 일본인이 거주하지 못한다. 대마도에 거주하던 일본인은 원하는 경우 대한제국으로 귀화할 수 있다.

 4. 타이완은 청국에 반환하며 주둔 일본군과 일본인은 즉시 타이완을 떠난다. 청국과의 타이완 반환 조약은 대한제국 경성에서 대한제국의 입회하에 체결한다.

 5. 대한제국의 명성황후 시해를 사주한 책임자와 한일전쟁을 일으킨 군부의 책임자를 1개월 이내에 대한제국에 인도한다.

 6. 대한제국은 향후 100년간 북해도北海島(홋카이도)에 군대를 주둔시킬 수 있으며, 일본은 북해도에 대한제국이 주둔하기 위하여 필요로 하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7. 일본은 군대를 해외에 파병할 시 대한제국의 승인을 받는다.

 8. 전쟁포로는 3개월 이내에 본국으로 송환한다.

 

 남서군도와 토카라 열도는 일본 4개 섬 중 가장 남쪽의 큐슈로부터 청국의 타이완까지 연결된 열도로 오키나와沖繩를 포함한 수백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였다.

 대한제국에서 괌이나 피지, 호주 등 남태평양으로 진출하려면 필히 확보해야만 하는 지역이었다. 이로서 대한제국은 대양으로의 진출로를 확보한 셈이었다.

 대한제국은 이 곳을 남서도南西道로 명명하고 새로 만든 구축함 3척을 중앙 육군 1개 사단과 함께 오키나와로 보내 주둔시켰다.

 김여훈은 자신의 전함 선상에서 일본의 항복을 받음으로써 장수왕이 연嚥의 항복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적국의 항복을 받는 무장이 되어 제국의 역사와 세계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릴 것이었다.

 

 

 한러전쟁

 

 

 

 1897년 6월 13일 11:00

 뤼순, 포트 아서

 

 마카로프 러시아 극동함대 제독이 던진 서류 더미가 상황실에 흩어져 내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청국이 요동반도를 조선에 할양을 해? 이 노랑 원숭이들이 대러시아를 뭘로 알고 저희들끼리 땅을 주고받아! 이 빌어먹을 놈들을 그냥…….”

 연초부터 동아시아는 격변하고 있었다.

 청국의 속국이라던 조선이라는 손바닥만한 나라가 어느 날 갑자기 대한제국THE EMPIRE OF GREAT KOREA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며 칭제稱帝하더니, 동아시아의 패자로 군림하며 승승장구하던 일본해군을 간단하게 격파해버렸다.

 일본은 대한제국과의 두 차례 대규모 해전에서 모두 완패하면서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무조건 항복, 그것도 자신의 영토까지 내주는 치욕적인 항복이었다.

 그리고 지난 6월 9일과 10일에는 아시아에 주둔 중인 모든 국가들이 기절할 정도의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아시아의 맹주라 자처하던 청국이 자신의 속국이던 대한제국에 동북의 3개 성省을 영구 할양한다는 발표를 했다.

 대한제국은 청에게 일본이 할양받은 타이완을 돌려주고 신형 전함 13척과 엄청난 양의 무기를 제공했다.

 그 많은 무기가 어디서 생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청을 분할하려던 10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빌어먹을.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다 된 밥이었는데 말이야.’

 지난 1월 각국 공사들이 모였을 때 각국이 내년 초에 각자가 원하는 지역에 상륙해서 조차를 요구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터져 나온 돌발상황, 사실 러시아도 그때 뤼순항을 그냥 받아먹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아주 끝난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심각해졌다.

 일본을 무너뜨린 대한제국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였지만 청국도 많은 인구에 엄청난 수량의 신식무기를 확보한 상황이어서 쉽게 볼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거기다 어제 저녁 대한제국과 청국의 사신이라는 자들이 이제 포트아서PortArthur(뤼순항의 러시아 이름)가 대한제국의 땅이니 8월 안에 포트 아서와 요동반도를 비우라는 말을 하고 돌아갔다.

 황당한 상황, 어렵게 얻은 부동항인데 그냥 내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러시아군만으로 저들을 상대해서 피해를 감수할 필요도 없었다.

 콧대 높은 것들이기는 하지만 우선 영국와 프랑스, 독일 공사들부터 만나 봐야 했다.

 그들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니 함께 도모하자는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터, 어차피 내년에 할 일을 당겨서하자고 부추기면 그만이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부관! 배를 준비해라. 북경北京엘 다녀와야겠다.”

 

 1897년 6월 26일 17:00

 종로, 비각

 

 벌써 여름이 되어 가는지 제법 날이 더워졌다. 임헌수는 문득 백령도의 에어컨이 그리워졌다.

 ‘백령도 내 사무실은 시원할 텐데 말이야. 후후.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구먼. 아직도 갈 길은 먼데 자꾸 쉬고 싶어지니 큰일이야.’

 청국에게서 할양받은 3개 성을 요녕도遼寧道, 길림도吉林道, 흑룡도黑龍道로 명명하고 일단의 행정관리들과 중앙군 1개 사단씩을 편성해서 용암포와 청진으로 상륙, 진주하게 했다.

 1개 사단으로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할 터라 현지에서 병력을 추가로 모집해서 일반 경비와 치안을 담당하게 하도록 우선 조치했다.

 가족들도 모두 데려갔다. 민간인들이 힘이 들겠지만 보병 수송용 트럭들이 충분히 지급되었으니 이동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터였다.

 달랑 시속 50킬로미터밖에 못 내는 저급 차량이지만 해주 병기창에서 새로 생산해낸 상용차들이 병력과 물자를 이동시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요녕도의 경우는 동경 121도를 기준으로 국경선을 설정했고, 북쪽의 몽골 자치구는 제국의 영역에서 제외했다.

 개편을 끝낸 해군은 프리깃함 2척과 새로 건조된 구축함 2척을 붙여 1개 사단 병력을 실은 수송선단과 함께 오늘 북해도로 떠났다.

 이곳에 와서 혼인을 한 대원들은 육군과 마찬가지로 모두 가족을 데리고 떠났다.

 연초에 황제 폐하와 상의해서 사대부와 상인들의 여식을 골라 친위군들에게 시집을 보내자 하여 벌써 근 1천5백 명 이상이 혼인을 한 것이었다.

 이제 그들도 이방인이 아닌 대한제국의 국민이 되었다. 혼인한 대원 중에는 나이든 장교들도 제법 있었는데 다들 새로 젊은 아내를 맞아들였다.

 아마 좀더 지나면 젊은 아내를 얻은 탓에 체력 관리에 고생을 좀 할 것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자신에게는 황제가 직접 황실의 여식 중에서 골라 스물셋밖에 안 된 젊은 처녀와 혼인하라 압력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쉰다섯에 서울에 두고 온 자신의 딸보다 한살 적은 스물셋 처녀장가라니……. 하기야 강인호 제독은 열아홉이라 하던가? 이 시대 사람들의 남성상위 사상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똑똑.

 “들어오게.”

 강인호와 유상열을 부른 것은 어제 아침이었는데 원산에 있던 강인호가 이제야 도착한 모양이었다. 강인호가 먼저 들어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처형,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어서 오게나들. 셋이 같이 본 지가 꽤 되었지? 오늘은 우리 술이나 한잔하세나.”

 임헌수는 지난주에 새로 부임한 일본공사가 가지고 온 청주를 서랍 속에서 꺼내들고는 궁에서 보낸 처자에게 간단한 안주거리를 부탁하면서 안락의자로 돌아왔다.

 “어제 북경에서 돌아온 간자들의 보고가 심상치 않아서 두 사람을 같이 불렀네. 상의를 좀 길게 해야 할 것 같으이.”

 안락의자에 앉으며 말을 꺼낸 임헌수는 러시아와 열강들의 동향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년 초에 유럽과 미국의 군대가 청의 곳곳에 상륙하면서 청을 협박해서 홍콩 등 중요한 항구와 지역을 조차 받는 것은 이미 알고 있겠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그래. 그런데…… 외상 수하의 북경 요원들이 러시아 로마노프 제독이 급히 북경에 들어오기에 도청을 했다고 하더구만. 그런데 일이 심상치 않아. 기록상 내년에 시작되어야할 서구열강의 청국침략이 올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네. 사실 각국의 준비는 지난해부터 시작해서 이미 마무리 단계더군. 잔뜩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불을 댕긴 셈이야. 시기상 이미 출병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더군.”

 특히 러시아 육군은 이야기가 많이 달랐다.

 역사에는 일본이 1904년 뤼순을 공격할 때 13만5천의 육군만이 동아시아에 주둔하고 있었다고 기록되었는데, 도청 결과 블라디보스톡에 또 다른 러시아 육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그 러시아 육군 12만이 함경도 나진과 청진을 도모하고 뤼순의 러시아 육군은 의주와 용암포를 공격한다는 계획이었다.

 두 방향의 진군이고 병력 수가 너무 많았다.

 해군은 해군대로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제물포를 치고 미국 함대가 필리핀에 일부 육군을 내려놓은 뒤, 북상해서 대마도에 6천의 병력을 상륙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청국은 영국의 홍콩상륙과 독일의 항주 상륙병력,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상륙 등 제 코가 석자가 될 테니 공조대응은 상상도 할 수 없을 터였다.

 해군은 미사일 소모를 감수하면 큰 어려움 없이 막을 수 있겠지만 육군은 문제가 컸다.

 해군이 여기저기 분산되니 해군의 지원 없이 육군만으로 25만5천의 대병을 막아야 했다.

 어차피 뤼순의 병력과는 요동반도 북쪽의 내륙에서 전투를 치러야 했기 때문에 해군이 여유가 있어도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영토의 확장으로 인해 병력이 분산되면서 훈련된 병력이 자꾸만 줄어드는 것이 문제였다.

 제아무리 화력이 우세하다고 해도 워낙 병력 차이가 크면 아군의 피해도 걷잡을 수없이 늘어날 것이 뻔했다.

 가뜩이나 영토 확장이 지속되면서 병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인데 큰 피해가 날 경우, 뒷감당이 안 될 수도 있었다.

 사실 지금은 나라가 잘 되어 가고 있으니 조용하지만 피해가 많아지면 당장 정신 나간 사대부와 유생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었다.

 아군은 병력충원이 불가능한데 러시아는 세계 최강의 육군 대국이었고 추가 파병도 가능할 것이었다. 병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세 사람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고 술은 벌써 네 병째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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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 11 화 2016 / 8 / 19 531 0 9585   
10 제 10 화 2016 / 8 / 19 651 0 9607   
9 제 9 화 2016 / 8 / 19 720 0 9301   
8 제 8 화 2016 / 8 / 19 566 0 8705   
7 제 7 화 2016 / 8 / 19 515 0 8574   
6 제 6 화 2016 / 8 / 19 562 0 9113   
5 제 5 화 2016 / 8 / 19 543 0 9133   
4 제 4 화 2016 / 8 / 19 505 0 8814   
3 제 3 화 2016 / 8 / 19 525 0 8299   
2 제 2 화 2016 / 8 / 19 518 0 7944   
1 제 1 화 2016 / 8 / 19 867 0 8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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