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희와 희수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긴한데.. 정신이 멍했다. 왜 갑자기 슬희는 찾아왔지.. 왜 희수한테 그런 모습을 보여 준거지.. 몇일뒤 슬희한테서 전화가 왔다.
"네.. 여보세요.."
"나야, 오빠 슬희.."
"응.. 무슨 일이야?"
"희수 언니한테는 그 방법 밖에 없었어..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언니를 깨닭게 하는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하는 기분.. 그것만이 그 언니를 깨닭게 하는 방법이었어.. 아무쪼록 몸 관리 잘하고.. 잘있어.."
슬희는 그 때의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뒤 더이상 슬희한테는 연락이 없었다. 물론 희수한테도.. 난 가끔씩 권태수를 만나러갔고.. 슬희에 관한것을 물어보았다. 태수 역시 예기치 못한 슬희의 등장으로 당황스러웠으나 슬희를 이용하여 희수를 깨우치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슬희를 이용한것이다. 그리고는 슬희는 다시 우리 곁을 떠났고.. 한달 정도가 지났을까.. 희수가 집에 찾아왔다.
"이거였어? 네가 말했던 것이? 네가 두려워 했던 것이?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날 사랑하냐고~!!!"
"왜 아무말 없는건데!! 네가 쓰고 있는 가면이 도대체 뭔데? 날 사랑하는 가면? 그럼 그 가면을 벗으면? 벗으면 어떻게 되는데!! 벗어봐! 벗어보라고~!!!"
내가 쓰고 있는 가면.. 나도 그 가면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희수 말대로 이 가면이 희수를 사랑하기 위한 가면이라면.. 이 가면을 벗는다면 난 다시 희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진정한 자신을 가리기 위한 가면.. 난 희수를 사랑하기 위하여.. 나의 본심을 가리기 위하여 이 가면을 쓰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희수는? 과연 희수는 가면을 쓰고 있는걸까?.. 희수는 주방쪽으로 가더니 작은 과도를 집어들었다.
'!!!'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기에..
"내가 쓰고 있는 가면? 그게 뭔데.. 도대체.. 왜.. 뭐가 잘못된건데.. 가면이 도대체 뭔데.. 나도 너도 쓰고 있는 가면.. 그 가면들을 벗으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건데.. 난 널 이렇게 사랑하는데.."
"미안해.. 미안해.. 민아.. "
희수의 손목에서 피가 솟구치더니 희수가 뒤로 쓰러졌다. 난 놀래서 희수에게로 달려갔고 희수는 곧 정신을 잃고 말았다. 119에 연락을 하고 곧이어 엠블란스가 와서 희수를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왜 희수는 자신을 희생한거지..'
어머니가 생각났다. 나를 위해서 희생하신 어머니.. 주위사람들에게 버림 받으셨던 어머니.. 하지만 나에겐 가면을 쓰지 않고 당신 마음 그대로 날 대해주었던 어머니.. '악'이 아닌,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날 대해주었던 어머니.. 희수 역시 나를 위해서 희생한 것인가.. 왜.. 무엇을 위하여.. 난 너도 가면을 쓰고 있다고 깨닭게 해주고 싶었던 것 뿐인데.. 넌 정말 그 가면 조차 쓰지 않았던 거니? 예전 너의 말처럼 가면은 너에게 사치였던 것이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것 같다. 아니.. 모두들.. 태수도.. 그리고 슬희도.. 너무나 착해서 너무나 마음이 약해서 남을 해치지 못하고 그래서 자기를 죽이는 사람.. 그게 희수였다. 난 희수를 병원에 입원시키고는 다시 어머니의 무덤으로 찾아갔다. 듣고 싶었다. 무엇이 잘못된건지..
"어머니.. 어머니와 닮은 사람, 아니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한테 해서는 안될짓을 한것 같습니다. 나 그 사람에게 가면을 쓰고 다가간걸까요? 진심으로 다가간 사람인줄 알았던 사람인데.."
태수의 등장으로 예전의 나를 돌아보았지만.. 나는 정말 희수한테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일까..
"아무렴 어때.. 그렇죠? 어머니? 난 그 사람을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그렇다. 난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내가 가면을 쓰든 안쓰든 그녀는 날 걱정해주고 사랑해주고 있다. 물론 나도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래서는 안된다. 지금 이렇게 내가 방황해서는 그녀를 또다시 아프게 할것이다. 재빨리 난 어머니의 무덤에서 내려왔고 그녀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했는지 눈을 감고 있었다.
"미안해.. 희수야.. 내가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널 사랑하는것은 변치 않아.. 희수야.. 사랑해.."
"으.."
희수가 정신이 든것 같았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괜찮아?"
"어어.. 괜찮아.."
"왜 그랬어.."
"미안해.. 잘 모르겠어. 나도.."
희수는 여지껏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자기가 꿈을 꾼 얘기, 태수를 만난 얘기.. 너무나도 힘들었던 얘기들이었다.
"왜 그것 때문에 힘들어.. 이게 네 모습인데, 너무나 착해서 너무나 마음이 약해서 남을 해치지 못하고 그래서 자기를 죽이는 사람.. 그게 너인데.."
"그럼 그땐.."
"너도 아는 사람이야.. 슬희가 갑자기 찾아왔었어.. 창이 때문에 힘들어해서 달래주고 집에 보내던 길이었어.. 알잖아.. 난 너만 사랑하고 있는거.."
"민아.."
"조금 쉬고 있어.. 조금 있다 다시 올께.."
"으응.."
희수를 잠시 내버려 두고 병실을 나왔다. 이번엔 태수에게로 가기 위함이었다. 말해야 한다 태수한테.. 그녀는 가면을 쓰고 있지 않다고.. 그러니 내버려 두라고.. 그래야 더이상 그녀가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
- 딩~ 동~ 딩~ 동~ -
안엔서 대답이 없었다. 계속해서 벨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어떻게 된거지.. 하릴없이 병원으로 되돌아 갔다.
"저기요.. 여민씨 되시나요?"
"네.. 그런데요?"
갑자기 접수처에서 날 불렀다. 무슨일이지..
"여기 어떤 분이 여민씨한테 쪽지를 남기셨어요.. 여기요.."
"아.. 네 고맙습니다."
누구지? 누가 나에게.. 쪽지를 받아보니 겉에는 아무런 글이 없었다. 네모로 접어진 쪽지를 풀고 그 안에 쓰여져 있는 글을 보았다.
'가면놀이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