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한달뒤..
그날 민이의 집에서 그 광경을 본후 충격에 빠져 집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또다시 볼까봐.. 민이를.. 그리고 그 여자를.. 답답한 마음에 집을 나섰다..
"..."
언제 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권태수가 집앞에 서있었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날 기다렸다는 듯이.. 가만히 날 바라본다. 뭔가 뭉클한것이 가슴속에서 치솟아 오른다. 알수 없는 분노, 그리고 불안..
"이거예요? 이거냐구요? 당신이 말하는게 이런거예요? 내가 가면을 쓰고 있다고? 그래요! 이 가면 벗어버리죠! 그러면 되나요? 지켜보세요! 어떻게 되는지!!"
난 민이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날 그 모습을 본뒤 두번 다시는 가기싫었던 곳.. 하지만 이제는 가야 한다!! 나를 위해서도.. 민이를 위해서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민이는 집에 있었다.
"나야.. 희수.. 문좀 열어.."
- 딸칵-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민이의 얼굴이 보인다. 웬지 모르게 어두워 보이는 민이의 얼굴.. 왜 왜! 네가 이러는 건데? 힘든거 나인데..
'울컥!'
복받쳐 올랐다. 뭉클한 무엇인가가..
"이거였어? 네가 말했던 것이? 네가 두려워 했던 것이?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날 사랑하냐고~!!!"
"..."
"왜 아무말 없는건데!! 네가 쓰고 있는 가면이 도대체 뭔데? 날 사랑하는 가면? 그럼 그 가면을 벗으면? 벗으면 어떻게 되는데!! 벗어봐! 벗어보라고~!!!"
조금 멀리 주방쪽에 칼이 보였다. 작은 과도 였는데 난 그곳으로 향했고 과도를 집어 들었다.
"내가 쓰고 있는 가면? 그게 뭔데.. 도대체.. 왜.. 뭐가 잘못된건데.. 가면이 도대체 뭔데.. 나도 너도 쓰고 있는 가면.. 그 가면들을 벗으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건데.. 난 널 이렇게 사랑하는데.."
목이 메여 왔다. 이길 수 없는 슬픔이 내 목과 눈을 자극하고 밖으로 분출하였다.
"미안해.. 미안해.. 민아.. "
난 손에 들고 있는 과도로 반대편 손목에 대고 좍 그어버렸다. 아무것도 걸리는 것없이 아주 반듯하게.. 날카로운 칼날은 나의 피부에 와닿고 피가 솟구쳐 올랐다. 아주 천천히.. 난 이 조용한 공간속에서 쓰려졌다.
- 병원 -
"희수야.."
"으으.."
"정신이 들어?"
"누구..?"
"나야.. 민이.. 괜찮아? 정신이 들어?"
"어어..여긴 어디야?"
"어디긴.. 병원이지.. 왜 그런짓을 했어.. 왜.."
병원이구나.. 민이가 데려다 준건가.. 난 주위를 살펴보았다. 혼자 쓰는 특실인지 주위엔 나 말곤 다른 환자들은 없었다. 내가 그엇던 내 손목을 보았다.붕대로 칭칭 묶여 있어 얼마나 다쳤는지 모르겠다. 조금 움직여 보니 통증이 밀려 왔다.
"으.."
"괜찮아?"
"어어.. 괜찮아.."
"왜 그랬어.."
"미안해.. 잘 모르겠어. 나도.."
천천히 과거를 회상하며, 난 힘겨운 목을 열고 그동안의 꿈 얘기와 권태수에 관한 얘기를 민이에게 하였다. 꿈에서의 민이의 모습.. 그리고 권태수라는 남자 얘기, 무슨 말인지 모를 가면 얘기.. 그리고 민이 집앞에서의 광경.. 민이에게 처음으로 모든 것들을 말했다.
"왜 그것 때문에 힘들어.. 이게 네 모습인데, 너무나 착해서 너무나 마음이 약해서 남을 해치지 못하고 그래서 자기를 죽이는 사람.. 그게 너인데.."
"그럼 그땐.."
"너도 아는 사람이야.. 슬희가 갑자기 찾아왔었어.. 창이 때문에 힘들어 해서달래주고 집에 보내던 길이었어.. 알잖아.. 난 너만 사랑하고 있는거.."
"민아.."
"조금 쉬고 있어.. 조금 있다 다시 올께.."
"으응.."
그렇게 민이는 병실을 나섰고. 난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제 원래 자리로 돌아온건가.. 나도.. 민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