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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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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13 화
작성일 : 16-08-19 14:44     조회 : 568     추천 : 0     분량 : 10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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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7년 2월 25일 09:15

 광화문 비각 전투 상황실

 

 23세의 젊은 황제 이척은 이른 아침, 눈을 뜸과 동시에 의관을 정제하고 광화문 비각으로의 출궁을 명해 급히 달려왔다.

 백령도에서 옮겨온 상황실 장비가 비각에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건원제는 요 며칠 신이 나있었다. 수없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쟁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싶어 매일같이 비각으로 나들이를 했는데 들려오는 소리마다 격침이요 승전이었다.

 석년에 작고한 순명황태자비 민씨가 생각났다.

 ‘같이 기뻐할 수 있으며 좋았을 것을…….’

 함께 한 시간도 거의 없었고 민 씨 일가와의 신경전 때문에 따뜻하게 대해 주지도 못했지만 어머니는 영원히 어머니였다.

 잊기 위해 머리를 한 번 내저었다.

 “대마도에 상륙한 아군의 상황은 어떠하오? 수상.”

 “폐하, 상황판에 보시는 것과 같이 어젯밤을 끝으로 하도下島(시다시마)의 장악을 끝내고 금일 05시에 고후나고시항에 상륙하는 것을 시작으로 상도上島(우에시마)의 공략을 시작했습니다. 박정준 사단장이 의외로 선전하여 신속하고 피해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그리고 상도에는 왜군 병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면 여타 다른 작은 섬까지 모두 장악할 것이라 했습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이제 우리 대한제국의 고토古土를 회복하기 시작하는구려. 정말 좋아요. 하하하.”

 가뜩이나 비좁은 상황실에 황제의 내관들까지 들어와서 한겨울에 덥다는 느낌까지 들었으나 그래도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외상! 이번 전투에서 생포한 포로들은 어찌하실 요량이오? 숫자가 너무 많아서 처치 곤란 일 텐데.”

 임헌수의 기분 좋은 투정에 외상 서광범도 웃으며 장단을 맞췄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20만이라니. 거기다 왜군이 이번에 가져온 군량은 겨우 한 달 분이어서 먹이는 것도 상당한 돈이 들어 갈 것 같습니다. 걱정이에요. 허허.”

 “그럼 밥값을 내게 해야지요. 후후. 내상 이순범 대감과 상의해서 단양과 현재 개발하고 있는 영월 탄광의 광부로 쓰거나 아니면 폐하께 사정하셔서 철도공사 인부로 사용하도록 해보세요. 추후에 전쟁 배상금 받을 때 이 사람들 몸값하고 식대는 따로 또 계산해서 받고요. 일석이조 아닙니까. 하하하.”

 “허허허.”

 몇몇 대신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비각의 하얀 눈밭에 흩어졌다.

 

 1897년 2월 25일 13:00

 시모노세키 일본 해군성

 

 “무어라? 연합함대가 괴멸? 수송선단은 나포拿捕? 그게 무슨 헛소리야! 조선에 무슨 해군이 있다고! 거기다 쓰시마에 조선군이 상륙을 해?”

 해군성 장관 사이토는 연합함대의 타전과 쓰시마 영주 소 씨가 보낸 전문을 손에 쥐고 펄펄 뛰었다.

 우선 믿을 수가 없었다. 단 며칠 사이에 일본 최강의 함대가 대한해협에 가라앉고 영토에 조선군이 상륙했다?

 말도 안 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이 팽창정책을 선택한 이래 처음 겪는 패전이었기에 더더욱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고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래서는 자신의 입지조차 흔들릴 것 같았다.

 더구나 현해탄이 무주공산無主空山, 이러면 홋카이도와 타이완의 함대를 불러와야 했다. 혼슈가 위험했다.

 “젠장! 각료 회의를 소집해라! 교토로 가겠다!”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해군성장관 사이토의 등 뒤로 집어던진 전문이 널려 있었다.

 ‘연합함대 괴멸. 기함과 함께 하겠다. 가토 도모사부로加藤友三郞’

 

 1897년 4월 13일 19:00

 종로 기루妓樓 옥루몽玉淚夢

 

 외상 서광범과 원세개(위안스카이)는 기녀 소운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자하고 기루에 왔으나 기녀는 뒷전이고 고개를 맞대고 술잔만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래, 안찰사! 보시니 어떠하더이까? 쓸 만하시지요?”

 “그렇소이다, 외상. 솔직히 귀국의 군함들은 대단하더군요. 그런데 가격을 얼마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아국을 위해서 팔겠다는데, 아시다시피 아국은 지금 여유가 없어요. 그 배 3척이면 영국과도 승부를 해볼만한 대단한 전력인데…… 본 안찰사를 더 놀리지 마시고 생각하고 계신 조건을 말씀하시지요.”

 원세개는 지난 2월의 왜국 연합함대의 격파소식을 듣고 전후사정을 조사하면서 대한제국 해군전력의 무서움을 어깨너머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략의 전력이라도 파악하고자 서광범과 몇 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군함의 판매를 거론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마침내 제물포에서 공관에 근무하는 해군 무관과 함께 판매용 전함에 승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전함은 만재수량 1만5천 톤급의 경유엔진을 장착한 전함으로 최고속도 22노트에 사정거리 20킬로미터짜리 12인치 주포 4문과 부포 8문을 장착한 거함이었다.

 실제 러일전쟁 당시의 주력전함이 1만에서 1만5천 톤급이었고, 최고속도는 18노트가 고작이었다.

 주포의 사정거리도 15킬로미터를 넘지 못했으니 원세계의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경유엔진을 장착함으로써 석탄 증기기관을 장착한 함선들에 비해 2할 이상의 추가적인 공간 확보가 가능했다.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기존의 전함보다 한 단계 앞선 신식 전함, 마음은 간절했으나 제국에 줄 것이 없었다. 더구나 3척이면 엄청난 거금일 것이었다.

 그런데 먼저 제국에서 팔겠다고 나선 것, 그렇다면 분명히 다른 원하는 것이 있다는 뜻이었다.

 “허허, 대단하십니다. 그럼,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오해는 하지 마시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어차피 지금부터 제가 하는 모든 말은 극비이며 공친왕 전하께 안찰사께서 직접 말씀을 전하셔야 합니다. 성사될 때까지 문서는 없습니다. 약속하시겠습니까?”

 “좋소이다. 그 전함 1척이면 내 북경에서 청도까지 발가벗고 뛰라 해도 할 것이오.”

 “하하. 알겠습니다. 우선 묻지요. 요동의 뤼순항은 러시아가 태평양함대와 육군 13만5천을 주둔시킨 상태에서 조차를 요구하고 있는데 귀국은 사실상 인정해 줄 분위기입니다. 그렇지요?”

 “흠…… 어떻게 아셨는지는 모르나 그렇습니다.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려운 상태지요.”

 실제로 1898년 청국은 요동을 러시아에게 50년간 조차해주게 된다.

 미국에게도 같은 해인 1898년에 필리핀과 괌을 할양하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열강에게 차례로 홍콩, 청도, 광저우 등 중요한 항구를 조차했다.

 1897년과 1898년의 청국은 이미 약화될 대로 약화되어 있어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고 열강의 청국 분할 야욕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었다.

 청국 정부 역시 썩을 대로 썩어서 수습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차피 러시아가 뤼순항을 확보하게 되면 요동, 요서부터 길림성, 흑룡강성까지는 러시아의 세력권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거의 러시아의 땅이지요. 또한 필리핀, 괌, 홍콩, 청도 또한 마찬가지가 되겠지요. 해서 청국의 어려움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우리 조정은 오랜 동맹인 청국정부를 돕기 위해, 오늘 보셨던 전함 3대와 장갑순양함 8대, 구축함 2대, 야포 1천5백 문, 포탄 25만 발, 단발식 소총 20만 정, 총탄 8천만 발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예?”

 갑자기 판매에서 제공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바뀌었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였다.

 일개 국가와도 맞먹는 수량이었다. 원세개는 뭔가 허를 찔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상에 임한 자에게 모르는 변수가 있다는 것은 곧 협상의 실패와 직결했다. 당연히 원세개의 표정이 조심스러워졌다.

 사실 원세개가 시승한 전함은 실제로 저급형低級型 판매용 전함이지만 장갑순양함과 구축함은 일본 연합함대의 함정들을 개조하여 만든 것이었고, 야포와 소총 역시 왜군의 것을 압류한 것이었다.

 석탄 증기기관은 백령도 연구소에서 제작하고 싶어도 규모에 비해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관련 기술자도 없어서 만들기를 포기해버렸다.

 “그 대신 제국이 원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그 하나는 청국과의 군사동맹입니다. 앞으로 청국의 어려움에는 아국이 함께 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러시아에게 조차하실 예정인 요동반도를 포함한 요동, 길림, 흑룡강성의 영구할양입니다. 물론 러시아의 태평양함대와 극동군 13만의 퇴치는 아국이 해결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북경의 코앞인 뤼순에 주둔한 러시아군의 퇴치를 대신해드리는 것과 그 러시아와의 완충지대로 아국이 있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청국은 손해가 아니실 겁니다. 대신 귀국에는 타이완을 돌려드리지요. 손이 큰 교환이지만 청국의 손해는 전혀 없을 겁니다. 타이완이 없으면 귀국은 해양 진출이 불가능하지요. 지금 대답하실 수는 당연히 없을 것이고 본국에 한번 다녀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세개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기녀 소운의 날아갈 듯한 춤사위와 함께 밤은 깊어갔다.

 

 현해탄

 

 

 

 1897년 4월 30일 16:00

 쿄토

 

 첫 단추는 상대를 얕보는 치명적인 패착을 두면서 잘못 끼웠지만 이번엔 총력전이었다. 사이토는 당연히 설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려 두 달을 준비했다. 연합함대 제2함대를 북해도에서 불러들였고, 타이완에 주둔 중이던 3함대도 일부만을 남기고 혼슈로 이동시켰다.

 히로시마에서 제작 중이던 2만 톤급 전함을 마무리하여 미카사라는 이름을 다시 주어 미카사의 복수를 기원했다.

 다행히 조선은 쓰시마를 점령한 후 혼슈로의 진출은 시도하지 않았다.

 아마 연합함대 1함대와의 전투에서 조선 함대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일 터였다. 이제 복수의 시작, 연설하는 사이토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대일본제국의 군대가 해외에 진출한 이래 처음 패전을 하였소. 연합함대 1함대가 치욕적인 패배로 6천이 넘는 병사가 전사했고, 20만에 가까운 우리 젊은이들이 포로로 잡혔소. 그리고 쓰시마는 조선이 강점했소. 이에 나는 천황 폐하의 명을 받아 구겨진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하려 하오! 오는 5월 10일 출병하여 먼저 쓰시마를 되찾고 조선으로 갈 것이오. 우리는 승리할 것이오! 대일본제국 만세! 천황 폐하 만세!”

 회의실을 가득 메운 50여 명의 해군장성들이 뒤따라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대일본제국 만세!”

 “천황 폐하 만세!”

 원정군은 해군성 장관 사이토 본인을 총사령장관으로 한 연합함대 전체였다. 기함인 전함 미카사를 중심으로,

 제2함대

 사령장관 우에무라 해군 중장.

 제2함대 2전대

 장갑순양함 이즈모(기함), 아즈마, 도키와, 야구모, 아사마, 이와테.

 제2함대 4전대

 방호순양함 나니와, 타카치호, 아카시, 쓰시마. 통보함 1척, 구축함 8척, 수뢰정 7척.

 제3함대

 사령장관 가타오카 시치로 해군중장, 참모장-사이토 효지 해군 대좌.

 제3함대 5전대

 방호순양함 이츠쿠시마(기함), 마츠시마, 하시다테. 장갑함 진원.

 제3함대 6전대

 장갑순양함 치요다, 방호순양함 수마, 아키츠시마, 이즈미.

 제3함대 7전대

 장갑함 후소, 포함 타카오, 치쿠시, 쵸카이, 마야, 우지. 통보함 1척, 수뢰정 20척.

 이상으로 구성되는 총 62척의 전함과 보급선 63척의 대함대를 구성했다. 이번엔 확실히 도고 대장의 복수를 할 것이었다.

 쓰시마에 상륙시킬 육군 2만을 실어 나를 수송선단 7척도 준비했다. 이번엔 자신이 있었다.

 

 1897년 5월 10일 11:00

 현해탄 – 대마도

 서쪽 140킬로미터 해상

 

 “야! 김 중사! 우리 함대는 지금 어디 있냐?”

 209급 잠수함 성종의 함장 신종식 대위는 아침부터 짜증이 나 있었다.

 진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함의 소나가 어제부터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소나가 없으면 장님이었다. 눈감고 전투를 해야 하니 그동안 미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조금 전에 보충부품으로 겨우 수리를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간 상황, 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소나 담당 김영태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2함대는 대마도 우에시마 북쪽 끝 대한해협에 꼭꼭 숨어 있는 상태고 1함대는 당연히 만세키바시에 있겠죠. 뭐.”

 김영태 역시 소나 문제로 비번인 시간을 쉬지 못했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인마! 너까지 염장 지르지 마라. 아침에 예종이 쪽발이들 출항을 알려 왔으니까 음탐병들 전부 정신 차리라고 해. 이제부턴 독일 애들 써먹던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라고 했다. 나타나면 무조건 어뢰 몇 발씩 쏘고 튀는 거다. 흐흐흐.”

 “근데 전함이 100척이 넘는 다면서요?”

 “그래. 완전 물 반, 고기 반이다. 후후. 패시브든 액티브든 그냥 오는 쪽에다 쏘고 도망가면 그만이야. 장수왕이 안 왔어도 2개 함대가 다 나와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사령부에서는 연합함대에 대응하기 위해 1, 2함대를 재정비했다.

 1함대는 구축함 충무공을 필두로 태조, 정종, 프리깃함 우치적, 이순신, 이율곡, 이황, 유성룡, 미주 등 9척으로 편성했고, 2함대는 구축함 양만춘. 전함 태종, 세종. 프리깃함 을지문덕, 강감찬, 동명, 온조, 다루, 탈해. 구축함 경성, 해주, 평양 등 12척으로 했다.

 잠수함은 신형인 중종과 예종을 1함대에, 성종, 원균, 장보고를 2함대에 배속시켰다.

 총 26척, 연합함대의 100척이 넘어가는 대함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무장을 고려하면 아예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사령부의 명령은 하푼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라는 것이어서 적 함포의 사정거리 밖에서 지루한 싸움을 해야 할 것이었다.

 따라서 잠수함들은 적 함대의 이동 중에 끊임없이 공격해 약을 올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함장님! 전방 15킬로미터에 적 함대입니다. 숫자는 너무 많아서 확인이 제대로 안 됩니다.”

 음탐병의 나직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 뻔히 알고 있는 일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 어뢰실! 어뢰 상태는?”

 “재고 14발, 4발은 발사관에 들어가 있습니다.”

 “좋아. 2발 남기고 다 쏜 후에 백령도로 돌아간다. 보급 받자. 그리고 경성에 놀러 가서 기방에도 한번 가야지. 여자 속살 본 지가 10년은 된 것 같다. 글고 그 뭐시냐, 자연이란 년 말이야. 고것이 지난번에 폭 안기는 품이…….”

 대원들의 긴장을 풀어 주려한 의도에서 시작했으나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통제실은 이미 전투함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적 함대는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1897년 5월 10일 16:30

 대마도 서쪽 120킬로미터

 연합함대 기함 미카사

 

 사이토 해군성장관은 연합함대 1함대가 괴멸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잠수함이었다.

 아직 대양에선 사용할 수 없다던 잠수함이 현해탄에서 마구잡이로 설쳐대고 있었다.

 벌써 방호순양함 아카시, 이즈미, 포함 치쿠시, 장갑함 후소, 수뢰정 6척, 보급함 4척을 잃었고, 육군 수송선은 5척이나 잃었다.

 육군 수송선의 피해가 가장 컸다. 원정군의 절반이 넘는 1만5천의 대병이 수장되어버린 것이다. 쓰시마 상륙은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그나마 이제 더 이상 잠수함 공격이 없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무기가 소진되었거나 멀리까지 수색하는 아군 수뢰정이 신경 쓰여 돌아갔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으나 이제 대마도가 코앞이었다. 이제부터 복수였다.

 “함장님! 적함이 보입니다! 거리 약 25킬로미터! 9척! 장갑 순양함으로 보입니다.”

 “전함대! 전투준비! 전속 전진!”

 이제 조금 지나면 적함과 마주할 것이었다.

 “거리 20킬로미터! 적함이 변침합니다. 북쪽으로 도주하려는 것 같습니다.”

 “추격한다! 함대 우현 반타!”

 

 1897년 5월 10일 16:50

 대마도 서쪽 110킬로미터

 순양함 충무공

 

 “멍청한 것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잘해야 2만 톤급인 녀석들이 어딜 따라와 따라오길. 쯧쯧……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나?”

 “18킬로미터입니다. 조금 가까운 듯 보입니다.”

 “알았다. 20노트로 북쪽으로 이동한다. 프리깃은 적함을 포격하면서 진행하라! 함장 재량에 따라 자유사격!”

 프리깃함들의 포격이 시작되자 추격해 오고 있는 적함들이 하나 둘씩 화염에 휩싸였다. 포 한 발 쏴보지도 못하고 주력함들이 가라앉는 셈, 오종문은 키득거리며 웃어댔다.

 “아마 열 좀 받을 거다. 흐흐, 조금만 더 따라와라. 사격 통제에 의한 일제사격이란 게 뭔지 오늘 제대로 한번 보여 주마. 푸하하하.”

 함대는 계속해서 우에시마의 최북단을 향해 달리고, 지친 태양은 벌써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며 하루의 끝을 알리고 있었다.

 

 1897년 5월 10일 17:55

 시모노세키 동쪽

 25킬로미터 해상

 

 수면을 가른 검고 독특한 잠망경이 석양을 받아 검붉어진 시모노세키항을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

 지난 6개월 동안, 뤼순의 바다 밑에 죽은 듯이 숨어 있던 유령이 어둡게 가라앉은 현해탄에 전장全長 170미터의 육중한 선체를 드디어 드러낸 것이었다.

 유령은 6개월 동안 뤼순의 러시아함대의 감시와 정보 수집을 위해 백령도 기지와 뤼순만을 오가고 있었기에 실제로 바다 위로 올라온 시간이 거의 없었다.

 함의 이름 유령처럼 흔적도 없는 기동이었다.

 최웅 대령은 약한 조명 아래에서 조용히 잠망경을 들여다보았다. 여기저기 선박들이 보였지만 위험해 보이는 전투함은 없었다.

 연합함대의 출항 이후 항구는 정말 한산했다. 멀리 하얀색 해군성 건물이 보였다.

 “환웅을 준비해라!”

 차분한 명령, 환웅은 백령도 연구소의 1년 동안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잠수함 전용 함대지 미사일이었다.

 잠수함용 하푼을 개조해 만든 환웅은 사정거리가 50킬로미터 이내로 짧고 오차 범위도 반경 700미터로 비교적 심해서 사용에 어려움이 많지만 150킬로톤이 넘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반경 1킬로미터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괴물이었다.

 그 환웅이 시모노세키항 한가운데 있는 일본 해군성건물을 노리고 있었다.

 -1번 수직발사관! 발사대기!

 “발사!”

 발사관과 함께 선체를 떠난 환웅은 캄캄한 바다 한가운데를 불쑥 뚫고 솟구쳐 오르더니 즉시 부스터를 점화하고 시모노세키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최웅은 결과도 확인하지 않고 이동명령을 내렸다.

 “나가사키로 간다! 수심 100! 우현 반타!”

 현해탄의 검푸른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검은 선체 위로 아련한 섬광이 스며들었다. 시모노세키의 악몽이 시작되고 있었다.

 

 1897년 5월 10일 18:00

 대마도 북쪽 15킬로미터 해상

 기함 미카사

 

 사이토의 미간에 깊이 주름이 잡혔다.

 느린 수송함과 보급함들을 방호순양함 수마와 포함 마야, 우지를 딸려 쓰시마로 보낸 다음, 주력함 전체를 끌고 적 함대를 추격하는 상황, 그런데 이건 누가 추격을 하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추격은 분명 아군이 하고 있는데 피해는 일방적으로 아군이 입고 있었다.

 달아나는 적 함대는 아슬아슬하게 아군 함포 사거리 근처를 오가면서 지속적으로 아군 함정들에게 피해를 강요했다.

 무려 3시간의 추격전이 이루어지는 동안, 방호순양함 마츠시마와 수마가 기동력을 잃고 함대에서 이탈했고, 포함 타카오는 벌써 침몰했다.

 장갑순양함 치요다와 후소는 주포의 사용이 불가능해져 부포만으로 견뎌야 할 형편이었다. 답답한 추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유인작전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조선에 더 많은 전함이 있을 리 없고 저 정도의 함대면 분명히 조선의 주력 함대라 보아야 했다.

 저 함대만 잡으면 끝일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아군의 포탄은 항상 적함에 조금 못미처 수면을 쳤고 적의 포탄은 아군 전함들을 심심치 않게 두들겼다.

 적함포의 사거리가 아군함포보다 최소 5킬로미터는 더 나가는 셈, 그 5킬로미터를 따라 잡아야 하는데 놈들은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3시간 동안이나 줄기차게 달아나고 있었다.

 ‘포기해야 하나?’

 이 상태가 계속되면 피해만 커질 것이었다. 사이토는 포기로 가닥을 잡았다.

 적 함대는 동해로 도주하고 있지만 우리가 제물포로 이동하면 분명 따라올 터, 기회를 보아 매복을 결행하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언제 조선이 저런 함포를 개발했는지는 모르나 함포의 사정거리 문제로 더 피해를 보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시간도 너무 늦어져서 이젠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마침내 사이토의 입에서 중지명령이 떨어졌다.

 “추격을 멈춘다. 함대를 정비하라.”

 -중지! 함대를 정비하라!

 부지런히 깃발신호가 오가고 천천히 속도를 줄이면서 함대가 대형을 짜기 시작했다.

 “피해상황을 확인해라.”

 속속 들어오는 피해상황을 보면서 사이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丁자 기동의 약점인 적함의 원거리 변침과 아군 전함의 속도 부족 두 가지를 문제점을 모두 갖춘 전투였다. 그리고 조선군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

 ‘원양에서 활동하는 잠수함이라니……. 거기다 사정거리 20킬로미터가 넘는 주포까지?’

 동일한 숫자의 전함으로는 확실히 어려운 상대였다. 천상 매복이나 좁은 해역에서의 전투로 승부를 보아야 했다.

 장갑순양함 치요다와 후소 반파, 방호순양함 아카시, 이즈미 침몰, 마츠시마와 수마 전파, 포함 치쿠시, 타카오 침몰, 장갑함 후소 침몰. 짧은 전투의 성적표로는 정말 참담했다.

 그렇다고 마냥 한숨만 내쉴 수는 없는 일, 일단 반파된 순양함과 기동력을 잃은 미츠시마, 수마를 시모노세케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함대를 정비하려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견시수가 고함을 질렀다. 사이토는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매복이었다.

 “남서쪽 25킬로미터에 적 함대 출현! 10여 대로 보입니다! 추적 중이던 적 함대도 변침합니다! 적 함대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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