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작가연재 > 무협물
황우괴협
작가 : 추몽인
작품등록일 : 2016.4.21

“떠나라. 떠나서 두 번 다시 검을 쥐지 마라!”

이유도 몰랐다. 아니 안다 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나이였다.
십오년...
쫓기듯 변방에 버려져 황무지를 일궈가며 흘려버린 지난 나날들.
어느새 아이는 청년이 되었고, 더불어 이젠 황무지가 아닌 스스로 제 운명을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자, 이제 목화밭도 다 정리됐고, 내게 남은 것은 너와 곡괭이 한 자루 뿐이다. 그러니 황우(荒牛)야. 너도 나와 함께 떠나자.”

음머어어.
돌아오란 말도... 또 가겠다는 말도 없이 시작된 그 혼자만의 귀향길.
천하는 이때만 해도 황소 탄 그를 지독스레 기억하게 될 줄은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5장. 떠날 땐 말없이 (1)
작성일 : 16-04-21 20:26     조회 : 693     추천 : 0     분량 : 525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독사방에서 북서로 오리쯤 가다보면 폐찰 하나가 나올 것이다. 그곳에서 기다리마. 배후가 누구냐 먼저 물었던 네놈이니만큼 내 이 초대도 거절치 않으리라 믿는다.]

 

 일찌감치 궁금해하던 백무룡이라 여지없이 상대가 전음으로 통보한 약속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시각이 대략 독사방을 떠난 지 반 식경 정도 흘렀을 즘이었다.

 폐찰은 폐찰이라 언급한 것답게 현판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정문도 반은 사라지고 남은 반도 그나마 간신히 문설주에 걸쳐진 채였다.

 왠지 그걸 여는 것도 거추장스러웠고, 또 굳이 말로 자신이 왔음을 알리기 싫어 백무룡은 단순하게 그냥 문을 걷어찼다.

 펑!

 문짝이 날아가 요란스레 폐찰 경내에 떨어졌다. 이 정도면 귀신도 놀라 튀어나올 법한데, 열이 지나도록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든 말든 백무룡은 어차피 열려진 문 들어간단 식으로 폐찰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폐찰 안도 밖만큼 엉망이긴 마찬가지였다. 불당의 문들이 하나 같이 다 열려 있었고, 어떤 것들은 풍화되어 지붕이 반쯤 내려앉아 있는 것도 있었다.

 안의 불상도 금박을 죄다 벗겨가 불상인지 흉상인지 구분도 안 갈 정도였다.

 “거참. 취향한번 고약하군. 이왕 어렵게 만나는 거 경치 좋은 곳에서 보자면 얼마나 좋아? 하고 많은 곳 중에 이런 귀신 소굴이라니... 보나마나 그 낯짝도 영락없이 귀신 저리가라겠어.”

 백무룡이 마치 들으란 듯 크게 혼잣말을 주절거려 바로 상대가 반응을 보였다.

 “정말 생긴 것처럼 말버릇도 고약한 놈이로고.”

 “껄껄. 그렇다고 어디 귀신 낯짝만 하겠소?”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돌려보니 의외로 청수한 인상의 노인이 미간을 찌푸린 채 한 별당 안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백무룡은 정말 궁금하단 듯 물었다.

 “뉘시오?”

 “뭐?”

 “귀신 낯짝이 아닌 걸로 보아 아무래도 내가 찾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놈. 그래도 끝까지 낯짝이구나.”

 “그렇게 거북하면 내 상통이라 바꿔줄 수도 있소만.”

 하지만 상통이나 낯짝이나 어차피 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론 다를 게 없었다.

 천마는 대체 어디서 이런 놈이 나타났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혹시나 해 물었다.

 “너는 네가 누구인지 아느냐? 누군지 알고 그리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이냐?”

 “모르오. 그저 독사방주가 내 무례에도 어떻게든 정중하게 사과하는 걸 보고, 대충 기련마교인가 뭔가의 윗대가리가 나선 게 아닐까 그리 생각하고 있었소.”

 “윗대가리? 허허허.”

 너무 기가 막히면 외려 웃음이 나오는 법. 천마의 심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모른다는 첫말에 비해 이어진 말은 꽤나 자신의 정체에 근접한 말이었다. 그래서 천마는 왠지 이 눈앞의 오만방자한 놈이 궁금해졌다.

 “술 한 잔 할 터이냐?”

 “술?”

 저녁 내내 부어라 마셔라 했으면서도 백무룡은 마치 수개월 만에 술이란 말을 들은 것처럼 눈을 빛냈다.

 “그래. 어차피 이 이후에 한 사람은 더는 술을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 없을 테니, 그러기 전에 한 잔 하는 것이 어떠하냔 소리다.”

 “혹시 그 술이란 게 산서분주 이상이오?”

 “그야 네놈이 금존청(金尊淸)을 아냐 모르느냐에 달려있지.”

 “어디 있소?”

 “잠시 기다리거라. 네놈이 이처럼 빨리 올지 몰라 잠시 독작 중이었다. 내 가져...”

 휙!

 하지만 천마의 말이 끝나는 것보다 백무룡의 몸이 더 빨랐다.

 쏘아진 화살처럼 조금 전 천마가 나온 별당에 들어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들어갈 때와 다르게 꽤나 맥 빠진 모습이었다.

 “이게 다요?”

 말과 함께 백무룡이 자기로 만든 술병과 황금색 액체가 반쯤 들어있는 술잔을 내밀었다.

 “그럼. 예까지 오는데 술독을 들고 오겠느냐?”

 “하긴...”

 “실망마라. 난 그 남은 반잔이면 족하니, 나머지는 네놈이 다 마시도록 해라.”

 하지만 백무룡은 그 남은 반잔도 주기 아까운지 선뜻 천마에게 건네지 못했다.

 “정말 욕심도 많은 놈이로고.”

 결국 천마에게 한 소리 듣고서야 남은 반잔을 내밀었다. 아니 던졌다. 그러자 술잔이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받쳐 옮기는 듯 허공을 둥둥 떠서 날아갔다.

 그걸 본 천마가 잠시 눈가를 찌푸렸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밀어 그 술잔을 받았다.

 받아보니 마치 곁에서 술잔을 건네준 것처럼 조금의 거부감도 없었다. 이 말은 곧 허공을 격하고 물체를 움직이는 허공섭물(虛空攝物)이 팔 다리를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는 경지에 다다랐단 뜻이리라.

 ‘괜히 막여춘 그놈이 일수에 두 쪽이 난 것이 아니구나. 확실히 그만한 실력이 있어.’

 천마는 새삼 자신이 나선 것이 무엇보다 최선의 수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물론 허공섭물 한 가지만 보고 속단하긴 일렀다. 하지만 허공섭물을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행할 정도라면 결코 다른 쪽도 경지가 낮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뭐하시오?”

 “?”

 “술 한 잔 하자 하지 않았소? 그럼. 일단 앉으시오. 서서 마시는 취미는 없으니.”

 털썩.

 말끝에 백무룡이 아무렇지 않게 천마 앞쪽 흙바닥에 엉덩이를 깔았다.

 천마는 참 제멋대로인 놈이구나 하면서 그도 그냥 흙바닥에 주저앉았다.

 홀짝.

 그 순간 백무룡이 마치 참새가 물을 마시듯 어울리지 않게 술을 홀짝거렸다. 그 모습이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아 천마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허허.”

 “참 속도 좋소. 지금 웃음이 나오오? 사람을 초대해놓고 대접이 고작 이게 다라니. 어찌 배후란 사람이 그 하수인보다도 못하오.”

 “그래서 실망했느냐?”

 천마는 왠지 점점 익숙해져가 화도 안 났다.

 대신 백무룡이 툴툴댔다.

 “실망은 기대할 게 있을 때나 하는 거지, 애초 그런 것이 없는데 실망은 무슨 얼어 죽을 실망이오? 그보다 노인장도 참 별난 사람이오. 죽이려고 사람을 불러놓고 한가롭게 술이나 마시자하니.”

 “그건 네놈도 마찬가지 아니냐? 마시자 그런다고 물 만난 고기처럼 팔딱거리는 꼴하곤.”

 “적어도 난 그 덕에 귀한 금존청이라도 얻었지 않소? 하지만 노인장은 뭘 얻었소?”

 “그렇지 않아도 이제부터 얻어 볼 생각이다.”

 “보다시피 나 돈 없소. 아니, 앞으로도 생길 것 같지 않으니 괜한 기대마시오.”

 아마 누가 들었으면 입에 거품 물었을 소리를 백무룡은 눈썹 한 번 찌푸리지 않고 꺼냈다.

 “어차피 기대도 안했다. 게다가 내가 얻고 싶은 건 그딴 게 아니다.”

 “허면?”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 바로 네놈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정말 오늘 무슨 날인가? 보는 사람마다 내 정체를 알고 싶다 성화니.”

 홀짝.

 백무룡이 속이 탄다는 듯 술병을 기울였다.

 “왜 못 밝힐 이유라도 있느냐?”

 이 말에 갑자기 백무룡이 정색을 했다.

 “못 밝힐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밝히면 난 노인장을 죽여야 하오.”

 “허허. 별 걱정을 다하는구나. 어차피 난 네놈이 밝히던 밝히지 않던 술을 다 마신 다음에 죽이려 했다. 그러니 속 시원히 털어나 보아라.”

 “그 말은 내 손에 죽더라도 날 원망하지 않는단 소리요?”

 “그럴 거면 애초 무림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겠지. 그건 네놈도 마찬가지일 텐데.”

 “껄껄. 맞소. 그럴 걱정이었으면 나도 평생 땅이나 일구다 죽었을 것이오. 역시 노인장은 뭔가 통하오. 타노 다음으로 가장 말이 통하는 상대요.”

 “타노?”

 “있소. 주군 잘못 만나 평생 이 척박한 감숙에서 땅이나 일구다 숨이 끊긴... 게다가 충심은 또 어찌나 깊은지 그 오랜 시간 어길 생각도 못하고. 아니,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나를 택했지만...”

 꿀꺽. 꿀꺽.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것과 달리 백무룡이 금존청을 거침없이 들이켰다.

 그래서 천마는 듣지 않아도 꽤나 사연이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애써 묻지 않았다. 지금 알고 싶은 건 눈앞의 오만방자한 놈의 정체지, 타노라 불린 자의 정체가 아니기에...

 “그래서 이제 말할 결심이 섰느냐?”

 “좋소. 본의 아니게 살인멸구하는 꼴이 되었지만, 그토록 소원이라니 말해드리리다. 내가 지금은 비록 백무룡이지만, 본시 십오년 전까지만 해도 묵룡(墨龍)이란 이름으로 불리었었소. 사는 곳도 여기처럼 척박한 황무지가 아니라 언제나 녹음이 우거진 호남 형산이란 곳이었소.”

 그런데 이는 마치 분주란 말을 들으면 산서를 떠올리는 것과 비슷했다. 천마는 묵씨란 성과 호남 형산이란 말을 듣자 자연스레 한 곳을 떠올리게 되었다.

 “패천성!”

 천하의 천마도 패천성이란 말에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강남제일세 패천성.

 단순히 강서에서만 위세를 떨치는 천풍장과 달리 패천성은 강남 전역에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묵씨는 바로 현 패천성주 천룡무제(天龍武帝) 묵위강(墨威强)의 성씨였다.

 그렇다면 눈앞의 이 오만방자한 놈의 정체는...

 “노인장이 생각하는 대로요. 내 이 몸에도 바로 세상 누구보다 탐욕스런 묵가의 피가 흐르고 있소.”

 ‘음...’

 천마는 묵가의 피가 세상 누구보다 탐욕스러운지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역시나 이런 놈이 하늘에서 그냥 뚝하고 떨어질 순 없었다. 다 그만한 출신과 배경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

 “좀 전에 말했다시피 난 백무룡이오. 노인장이 하도 성화를 부려 말을 하긴 했지만, 아는 자들을 죽여서라도 감추고 싶을 정도로 난 오래전에 그 모든 걸 땅에 묻어버렸소. 그러니 노인장도 마지막 순간까지 날 백무룡으로 기억해주시오. 한 병도 못 되는 금존청으로 들은 내 신세내력이니 지켜 주리라 믿소.”

 ‘백무룡이란 이름이 그래서 나온 것인가?’

 흰 백(白)은 검을 묵(墨)의 반대이며 무룡(無龍)은 룡이 존재하지 않는다란 소리였다. 결국 자신은 묵룡이 아니란 소리를 이름으로 쓰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 모든 건 상대가 백무룡의 정체가 묵룡임을 알아야 가능했지만...

 어쨌거나 묵룡이 아닌 백무룡이길 바라는 건 이쪽에서도 좋은 일이었다. 만에 하나를 생각한다면 묵룡을 죽였다는 쪽보다 백무룡을 죽였단 쪽이 뒤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어차피 죽으면 다 부질없으니.”

 “그럼. 이제 다 끝난 거요?”

 방금 전 별 원치 않던 신세내력을 털어놓은 뒤라 백무룡은 남은 금존청을 말끔히 비운 뒤였다. 그래서 슬슬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려 했는데.

 “그럴까 했는데 아직 남았다.”

 “노인장도 꽤나 탐욕스럽소. 고작 술 한 병에 바라는 게 하나 이상이니.”

 “뭐 어떠냐? 어차피 살인멸구인데, 둘이든 셋이든 크게 상관없지.”

 “좋소. 허나 말했다시피 나 또한 꽤나 탐욕스런 피를 타고 나 손해 보는 것은 싫어하오. 나 또한 질문할 것이오. 대신 몇 가지가 되었든 난 한 가지만 물을 테니 숨김없이 답해주시오.”

 “그러지.”

 이후 잠시 숨을 고른 천마가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6장. 그 주인에 그 소 (3) 2016 / 4 / 21 621 0 6001   
20 6장. 그 주인에 그 소 (2) 2016 / 4 / 21 613 0 6608   
19 6장. 그 주인에 그 소 (1) 2016 / 4 / 21 606 0 6421   
18 5장. 떠날 땐 말없이 (4) 2016 / 4 / 21 663 0 5944   
17 5장. 떠날 땐 말없이 (3) 2016 / 4 / 21 643 0 6545   
16 5장. 떠날 땐 말없이 (2) 2016 / 4 / 21 578 0 6354   
15 5장. 떠날 땐 말없이 (1) 2016 / 4 / 21 694 0 5255   
14 4장. 수상한 초대 (4) 2016 / 4 / 21 607 0 5438   
13 4장. 수상한 초대 (3) 2016 / 4 / 21 887 0 6605   
12 4장. 수상한 초대 (2) 2016 / 4 / 21 657 0 6126   
11 4장. 수상한 초대 (1) 2016 / 4 / 21 553 0 6389   
10 3장. 호위무쌍 (3) 2016 / 4 / 21 539 0 6358   
9 3장. 호위무쌍 (2) 2016 / 4 / 21 638 0 6257   
8 3장. 호위무쌍 (1) 2016 / 4 / 21 576 0 5784   
7 2장. 강탈? 거래? (3) 2016 / 4 / 21 666 0 6277   
6 2장. 강탈? 거래? (2) 2016 / 4 / 21 618 0 5645   
5 2장. 강탈? 거래? (1) 2016 / 4 / 21 508 0 3925   
4 1장. 황소 탄 무뢰한 (3) 2016 / 4 / 21 476 0 5056   
3 1장. 황소 탄 무뢰한 (2) 2016 / 4 / 21 706 0 5350   
2 1장. 황소 탄 무뢰한 (1) 2016 / 4 / 21 623 0 5758   
1 서장. 돌아가리라... 2016 / 4 / 21 883 0 184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