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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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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10 화
작성일 : 16-08-19 13:58     조회 : 650     추천 : 0     분량 : 9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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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10월 29일 06:10

 용암포

 

 멀리 용천평야의 끝자락으로 황금평도黃金坪島가 보였다.

 오른쪽의 낮은 삼각주 형태의 섬은 태조가 고려의 북벌군을 회군했다는 위화도, 조금 남쪽에는 인근의 유일한 고지인 이름도 없는 자그마한 야산이었다.

 능선을 따라 왜군 포병대의 모습도 보였다.

 75밀리쯤으로 보이는 60여 문의 야포가 압록강과 서해 쪽으로 거치되어 있었고 야산 아래에는 허름한 군용막사가 네 줄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잘 해야 2천 정도의 병력, 간간이 초병의 모습도 보였다.

 지난밤, 철산에 상륙한 유상열의 정북군征北軍은 친위군 본대만으로 용암포까지 직행했다.

 이동이 느린 중앙육군은 아직도 한참 남쪽에서 북상중인 상황이라 유상열은 15킬로미터쯤 떨어진 산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친위군만으로 용암포의 왜병을 처리할 요량이었다.

 일단 성공적인 회피기동, 친위군이 인근까지 진출했는데도 저 정도 허술한 경계 상태라면 아직은 제국군의 이동을 모르고 있다고 보아야 했다.

 1901년이 되면 중국의 의화단사건을 빌미로 러시아군이 조선 내 자국민 보호차원의 주둔이라고 우기며 이곳 용암포에 엄청난 대군을 주둔시킬 것이었다.

 이후 러시아가 조선에 영향력을 확장하자 그로인해 위협을 느낀 일본이 1904년 뤼순의 태평양함대를 기습하면서 본격적인 러일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그만큼 군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요충 중의 요충인 곳이었다.

 전선 항공통제기가 보낸 항공사진을 통해서도 대략의 지형도와 병력배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지만 오늘만큼은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직승기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본 유상열은 대략 상황파악이 끝나자 조종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돌아가자.”

 직승공격기는 낮은 모터소리만 남기고 남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용암포 인근 민가의 초가지붕 위에 엎드린 채 왜군진영을 노려보던 김평일 중사는 싸한 아침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는 철모에 매달린 헤드셋 마이크를 끌어내렸다.

 “화집점, 기역-시옷-아홉-넷-공, 초탄 발사!”

 -화집점, 기역-시옷-아홉-넷-공, 초탄 발사한다.

 그리고 잠깐의 기다림, ‘피윳’하는 짧은 파공음과 함께 두 발의 포탄이 왜군의 막사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공터에서 폭발했다.

 “제원수정! 전방 50미터! 효력사效力射!”

 다시 몇 초가 흐르자 수백 발의 포탄이 왜군 막사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불길이 치솟고 당황한 초병들이 이리저리 달리기 시작하자 멀리서 APC K200 보병 수송 장갑차와 보병 전투차 100여 대가 흙먼지를 날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시마모토 소좌는 내륙으로부터 갑자기 날아오는 포탄에 당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조선에 포병이 있을 리가 없고, 설사 있다 해도 포병은 이동속도가 느렸다.

 하루 한 번씩 반경 20킬로미터 넘게 수색하는 초계병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야포가 사거리인 10킬로미터 이내까지 들어오려면 최소한 하루는 필요했다.

 거기다 멀리 엄청난 흙먼지까지 보였다.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흙먼지의 양과 속도를 보아서는 최소 수천은 됨직한 기병이었다.

 “제기랄! 포대의 방향을 바꿔라! 시간이 없다. 빨리! 빨리! 시모토 이 개자식아! 빨리 이쪽으로 올라와!”

 아직 기상 전이라 초병들을 모두 합쳐야 불과 10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부근에 멍하니 서 있던 병사들까지 닦달해 야포 한 문이라도 적병들 쪽으로 돌려세우려 기를 썼다.

 야산 아래 막사는 이미 불바다였고 계속해서 포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족히 50문은 되는 대규모 포병대, 고지에 자리 잡은 포병이 초탄도 쏘지 못하고 적의 포격에 노출된 셈이었다.

 이 전투는 싸워 보나마나라고 생각했지만 명색이 대일본제국의 장교였다. 한 놈이라도 죽이고 죽어야 했다.

 빠바바방―

 생전 처음 듣는 희한한 폭음이 들리더니 열심히 포를 돌리던 병사들이 갑자기 쓰러졌다. 시마모토는 황급히 자신의 권총을 빼들었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길 힘이 없었다. 갑자기 파란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누군가 조선어로 지껄였다.

 “들고양이, 포대 장악 완료! 방어에 들어갑니다.”

 ‘조선군? 제기랄…….’

 욕설을 퍼부었지만 입 밖으로 소리가 되어 나오지는 않았다.

 

 검은 전투복의 친위군 1개 중대가 일본군 포대와 지형지물을 근거로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능선 아래에서 포병인 듯한 수백 명의 병사들이 달려 나왔다.

 뒤늦게 포대로 올라오려는 일본군이었다.

 “사격 개시!”

 권용호는 지체 없이 명령을 내렸다. AK-60 중기관총과 K2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초탄에 수십이 우수수 쓰러지자 일본군들은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나름대로 하나둘씩 사격을 시작하는 모양새, 매번 새로 총알을 장전해야 하는 단발 사격이라도 많은 병력의 사격이 집중되면 절대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옆 포대에서 사격을 하던 자신의 당번병 김치곤의 철모가 총알에 맞아 뒤쪽으로 튀어나갔고 자신의 포대 앞 30미터 정도에 쌓아 놓은 화약이 유폭되었는지 큰 폭발이 일어났다.

 “김치곤! 이 멍청한 새끼야 일어서지 마! 낯짝에 맞으면 방탄복이고 뭐고 없어! 되진단 말이야!”

 “한 중사! 3소대 쪽으로 AK 지원해! 그리로 적이 몰린다! 2시 방향 탄막으로 형성해! 빨리!”

 “우와아아아!”

 나름 필사적인 함성, 일본군은 그대로는 버티지 못하겠는지 돌격을 시도했다. 다음 순간, 수류탄 2~30개가 허공을 날았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병사들의 몸뚱이가 줄줄이 허공을 날았다. 그러나 수류탄 공격을 받고도 왜군은 고집스럽게 돌격을 계속했다.

 무작정 쏘는 총탄에 아군 진영에서도 하나 둘씩 부상자가 나오고 있었다.

 “젠장! 김 병장님! 저 맞았습니다. 위생병!”

 “임마! 좀 기다려! 지금 시대 총알은 다리 같은 데 한 방 맞고는 절대 안 되져!”

 악전고투였지만 10분여를 악착같이 버티자 돌격해 들어오는 왜군의 숫자가 갑자기 줄어들었다.

 적 후방으로 아군 장갑차가 난입한 것이었다. 왜군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달려들던 적병 하나가 쓰러지고 나자 포대 근처에는 더 이상 적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지독한 화약냄새와 피비린내만 신경을 긁어댔다.

 권용호는 야포에 기대어 돌아앉으며 힘없이 무전병을 불렀다.

 “해수야. 소대별로 피해 보고하라고 해라.”

 여전히 장갑차의 기관총 소리와 K2의 소음이 들려왔지만 그에게는 이젠 남의 일이었다. 졸리고 피곤했다.

 최초 자주포 부대의 초탄사격으로부터 전투 종료까지는 4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포대를 그대로 확보하기 위해서 1개 중대를 우회 침투시켰지만 제법 피해가 있었다.

 경상 8명, 그래도 명색이 총상이니 당분간 전투 수행은 힘들 것이다. 의주의 왜군 본군과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전력에 약간이지만 손상이 생긴 셈이었다.

 그러나 부상자 본인들은 간호병영에 있게 되어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유상열은 입맛이 썼다. 해상전투와 달리 직접 적들의 즐비한 시체를 보고 피 냄새를 맡는 것은 역시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뒤따라 온 중앙 육군 1천을 수비병으로 남기고 의주로 이동을 서둘렀다.

 이제부터 시간 싸움이었다. 적이 아직 아군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최대한 빨리 이동해서 부대 배치를 끝내야 했다.

 의주 외곽의 의촌리까지 신속하게 부대를 전개한 유상열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왜군병영이 의주 민간인 지역에서 너무 가까워 화력을 전부 쏟아 부을 수가 없을 거라는 막연하게나마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직접 보니 이건 가까운 정도가 아예 섞여있었다. 당연히 전면적인 기습 공격은 거의 불가능했다.

 우선 병영이 모여 있는 민간인 지역 외곽에서 신경전을 벌여 왜군을 끌어내야할 것 같았다.

 아군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100문 가까이 관측된 야포, 일단 이것부터 쓸어내야 했다.

 다행히 왜군은 아군의 부대배치가 끝날 때까지도 아군의 이동을 인지하지 못한 듯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밤, 추수가 끝난 논밭에 동서로 5킬로미터에 달하는 참호 진지를 구축하느라 중앙육군 병사들 대부분이 새벽녘까지 잠을 설쳤지만 제법 쓸 만한 참호가 만들어져서 걱정은 던 셈이었다.

 참호전은 미국의 남북전쟁 때 사용되기 시작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 이전 까지는 보편화되지 않았고 왜군에게 아군의 참호는 생소할 것이었다.

 하지만 용천평야 같은 넓은 개활지 전투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데는 참호만한 것이 없었다.

 이 어깨 높이의 개인 참호들은 포격과 돌격이 전부인 19세기 말 전투의 양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었다.

 

 유상열은 참호라인 동쪽 5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나지막한 잡목 숲 속에 장갑차와 친위군 병력을 은폐시켜 놓고 장갑차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차피 선공이 불가능하다면 적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식사 하세요.”

 이민숙이 야전 식사용으로 만든 주먹밥 2개와 스프를 가지고 다가왔다. 몇 달간 붙어 지내면서 이제 그녀와의 사이는 많이 가까워져있었다.

 말투도 제법 연인다워졌고 철산까지 오는 수송선에서는 가벼운 포옹과 입맞춤도 했다.

 이 시대의 여건으로 보면 이제 부부나 다름이 없었으나 단지 이민숙에 대한 호칭이 마땅치 않았다.

 소저小姐라고 부르기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현대식으로 ‘민숙아’ 혹은 ‘민숙 씨’라고 부를 수도 없어서 아예 호칭을 쓰지 않거나, 그저 직급을 부르는 수밖에 없었다.

 “고맙소, 대위.”

 이민숙은 스프를 유상열의 발치에 놓더니 장갑차 위로 가볍게 뛰어올라 그의 옆에 나란히 걸터앉으면서 주먹밥을 건넸다.

 주먹밥은 현대식으로 양념을 하여 진공포장을 한 것이어서 장기전을 요하는 야전에서는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의주의 민간인 때문에 걱정되시는 모양이죠?”

 “그래요. 이거야 원 완전히 섞여 있으니 공격을 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요. 내습을 당하면 군의 통제가 어려울 텐데도 저리 주둔하니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왜군을 밖으로 끌어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신경 써야 할 것들은 왜의 야포부대인데 야포부대는 민간인 지역의 서쪽 외곽에 있으니 자주포로 정밀하게 두들기고 일본군 야포 사정거리 밖에다 일부병력을 배치해서 적을 유인하고 싶은데, 그 과정에서 유인하는 병력의 희생이 적지 않을 것 같아요. 또 저들이 우리 의도에 따라 움직여 주리라는 보장도 없고요. 그래서 다른 작전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의 말에 이민숙이 바짝 다가앉았다.

 “그럼 이건 어때요?”

 “좋은 생각이 있습니까?”

 “제 특무대대 전투병 2백이 전원 기마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부대 이동을 위해 사용하던 군마를 활용하면 급히 후퇴가 가능합니다. 해볼만한 하지 않을까요?”

 “흠. 가능 할 것도 같은데…… 좋아요. 해 봅시다. 그 대신 조심해야합니다. 그대가 다치면 이경하 장군을 볼 면목이 없어요.”

 유상열이 걱정하는 말을 하자 이민숙은 고른 치열을 모두 드러내며 정말 환하게 웃었다.

 “심려 놓으세요, 상공. 어차피 직접 전투를 하는 것도 아닌데요 뭐. 오후 2시쯤이면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거예요.”

 

 점심 식사를 마친 왜군 사령관 하세가와 상좌는 난데없이 나타난 1만 정도의 조선군 부대가 25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집결했다는 정찰 부대의 보고를 받고는 깊이 생각에 잠겼다.

 아군이 모르는 사이에 무려 1만이나 되는 대병이 이동을 해 왔고 용암포의 포대는 연락이 되지 않으니 필시 적의 수중에 떨어졌을 것이었다.

 가장 이상한 점은 어제 저녁에 25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진을 칠 수 있었다면 야간에 기습도 가능할 터였는데 아직도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장시간의 빠른 이동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거나, 당장은 보이지 않는 포병이나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후속 부대를 기다리는 것일 터였다.

 그렇다면 적의 병력은 대략 2만 정도, 적의 포병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군 포병을 움직이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빠른 시간 내에 이동을 마치고 공격을 시작하면 적의 포병부대가 도착하기 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쌍방 모두 2만이 넘어가는 대병의 싸움이니 하루 이틀에 끝날 싸움도 아니었다. 이쯤해서 선제대응도 나쁘지 않았다.

 “모리 소좌!”

 “핫!”

 “1, 2포병연대 전원에게 이동준비를 하게하고, 보병 1, 2, 3사단을 조선군 진영의 5킬로미터 앞까지 이동시킨다. 4사단은 후군으로 포병 부대와 함께 움직인다. 즉시 시행하라!”

 모리가 명령 전달을 위해 밖으로 뛰어나가자 하세가와는 식탁에 올려놓은 권총 요대를 챙겨들고 곧장 군막을 나섰다. 적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장갑차 포탑 위에서 망원경으로 적진의 상황을 주시하던 유상열은 왜군이 이동의 기미를 보이자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헤드셋을 툭툭 건드렸다.

 “다행히 적들이 움직인다. 제4특무대대 기병은 작전을 취소하고 친위군 3사단에 합류하여 우회타격을 준비한다. 포격 통제부 정위치! 전군 전투 준비!”

 왜군 포병대는 아군 참호선에서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개활지에 야포 배열하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시간을 더 주면 포병의 공격에 중앙육군이 제법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앙군 참호부근은 거의 동요 없이 조용했다.

 친위군 선봉이 우회기동을 위해 이동을 시작하자 곧장 유상열의 입에서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포격 통제부! 포격을 시작한다. 목표는 적 야포부대!”

 -통제부 포격대기, 목표 적 야포.

 “포격 개시!”

 -로져! 화집점 기역-이응-여섯-넷-공, 적의 분포가 넓다. 초탄부터 효력사를 하면서 제원 수정을 한다. 전 포대 포격 개시!

 공격 명령과 동시에 적진에서 3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나지막한 야산에 은폐된 20대의 자주포가 자동사격 통제에 의한 연사를 시작했다.

 막 야포의 배열을 시작하던 왜군 포병대에 불벼락이 떨어졌다. 불과 2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무려 140발이 넘는 고폭탄의 쇄도였다.

 이 시대 포병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화력이었다.

 십여 대의 야포가 거의 동시에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순식간에 포병대의 전열은 흩어졌다.

 유폭된 포탄과 화약이 내뿜는 시커먼 연기가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 포병대 병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에 바빴다.

 

 천지를 뒤흔들던 포격이 잠시 끊어지자 하세가와는 급히 대응사격을 생각했다. 그러나 적 포병의 위치가 문제였다. 어디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막연히 적 진영의 부근에 있을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 퇴각은 이미 늦었고 이젠 최소한 적과 가까이 부대를 전개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칙쇼! 돌격시켜! 조선군 무기는 형편없다! 모조리 죽여 버려!”

 붉은 깃발 10여 개가 분주히 움직이자 선봉 3개 사단이 좌우로 넓게 산개하면서 속보로 소총사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전진했다.

 “남은 포병대도 공격하라고 해! 어서!”

 몇 분 초초한 시간이 흐른 뒤, 포병대가 하나 둘씩 발사 준비를 마치고 발포를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적 포병대의 포탄이 쏟아졌다.

 치열한 포격전, 화약연기와 폭음으로 10여 미터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포격전은 몇 분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아군 포병대의 발사음이 들리지 않았다. 결론은 하나였다. 하세가와는 포병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4사단 본진에도 속보 전진을 명령했다.

 

 중앙군 3사단장 이진택 대령은 느긋하게 전황을 주시했다.

 포탑이 설치되어 있는 K200 A2 보병 전투차 80여 대가 이동하는 왜군 보병 사단의 옆구리에 55밀리 포탄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대열이 흩어졌으나 전진을 멈추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시 자주포의 포탄이 왜군 보병에게 쏟아졌다. 그래도 전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간간히 날아오던 적의 포격은 아군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한 채 벌써 끝나 있었고, 왜군은 이제 4~500미터 앞까지 전진해 왔다.

 아군의 포격도 오폭을 우려해서인지 조금 뜸해진 상황,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왜군의 일제 사격과 함께 돌격이 있을 것이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왜군 병사의 얼굴이 망원경 안으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진택의 첫 실전이었다. 과거 키리졸브 등 한미합동훈련에 참여하면서 수없이 보아왔던 야전이지만 당시는 일개 중대장이었던 대위였다.

 전체를 볼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짜 사람이 죽어나가는 실전이었다.

 화력은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질 이유가 없지만 눈앞에 펼쳐진 수만 병력의 무시무시한 돌격은 당연히 아드레날린의 폭주를 가져왔다.

 손에 쥔 망원경이 지독하게 미끄러웠다. 이제 거리 250미터, K-2소총의 기지거리 사격권에 들어온 셈이었다. 왜군의 일제 사격은 아직 없었고, 속보였다.

 “중기관총 사격 개시!”

 투투투투―

 콩 볶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AK60기관총들이 좌우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참호에서 불을 뿜었다.

 문득, 몇 년 전 아내와 서울의 영화관에서 보았던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낮게 가라앉은 침침한 하늘, 끝없는 참호, 포탄에 튀어 오르는 흙더미, 철조망, 수없이 얇게 피어오르는 하얀 총연銃煙, 끝없는 돌격 부대…… 자신이 주연이었다.

 “주연은 주연 역할을 해야겠지…….”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사이 적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거리는 150미터 남짓, 이제 곧 본격적인 돌격이 시작될 것이었다.

 “총원! 사격개시!”

 카카캉!

 날카로운 소총의 폭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계속 사격해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 적병의 허리 아래를 노려라! 쏴라!”

 교본의 내용이 틀리지 않다면 다리 아래쪽을 겨냥하면 훈련이 덜 됐거나 실전 경험이 없는 병사의 가장 큰 문제인 하늘로 날아가는 사탄死彈이 현저히 줄어든다.

 이진택은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적병역할을 맡은 엑스트라들이 가슴에 숨겨둔 붉은 염료를 터뜨리며 수도 없이 넘어졌다.

 

 따다다당―

 3연대장 박정준 중령은 자신의 K2 탄창을 교체하다가 지금까지 들리던 총소리와 다른 왜군의 일제사격소리를 들었다.

 ‘와아악’ 하는 함성소리에 참호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보니 200미터 정도 앞까지 접근한 왜군의 1차 돌격이 시작되었다.

 100여 대의 장갑차와 420차량에 거치된 자동화기까지 가세해 십자 포화를 퍼부었지만, 수십 초도 안돼서 일부가 거친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달려들었다. 그 뒤로 2차 돌격대가 함성을 지르며 다시 뛰쳐나왔다.

 애초에 사단 본부에서 참호 폭을 너무 넓게 구축한 것이 화망집중을 약하게 했고 하필 자신의 연대 앞으로 왜군의 돌격이 집중되고 있었다.

 자칫 자신이 지휘하는 연대가 제일 먼저 돌파당할 위기였다.

 “수류탄 투척!”

 백여 개의 수류탄이 참호 밖으로 날아갔다. 무수한 폭음, 왜군의 돌격이 주춤했다.

 “젠장! 왜 하필 우리연대 앞이냐! 연대! 착검! 백병전을 대비하라!”

 “착검!”

 자신도 대검을 빼내는 순간, 왜군 2차 돌격대 앞에 1차 돌격병력의 고립을 위한 정밀 포격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2차 돌격대는 전진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 몇 남지 않은 1차 돌격 병력은 삽시간에 아군의 조준사격에 쓰러졌다.

 일단 백병전으로 넘어갈 위험은 사라진 셈, 한숨을 돌린 박정준은 헤드셋에다 대고 포병대 동기에게 악을 썼다.

 “야! 최덕희! 이 X팔새끼야! 이제까지 뭐하고 자빠졌다가 인제 쏘냐? 형님 죽는 꼴 봐야겠냐? 우리 앞에 있는 놈들 싹 쓸어버려!”

 순간, 왜군 병력의 오른쪽에서 흙먼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후에 전신戰神의 강림이라 불리게 될 친위군 3사단 장갑차 부대의 화려한 종심 돌파가 시작된 것이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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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 10 화 2016 / 8 / 19 651 0 9607   
9 제 9 화 2016 / 8 / 19 720 0 9301   
8 제 8 화 2016 / 8 / 19 566 0 8705   
7 제 7 화 2016 / 8 / 19 514 0 8574   
6 제 6 화 2016 / 8 / 19 562 0 9113   
5 제 5 화 2016 / 8 / 19 543 0 9133   
4 제 4 화 2016 / 8 / 19 504 0 8814   
3 제 3 화 2016 / 8 / 19 525 0 8299   
2 제 2 화 2016 / 8 / 19 518 0 7944   
1 제 1 화 2016 / 8 / 19 866 0 8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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