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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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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9 화
작성일 : 16-08-19 13:58     조회 : 723     추천 : 0     분량 : 9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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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6년 9월 5일

 제물포 항

 

 43세의 이은석은 한국에서 백령도에 식료품을 납품하던 대기업 CK캐터링의 마케팅 부장이었다.

 신형 잠수함 ‘유령’의 배식 시스템을 납품하여 작업을 마무리하고 함 진수식을 보게 해 주겠다는 함장의 배려로 딱 하루만 더 백령도에 머물겠다고 했던 것이 영원히 서울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달 만에 다시 돌아보는 인천항이었다.

 그 많던 컨테이너와 대형선박들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몇 척의 증기선 굴뚝들과 높다란 마스트가 보이는 것의 전부였다.

 수십 척의 목선 위로 갈매기 떼가 날고 있는 한가한 풍경이었다.

 이은석은 청국으로 향하는 태극기가 선명한 증기선에 오르면서 다시 한 번 제물포항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휴… 이 풍경을 바꾸려면 50년은 더 걸리겠지? 그걸 이제부터 내가 해야 되는군. 50년이면 내가 94세, 그때까지 살 수 있으려나? 무리겠지?”

 그는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버리듯 머리를 좌우로 한 번 흔들고 나서 가슴을 폈다.

 “자! 자! 어쨌거나 이제 세계를 상대로 약장사를 시작해 볼까나? 밥장사를 하다가 이제는 약장사라…. 역시 사람팔자는 알 수 없다는 게 맞아. 후후후.”

 이은석은 백령도에서 무위도식하다가 지난달, 화학무기 파트 임형욱 실장의 제안으로 제국 조정이 대한제약大韓製藥과 제국상단帝國商團을 설립하면서 임 실장과 나란히 사장으로 취임했다.

 임실장이 내 놓은 제품은 페니실린과 아스피린. 페니실린은 원래 1928년 A. 플레밍이 발견하고, 1940년에 치료용 주사제가 등장한다.

 자낭균류와 푸른곰팡이에서 배양 또는 합성으로 얻을 수 있는 소염제였다.

 미국의 화이자가 대량생산에 성공한 후, 가격이 많이 하락하지만 아직은 엄청난 가격에 팔 수 있었다.

 작은 정제 한 알에 500원은 받을 자신이 있었고 주사제는 더할 터였다.

 아스피린은 이미 독일에서 제조 된 해열, 진통, 항류머티즘 제이지만 아직 대량생산도 되지 않았고 1900년이 되어야 바이엘사社에서 발매를 시작할 것이다.

 지금 유럽과 미국에 특허신청을 해 놓고 판매를 시작해야 로열티 문제가 없어진다.

 잘 하면 우리가 받을 수도 있고……. 이름은 임 실장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따서 형욱-1과 은석-1로 정했다.

 향후 20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의약품으로 군림하며 수백만의 목숨을 구하고 미국의 화이자사社와 독일의 바이엘사社를 해가 지지 않는 다국적 기업으로 만드는 두 가지 약품이 자신의 항공기 기내용 가방에 가득했다.

 배짱을 튕기면서 팔기만 하면 그만이고, 세계사에 자신의 이름이 기록될 것이다. 자꾸만 헛웃음이 나왔다.

 

 

 -------------------------

 

 1) 대한제국의 짧은 역사

 1897년 2월 고종이 러시아 공관에서 환궁한 후 독립협회와 일부 수구파가 연합하여 칭제건원稱帝建元을 추진, 8월에 연호를 광무光武로 고쳤으며, 1897년 10월 12일 황제 즉위식을 올림으로써 대한제국이 성립되었다.

 제국을 성립하기까지 서로 연합하였던 독립협회와 수구파는 정체政體 문제로 대립하였다.

 독립협회가 입헌군주제立憲君主制로 개혁하여야 한다고 한 반면, 수구파는 전제군주제專制君主制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대립은 1898년 절영도絶影島(부산 영도)를 러시아에 조차租借하는 문제로 격돌하였다.

 조차는 외국을 침략하는 첫 단계라고 생각하는 독립협회는 1898년 3월 10일 만민공동회萬民共同會를 서울 종로에서 열어 절영도 조차 요구 반대, 일본의 국내 석탄고 기지 철수, 한로은행 철거 등을 요구하고 제국의 자주독립 강화를 결의하였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의 절영도 조차 요구가 철회되고 일본도 국내의 석탄고 기지를 되돌려주었으며, 러시아와 일본은 한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니시, 로젠 협정을 체결하였다.

 독립협회는 입헌군주제를 계속 추진하여 1898년 11월 2일 중추원신관제中樞院新官制를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발전적인 계획은 수구파들의 모략으로 좌절되었다.

 그들은 독립협회가 의회를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고종을 폐위하고 박정양朴定陽을 대통령, 윤치호尹致昊를 부통령으로 한 공화제共和制를 수립하려 한다는 전단을 뿌렸다.

 이에 놀란 고종은 경무청警務廳과 친위대親衛隊를 동원하여 독립협회 간부를 체포하고 개혁파 정부를 붕괴시킨 다음 조병식趙秉式을 중심으로 한 수구파 정부를 수립하였다.

 여기에 자주독립 세력을 꺾어 버리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한 일본이 수구파에 가담, 독립협회의 운동을 탄압하도록 권고하고 이를 고종이 받아들여 독립협회와 수구파의 싸움은 수구파의 승리로 끝났다.

 수구파 정부는 국제열강의 세력균형을 이용하여 실력을 기르는 데 힘쓰기보다는 친러적인 경향이 강하였다.

 이를 지켜본 일본은 러시아와의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러일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안 정부도 1904년 1월 국외중립局外中立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이러한 중립선언을 무시하고 러일전쟁이 시작되자 서울을 점령하고 2월 23일 대한제국을 위협하여 한일의정서韓日議定書를 체결하였다.

 이를 시작으로 대한제국의 주권은 침해되기 시작, 일본은 7월 20일에는 치안권治安權을 빼앗았으며, 8월 22일에는 재정권을, 1905년 11월 17일에는 을사조약乙巳條約을 체결하여 외교권을 강탈했다.

 그리고 1910년 8월 22일 한일병합조약이 강제 체결됨으로써 대한제국은 멸망하였다.

 

 

 북진北進

 

 

 

 1896년 10월 25일 09:00

 경복궁 수상 집무실

 

 오랜만에 황제와 함께한 국무회의는 그간 급격하게 변화된 내정과 군의 상황을 정리하는 자리였다.

 대대적인 토지개혁과 100만이 넘어가는 노비의 해방은 제국 내의 인력수급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주었고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판매용 무기와 천일염의 판매도 조금씩 재정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추수가 끝나면서 식량 사정도 많이 좋아져서 함경도 이남의 상황은 점차 안정되어가고 있었다.

 모두들 손이 부족했기에 철도는 건원제가 직접 관여하고 있었는데 벌써 전 공정의 1할 정도가 진행되어 매우 빠른 진행을 보여 주고 있었다.

 또한, 무기의 생산과 공급도 이젠 병력 확보에 보조를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한-1 공격기 조종사의 교육은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었다.

 6개월은 더 훈련을 시켜야 겨우 처녀비행을 내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단독비행은 턱도 없었다.

 다만 해군과 육군은 기존 친위 육군 1개 연대 850명을 진급시켜서 중앙군 지휘부와 위관급尉官級으로 투입하고 함대의 일부 병력을 교체 배치했기 때문에 비교적 적응이 빠른 편이었다.

 지난달에는 3대의 1만 톤급 구축함 경성과 해주, 평양이 진수되어 훈련에 들어갔고, 만재수량 2천 톤급 수중 속도 25노트의 소형 209급 잠수함 예종과 성종이 작업을 완료하고 진수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중앙 육군은 개인화기가 K-10으로 전원 교체 지급이 완료되었고 기존 왜군의 무기는 전량 회수하여 관아와 지방군의 무기로 지급하였다.

 친위 육군은 1개 연대가 전보배치 됨에 따라 3개 사단과 4개 특무대대로 나누어 3개 사단은 남한산성에 주둔하면서 별동대로 공격 임무를 맡기로 하고 제1특무대대는 경성 주둔 및 수비, 제2특무대대는 백령도 주둔 및 수비, 제3특무대대는 해주 주둔 및 수비, 제4특무 여군 대대는 직할대로 편성했다.

 “일단 함경도 이남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이제 육군도 5만 정도가 육성되어 K-10소총으로 무장이 되었으니 아직 훈련이 좀 부족하지만 의주에 주둔하고 있는 왜군을 정리해야겠습니다. 그들도 이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조정의 상황을 대략이나마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일단 재령과 은율의 모자란 광산 인부를 보충해야 하니 원산의 왜인도 뺏을 거 뺏고 나서 활용하면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제국 내에 더 이상 왜군이 주둔하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각국 공관의 통제를 풀었어도 이제 겨울이 되어가니 외국 군대가 들어오는 건 내년 봄까지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만하면 시간은 충분히 벌었어요. 이젠 왜국의 연합함대를 불러들이십시다. 이참에 육군 한 10만 정도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 지내주고 나서 대마도로 갑시다.”

 임헌수의 장난스러운 말에 여기저기서 대신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해서, 유상열 대장을 정북대원수征北大元帥로 삼아 의주의 왜군을 도륙하고자 합니다. 대장. 시작하시오.”

 “감사합니다. 각하.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부대는 뤼순의 러시아 태평양함대입니다. 이들이 건재한 상태라면 우리 공격부대를 의주로 직접 보내기는 어렵습니다.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철갑순양함과 전함들은 사정거리 8~10킬로미터의 12인치 주포를 4문씩 탑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우리 함대가 배후를 잡힐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친위 육군 2개 사단 5천과 중앙군 3개 사단 1만을 해군의 도움을 받아 의주에서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철산에 상륙시켰으면 합니다. 이후 육로로 이동해서 용암포의 왜군 포병대를 먼저 도모한 다음, 의주를 칠 것입니다. 이어 친위 육군 1개 연대를 원산에 투입하여 왜인 소개를 실시할 생각입니다. 왜선들의 통제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왜군 전함을 처리하기 위해 해군 구축함 3척이 기동 연습을 겸해 합류합니다. 기간은 두 달, 내년에는 제국 내에 외국인의 군대는 없을 것입니다.”

 유상열의 자신 있는 태도에 서재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군! 내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의주의 왜군은 3만이라고 하지 않았소이까? 친위군의 강대한 전투력을 생각하면 싸움에 지지는 않을 거라고 믿소만 우리 군대가 적병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서 심히 불안하외다. 혹여 아군의 희생이 많이 나지 않겠소?”

 “화력에서 워낙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가능하면 사용치 않으려 합니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직승수송기 3대와 직승공격기 10대를 가져갑니다. 장갑차와 공격차량도 충분히 확보하고 포병도 일부 데려가니 심려 놓으시지요.”

 “1만5천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까?”

 “물론입니다. 아군 1만5천이면 왜군 10만도 전멸시킬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유상열의 자신 있는 대답에 시종일관 조용히 회의를 지켜보던 건원제가 밝은 목소리로 이의異意를 달았다.

 “아니, 아니에요. 장군. 전멸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마십시다. 짐이 챙기고 있는 철도공사에 이래저래 인력이 많이 부족하니 이번에 장군이 짐에게 노예를 좀 더 공급해 주어야겠어요. 한 2만 정도만 더 있어도 일이 좀 수월할 텐데 말이오. 하하하.”

 유상열은 마주 웃었다. 침울하고 소심하던 세자에서 자신감 넘치는 제국의 젊은 황제로 변모한 이척, 대한제국의 미래는 분명히 밝아지고 있었다.

 

 1896년 10월 25일 16:10

 외상 서광범의 집무실

 

 서광범이 아침부터 시작된 장거리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오니 부외상인 유길준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부외상 대감, 어쩐 일이시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소이까?”

 “좋지 않은 일입니다. 며칠 전에 영국英國과 법국(法國, 프랑스), 덕국(德國, 독일)의 공사들이 일방적으로 압류당한 석탄채굴권과 목재 채취권에 대해 성토를 하고 돌아갔지 않습니까? 군대를 보내겠다는 협박도 좀 하구요.”

 “그랬지요. 그런데 왜요?”

 “이번에는 노국(러시아)의 메첸코 백작입니다. 연해주의 이름 없는 귀족이지만 노국 조정에서 오랫동안 주조선 공관으로부터 연락이 없자 조선의 상황을 알아보러 보낸 것 같습니다. 제물포에서 침몰한 노국 함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었지만 경성의 노국 공관의 참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국 조정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길길이 뛰고 있습니다. 압류한 석탄채굴권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고요.”

 “흠……. 일단 저와 만나자고 연통을 넣어 주세요. 수상 각하께서 어느 정도는 대응책을 주셨으니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회의실에서 보도록 하지요.”

 “알겠소이다. 그리 전하지요.”

 “일단 나갑시다.”

 서둘러 집무실을 나선 서광범은 마침 공관으로 나오던 메첸코 백작과 마주쳤다. 유길준이 재빨리 아는 척을 했다.

 “인사들 나누시지요. 메첸코 백작님, 그리고 외상이신 서광범 대감이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외상을 맡고 있는 서광범입니다.”

 “안녕하시오. 메첸코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마침 백작을 만나러 가려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회의실로 가셔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메첸코는 흔쾌히 두 사람을 따라나섰다.

 “그러십시다.”

 서광범은 메첸코를 데리고 경복궁의 긴 회랑을 아주 천천히 걸었다.

 빠르게 변모하는 조선의 모습을 은근하게나마 보여주고 싶었던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이면 횃불을 밝혀야 했던 회랑은 군데군데 붙어있는 조명등으로 대낮같이 밝았다.

 메첸코가 눈치 챘는지는 모르지만 서광범에게 회랑의 조명등은 변화가 실감나는 정말 가슴 뿌듯한 물건이었다.

 따지고 보면 지난 몇 달은 줄곧 발바닥이 공중에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잠시만 정신을 놓아도 저 멀리 달아나버려서 다시는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밤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았다.

 아침이 되면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잠시 잊어버리지만 잠자리에 들 때면 언제나 불안했다.

 다시 한번 정신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사이, 목적했던 회의실에 도착했다. 서광범은 두 사람을 앉혀놓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오래간만에 자신이 좋아하는 다향을 즐기고 싶었던 것, 원세계가 소총의 안전한 전달에 감사한다며 보내온 동정벽라춘洞庭碧螺春이었다.

 차분하게 다구를 챙겨 회의실로 돌아오자 조금 커진 유길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글쎄, 제국의 황제와 황태자가 계신 곳을 우리가 왜 공격한단 말입니까?”

 “허면 이것이 타국에서 벌인 일이라 하여도 경성 안에서 일어난 일을 어찌하여 제국조정에서 모를 수가 있단 말이오? 이는 필시 조정에서 방치하거나 사주한 것이 아니겠소.”

 메첸코의 목소리도 같이 커졌다. 이제 자신이 나설 때였다. 서광범은 다구를 내려놓으면서 슬그머니 중재에 나섰다.

 “백작께서 말씀을 그렇게까지 하신다면 할 수 없이 실토를 해야겠군요. 사실 아국我國의 치부라 말씀드리기 싫었어요. 허허허.”

 “허면 외상께선 일의 전말을 알고 계신단 말입니까? 말씀을 해 주시지요. 아니면 저는 모든 일을 대한제국 조정의 책임으로 돌릴 것입니다.”

 “아아, 그리 흥분하시지 마십시오. 내가 전후 사정을 소상히 이야기해 드리리다. 우선…… 지난번 아국의 국모國母께서 시해 당하신 일은 백작께서도 잘 알고 계실 테고, 그로인해 친왜親倭 내각이 조직되어 있던 것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중에 김홍집 수상과 박정양, 우범선, 한경수 등 친 왜국 성향이 강했던 자들이 왜국과 밀통하여 노국 공관에 계시던 황제 폐하를 시해하고 김홍집을 수반으로 하는 친왜親倭 공화정을 만들기 위하여 러시아 공관을 공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귀국 공사의 살신殺身 도움으로 황제 폐하와 황태자께서는 무사히 몸을 피하셨습니다. 그러나 노국 공관의 병사들과 공사께서는 불행히도 단 한 사람도 살아나오지 못하였습니다. 그 후 현재의 수상이신 임헌수 각하께서 자신의 가병으로 이들을 진압하고 황제 폐하를 황궁으로 다시 모셨지요. 그런데 역적 김홍집 일당이 요행히 경성 밖으로 달아나 왜군에게 사신을 보내고는 자신들의 세력을 이용해 10만 대병을 일으켜 역모를 감행했습니다. 지난 8월 16일부터는 문경에서 관군과 건곤일척의 전투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메첸코의 표정이 누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호오! 그런 큰일이 있었구려. 그래서요? 어찌 되었습니까?”

 “다행히 왜군에게 가는 사신은 추포하여 왜군의 출병은 막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까지 큰 싸움이 벌어졌지요. 다행히도 그 과정에서 역모의 수장인 김홍집과 일당은 모두 주살되고 일부 병사들은 투항하여 노예로 삼았습니다. 제물포의 러시아함대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모르나 와중에 왜군과의 교전으로 그리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큰일을 처리하느라 귀국에 연통을 드리지 못했으니 송구하기만 합니다. 이제 상황 정리가 모두 끝나서 사신을 보내려 하던 참이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거니와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서신은 당시 박정양이 의주에 주둔하고 있는 주조선 일본군 사령관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에게 전하려던 서신입니다. 저희에겐 필사본이 있으니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장편의 소설을 쓴 서광범은 숨을 가다듬으며 약간의 내용을 조작한 박정양의 서신을 내밀었다. 조금씩 밝아지던 메첸코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아하! 그리된 것이군요.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저희가 지난번 국모 시해 사건과 이번 역모로 인해 다시는 왜국과 교통치 않으려 아국 내의 모든 왜국의 재산을 압류하고 왜군을 몰아내려 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난 역모에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고, 무기 또한 모두 소진되는 통에 전쟁 수행물자가 부족해 의주의 왜병에 대항하기가 어렵습니다. 해서 귀국에서 자금을 좀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되면 기댈 곳 없는 저희 조정이 귀국과 더 많은 교역을 하게 될 것 입니다. 향후에 일부 항구를 노국에 개방하여 부동항不凍港이 필요한 귀국이 군항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추궁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제법 그럴듯한 변명, 어쨌거나 조선이 일본과 큰 불화를 일으킨 이상 일본과 당분간 가까워지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 상황을 잘 이용하면 조선을 아예 러시아의 극동 전진기지로 삼을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메첸코의 입에서 긍정적인 질문이 튀어나왔다.

 “그러면 귀국에서는 어느 정도의 지원을 바라십니까?”

 서광범은 이제 되었다는 생각에 더욱 저자세로 앓는 소리를 했다.

 “그것이… 워낙 없는 것이 많아서… 우리 돈 2억 원 정도는 있어야 왜병을 치고 나라를 정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흠. 차관이라…… 좀 많군요. 2억 원이면 러시아 화폐로 3억 루블 정도인데…. 그렇다면 대한제국에서 그만한 이권을 우리에게 주셔야 할 겁니다. 음… 아오지의 석탄 광산과 원산항 정도는 넘기실 생각을 하세요. 그렇게 된다면 내가 아국 황제께 보고해 보겠습니다.”

 “사정이 급합니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별일이 없으시면 여기 유길준 공과 종로에 나들이라도 좀 다녀오시지요.”

 서광범은 은근한 표정으로 말을 마치면서 손바닥만한 금괴 두 개를 내밀었다. 메첸코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내 가능하면 좋은 조건으로 귀국의 요청이 승인되도록 힘을 써볼 테니 큰 걱정은 하지 마시오. 내 오늘 서공을 만난 건 행운인 것 같소이다. 자. 그럼 나가십시다. 간만에 기분 좋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을 것 같군요. 하하하.”

 메첸코의 파안대소에 서광범은 마주보며 비굴한 웃음을 내보였다.

 일단 절반의 성공,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단풍이 늦은 오후 끝자락의 가느다란 햇빛에 뽀얗게 반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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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 1 화 2016 / 8 / 19 871 0 8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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