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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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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8 화
작성일 : 16-08-19 13:57     조회 : 564     추천 : 0     분량 : 8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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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6년 6월 1일 07:30

 광화문 친위군 숙소 비각飛閣

 

 “그래, 박정양과 김홍집이란 말이지요? 그리고 훈련대의 우범선과 안경수라……. 북쪽으로 집사라는 자가 떠났고 김홍집은 영남사림과 안동 김문 사람들과 접촉을 한다? 좋지 않군요. 이들도 나라를 생각해서 하는 일이겠지만 방법이 잘못되었어요. 방법이 쯧쯧…… 왜국에 제국의 사정이 알려지면 바로 군대를 보내려 할 텐데 말이오.”

 “조선주둔 왜군 사령관 하세가와가 마침 경성에 없고 의주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보내는 서찰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재필의 대답에 임헌수는 답답한 마음에 책상을 후려쳤다.

 “참 어이가 없는 사람들 아닌가? 제나라 사람들을 죽이려고 왜국 군대를 끌어들인다는 겐가? 정말 한심하구먼. 이런 쓸개 빠진 것들하고 머리싸움을 해야 하다니. 쯧쯧쯧.”

 “…….”

 “서 대감, 따르고 있는 간세는 서 대감 사람이지요?”

 “그렇습니다. 수하 중에 특별히 발이 빠르고 무예가 뛰어난 자 둘을 붙여 놓았습니다. 지금은 개성 정도 지나고 있을 겁니다. 유 대장에게서 무전기라는 물건을 빌려서 들려보냈습니다. 신기한 물건이더군요. 바로 연락이 됩니다.”

 “제압하라고 하세요. 가능하면 생포하되 지니고 있는 서찰을 훼손하려 하면 목숨을 거둬도 좋다고 하세요. 지금은 막아야 할 때입니다. 포구들이 모두 봉쇄되어 있어서 아직은 시간을 더 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영남과 사대부들은 그대로 놓아두세요. 전부 모이라고 하십시다. 우리에게 역모라는 명분이 생겼으니 한 번에 끝내도록 합시다.”

 “아! 그렇군요. 증거가 확보되는군요. 그렇지만 그리되면 사람이 많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 두 사람과 안동 김문, 영남 사림이 모두 모이면 10만은 족히 될 텐데요.”

 “어차피 무장도 그리 뛰어나지 않은 잡군일 테고, 제게도 따로 생각이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선생들의 준비를 더 서둘러 주세요. 아침 일찍부터 수고 많으셨습니다. 돌아가세요. 아! 가시는 길에 유상열 대장을 좀 들여보내 주세요.”

 “그럼 수고하십시오, 각하.”

 서재필이 돌아가고 30여 분이 지나자 유상열이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임헌수의 방으로 들어왔다.

 “허허, 이제 대장이 되더니 그새 게을러진 겐가? 8시가 다 되어 가네, 이 사람아.”

 임헌수의 농에 유상열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임헌수 앞의 안락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닝커피…… 아니지 흑차黑茶나 한 잔 주시지요. 두 시간밖에 못 잔 사람 기죽이지 마시구요.”

 “알았네. 알았어! 미안하게 되었어. 하하하.”

 임헌수는 손사래를 치며 황궁에서 보내 준 시녀들 중 한 명에게 흑차를 가져오라 명하고는 서재필과 이야기했던 역모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전달했다.

 “한 번에 쓸어버리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계획은 있으십니까?”

 “계획은 자네가 짜야지 나한테 물으면 어쩌란 말인가. 후후. 아! 사실 계획이랄 것도 없어. 소총 하나도 변변히 없는 잡군인데 최루탄 몇 발이면 다 도망가고 남는 것도 없을 게야. 내가 자네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들 병력을 모조리 생포해서 일부는 중앙 육군에 편입시키고 나머지는 경부, 경의, 경나(경성―나진) 철도 공사에 투입해 주었으면 하는 게야. 역모를 한 죄인들이니 한국의 법을 따라도 징역형이 정상 아닌가. 한 10년쯤 일하고 나면 평민으로 풀어 주고. 하하하. 어떤가? 해줄 텐가?”

 “참 내. 그냥 하라고 하십쇼. 도망갈 곳도 없는 녀석한테 부탁하는 척하시지 말구요. 어차피 제국 사람들이라 죽이기도 찝찝하지 않습니까? 그냥 쓸어버리는 게 편하기는 하지만 방법을 생각해 봐야죠.”

 “내 생각인데. 우리에겐 마이크와 스피커라는 재미있는 물건이 있지 않은가.”

 “그렇지요. 그런데요?”

 “불충이지만 폐하를 활용해 보면 어떤가? 폐하께는 내가 부탁드릴 테니 폐하를 모시고 가서 방송을 하는 게야. 너희들의 주인은 역모를 하는 것이다. 항복하고 10년만 적은 임금이나마 받으면서 노역을 하면 가족들까지 모두 평민으로 풀어 주겠다고 하는 것이지. 문맹이 많아 별 소용은 없겠지만 헬기로 전단도 좀 뿌리고, 한 군데 성을 지정해 준 다음 그곳에 식량을 준비해 모이라고 하는 거지. 괜찮을 거 같지 않은가?”

 “우선 다 모여 있을 때 머리 부분만 모조리 쓸어버리고 몇 가지 보완 작업을 하면 쉽게 80퍼센트 이상은 포로로 확보할 수 있겠습니다. 그 후에 각 도道별로 중앙군 1개 대대 정도씩 파견해서 암행어사 식으로 서원을 접수하고 관아의 수령을 갈아 치우면 두 달 정도면 정리가 되겠네요.”

 “그렇지? 그럼 부탁하네.”

 유상열은 하품을 하면서 커피 잔을 들어올렸다.

 

 1896년 7월 10일 19:00

 광화문 친위군 숙소 비각飛閣

 

 조촐한 저녁상과 탁주를 앞에 놓고 마주한 임헌수와 한수영, 이문영, 유상열 네 사람은 식사를 대충 마친 뒤, 탁주 한 잔씩을 앞에 놓고 백령도의 상황을 보고받았다.

 백령도의 민간인들 중, 식당 근무자를 포함한 단순 업무 종사자 350여 명은 학교의 선생요원과 해주 무기 공장으로 차출되었고 일부는 황궁과 철도 설계 및 공사관리 요원으로 보내졌다.

 백령도에 부족한 인력은 경성의 평민들을 모집해 600명 정도를 배치했고, 해주로 총기와 항공기 기술자들이 상당수 빠져나가면서 설비들도 옮겨갔다.

 이에 따라 여유 공간이 많아졌고 그 공간을 이용해 아예 전함 건조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형함 접안을 위한 항만시설 등 해군만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 해군이 새로 만드는 주력함은 현재 친위해군이 가지고 있지 않은 만재 수량 1만 톤급, 최고속도 35노트의 구축함으로 결정했고 255밀리 주포 4문과 부포, 그리고 구축함 원래의 목적인 잠수함의 추적 및 파괴와 기뢰 소해를 위주로 설계를 마치고 작업에 들어갔다.

 제1차 세계대전의 주력함인 장갑 순양함과 전함들이 2만 톤급 정도이고 속도가 20에서 25노트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구축함으로서는 엄청난 규모라 할 수 있었다.

 당분간 대한제국의 주력 잠수함은 소형 209급 경유―충전식으로 결정하고 설계에 들어갔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사용한 잠수함(U-보트) 작전을 염두에 두고 숫자를 늘리기 위해 기존의 209급보다는 소형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항공기의 경우, 당초 임헌수가 원한 건 1차 세계대전의 주력 기종인 쌍익기 정도의 초기형 기체를 원했으나 실제 개발된 것은 대한-1이라고 명명된 2차 세계대전의 무스탕을 상회하는 정통 공격기였다.

 아예 당대 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 나온 셈이었다. 이러면 판매보다 자체로 활용을 생각해야할 판이었다.

 만에 하나 판매할 때는 엔진의 성능을 반 이상 낮추고 연료통도 1/3로 줄여 순항거리를 단축하며, 선회성능도 죽인 후 무전기, 레이더 등 전자장비는 모두 제거한 상태가 되어야 했다.

 무기도 날개 앞에 달린 2개의 기관총 중 1개만 달고 미사일 발사대도 없애야 될 것이었다.

 대한-1은 7월 15일경부터 하루에 1대 정도씩 생산될 예정으로 해주와 김포에 비행장을 건설하고 해주포구를 정비하여 대형함의 접안이 가능하게 하기로 했다.

 케이-0이라 명명한 청국 판매용 소총은 임헌수가 원한 대로 이미 대량 생산에 들어가 하루에 200정씩 생산되기 시작했고, 케이-10이라 명명한 제국군용 소총은 단발식이지만 20발들이 탄창을 채용한 4조 우선의 칼빈급 소총이었다.

 역시 하루에 100정씩 생산에 들어갔다. 포병의 육성을 위해 75밀리와 125밀리 야포를 생산하기로 결정했고, 함대공 및 지대공 고사포도 생산하기로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포병과 보병을 위한 전투차량의 생산이었는데 디젤 엔진 개발의 문제로 연말이나 되어야 생산여부를 알 수 있었다.

 백령도에 가지고 있는 사료史料에 의하면 일본은 무려 85만의 육군을 보유했고, 러일전쟁 때만 해도 25만 지상군을 투입했다.

 러시아에 조차된 뤼순(포트 아서)의 러시아 극동 주둔군도 13만5천이었다.

 이에 비해 대한 제국군의 병력은 고작 친위 육군 8천에 중앙군 2만, 그나마 수비군을 제외하면 친위군 5천에 중앙군 1만5천 정도로 전쟁을 수행해야만 했다.

 막강한 해군과 공군이 있지만 점령전占領戰에서 병력의 부족은 치명적인 것이 사실이었다.

 최소한 30만은 있어야 러시아나 일본과 싸울 수 있고 당장 그들을 무장시킬 무기가 필요했다. 그것이 완료될 때까지는 오로지 수비뿐이었다.

 상황보고를 받고 각 부서에 전달할 내용을 정리하고 나니 하늘이 퍼렇게 밝아오기 시작했고, 네 사람은 잠시라도 눈을 붙이기 위해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또 그렇게 흘러갔다.

 

 1896년 8월 16일 19:15

 문경

 

 김홍집은 속이 탔다.

 상주에 전 병력이 집결한 것이 8월 11일, 군대의 이름을 의군義軍이라 정하고 황제 폐하를 겁박하는 무리들을 주살하겠다는 격문을 공포한 후, 곧바로 경성으로 이동을 시작해 문경세재를 넘어 야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병이 숙영을 준비하고 밥을 짓느라 어수선한 상황, 아직도 왜군이 움직인다는 보고는 없었고, 친위군이 어제 안성까지 진출해 있다는 보고만 받았다.

 영남사림 세력의 일부가 불참하는 통에 군세는 8만5천이 겨우 넘었지만 친위군과 왜군의 무기로 무장한 중앙군 전체와 대적하기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왜군이 병력을 분산시켜 주어야 했기에 군막에 마주앉은 박정양의 얼굴에도 수심이 깃들어 있었다.

 “박정양 대감, 어찌 왜군의 이동에 대해서는 말이 없는 게요? 혹여 연통이 되지 않은 것이 아닙니까?”

 “글쎄요. 보내놓은 집사가 워낙 일처리가 정확하고 빈틈없는 사람이라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오만 진즉에 돌아와야 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면 이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집사가 왜군과 함께 움직이기로 하였을 수도 있고…….”

 “이거 참. 답답하오이다. 대감! 그렇게 이야기하면 끝날 상황이 아니질 않소이까. 가솔들은 물론이고 10만이 넘는 생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에요!”

 “…….”

 답답한 상황, 어두워지면서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8월의 무더위로 막사 안은 찜통이나 다름이 없어서 더더욱 답답했다.

 두 사람은 식사를 물리고 곧바로 지휘부를 소집해 작전회의를 하기로 했다. 야외에 나와 준비한 식사가 입에 맞을 리도 없었다.

 우범선, 안경수 등 무장武將 10여 명과 안동 김문, 영남사림의 인물들 2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앉자 안경수가 급히 입을 열었다.

 “대감. 가병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세히 이야기 해 보게!”

 “좀 전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이런 종이가 수없이 날아들기에 확인을 해 보았더니 우리가 왜장 하세가와에게 보낸 서찰이 조정의 손에 들어가 황제께서 아시고는 진노하셔서 역모를 단죄斷罪하시겠다고 친정親征을 나오셨답니다. 그리고 왜군은 오지 못한다 합니다. 투항하는 자는 7년만 적은 돈을 받으면서 노역을 하면 가족들까지 평민으로 풀어준다 하며 충주성으로 모이라 되어 있습니다. 모레까지 투항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하고, 내일은 황제께서 직접 모습을 보이신답니다.”

 “헛…….”

 “헉!”

 안경수의 보고에 제장諸將들은 새파랗게 굳어져 한숨을 쉬는 자가 속출했고 김홍집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눈을 감았다.

 “황제의 친정이라……. 명분이 사라졌구먼. 이 전쟁은 우리가 졌어…….”

 김홍집의 독백에 박정양은 탁자를 두드리며 언성을 높였다.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 보아야지요! 지금 투항한다 해도 가솔들과 우리의 미래는 없지 않소이까! 지금이라도 황제의 친정은 거짓이라 하고 가병들의 동요를 막아야 합니다. 우 장군! 준비를 해주시오!”

 “승산이 없는 싸움이 아닙니까! 불필요한 희생은 막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 이대로 투항이라도 하자는 말입니까?”

 “투항을 전제로 우리들의 입장을 보호해달라고 협상을 하자는 것이오!”

 “이런 말 같지 않은…….”

 박정양이 안동 김문의 김을서에게 고함을 지르는 순간, 무언가 막사의 천을 뚫고 날아들었다.

 콰콰쾅!

 두 번의 무시무시한 폭음, 박정양은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눈앞에 자신의 떨어져나간 다리가 보였으나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독수리, 토끼사냥을 끝냈다. 작전종료. 귀대하겠다.”

 연대본부로 작전 종료를 알린 제3친위연대소속 박상경 소위는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발사기를 정리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내 원 참, 대전차 무기를 요인 암살용으로 사용하고 앉아 있으니……. 이거야 전쟁놀이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

 “소대장님! 이거 전쟁놀이 맞습니다. 내가 죽을 염려가 없는 전쟁을 전쟁놀이라고 하는 겁니다. 안 그래요?”

 한 상병의 반문에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귀대를 명했다.

 “그래, 니 말이 맞다! 이 싸가지 없는 놈아! 어정거리지 말고 얼른 보따리 싸! 그래도 군대인데 보초나 수색조가 있을 것이고 들키면 쓸데없이 괜한 사람들 죽여야 된다. 돌아가자!”

 어둠 속으로 20여 명의 병사들이 사라지자 아련한 화약 냄새와 8월의 무더위가 그 자리를 메웠다.

 

 충주성 앞에 도착한 유상열은 장갑차에 걸터앉아 포로들을 들여보내고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중앙군 병사들부터 찬찬히 둘러보았다.

 반군 수뇌부 전원이 어젯밤 폭사했고, 아침에 행해진 건원제의 해산 권유방송 단 한 번에 절반이 탈영해 충주성으로 달아나버린 상황, 남은 병력은 대략 3만 남짓이었다.

 건원제와 유상열은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유상열은 준비해 놓았던 다음 작전들이 무용지물이 되었기에 더더욱 조선군의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도 없는데 쓸데없는 일 매달려야 하는 것에 괜한 짜증이 났다.

 이런 군사들을 데리고 열강들과 전쟁을 해야 하나, 언제 훈련을 시켜서 언제 군인을 만드나싶어져 골머리가 아파오고 있었다.

 당장 일본군은 세계 2위의 해군력과 3, 4위를 다투는 육군을 거느리고 있었다. 러시아는 세계 최강의 육군대국陸軍大國이었다.

 답답하지만 방법은 없었다. 어찌 되었든 내 사람들, 무슨 짓을 해서든 군인을 만들어야 했다.

 청주 관아에서 어느 정도 분류를 마치고 보니 중앙군 제2사단으로 보낼 만한 인원은 겨우 2만여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에게도 달랑 칼 한 자루 쥐어 등을 떠민 상황이라 열에 두셋밖에는 쓸 만한 장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1만5천은 안양으로 보내 경부철도 공사에 투입하고 4만5천 정도를 고양과 의정부로 보내 경의, 경나철도 공사에 쓰기로 하로 출발준비를 서둘렀다.

 반군이 준비한 2개월분의 군량도 안양과 고양으로 나누어 보내 포로들의 식량으로 활용토록 하고, 무기들은 모두 수거해 해주로 보내 재활용하도록 조치했다.

 또 중앙 육군 1개 연대를 경상도에, 1개 연대를 충청도에 배정하여 각 서원을 접수, 재물과 토지를 압류하고 수령들을 교체한 뒤 10월까지 경성으로 돌아오도록 지시한 다음, 건원제의 환궁을 준비시키고 나니 시간은 벌써 한밤중이었다.

 잠시만이라도 눈을 붙일까 싶어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이민숙이 흑차(커피)를 가지고 들어왔다.

 “장군, 흑차黑茶이옵니다. 잠시 드시고 하시지요.”

 이민숙은 이경하의 무관에 나오는 신여성들과 따로 모집한 200의 여성들을 휘하에 두고 있었다.

 유상열의 도움을 받아 100명은 K2 소총으로 무장시켜 강력한 훈련을 시행하도록 조치하고 그 중 100명은 간호병 훈련을 시켜 유상열을 따라나섰다. 그리고는 자진해서 유상열의 부관들과 생활하고 있었다.

 유상열의 부관들은 이미 그녀의 계급인 대위를 호칭으로 사용하지 않고 형수나 사모님으로 불렀고, 이민숙은 그런 그들에게 조선시대 처녀답지 않은 밝은 웃음으로 대해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었다.

 이번 출정에는 간호병 30여 명만 동행했지만 시커먼 남자들만 생활하고 있는 친위군들에게 이들의 출현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활력이었다.

 벌써 일부 병사들은 간호병들에게 환심을 사기위해 근무 후에는 간호 병영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고맙소, 중위. 피곤할 텐데 돌아가 쉬지 않고 어쩐 일이오?”

 “하대下對하시지요. 장군 저는 수하입니다.”

 유상열은 한숨을 내쉬며 왼손을 눈가에 댔다.

 지금은 19세기말, 사대부의 처녀가 밤에 남정네의 처소에 들어온다는 것은 혼인한 부부가 아니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이경하와 임헌수가 사주한 일이니 틀림없이 자신과 혼인하겠다는 의사일 것이다.

 이경하의 말로는 후처라도 상관없다고 하였으니 빼도 박도 못 하고 결혼을 해야 할 판이었다.

 사실 이 시대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미인에 들어갈 수 없는 외모였으나 키도 크고 날씬해서 현대적 관점에서는 대단한 미인이었다.

 더구나 화장 안 한 맨얼굴인 점을 감안하면 화장술을 넘어 변장술을 12성 달성한 현대 미인들과 비교해도 엄청나게 그녀에게 저울추가 기울었다.

 현대의 서울에 있었다면 웬만한 미인들은 군인인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을 터였으니 솔직히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부하들의 눈치가 보여 이래저래 처신이 곤란했다.

 “밤입니다. 아무리 군인이지만 남정네의 방에 들어오는 것은 좀…… 대원들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더구나 여긴 남자들만 있어야 하는 병영입니다. 밤에는 자제를 하시지요.”

 “지금은 소녀 역시 군인입니다. 문제될 것이 없지요. 그리고 아버님도 허락을 하셨구요. 장군과 혼인을 못 하더라도 평생을 같이 할 것입니다. 심려 거두세요.”

 단호한 대답, 유상열은 자꾸만 헛웃음이 났다.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이거야 원. 나도 서울서는 한 터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조선시대에 와서 더군다나, 내가 프러포즈를 하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받는 입장이라니. 훗, 돌겠군.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상황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으니 그냥 뭉개는 수밖에.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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