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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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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5 화
작성일 : 16-08-19 13:41     조회 : 541     추천 : 0     분량 : 9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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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을 위하여

 

 

 

 1896년 4월 14일 15:10

 운현궁

 

 대원군 이하응의 사랑방은 여전히 관복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유길준 대감 드셨습니다.”

 “드시라 해라.”

 유길준은 4차 김홍집 내각의 대표적인 친일본 인사였고 지난 을미사변 후에 전격적으로 중용된 조선개혁파의 선두 주자였다.

 “드시지요, 대감.”

 “고맙네.”

 유길준은 늙은 집사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례를 한 다음 사랑방으로 들어와 앉았다. 이하응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히 난蘭을 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합하! 주상전하와 세자께서 돌아오고 계신답니다.”

 “오! 그래? 그거 반가운 소식이로구먼. 그래 지금 어디 계신다고 하던가?”

 “그것이…… 마포나루에서 대규모의 군대와 함께 궁으로 돌아오고 계신다 합니다. 왜국군대와 함께인가 생각도 하였으나 왜국 군대의 모습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고, 전부 처음 보는 화차여서 자세히는 알 수 없다하였나이다. 변형된 태극기를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의 군대일 수도 있다하더이다. 또한 어젯밤에 제물포에 주둔하고 있던 왜국과 러시아의 군함들이 모두 사라졌다합니다.”

 “군대라…… 그리고 군함들이 없어졌다? 러시아 공관은 완전히 사라지고 공관에 주둔하던 수병 150도 모두 전사하고? 그렇다면 영국이나 러시아 군대이겠구먼. 왜국은 지금 몸을 사리는 입장이고, 조선에는 그런 군사가 없어.”

 이하응은 있는 대로 노안을 찌푸렸다.

 며느리까지 죽이면서 민씨 일파와 풍양 조씨 일파를 몰아내는 데 전력을 기울여 겨우 정권을 잡았다가, 러시아의 갑작스런 간섭으로 주저앉은 것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었다.

 그런데 주상이 다시 양이의 군대를 데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이젠 지쳤다는 생각, 끝없는 자신의 권력욕도 이제는 끝인 것 같았다.

 “유 대감.”

 “예, 합하.”

 “이제 자네와도 이별이겠구먼. 자네도 식솔들을 도성에서 떠나게 해야겠어.”

 “합하! 어인 황망한 말씀이십니까? 주상께서 아무려면 아버님을 해코지하시겠습니까.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이하응은 치고 있던 난蘭을 노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가 않아요. 이번엔 일이 커질 것 같으이. 어쨌거나 아드님이 오신다니 가봐야지, 우리 아드님을 만나 뵈오러 말이야. 경복궁은 지금도 내게 아늑하려나?”

 

 1896년 4월 14일 18:00

 경복궁 대전

 

 용상 좌측에는 세자 이척과 천령의 임헌수, 강인호 제독, 유상열 중령과 제2해병여단장 문철영 소령, 백령도의 행정관 이순범 등 천령의 요인들이 자리를 잡고 우측에는 김홍집, 유길준, 서광범, 정병화 등을 비롯한 4차 내각의 실세들이 모두 시립했다.

 천령 수뇌부와 현 내각의 실세가 마주선 양상, 근정전 아래로는 백관이 모두 시립해 기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근정전과 경복궁의 모든 출입문을 해병 제1여단이 차단했고 장갑차 2대가 경복궁 정문을 가로막은 채 무력시위를 하고 있어서 기세는 이미 넘어온 모양새였다.

 김홍집이 애써 심기를 가라앉히며 말문을 열었다.

 “전하, 강녕하셨나이까. 신 등이 전하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여 노국 공관에 파천하시게 하고 또한 하루 동안 외지에 거하시게 하였나이다. 송구하기 그지없나이다.”

 이철은 침중한 얼굴로 김홍집과 내각의 수장들을 내려다보았다.

 “되었소. 그간 고생들 했소. 오늘 과인은 중대한 발표를 하고자 하오. 경들은 세이경청洗耳敬聽하기 바라오.”

 “하교 하시지요.”

 “도승지는 적으라! 과인은 오늘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선포하고자 한다. 이는 석년부터 추진해 오던 것으로 더 이상은 외세의 침탈을 용인할 수 없다는 과인의 뜻이다. 이것은 재고할 수 없으며 오늘부터 칭제건원稱帝建元하고, 연호를 광무光武라 한다. 대한제국은 영국의 입헌군주제立憲君主制를 따를 것이며 그 수상首相에는 조선 친위군 천령의 장군 임헌수를 제수한다.”

 김홍집을 비롯한 내각의 수장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김홍집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전하! 그것은…….”

 “들으라!”

 이철은 노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이며 김홍집을 노려보았다.

 “과인이 등극한이래, 단 하루도 외세의 침탈이 없던 날이 없었으며, 단 하루도 편하게 침소에 든 적이 없다. 조강지처가 왜인의 칼에 도륙되고 그 시체가 불에 타 훼손되어도 한 마디 항의도 왜국에 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양이에게 부탁하여 왜국에 그 뜻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노라. 그저 이 나라 아니면 저 나라와 화친하여야 조정을 꾸려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그대들이 아닌가? 이것이 그대들이 논하는 부국강병이며 홍익인간인가? 그러고도 그대들이 진정한 조선의 충신인가 말이야!”

 잠시 말을 끊은 이철이 대신들을 한 번씩 돌아보았으나 대신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할 말이 없을 터였다.

 이철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다시 대전에 울려 퍼졌다.

 “도승지는 다시 적으라! 황제의 고문자격으로 황사皇師에는 조선 친위군 행정관 이순범을 제수한다. 내상內相에는 행정관 이순범, 농상農相에는 윤치호, 외상外相 서광범, 군상軍相에는 친위군 강인호 제독…… 부내상副內相 박정양, 부외상副外相 유길준, 제국육군 대장에는 친위군 중령 유상열, 수군 대장은 강인호 제독 겸임…….”

 장장 40여 분 간의 인사개편발표가 있은 후 마지막 결정타가 이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대한제국의 첫 번째 황제는 세자 이척이 될 것이며 과인은 지금부터 상황上皇으로 물러 날 것이다. 대한제국의 대외적 선포와 개국식開國式은 5월 14일로 한다. 즉시 조서를 작성하고 공포하라!”

 대신들이 일제히 부복하면서 불가함을 간했으나 이철의 어의는 단호했다.

 이철은 지체 없이 세자인 이척에게 황제 폐하라 칭하면서 용상에 앉을 것을 권했고 이철은 양위讓位의 예로 세 번을 사양한 뒤에서야 용상에 앉았다.

 이철은 이하응을 만나겠다며 곧장 대전을 떠나버렸다.

 

 건원제建元帝 이척의 첫 번째 황명은 아버지인 이철을 고종황제로, 중전 민씨를 명성황후로 추증하는 것, 이어 조정의 대대적인 개편을 시작했다.

 “경들은 들으시오. 짐朕이 하늘의 뜻과 열성조의 보살핌에 오늘 황제로 등극하였소. 그간 조선은 수많은 외세의 침탈로 왕실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백성들은 굶주림과 고통에 시달렸소. 이에 짐은 일천만 백성의 아픔을 달래고 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하오. 이 뜻을 임헌수 수상에게 전하니 수상은 짐의 뜻에 따라 만백성을 구제하고 제국을 바로 세워주기 바라오.”

 미리 서로 입을 맞추어 놓은 상황이지만 황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임헌수는 황제를 슬쩍 훔쳐보며 새삼 고개를 끄덕였다.

 외세에 짓눌린 힘없는 소국의 세자였지만 군왕의 자질만은 확실해보였다. 그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을 받았다.

 “폐하, 신 수상 임헌수 아뢰옵니다. 우선 제국의 법률 체제를 정비하여 공포하는 것이 급선무이옵고, 남도에 준동하는 동학의 무리들을 회유하고, 독립협회의 인재들을 널리 등용하여야 합니다.”

 “그리하시오.”

 “또한 대한제국의 상황을 외국에서 알지 못하도록 당분간 모든 공관을 봉쇄하고 전신을 끊겠습니다. 부산포에 병력을 파견하여 부산포 인근에 거주하는 왜국 병사들과 상인들을 제압하겠나이다.”

 “시행하시오.”

 “화기의 보강을 위해 철을 만들어낼 장소를 물색하고, 현재의 신기군과 근위병을 통합하여 친위군으로 하여금 훈련토록 하겠습니다. 각지의 서원을 철폐하고…….”

 수많은 현안들을 거론된 회의는 긴급한 사안 대부분에 대해 구두승인을 받았고 이척이 대전을 떠난 후에도 끝없이 이어져 자정이 다 되어서야 내일을 기약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1896년 4월 15일 09:00

 수상 집무실

 

 길고 커다란 신식 회의탁자 중앙에 임헌수가 앉고 새로 임명된 신료 전원이 좌우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구식 관복과 현대식 군복이 섞여 앉은 꼴이어서 어딘가 어색했지만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좌장 임헌수가 신속하게 상황을 주도했다.

 “유상열 대장은 들으시오. 우선 도성 안의 모든 공관을 지금 즉시 봉쇄하고 종로의 왜인 상점 역시 모두 점거하고 체포, 구금하시오. 특히, 왜국 공관의 경우 심한 저항이 예상되므로 확실히 제압하고 제물포의 왜인들과 함께 강화도로 보내시오. 반항하면 주살해도 좋소. 왜국공관의 경우 규모도 크거니와 공관 뒤쪽의 공간도 넓어 친위군의 숙소로 삼으면 될 것이오. 또한, 부외상 유길준 공은 왜인들과도 친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소. 해서 이 길로 신기군 50과 함께 강화로 이동하여 포로를 수용할 준비를 하시오. 포로의 규모가 현재도 1천을 넘을 것이고 앞으로 1만을 넘어갈 것이나 1천이 넘어갈 때마다 해주의 철광에 노예로 넘길 것이오. 그리 알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바라오.”

 박정양은 포로가 1만이 넘을 것이라는 수상 임헌수의 이야기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숙였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왜국과 양이가 어떤 사람들인가. 지금은 내가 이들의 무력에 머리를 숙이지만 다시 세력을 규합해 이 배운 것 없는 군부의 무리들을 단매에 내치리라.

 수없이 생각하고 다짐하면서…….

 임헌수의 말이 이어졌다.

 “또 수군의 도움을 받아 부산포로 친위군 1개 연대 병력을 파견하여 신속하게 부산포 내의 왜군과 왜인들을 제압하고 포로를 강화로 송치하시오. 부산포의 외국인 선박들은 즉시 출항을 금지하시오. 또한 중앙 군제 개편을 단행하고 사후 보고하시오. 내상 이순범은 대한제국 기본법을 작성 공포할 준비를 하시고, 남도에 천일염(소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 해주에 철광산과 제철소를 건립할 장소 등을 물색하여 보고하시오. 부내상 박정양 공은 황명을 가지고 전주로 내려가 동학군을 회유하여 그 수장을 내가 만나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시오. 연통이 되면 내가 직접 내려가겠소. 농상 윤치호 공은 독립협회 사람들을 만나보도록 하시오. 제국 조정에 협조하도록 만들어야 하오. 제국 선포일에는 친위군의 사열도 함께할 것이니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시오.”

 속속 담당 부서가 결정되고 엄청난 분량의 지시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전부 어제의 회의 결과로 나온 사안들이었지만 워낙 대대적인 개편이어서 대신들은 답답한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군부의 편제는 천령군의 편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명칭만 대한제국 친위군으로 변경했고, 신기군 4천과 구식군 2만 중에서 이름만 올라가 있는 양반이나 나이 든 병사들을 제외한 1만2천을 합쳐 총 1만6천을 육군으로 편성했다.

 친위군 병사들을 전원 진급시켜 각급 부대의 장교로 임명, 훈련과 지휘를 맡도록 했다.

 근위병 1천은 현재의 황궁경비 임무를 친위군이 맡게 됨에 따라 전원 기마병으로 보직을 변경하고 남한산성에 주둔하게 될 친위군은 해병여단에 훈련을 맡겼다.

 편제는 현대식 계급과 편제를 그대로 사용했다.

 보나마나 지금 당장은 오합지졸일 터, 앞으로 몇 달간 지옥훈련을 통해 대한제국 선포를 전후해서는 동 시대 최강의 강병으로 변모시켜야 했다.

 

 

 1896년 4월 15일 14:00

 광화문 일본공관

 

 미우라 고로 일본공사는 지난밤부터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조선의 중전을 살해하면서 일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듯싶었으나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의 거센 항의로 자신의 입지조차 흔들렸고 을미사변 이후에는 공관 밖에 나설 때마다 호위병을 붙여야 할 정도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와중에 제물포의 전함 실종사건이 터져 나왔다.

 러시아 공관에서는 느닷없는 참사가 일어났고 조선왕과 함께 마포에 나타났다는 새로운 군대에 대한 무성한 소문도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무엇하나 기분 좋은 소식이 없었다. 하다보니 함께 자리에 눕기만 해도 불끈 힘이 솟던 애첩 하네꼬와의 잠자리도 시원치가 못했다.

 지난밤 제물포 주둔 육군 파견대에 사람을 보내 공관의 경비 병력을 늘리라고 지시했으나 아직도 일언반구 보고조차 없었다.

 ‘젠장,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 창고에 보관한 신라의 금관들과 고려청자들은 진작 전함으로 미리 옮겨 놓았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저녁에는 대원군 이하응 그 늙은이를 만나 보아야겠어. 그 늙은이는 뭔가 알고 있겠지.’

 미우라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리가 띵했다. 순간, 창 밖에서 콩 볶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다급하게 창밖을 내다본 그는 손가락에서 피가 나도록 창문틀을 움켜쥐어야만 했다.

 창문 아래로 보이는 공사관 연병장은 여기저기에 군인들의 시체가 널렸고 얼룩무늬의 이상한 복장과 둥그런 모자를 쓴 사내들이 유령처럼 뛰어다녔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그가 급히 집무실을 나서려는 순간, 벌컥 문이 열리며 사내 대여섯이 들이닥쳤다.

 맨 앞에 들어온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자의 입에서 유창한 영어가 흘러 나왔다.

 “미우라 고로 공사관! 당신을 대한제국 명성황후의 살해교사 및 국가전복 기도 혐의로 체포한다!”

 “무어라? 감히 조선의 군관 따위가? 나는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관이다! 주상 전하를 만나게 해다오!”

 “살인과 국가체제전복에 대해서는 면책이란 게 없다. 멍청한 놈아! 명령이라 바로 쳐 죽이지 못하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장교인 듯한 자의 주먹이 미우라의 턱을 강타했다. 더 생각하고 말고 할 여유는 없었다.

 쓰러진 미우라의 옆구리에 다시 검은 가죽 신발이 내리꽂혔다.

 

 일본공관의 수비 병력은 170이 조금 넘었다. 그리고 중전 민씨의 시해를 위해 데려왔던 사무라이 42명이 공관 지하에 전원 해병여단에게 사살되었다.

 미우라 공사와 나머지 민간인들은 모두 손발을 묶어 미리 신기군이 준비한 수레 10여 대에 실어 강화로 내려 보냈다.

 강화송치를 맡은 유길준은 강화로 이동하는 내내 일본인 포로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신기군을 단속하느라 밤이 새도록 고생을 해야 했다.

 일본 공사관 역시 조선의 국보급 문화재 80여 점을 비롯해 군자금으로 보이는 2억 원 상당의 금괴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러시아 공격계획과 대조선 병합계획이 담긴 극비 서류들이 미처 소각되지 못한 채 고스란히 제국 조정에 넘어왔다.

 이 자금으로 대한제국 조정은 당장 필요한 자금을 충당했고 극비서류들은 후에 한일전쟁 배상금의 명분으로 사용될 것이었다.

 한양에 거주하던 왜인들에게서 압수한 집과 전답, 재물은 조선전체의 거의 1할에 해당하는 물량이어서 재정이 피폐했던 제국 조정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기실 상업에 익숙하지 못한 조선 백성에 대한 왜인의 수탈은 상상을 초월했다.

 을미사변을 통해 숙청된 풍양 조씨와 민씨 일파의 재산도 거의 왜인들이 차지했으니 곳곳에 숨어 있는 왜인과 친일세력의 재산은 아직도 엄청날 터였다.

 결국 왜인들에 대한 수색작업은 별도 부대를 편성해서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시행하기로 했다.

 향후, 압수된 왜인들의 집은 앞으로 성혼을 하게 될 천령군 병사들의 사가私家로 활용하게 되며, 전답은 토지개혁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었다.

 

 1896년 4월 16일 10:10

 종로 독립협회 사무실

 

 서재필과 이상재, 그들은 대한제국의 성립과 함께 개혁을 주도하다 수구파에 의해 ‘황제를 폐하고 공화정을 기도한다.’는 누명을 쓰고 해외로 망명하여 한일합방 후,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이다.

 그러나 윤치호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오랜 친구이자 함께 개혁을 추구하는 동지이기도 했다.

 “윤 대감, 자네는 이제 우리와 탁주 한잔 같이 하기 어려운 높은 사람이 되었어. 허허허.”

 “예끼 이 사람 서 공, 자네야 말로 만나기 힘든 사람 아닌가? 돈 많고 많이 배웠고, 후후.”

 “그나저나 어제 주상 전하께서 중요한 발표를 하셨다 들었네. 그일 때문인가?”

 “그렇네. 어제 주상 전하께서 입헌군주의 칭제를 하시고 세자 저하께 양위를 하셨네. 이만하면 큰일 아닌가?”

 “무에야? 오호. 전하께서 정말 용단을 내리셨구만. 경하할 일이야. 이젠 대한제국이 되었네그려. 그런데 다른 조치는 없었는가?”

 “왜 없겠는가. 자네 친위군에 대한 소식은 들었는가?”

 “그래. 신식 무기에, 신식 마차에, 장대한 체격에, 제물포에 있던 그 많은 군함들과 왜국의 병사들을 하룻밤 만에 쓸어버렸다면서?”

 서재필은 신이 나서 친위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지만 윤치호의 입장은 애매했다.

 우선은 친위군이라는 자들의 행실과 말이 생소하고 어색했고 무지막지한 인사조치도 불만스러운 점이 많았다.

 크게 보면 이들의 조치가 자신이 바라는 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어 큰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확신은 없었다.

 “그래. 나도 실제 전투장면은 보지 못하고 주상께서 돌아오실 때 이동하는 모습만을 보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대단하더군.”

 “그런데?”

 “그 군대의 정식 명칭이 조선 친위군이라 하는데 태조께서 비밀리에 키워놓으신 군대라는구먼. 5백 년 동안 군대만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놓아서 전하의 말씀으로는 양이의 군대 정도는 하룻밤이면 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게야. 그리고 그 군대의 대장이라는 자의 이름이 임헌수라 하는데 그자를 수상首相에 제수하셨네. 그리고 그자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셨다네. 내게는 농사에 충실하여 백성을 돌보라 하시며 농상農相을 제수하셨어. 그리고 그 첫 번째 임무가 자네들을 만나는 것이지.”

 이상재는 다음에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나올 참이어서 침을 삼키면서 윤치호를 채근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황명이라도 내렸는가?”

 “그건 아니고, 수상께서 자네들에게 부탁을 했지. 신채호, 이상재, 서재필 세 사람에게 선생의 육성을 부탁한다고.”

 “선생?”

 “그렇지. 조정에서는 5월에 제국의 선포식을 가지고 나면 현재 한양과 지방에서 아직도 악명을 떨치는 서원들을 모두 철폐하고, 그 소유의 전답은 인근의 주민에게 싼값에 팔거나 저리의 소작을 준 후에, 서원 자리에 일반 백성들을 가르치는 서양식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야. 물론 양반들도 들어갈 수 있겠지. 그렇지만 추후에는 양반이라는 제도를 아예 없애겠다는 생각이야. 그 학교에서 우민愚民들을 가르치는 신식 선생 일백을 육성해 달라는 것이지. 기간은 4개월, 비용은 조정에서 대고 말이야. 어떤가, 해볼 만하지 않은가?”

 “그래? 이런 광영이 있나? 사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야 불감청고소원이지. 기간이 좀 짧기는 하지만…… 해야지. 내 학우들을 전부 모으면 힘이 될 게야. 정말 반가운 소식일세. 자네 정말 반가운 소식을 가져왔어. 내가 또 도울 것은 없겠는가? 내 없는 힘이지만 한팔 거들겠네.”

 서재필은 그간 나라꼴이 걱정되어 잠들지 못했던 숱한 밤들이 떠올리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대단한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코끝이 아리고 눈이 벌게졌지만 어떻게든 눈물은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에 말없이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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