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4월 13일 19:45
두무진 연구소 소장실
네 사람의 시선이 막 전화를 내려놓는 유상열에게 집중되었다. 돌아선 유상열이 밝게 웃음을 보였다.
“전하, 장군님, 부산포에 정박 중이던 왜국의 함대 19척을 모두 수장하였다 합니다.”
이철의 표정도 뒤따라 밝아졌다.
“오! 그거 반가운 소식이구려. 그래 우리 군대의 피해는 없었는가?”
“전혀 없다 합니다.”
“아주 잘 되었구려. 과연 경들의 군대는 무적인가 싶소.”
“모두 전하의 홍복이며 열성조의 돌보심인가 합니다.”
강인호 제독의 아부성 짙은 발언에 임헌수가 피식 웃으며 말을 돌렸다. 이제부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전하.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지금부터는 조선에 주둔해 있는 외국군대 모두를 제압하고 기존의 모든 불평등조약을 파기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양이들과 왜의 많은 반발이 예상됩니다. 이를 해소하기위한 방책도 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들과는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계속하시오, 장군.”
이철과 이척은 오랜 시간 동안 임헌수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했고 세계정세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들으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마음을 열어놓은 상태였다.
“해서 전하, 지금부터 신이 드리는 말씀을 오해 없이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조선을 위한 충정에서 드리는 충언이옵니다.”
“말씀하시오. 과인도 지금 조선이 어떤 형편인지 잘 알고 있소. 소국의 아픔도 충분히 겪고 있소이다. 조선을 위한 일이라면 내 어떤 일이든지 서슴지 않고 경들을 지원하겠소.”
“감사합니다, 전하.”
임헌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말문을 열었다.
“전하, 현재 조선은 많은 나라들과 불평등한 통상조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이 상태로 10년만 지나게 되면 이들의 수탈로 인해 더 이상 나라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신 등이 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양이들의 군대를 내몰고 나면, 이미 계획하셨다가 실패하신 대한제국의 선포를 앞당겨 실행할 것을 주청 드립니다.”
“그것이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소이다. 계속하시오.”
“이는 외국과의 불평등한 통상조약을 모두 파기하기 위해 억지이긴 하지만 제국선포와 동시에 모든 통상조약을 개정하자고 요구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연로하신 전하를 대신해 세자 저하께서 대한제국의 황제로 등극하시면 통상조약의 개정에 대한 명분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철은 순간적으로 용안을 굳혔으나 곧 생각을 정리했다.
이미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가 어려운 국정에 염증을 느낀 지 오래 되었고, 그리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중전 민씨의 죽음 이후 심각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일국의 왕이 타국의 공관에까지 몸을 피한 것 등 일련의 치욕적인 사태에 모든 의욕을 잃었기에 잠시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실제 고종의 퇴위는 대한제국이 성립되고도 10년이 더 지난 1907년에 이루어질 것이지만 임헌수 일행이 개입하면서 역사의 흐름은 이미 바뀌기 시작한 셈이었다.
임헌수는 가장 꺼내기 힘든 이야기가 무사히 넘어가자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오늘 밤 안으로 유 중령이 제물포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외국 군대를 제압할 것입니다. 또한 제물포에서 마포나루까지의 모든 해상과 육상 통로를 확보할 것입니다. 이때 조선군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세자 저하께서 이른 아침부터는 동행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내일 정오경 마포나루에서 전하와 다시 만나신 후 궁까지 임시로 만든 연에 타시고 이동하시게 될 겁니다. 해서 지금 유 중령은 먼저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중령, 다녀오게. 별도 보고는 하지 않도록 하게. 조심하고, 마포나루에서 보세.”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다녀오게나. 참! 세자 저하께는 새벽녘에 저희가 호위 병사를 보내 기침하시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세자 이척은 이참에 천령군의 실제 전투 장면을 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유상열이 자리를 뜬 뒤에도 세 사람은 현재 구성되어 있는 친러시아 내각의 처리, 현 주상 전하의 부친인 대원군 이하응에 대한 처우문제, 독립협회와의 연계, 동학군과의 관계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고 12시가 넘어서서야 밝은 얼굴로 숙소로 돌아갔다.
1896년 4월 14일 01:00
제물포 일본군 조선파견대 주둔지
스기야마 중좌는 제물포에서 가장 크다는 향옥루의 기녀 미향에게 빠져 있었다.
시간만 나면 향옥루로 달려가는 스기야마였으나 오늘만은 미향에게 갈 수가 없었다.
어제 새벽 제물포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전함 2척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는 통에 다급하게 경성의 일본공관에 연락병을 보내고 주둔 육군 전체에 비상을 걸어 경비병을 두 배로 증강시켰다.
자신의 부대는 겨우 600여 명,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조선군과 전투가 벌어질 경우, 이 병력으로는 공관의 보호 정도나 겨우 가능할까 제물포에 밀집된 상단의 보호는 절대 불가능했다. 그만큼 전함의 유무가 가지는 의미는 컸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러시아의 철선 4척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처음엔 러시아 해군과 전투가 벌어진 것이 아닌가도 생각했으나 그런 기미는 없었다.
‘젠장. 연락병이라도 보내고 함선을 움직이지 그냥 사라지면 어떻게 하란 말이야! 미친 해군 놈들…….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러시아 전함들도 모두 사라진 마당에 조선이 엉뚱한 생각을 품지는 못 하겠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스기야마는 부대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하기 위해 숙소 밖으로 나섰다.
육군 주둔지는 일본 상점이 밀집된 이포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공터였다.
사방이 툭 터져 있어서 제물포 인근에서는 그중 외곽경계와 부대 운용이 용이한 곳이었다.
스기야마는 초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외곽목책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목책이라고 해봐야 1~2미터 간격으로 나무기둥을 세우고 기둥 사이에 다시 나무를 걸쳐놓은 것이 전부지만 부대의 경계를 긋기에는 충분했다.
정문과 후문에는 모래부대를 모아 만든 참호에 영국에서 수입한 개틀링 기관총이 거치되어 있었다.
개틀링 기관총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스기야마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이 정도 화력이면 조선군 이삼천 정도는 우습게 보내 버릴 수 있어. 암 어딜 감히…….”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목책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다가왔다.
‘어, 어라…….’
눈꺼풀이 참을 수 없이 무거워졌다. 느닷없이 쓰러지는 초병들의 붉은 피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정문과 후문 무기고 앞 초병 제압 완료! 포격지원 후에 내부 진입을 시도합니다.”
헤드셋에서 첫 번째 작전 수행 완료를 알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유상열은 엷은 웃음을 머금은 채 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등 뒤에는 2개 연대 1천7백 명과 10대의 K200 A2 보병전투차와 30대의 APC 장갑차, 40대의 상륙 강습함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었다.
물론 이들을 상륙시키기 위해 지난 5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치를 떨며 육중한 장비들을 이동시켰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한 셈이었다.
“K200! 포격 대기!”
“목표, 전방의 일본군 막사! 1호차는 왼쪽의 2개 막사, 2호는 다음 2개 순으로 포격한다. 막사 당 3발 연사! 포격 개시!”
-발사!
투두둥―
묵직한 발사음과 함께 거의 모든 일본군 막사가 동시에 주저앉으며 검붉은 화염을 내뿜기 시작했다.
-각 포탑 6발 사격 끝!
전차장의 보고에 유상열은 포탑의 해치를 닫으며 차갑게 명령했다.
“포로는 없다. 1, 2대대! 내부진입을 허가한다!”
-2중대 돌격 앞으로!
제1해병연대 2중대장 성천우의 나직한 명령과 동시에 천령 최초의 육전陸戰이 시작되었다.
19세기 말의 돌격은 일반적으로 일제 사격을 2~3회 한 후 착검을 한 상태에서 커다란 함성과 함께 전군이 동시에 적진으로 돌격하는 것이지만 전원이 헤드셋과 방탄복을 착용한 천령 해병여단에게 그런 방식은 모든 면에서 필요 없는 낭비였다.
일본육군은 해병연대 2중대의 단 두 차례 일제 사격 후에는 거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앞장서 튀어나왔던 지휘 장교들이 몰살한 탓도 있었지만 엄청난 화력차이가 일방적인 학살을 강요한 셈이었다.
전투가 종료되자 유상열은 일본군의 무기들을 모두 회수하여 현재의 일본군 무기고에 보관하도록 하고 가까운 곳에 1개 중대를 주둔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2개 대대에게 제물포의 선교사를 제외한 모든 일본인과 외국인을 체포, 구금하고 상선과 재물을 압류한 후 상점을 폐쇄하도록 조치했는데, 그 수량이 엄청났다.
만주 주둔 일본군의 군자금으로 사용할 금괴와 은괴, 일본으로 싣고 떠날 쌀을 포함해 무려 9천만 원이 훨씬 넘는 양이었다.
더불어 만주의 일본군에 보낼 1만여 정의 소총, 15문의 화포와 엄청난 양의 총탄과 화약이 압수되었다.
당시 일본상인들이 쌀 한 섬을 50전 정도에 매입한 뒤, 일본에서 6원에서 8원에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었으므로 9천만 원은 무려 쌀 1억 8천만 섬에 해당되는 엄청난 양이었다.
압수한 재물은 일단 백령도로 보내도록 조치한 뒤, 제물포항을 전격적으로 폐쇄해버렸다.
별명이 있을 때까지 외국 선박의 출항을 금지해서 조선의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왜국 선박에 대한 압수도 병행해서 실시했다.
제물포 주둔 일본육군의 전멸과 일본상점에 대한 압수와 폐쇄는 향후 한일전쟁의 빌미가 되었으나 이는 천령이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1896년 4월 14일 08:10
두무진 연구소 구내식당
임헌수는 30대 초반의 남녀와 함께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량을 절감하느라고 배식들을 좀 줄였는데…… 식사는 그런대로 괜찮은가?”
“평소보다는 좀 못하지만 모두들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서 큰 불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저 식사나 같이 하자고 부르지는 않으셨을 텐데요?”
한수영 박사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면서 임헌수에게 ‘이제 본론을 시작하시지요.’하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았다.
한수영과 이문영은 같이 미국의 MIT에서 공부하다 만나 결혼한 뒤, 정부에 스카우트되어 백령도로 들어온 연구소의 대표적인 잉꼬부부였다.
한수영은 개인화기 개발 담당, 이문영은 무인정찰기 담당이었다.
임헌수는 본론을 시작하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표정으로 얼른 말을 꺼냈다.
“거참 사람들 급하기는 원. 허허, 그럼 본론을 시작해 볼까? 두 사람도 알다시피 지금은 19세기 말이네. 그리고 조선은 서구열강과 일본의 침탈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지. 항상 국가 경영에서 가장 처음 나오는 이야기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이야. 그런데 지금 조선은 무얼 가지고 있나? 백령도의 군대와 개발능력밖에는 아무것도 없어. 뭐든 만들어서 팔아먹어야 돈을 만들고 그걸로 먹이고 입히고 군대를 만들 거 아닌가?”
임헌수가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자 이문영 박사가 다음을 재촉했다.
“저희는 돈을 쓸 줄만 알지 벌 줄은 모르는데요? 호호.”
“하하하. 아니지 돈 버는 장사는 내가 할 테니 자네들은 돈 벌 재료를 만들어오라는 것이야.”
“예를 들면요?”
“아예 지정해주지. 자네들 윈체스터 장총 알고 있지?”
“당연하죠. 미국에서 이맘때 쯤 개발해서 보급하기 시작한 후장형 연발총 아닙니까? 숙련된 병사는 분당 10발 정도 사격이 가능할걸요?”
한수영이 자신의 전공이라는 듯이 얼른 말을 받았다.
“그리고 한 10여 년 후인 제1차 세계대전부터는 쌍익기(날개가 아래와 위에 두 개씩 달려 있는 초기 형태의 항공기)를 시작으로 항공기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지.”
“그런데요?”
“지금 우리가 윈체스터보다 약간 성능이 우수한 총을 만들어서 청국에 팔아먹자는 이야기야. 초기 형태의 항공기도 개발해서 우리도 쓰고 팔아먹기도 하자는 이야기야.”
“흠…… 글쎄요. 가능하기야 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후속조치가 필요합니다.”
임헌수의 제안에 한수영은 가장 먼저 철과 합금의 생산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에 임헌수는 황해도 해주에 제철소 건설과 함께 총기공장과 경비행기 공장을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릴 없이 시간만 죽이던 두 사람으로서는 듣던 중 반가운 제안이었다.
세 사람은 한 시간이 넘게 시점과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의견을 나눈 뒤, 임헌수의 한양 입성을 위해 밝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한수영은 임헌수가 마지막으로 건넨 몇 마디에 머리를 감싸 쥐고 말았다.
“나는 지금부터 대한제국을 만들러 가야 하니까 구체적인 방법론은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세. 다른 것 필요 없네. 당장 총과 경비행기를 개발해 놓도록 해. 자네들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 않나. 참, 공장 건립도 자네들이 맡아서 해 주었으면 하네. 그리고 내일 오후에는 계획서를 보았으면 하네. 그럼 또 보세. 이만.”
임헌수가 자리를 뜨자마자 이문영이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뭐해요? 빨리 가서 계획서 만들어야지. 쌍익기가 좋을까? 아님 일본 애들 제로기? 이거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루루루.”
이문영의 표정은 희색이 가득했다. 그러나 공장설계와 재원마련까지 한꺼번에 고민해야 하는 한수영의 입장은 머리에 쥐가 날 판이었다.
아예 식판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
‘아주 무덤 파고 관 짜서 안에 들어가 누운 꼴이네. 가뜩이나 G11 실탄 가격 땜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 에휴. 그리고 저놈의 여편네는 뭐가 저렇게 좋아서 신이 난 거야? 미치겠네.’
G11은 무탄피 소총으로 2002년 개발된 최신예의 무기지만 탄의 가격이 한 발에 무려 3만 원을 호가하는 통에 실용화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가격을 5천 원 정도까지 떨어뜨려 조금이나마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상태였다.
1896년 4월14일 13:15
마포나루
천령 해병여단의 상륙함 5척이 마포나루에 접안하고 전면 잔교가 내려지자 APC 장갑차 5대가 굉음을 울리면서 육중한 차체를 백사장에 올려놓았다.
그릉 그르릉―
장갑차가 상륙 지점의 안전 교두보를 확보하자마자 본격적인 상륙부대의 접안이 시작된 것, 잇달아 접안한 상륙함 25척이 잇달아 장갑차들을 토해냈다.
장갑차들이 모두 강변 능선을 넘자 고종이 탈 ‘연’이 백사장으로 내려섰다. 급조한 티가 심하게 났지만 그만하면 쓸만해 보였다.
민수용 2.5톤 트럭에 상판을 올리고 금색 천을 내려뜨려 바퀴 옆까지 가린 뒤, 제법 거창한 지붕을 만들고 대형 3인용 소파를 상판에 고정해서 제법 그럴싸한 의전차량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1개 대대 300명 병력이 나루터에서부터 연까지 일사분란하게 사열대형으로 정렬하자 이철이 나루터로 내려섰다.
“유 중령. 저것이 아버님과 내가 탈 연인게요?”
“그러하옵니다, 세자 저하. 급히 만든 것이라 다소 부족한 점이 있으나 이해하시고 전하께서 도착하시면 같이 오르시지요.”
날림으로 만든 물건인데도 세자 이척은 연의 크기와 화려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우선은 천의 재질과 색감부터 동시대의 물건과 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연이 화려하기도 하지만 말이나 사람이 끌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놀랍구려. 그나저나 밤새 싸움에 지치셨겠소. 고생하셨소이다, 중령.”
“아니옵니다. 모든 것이 전하와 조선을 위한 일이니 어찌 피곤할 리가 있겠습니까?”
유상열은 자신이 아부성 멘트도 제법 잘 하는구나 싶어 실소를 머금었다.
사실 지난 밤 강화 포대를 시작으로 마포나루까지의 모든 포대를 최루탄과 진압봉만으로 제압하느라 신경이 엄청나게 곤두서 있었다.
그래도 부대가 큰 문제없이 마포나루에 도착한 것으로 모든 피로는 사라지고 없었다.
위잉―
경쾌한 모터음을 토해낸 고속정 4척이 ‘조선국왕朝鮮國王’이라고 쓰인 금색 깃발을 걸고 마포나루에 접안했다.
여단 상륙정이 도착할 때부터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 마포나루 인근의 백성들은 벌써 천 명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사실 구경거리가 그리 많지 않은 세상에서 임금의 행렬만큼 큰 구경거리는 없을 터, 하물며 생전처음 보는 배와 장비들까지 강변을 꽉 채웠으니 구경꾼이 늘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용포를 입은 이철이 배에서 내리자 사열하고 있던 병사들 중 열 명이 하늘을 향해 예포를 쏘아 올렸다.
타앙!
“국왕 전하를 향해 받들어 총!”
“충성!”
300여 명이 일사분란하게 총기를 들어올리며 일제히 외치는 함성과 총소리에 인근에서 구경하던 백성들은 기겁을 하고 놀랐다.
그러나 호기심이 공포를 이겼다. 백성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행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철과 척이 트럭 뒤쪽에 만들어진 계단을 통해 연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자 유상열과 임헌수가 탄 보병전투차를 선두로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뒤에 보병전투차 4대와 20여 대의 수송장갑차가 따라붙었고 그 뒤를 병력을 실은 중형트럭들이 길게 줄을 이었다.
전부 9백 명이 넘는 대부대의 이동, 높이만 5미터가 넘는 조선국왕朝鮮國王의 황색깃발을 앞세운 차량행렬은 제물포 관도를 따라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그러나 장갑차량들을 생전 처음 보는 연도의 백성들은 차량행렬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 부복한 상태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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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상어
백상어 어뢰는 1990년대 초부터 국과연과 LG정밀을 중심으로 미국의 MK37 어뢰를 참고로 DM2A2기술을 적용하여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이 어뢰는 유도선을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유도방식으로 발사 전에 목표의 음향패턴을 입력하여 적함의 미래 위치로 발사하면 자이로 관성항법으로 목표에 접근하여 패시브 소나를 사용하여 추적하고 마지막으로 액티브소나를 사용하여 타격한다.
이 방식은 계속적인 유도가 필요 없고 동시에 여러 발을 발사할 수 있으나 회피기동에 취약해서 북한의 구식함을 상대하거나 근접한 경우가 아니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