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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너와 나의 세상
작가 : 은아린
작품등록일 : 2017.7.19

이제는 없는 그 아이를 찾아야해.


인간의 노예화를 추진 중인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공존을 꿈꾸는 뱀파이어 사이에 서게 되었다.




어느새 내 지척에 다가온 라무엘이 한 손은 쇼파를 짚고 한 손으로는 내 턱을 잡아 자신에게로 돌렸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까만 눈동자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큰한 냄새가 훅 풍겨왔다.

"겉보기와 다르게 눈물 많고 여리다는거."

라무엘의 기다란 손가락이 내 눈매를 매만졌다. 차가운 손끝이 피부로 느껴졌다.

"뭔 개소리야."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신지. 손을 탁 쳐내자 라무엘은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그를 흘겨보며 술병을 들어 안의 내용물을 입 안에 쏟아부었다.

 
너와 나의 그 아이 4
작성일 : 17-07-20 21:16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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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너와 나의 그 아이(4)

 

 

 

 어느새 붕대를 다 감은 라무엘이 밀착됐던 몸을 떨어뜨렸다.

 

 "날 보낸게 재희인걸."

 

 반창고로 단단히 고정까지하고 나서야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 라무엘이 거침없이 주방으로 향했다.

 

 "왜, 왜? 재희는? 재희는 지금 어디있는데?"

 "너도 알고 있잖아."

 

 냉장고 문고리에 손을 얹은 라무엘이 고개만 슬쩍 돌려 흥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를 보고 차분하게 말했다.

 

 "재희가 어떻게 널? 아니, 재희는 어떻게 지내? 괜찮은거지?"

 "글쎄."

 

 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보던 그가 심각해진 표정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뭘 먹고 산거야?"

 

 말 돌리는 것이 너무 티나는 바람에 답답해 미치겠어서 성큼성큼 라무엘에게 다가갔다. 그의 어깨를 잡아채 냉장고에 반쯤 박혀있던 상체를 빼내고 탕 소리 나게 냉장고 문을 닫았다.

 

 "이봐, 재희는 어떻게 된거냐고."

 

 작은 냉장고라 구부정하게 있던 라무엘의 몸을 도망가지 못하게 냉장고와 내 사이에 가두고 그의 귓가로 사납게 말을 뱉어냈다.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라무엘이 등허리를 쭉 피는 바람에 되려 반발자국 뒤로 물러서야했다. 몸을 돌린 그가 고개를 약간 숙여 나를 내려다 보았다. 새까만 눈동자가 나를 가만히 담아내고 있었다.

 

 "이봐가 아니라 라무엘이라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그 시선에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답답함이 몰려왔다.

 

 "지금 중요한게 당신 이름이야? 재희는 어떻게 됐냐니까."

 

 짜증을 숨기지 않고 내보이면서 말하자 라무엘이 내 어깨를 살짝 잡아 나를 뒤로 물렸다. 난 또 바보처럼 순순히 뒤로 물러나 주었다. 다시 몸을 돌려 냉장고 문을 연 그가 달걀 두개와 베이컨을 꺼냈다.

 

 "이제 내가 왜 네 곁에 있었야하는지 알겠어? 재희 이야기는 일단 뭐 좀 먹고 하자."

 

 조리대 위에 달걀과 베이컨을 올려둔 라무엘이 나를 이끌어 식탁 의자에 앉히려다가 멈칫했다.

 

 "아, 여길 안치웠네."

 

 난처함이 가득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는 그를 보다가 그에게 잡힌 팔을 뿌리치고 냉장고를 열어 아직 개봉하지 않은 소주를 들고 거실로 향했다.

 

 "멍청이."

 

 여긴 내 집인데 왜 당신이 집주인처럼 집이 지저분해서 미안하다는 표정인데.

 

 "제이. 상처가 깊은데 술은 안먹는게 좋지 않겠어?"

 

 내 말을 못들은 척 하는건지 정말로 못들은건지 아니면 사람좋은 척 흉내를 내는건지.

 

 "신경꺼."

 

 그 쪽은 쳐다보지도 않으며 싸늘하게 말하고 병뚜껑을 열었다. 알루미늄이 유리를 긁는 소리가 가볍게 났다. 알콜 냄새가 훅 풍겨왔다. 병째로 들고 한모금 마셨다. 화한 느낌이 식도를 지나는것이 느껴졌다. 손에 들고 있던 병뚜껑을 살짝 튕겨 테이블 위로 던졌다. 핑그르르 돌다가 상자에 부딪혀 멈춘 그것을 보다가 허리 뒷춤에 꽂아둔 리볼버를 꺼냈다. PIL에서 뱀파이어용으로 제작한거였다. 소주병을 들어 술을 들이키며 총알 하나만 들어있는 실린더를 흘긋 봤다. 입에서 떼어낸 소주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널부러져있던 상자 하나를 집어들었다. 상자를 열자 반짝이는 은탄환들이 고정된 곳에서 빠져나와 한 쪽에 우르르 몰려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를 잡아 실린더의 빈 곳에 끼워넣었다. 주방 쪽에서 치익 소리와 함께 베이컨을 굽는 냄새가 났다.

 

 "자."

 

 퀵로더에 탄환을 다 채워넣자 라무엘이 접시 두개를 들고 와 테이블의 빈 곳에 대충 내려놓았다. 리볼버를 다시 허리 뒤춤에 꽂아넣고 달걀프라이와 베이컨이 담긴 내몫의 접시를 봤다.

 

 "술 그만 마시고 이거 먹어."

 "재희 이야기해줘."

 

 라무엘의 권유를 듣는둥 마는둥 하며 베이컨을 노려보는 채로 그에게 말했다.

 

 "다 먹으면 말해줄게."

 

 이번엔 베이컨이 아니라 라무엘을 노려봤다. 접시 위에 올려져있던 포크를 잡아 베이컨을 콱 찍었다. 여전히 나의 시선은 라무엘에게 고정 된 채였다. 그는 여유로운 몸짓으로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 있었다.

 

 "어서."

 

 그가 재촉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입에 베이컨을 쑤셔넣었다. 그 상태로 술을 병째로 벌컥벌컥 마셨다. 달면서도 쓴 소주 맛과 베이컨의 짭쪼름한 맛이 한데 섞였다. 옆에서 라무엘이 그런 나를 보다가 3분의 1쯤 마신 병을 낚아채갔다.

 

 "아, 왜."

 "이해 안 가는 방법으로 식사를 하는 것 같아서."

 

 짜증을 내는 나에게 라무엘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입에 물고 있던 베이컨을 대충 씹어 삼켰다.

 

 "댁한테 그런말 듣는 내 기분도 좀 생각해주시죠? 당신들은 우리와 다르잖아?"

 "틀린말은 아닌데 우리들도 상식이란거 가지고 있거든."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이었는데 라무엘은 딱히 내 말에 발끈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이 말했다.

 

 "아아, 상식. 이따위 세상에서 상식이라. 그것도 비상식적인 존재가 말이야."

 

 내가 빈정거렸지만 라무엘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내게서 빼앗은 술을 한모금 마시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재희에게 듣던 것보다 더 베베 꼬였네."

 

 라무엘의 손에서 술병을 다시 되찾은 내가 나를 빤히 보면서 하는 그의 말에 술을 마시려다가 멈췄다. 새까만 눈동자가 그의 생각과 의중을 숨기는 엄폐물 같았다.

 

 "재희가 그랬어, 제이는 세상을 삐딱하게 본다고. 그래서 자신이 네 옆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어줘야한다고."

 

 라무엘이 무릎 위에 한 쪽 팔을 세우고 턱을 거기에 기댔다. 기울여진 고개를 조금 치켜들어 나를 응시한 라무엘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헤어질 때 재희가 나에게 말했어. 너를 부탁한다고, 여러가지 의미로."

 

 구부정한 상체때문에 나보다 시선이 낮아진 라무엘의 눈을 내려다 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아, 너는 거기서도 내 걱정을 한거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이건 재희 말이 맞네."

 

 어느새 내 지척에 다가온 라무엘이 한 손은 쇼파를 짚고 한 손으로는 내 턱을 잡아 자신에게로 돌렸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까만 눈동자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큰한 냄새가 훅 풍겨왔다.

 

 "겉보기와 다르게 눈물 많고 여리다는거."

 

 라무엘의 기다란 손가락이 내 눈매를 매만졌다. 차가운 손끝이 피부로 느껴졌다.

 

 "뭔 개소리야."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신지. 손을 탁 쳐내자 라무엘은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그를 흘겨보며 술병을 들어 안의 내용물을 입 안에 쏟아부었다.

 

 "그래서 재희는?"

 

 술병을 들고 있는 팔로 입을 슥 닦으며 말하자 라무엘이 나를 보던 시선을 먹다만 음식이 담겨있는 접시로 돌렸다. 달그락거리며 포크를 집어든 라무엘이 나는 신경도 쓰지않고 먹는 일에 집중했다.

 

 "그래서 재희는 왜 같이 안온거야? 아니 그전에 당신도 그곳에 있던거였어?"

 

 내 말을 무시하며 끝까지 느긋하게 음식을 다 먹은 라무엘이 빈 접시 위에 포크를 올려놨다. 난 그가 음식을 먹는 동안 술 한병을 다 비워냈다. 계속 떠들어봤자 라무엘이 개무시하는 판이니 답답하더라도 조금 기다리자는 생각이었지만 초조함에 계속 술이 들어가서였다.

 

 "상처가 덧날텐데."

 

 걱정스런 시선으로 나를 보던 라무엘의 모습에 빈정이 상해버렸다.

 

 "고양이 쥐 생각 해주시네. 당신이 제대로 대답했다면 이렇게 마시진 않았을거야."

 "술을 마시고 하는 전형적인 변명이네. 남탓하기."

 

 쏘아붙이는 내 말을 라무엘이 태연하게 받아쳤다. 저것도 재주네, 재주야.

 

 "알았어. 당신탓 아니고 내탓이야. 그래서 재희 얘기 안해?"

 

 테이블 위로 술병을 올려놓고 양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올려 항복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자 라무엘이 슬쩍 웃어보였다.

 

 "그곳에서 재희를 만났어, 성의 지하감옥."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재희가 감옥에 있다고?"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내 것 같지 않았다. 라무엘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애써 침착한 눈길로 바라봤다.

 

 "너에 대한 얘기는 그때 들었어. 나를 거기서 빼내준건 재희였고 그게 마지막이었어. 그 이후로는 소식을 알기 어려워. 너도 알잖아. 성의 지하감옥은 위험한 곳이라는걸."

 "왜 재희랑 같이 안왔어?"

 "……."

 

 나의 물음에 라무엘이 입을 꾹 다물었다.

 

 "왜 재희랑 같이 안왔냐고."

 

 재차 묻자 나를 보던 시선을 비껴낸 라무엘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넌 재희가 성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잭이 그렇게 알려줬을테고."

 "맞아."

 

 성은 엄청난 경비와 경호를 자랑했기에 쉽게 뚫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PIL정도나 되니까 재희가 그 곳에 있다는 걸 어렵게 알 수 있었지만 재희가 거기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잘 지내는지 알 수는 없었다.

 

 "재희는 잘 지내고 있을거야, 아마.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까지는 본인의 의지로 거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

 

 이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삐걱대며 라무엘의 말이 귓바퀴를 맴돌았다.

 

 "무슨, 무슨 말이야?"

 

 그의 표정이 조금은 서글퍼보였다.

 

 "뱀파이어가 재희를 납치한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거야 노예로 만들어 피를 착취하려는거 아니야?"

 

 상식적인 나의 대답에 라무엘이 여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재희는 제물이야. 제물이라서 그들이 납치한거야."

 

 당연히 제물아니야? 뱀파이어들에게 피를 바치는 노예이자 제물. 내 생각이 고스란이 얼굴에 묻어나왔는지 라무엘이 피식 웃었다. 그건 나를 향한 비웃음 아니라 본인을 향한 자조같은 거였다.

 

 "그들의 여왕을 소환하기 위한 제물."

 

 이 무슨. 이렇게 비상식적일 수가. 아니 이미 세상 자체가 뒤집어진지 오래였지만, 상식이 통용되는 세상이 아니었지만 이건 정말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인간인 재희가 어떻게 뱀파이어 여왕의 소환 제물이라는 거지?

 

 "재희가 죽었어?"

 

 손이 덜덜 떨려왔다. 라무엘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 곧게 응시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단호한 부정이었다. 왠지 그게 믿음이 가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절대. 그들은 재희를 죽일 수 없어."

 

 라무엘의 말은 자신에게 거는 암시같기도 했다.

 

 "나도 더이상 자세한건 몰라. 하지만 그들은 재희를 죽일 수 없을거야."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라무엘이 이어서 말했다.

 

 "난 재희를 되찾아 올거야."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이제이. 너도 재희를 찾고 있었잖아. 나와 같이 찾아서 데려오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저 남자에게 홀린거다. 아마 골목길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홀렸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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