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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그 여자의 거래 (4)
작성일 : 17-07-20 12:01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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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희는 자리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서 있었다.

 

 화창한 봄날 한강시민공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눈앞에 박팀장님이 서 있었다.소희는 눈을 깜빡였다. 항상 갖춰입던 브랜드 양복은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오늘은 양복이 아닌 다른 걸 입고 있다. 딱 달라붙는 디자이너 수트가 아니라 좀더 헐렁한, 마법사 로브 같은 것을 걸치고 있었다.

  

 ‘그럼 난 지금 뭘 입고 있는거지?’

 문득 가슴이 답답해 내려다보니 입고 있는 건 왕국의 전통 의상이었다. 혼자서는 입을 수도 없는 옷이다. 이걸 입으면 혼자서는 움직이기 어렵다. 양옆에 시녀가 시중을 들어주어야 한다. 남색 바탕에 은색 문양이 정성들여 수놓여진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소희는 앞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곧 치맛자락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분명히 뭐라고 타박할 사람인데 신기하게도 그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넌 여기서도 변하지 않는구나.”

 소희는 울컥했다. 저한테 왜 이러죠. 팀장님은 제가 미운거죠. 사실은 보자마자 고맙다는 말부터 하려고 했는데 왜 타박부터 하시나요.

 “팀장님은 옷이 웃겨요.”

 소희는 처음으로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진짜로 그 옷은 웃겼다. 러시아인처럼 생긴 이 나라 사람들이라면 잘 어울릴 옷은 팀장님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팀장님은 얼굴과 키가 받쳐주는 탓에 뭐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저 푸대자루 마법사 옷은 정말 아니었다. 전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그 옷 안 어울려요, 그 시계 별로에요. 하지만 뭐든 어울리는 걸 하고 있어서 단점을 지적할 수 없었다. 모처럼 약점을 발견한 듯 의기양양하게 소희는 말을 이었다.

 “보자마자 똑같다는 소리나 지껄이고 말야. 저 여기서 공부 엄청 많이 합니다. 팀장님이 아시는 그 소희가 아니에요.”

 너 그 말 신입사원때도 했다. 박진우는 싱글싱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임소희.”

 맞잡은 손이 아기 손처럼 부드러웠다. 소희는 놀라 꺄 하고 소리를 질렀다.

 “팀장님 무슨 손이... 세 살짜리 애기같이 부드럽네요. 집안일 하나도 안 하시나봐요. 효자 아니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말을 말아라.”

 불평하는 내용과 다르게 말투가 친절했다. 실제 팀장님에게 2.0 친절 패치를 하면 이렇게 될까.

 “넌 다친 데 없냐?”

 “다친 데는요. 저 막 피부 마사지도 받아요. 강남 샵에서 받는 것보다 더 좋은 거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죽었어요. 놀라긴 했지만 전 괜찮아요. 소희는 어두운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굳이 그런 이야기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손팀장님 시계 차고 다니는데요, 그거 건드린 여자가 제 실수로 손목이 잘렸어요. 그런 이야길 하면 더 이상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될 것 같았다.

 “샵에서 받아본적은 있고?”

 다행히 밝은 척 이야기하는 것에 속아넘어갔는지 팀장님은 아무렇지 않게 물어왔다. 틱틱대는 걸 보면 우리 팀장님이 맞다.

 “없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죠.”

 소희는 나불나불 떠들기 시작했다. 낯선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있다가 팀장님을 만나니 반가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저 죽은 줄 알았는데 안 죽었어요. 그것만 해도 어디에요.”

 통역이 되는 목걸이가 있다고 해도 문화적인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소희는 미영이에게 말하듯 내심 느끼던 것을 모두 털어놓았다.

 “저 엄청 높은 사람 될지도 몰라요. 잘 보이세요. 왕이 저한테 결혼하재요.”

 소희는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곤소곤 속삭여주었다. 박진우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래서 좋냐? 좋냐고?”

 조금 전까지 기분이 좋아보였던 팀장님이 팀장놈이 되어 화를 냈다. 곧 폭풍이 몰아칠 예감이다. 코가 벌렁거리면서 입이 벌어지는 게 이제 곧 우박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소희는 어마 뜨거라 하고 상황을 수습했다.

 “좋은지 어떤지 모르죠, 안해봤으니까. 일단 한다고 했으니까 잘 해봐야 해요.”

 소희는 황급히 손을 내저어 화제를 바꾸었다.

 “아, 그리고 저 한글책도 발견했어요.”

 “무슨 책?”

 “올가 왕비라고 했던 여자가 쓴 책인데요, 우리가 돌아가는 길이 써 있어요.”

 박진우가 눈을 크게 떴다. 무어라 말하려고 하는데 하늘이 흔들렸다. 높이 높이 흔들리던 흰 구름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아, 그렇다. 꿈속에 있는 것이다. 이 사람에게 이야기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그래도 자신에게 결심을 되짚듯이 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팀장님 구해서 꼭 같이 돌아갈게요. 저 따라온 거 알아요.”

 “어떻게...”

 옆에 서 있던 나무가 분해되듯 산산조각났다. 지진처럼 땅이 저 멀리서부터 갈라져 온다. 그 곳에서 서 있던 팀장도 조금씩 흐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산산조각나는 꿈속 세상을 망연히 지켜보며 소희는 큰 소리로 외쳤다.

 “꼬옥 팀장님만이라도 돌려보내드릴거에요.”

 아무리 외쳐도 전달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지만 외치지 않을 수 없다. 꿈에서 깬 소희는 헉 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팀장님 꿈을 며칠째 반복해서 꾸고 있는데 깨어나면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건 들어온 지 세 달이 안 되었던 신입 사원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다. 아무 쓸모가 없는 꿈이다. 눈가가 축축했다. 밝은 이야기만 했다고 생각했는데 꿈속에서 울먹이고 있었나보다. 꿈 속에서는 울지 않았는데 현실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니 바보 같다.

 

  제발 살아있어 주세요. 욕해도 괜찮으니까.

  소희는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킨 채 비단 이불로 눈물을 닦았다. 하얀 이불이 젖어 회색으로 물들었다. 어쩐지 데자뷰처럼 같은 말을 여러 번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이런 꿈을 꾼 것은 처음인데 이상한 일이다.

 

   소희의 꿈 속에서 돌아온 진우는 기진맥진해서 드러누웠다. 며칠째 레이베르 몰래 소희의 꿈속에 드나들었더니 피곤했다. 본래 불가능했을 일이다. 왕궁의 마법 결계는 견고하고 튼튼하여 갓 마법을 익힌 초보자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소희는 아직 왕궁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딘지 물어봐도 몰랐다. 소희는 공작가의 건물에 있다고만 했다. 공작가는 수도에만 세 개의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중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건물의 특징이나 위치같은 것도 설명하지 않고 자기 할말만 냅다 늘어놓는 게 일 못하는 신입사원 같았다.

  꿈 속에서 죽거나 다친다면 영혼에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진우는 그 정도는 감수할만한 위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희는 몇 번이나 찾아간 꿈 속에서 매번 같은 말을 했다. 눈물을 흘리며 반가워하다가 왕과 결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부 레이베르는 기억을 할 리가 없다고 몇 번이고 말했지만 소희라면 기억해줄 줄 알았다. 신기하게 예민한 데가 있어서 영감을 살려 기억해주길 간절하게 원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젠장.

  처음에는 절대 죽어도 결혼하지 않겠다더니 이제는 터무니없이 한글책 이야기를 꺼낸다.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냈다며 왕과 결혼해서 무사히 진우를 돌려보내주겠다고 한다. 그게 돌아갈 방법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진우는 마법을 알았다. 소희는 자기가 있는 건물은 커녕 도시의 이름조차 몰랐다. 누가 누굴 구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낼 것은 진우가 될 것이다. 진우는 이미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일단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누군가 소환한 것이라면 소환 마법을 복구하여 역마법을 사용하면 된다. 소환주체를 안다면 역소환을 하도록 협박할 수도 있다. 이동마법진을 새로 그리는 방법도 있다. 소환주체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 차원좌표를 모르기에 이동 마법진을 그릴 수도 없다. 조선시대나 석기시대에 뚝 떨어지지 않으려면 시간좌표를 알아야 한다. 마그마 한가운데나 바다 위, 히말라야 산속에 파묻히지 않으려면 안전한 공간좌표도 필요하다. 그러니까 지금 진우가 그걸 조사하고 있는데 엉뚱하게 호의호식하며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할 소희가 헛소리를 하는 것이다.

 ‘제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꼭 돌려보내드릴게요.’

 그건 내가 할 소리라고. 제발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몇 번이고 다짐을 받으려고 해도 소희는 또랑또랑한 눈을 하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제 목에 칼을 들이대서 협박을 하면 어떻게 해결되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정말 칼 맞아 죽는다. 소희는 이 세계에 대해서 무지했다.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수십 번 다짐을 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처음으로 꿈의 내용을 기억하게 하는 데에 성공한 것 같다. 성공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아직 꿈으로 접촉할 수 있는 걸 보면 아직 왕궁 마법사의 결계가 쳐진 지역에 머무르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왕궁에 들어가면 이런 식으로 꿈을 통해 만나는 것도 불가능하리라. 

 진우는 싸늘한 공기가 흐르는 동굴 천장을 올려다보며 믿지 않는 신에게 기도했다. 

 부디 그녀가 무사하게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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